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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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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꿈일 거다.

        

       발광하면서 꿈에서 깨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꿈에서 깨지 않았다.

        

       나는 이게 현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나는 어떠한 공간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내부에는 수분으로 가득 차 있고 단단한 벽이 내 움직임을 막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엔 어떤 공간인지 바로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린 게코 LV1】

       HP: 7/7

       MP: 3/3

       

       나를 가로막고 있는 이 단단한 벽은 게코 도마뱀의 알이었다.

        

       나는 게코 도마뱀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믿는 수밖에 없었다.

        

       많고 많은 생물 중에 왜 하필 도마뱀이 된 걸까.

        

       차라리 공룡이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거다.

        

       일단 더 멋있기도 하고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관련 지식도 조금 가지고 있었으니까. 도마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지나가면서 본 유튜브 영상 몇 개가 전부였다.

        

       그런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이, 상태창으로 추정되는 푸른 창에 무언가가 추가됐다.

        

       【그린 게코 LV1】 ▶자세히 보기

        

       자세히 보기?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자세히 보기.’

       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린 게코】

        

       몸길이는 15cm 정도이며 몸무게는 70g 정도 되는 도마뱀입니다.

       발바닥에 미세한 섬모가 달려 있어 벽이나 천장에 쉽게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석에 출처: 바다 위키라는 말이 쓰여 있어야 할 거 같은 설명이었다.

        

       내 덩치는 그리 작은 편은 아니었다. 물론 게코 도마뱀을 기준으로 말이다.

        

       알에 꽉 끼는 듯한 느낌이 났다. 나는 엄청난 우량아인 거 같다.

        

       덩치가 크다는 건, 알을 깨고 바깥으로 나갈 자격이 됐다는 뜻이다.

        

       이 알껍데기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었다.

        

       나는 머리와 손을 이용해 알껍데기를 밀어냈다.

        

       알은 세계라는 말이 있다.

        

       아주 적절한 비유였다.

        

       게코 도마뱀인 나에게 세계의 벽은 너무 높았다.

        

       작은 손으로 두드리고 머리로 밀어 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못난 자식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분명 부모라는 존재가 화답해 줄 거다.

        

       쩌적.

        

       감사합니다, 어머니.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는 것도 잠시, 파충류는 눈꺼풀이 없어 눈을 깜빡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후, 드디어 나왔다.

        

       알이 깨어진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내가 제일 먼저 나왔던 건 아닌지, 주변에 깨진 알들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은 알은 깨져 있는데 형제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끼기긱?”

        

       소리가 들려 위를 쳐다보니, 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생명체가 하나 있었다.

        

       【오비랍토르 LV.10】

        

       내 어머니는 오비랍토르였구나.

        

       안녕하세요.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공룡이 내 눈앞에 있다는 것에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게 설렘이라는 감정일까. 살아 움직이는 공룡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파충류가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던 동물이던가?

        

       그 순간, 나는 내 심장이 빠르게 뛰는 이유를 어렴풋이 눈치챘다.

        

       나는 오비랍토르가 아니다.

        

       그냥 게코 도마뱀일 뿐.

        

       그렇다면 저기에 있는 공룡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오비랍토르, 오비랍토르.

        

       익숙한 이름이었다.

        

       ‘자세히 보기!’

        

       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비랍토르】

        

       몸길이는 1.6m 정도이며 몸무게는 20~40kg 정도 되는 공룡으로, 백악기 후기에 발견된 공룡입니다.

       작은 동물을 먹이로 삼지만, 알 도둑이라는 별명에 맞게 가장 선호하는 먹이는 다른 동물의 알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대중매체에서 많이 나왔던 녀석이었다.

        

       알 도둑이라는 별명….

        

       알 도둑?

        

       오비랍토르가 날 보는 눈빛이 어딘가 이상했다. 알을 깨고 나온 아들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게 아니라,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빛 아니던가?

        

       알을 깨는 걸 도와준 건 쓸데없는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만 먹으려고 그런 걸까?

        

       아냐. 그럴 리가 없다.

        

       나는 훌륭한 오비랍토르의 새끼고 저 공룡은 나의 어머니….

        

       “키에에엑!”

        

       시발.

        

       도망가야 한다.

        

       저 포효 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내 형제들이 어떻게 됐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녀석의 뱃속으로 들어간 거다.

        

       작은 발을 이용해 지면을 마구 기어갔다.

        

       방금 태어난 몸이라 적응하기 힘들 줄 알았지만, 본능이라도 있던 걸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칠 수 있었다.

        

       “키에엑!”

        

       하지만 오비랍토르의 눈에는 아무 의미 없는 몸부림으로 보였을 거다

        

       퍼억!

        

       놈의 발톱이 내 꼬리를 내리쳤다. 내 작은 팔다리로는 놈의 발톱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경고!  HP가 모자랍니다!]

        

       이렇게 죽는 걸까.

        

       나에게 남은 건 오비랍토르의 한 끼 식사가 되는 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니, 너무 억울한데.

        

       내가 이 지경이 될 때 동안 보호자는 뭘 한 걸까.

        

       아, 내 보호자도 같은 도마뱀이겠구나.

        

       게코 도마뱀 가족은 이렇게 몰살당하는 걸까.

        

       [전생 특전으로 스킬이 주어집니다. 확인하겠습니까?]

        

       스킬?

        

       그걸 말이라고 하나.

        

       확인!

        

       「꼬리 자르기LV1」

       꼬리를 자릅니다!

       소모 MP1

        

       이딴 게 스킬이라고?

        

       이름에 걸맞게 스킬 설명도 형편없었다.

        

       무슨 창을 던져 물리 피해를 입힙니다 그런 것도 아니고.

        

       아니, 불평만 할 때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가치 있었으니까.

        

       ‘꼬리 자르기!’

        

       오비랍토르에게 밟힌 부분이 그대로 잘렸다.

        

       그리고 꼬리가 잘린 그 순간, 엄청난 속도를 얻게 됐다.

        

       이 작은 몸으로 이런 속도를 얻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닷!

        

       작은 발톱이 땅을 박찼다.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하늘을 나는 거 같은 착각을 했다. 그렇게 가공할 위력의 점프로 놈에게서 멀어진 나는 전속력으로 바닥을 기어갔다.

        

       파바밧.

        

       오비랍토르와 거리를 꽤 벌릴 수 있었다.

        

       이것만 해도 꼬리 자르기의 역할을 다한 셈이었지만, 기특하게도 효과가 끝나지 않았다.

        

       꿈틀.

        

       내 잘린 꼬리는 아직 살아있다는 듯이 자기주장을 마구 해댔다.

        

       꿈틀꿈틀.

        

       저 멍청한 공룡의 두뇌로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내 꼬리는 놈에게 한 입 거리도 되지 않는다.

        

       당황하게 만드는 것도 그리 길진 않을 거다.

        

       놈이 정신을 차린다면 나를 금방 쫓을 수 있을 거다.

        

       내가 속도가 빨라졌긴 했어도 기본적인 보폭 차이가 어마어마하니까.

        

       내 열 걸음이 놈의 한 걸음도 되지 않으니까.

        

       그래도 활로는 남아 있다.

        

       오직 게코 도마뱀만이 갈 수 있는 길.

        

       파바밧!

        

       빠른 속도로 나무를 향해 올랐다.

        

       게코 도마뱀이 나무를 탈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아직 꼬리 자르기의 효과가 남아 있어 순식간에 오비랍토르가 날 찾지도 못할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갔다.

        

       오비랍토르는 이곳저곳을 수색하듯 돌아다니다 이내 포기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같이 작은 먹이를 찾는데 힘을 들이는 건, 효율이 나오지 않는 일이었다.

        

       꼬리 자르기, 조금 무시했었는데 너 생각보다 괜찮은 스킬이었구나.

        

       1회용이라서 아쉽긴 하지만 목숨을 한 번 살렸으니 본전은 본 셈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꼬리가 잘린 부분을 바라봤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잘린 꼬리가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했으니까.

        

       일회용 스킬이 아니었다고?

        

       꽤 좋은 소식이었다.

        

       아까 뜬 이 메시지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경고!  HP가 모자랍니다!]

        

       【그린 게코 LV.1】

       HP: 1/7

       MP: 2/3 

       

       꼬리 자르기를 시전 할 때 HP를 소모하진 않았다.

        

       내가 받은 데미지는 오롯이 놈에게 밟혔을 때 생긴 거다.

        

       내가 타이밍을 맞춰 밟히기 직전 꼬리를 잘랐으면 데미지를 입지 않았을 거다.

        

       야생의 도마뱀들도 공격당하기 전에 꼬리를 끊고 도망가지 않던가.

        

       나는 조금씩 자라나는 꼬리를 살짝 휘둘렀다.

        

       큰 무리 없이 움직여졌다.

        

       꼬리가 자라는 속도를 보면 앞으로 분 단위면 완전히 자랄 거 같았다.

        

       나는 나무 밑을 살짝 내려다봤다.

        

       아찔한 높이였다. 벽을 타고 내려간다면 큰 무리 없이 내려갈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자중해야 한다.

        

       오비랍토르가 있다는 건, 다른 공룡도 있다는 뜻이니까.

        

       물론 그런 공룡들이 나같이 작은 도마뱀에 관심을 가지진 않을 거 같지만, 그냥 밟히기만 해도 나는 죽고 만다. 무언가 방법을 찾기 전 까진 이 나무 위에서 생활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의 난 HP도 부족한 상태였다.

        

       나는 현재 있는 위치에 집중하기로 했다.

        

       큰 나무의 가지였다. 몸을 숨길 공간이 많이 있진 않지만 높이가 높이인지라 적어도 오비랍토르의 습격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나뭇잎도 적은 편은 아니라, 하나둘씩 모아 둥지 같은 걸 만들면 적당한 눈속임도 가능할 거다.

        

       계획이 조금씩 짜였다.

        

       왜 이런 곳에 온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살아남는 게 최우선 목표다.

        

       그래.

        

       이세계 도마뱀 생존 일지 시작이다.

        

       시작이 제일 중요할 거다.

        

       나는 가지 사이를 오가며 더 좋은 자리를 찾아다녔다.

        

       꽤 만족스러운 자리를 발견했다. 나뭇잎이 적당히 우거졌고 가지도 다른 곳보다 넓었다. 다른 곳이 18평 아파트라면, 이곳은 24평쯤 되는 기분이었다.

        

       덩치가 작으니 집이라도 넓어야지.

        

       그렇게 이곳에 정착하려는 순간, 나는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꼈다.

        

       곧바로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불꽃이 타올랐다. 아니, 불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강렬한 붉은 빛이 일렁거렸다.

        

       화려한 무늬를 가진 거미가 여덟 개의 붉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몸통의 길이는 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다리의 길이가 기형적으로 길었다. 그런 다리가 두 개도 아니고 여덟 개나 있었다. 입 부근에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들도 너무나 위협적으로 보였다.

        

       언뜻 보면 호랑거미라고 볼 수 있는 생김새였다.

        

       그러나 그런 평범한 거미와는 격이 달라 보였다.

        

       왜 내 아늑한 나뭇가지 하우스에 저런 괴물이 있는 거지.

        

       아니, 생긴 게 무섭긴 하지만 나는 오비랍토르도 극복한 몸이다.

        

       저런 거미 따위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거다.

        

       오비랍토르를 볼 때처럼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네필라 쥐라시카 LV13】

        

       거미가 공룡보다 레벨이 높다고?

        

       살려만 다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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