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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커버접기

       

       

       

       

       내게 있어 드라마는 제법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매일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셨고, 저녁 시간이 찾아오면 놀아줄 친구들도 하나씩 사라졌다.

         

       마땅한 형제자매도 없었기에 나는 홀로 외로움을 달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마 그쯤인 것 같다.

         

       티비 채널을 돌리며 우연히 인기 드라마를 접했던 게.

         

       처음 마주한 드라마는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재미와 감동, 때로는 교훈까지 녹아있는 마치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시트콤 드라마를 보며 웃음이 넘쳐나게 됐고,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연애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꼈고, 가족극을 보면서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의 따뜻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음,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드라마는 내게 있어서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나도 저런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꿈이 되어있었다.

         

       다행히 나름 글 쓰는 소질이 있었고, 피나는 노력 덕분에 제법 유명한 드라마 제작사의 막내 작가가 될 수 있었다.

         

       한껏 기대를 품고 막내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얄궃게도 막내 작가의 업무는 사실상 작가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그냥 다른 직업들의 막내와 마찬가지로 힘든 허드렛일을 주로 맡았다.

         

       그래도 그때는 선배들이 옆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과정을 보기만 해도 재밌었던 것 같다.

         

         

       “이거 진짜 네가 적은 거냐?”

         

         

       그렇게 3년 동안 열심히 구르고, 얼떨결에 기회가 찾아왔다.

         

       드라마기획제작부를 총괄하는 김진철 PD가 우연히 내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드라마 대본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그날 김진철 PD는 내 노트북을 들고 방송국 안을 온종일 뛰어다녔다. 이 스토리라면 못해도 대박이 난다며 국장님에게 영업하시면서까지 말이다.

         

       그분 덕분에 잠깐이지만 내 인생은 엄청 바빠졌다. 당연히 부정의 의미는 아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내 드라마가 만들어지는데 기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기쁨도 잠시 드라마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점점 알 수 없는 복통이 느껴졌다.

         

       뭔가 이상함을 느껴 다급히 대학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췌장암이란다.

         

       그것도 1기도 아니고 2기도 아닌 무려 4기.

         

       “……시벌.”

         

       순간 육성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20살 중반의 나이에 생존률 1.4 프로의 불치병에 걸렸단다. 솔직히 온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 아니겠어?’

         

         

       이 문구를 가슴에 새기면서 순간순간 기절할 것 같은 통증을 참아내고 어떻게든 드라마의 제작을 이어나갔다.

         

       음.

       

       물론 그 덕분에 몸이 버티지 못하고 1화 방영과 동시에 장렬히 전사해버리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죽기 직전에 꿈에 그리던 것을 이루어서 더 이상 삶에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는 점일까나.

         

         

       “……엥?”

         

         

       근데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다시 눈이 떠졌다.

         

         

       “시부레. 설마 사후세계인가?”

         

         

       하지만 사후세계에 방 천장이 있는 것도 조금 이상했다.

         

       심지어 내 방 천장도 아니고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천장.

         

       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근데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가만 생각해보니 목소리도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뭔가 평소보다 훨씬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나?

       

       뭔가 초딩 같은…….

         

       잠깐만.

         

       초딩이라고?

         

         

       “에이~ 설마.”

         

         

       다급히 방안을 둘러보니 방구석에 거울이 하나 놓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거울의 앞으로 다가서서 지금 내 모습을 확인했다.

         

       머리는 자주 관리하는지 단정한 소프트 투블럭이었고, 얼굴은 제법 여리여리하고 피부까지 고왔다.

         

       이 정도면 앞으로의 미래가 나름 밝아 보이는 소년의 얼굴.

         

       근데…….

         

         

       “누구세요?”

         

         

       아무리 봐도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건 조금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세계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 유행했던 「꽃같은 커플」이라는 드라마 속 세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드라마에 출연조차 하지 않은 엑스트라 중에 엑스트라.

       

       심지어 이제 갓 12살인 ‘서은우’라는 소년의 몸에 빙의 당한 것 같았다.

         

       드라마를 좋아하던 내가 드라마 속 세상에 떨어지다니…….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뭐, 어쩌겠어.”

         

         

       그래도 빙의를 했다고 자각한 순간부터 적응은 빨랐다. 이것도 평소 K-막장 드라마로 단련된 강인한 멘탈 덕분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자부했던 멘탈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발생했다.

       

       우연히 어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대사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암세포도 생명이에요. 생명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잖아요!

         

         

       ……?

         

       아무래도 드라마 속 세상의 드라마가 뭔가 이상한 것 같다.

         

         

         

       ***

         

         

         

       혹자는 말했다.

         

       드라마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라고.

         

       그렇다면 드라마 속의 세상은 과연 매시간이 감동과 재미가 넘치는 이상적인 세상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영문도 모른 채 떨어진 이 「꽃같은 커플」이라는 드라마 속 세상만 봐도 그렇다.

       엑스트라인 내게 이 드라마 속 세상은 전생과 크게 다름이 없는 평범한 곳이었으니.

         

       음, 그래도 돈은 그리 많지 않지만 따뜻한 가정 속에 떨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예 고아보다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게 훨씬 낫긴 하지.

         

       어쨌든 잡소리는 그만 각설하고 드라마 속 세상의 드라마에 관한 얘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이건 빙의를 자각한 지 3일 차가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날 저녁 잠깐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왔는데 어머니와 누나가 함께 보고 있던 TV 화면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TV에 방영되고 있던 것은 「따스한 공주님」이라는 제목이 적힌 드라마였다.

       드라마에 제법 빠삭한 나로서도 제법 생소한 제목.

       누나의 말로는 마지막 화라고는 하는데 조금 흥미가 생겨서 옆에 앉아 함께 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그’ 대사가 튀어나왔다.

         

         

       ─암세포도 생명이에요. 생명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잖아요!

         

         

       ……왓더퍽?

         

       듣는 내가 암세포가 다 생길 것 같은 주옥같은 명대사.

         

       이딴 게 클라이맥스에서 여주인공이 내뱉는 대사라고?

         

       더욱 어이없는 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주인공이 진짜 암으로 죽어버리고 드라마가 급완결이 나버린 것이었다.

         

       시벌, 저건 진짜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시나리오냐?

       전생에 췌장암으로 죽어버린 나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이상한 결말.

         

       아니 무슨 지상파 오후 10시에 방영하는 드라마가 이따구냐고!!!

         

       보통 저녁 8시에서 10시 사이를 황금시간대라고 불린다.

       이때 방영하는 드라마는 못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소리.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귀중한 시간대에 저딴 드라마를 넣는 건 조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속 세상의 사람들은 저런 드라마를 보고도 재밌어한다.

         

       예를 들면…….

         

         

       ─이번에 완결 난 「따스한 공주님」 재밌지 않음?

       ─ㅇㅈㅇㅈ. 오랜만에 여운이 남는 내용이었음.

       ─조금 감동적이긴 하더라.

         

         

       휴대폰으로 대충 드라마와 관련된 댓글 반응을 살펴보니 저 지경이었다.

         

       진짜 저걸 보고 여운이 남는다고?

       얘들이 K-드라마의 맛을 한 번 봐야 저런 말이 안 나올 텐데…….

         

       심지어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저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무려 10퍼센트란다. 그냥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선방하고 있었다.

         

         

       ‘진짜 미치겠네…….’

         

         

       나는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봤다.

         

       마치 영혼이 몸을 빠져나오는 것만 같이 공허한 기분.

         

       일단 적응이고 자시고 닥치는 대로 이 드라마 속 세상의 드라마와 관련된 것을 먼저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대부분 「따스한 공주님」과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전생에는 드라마 시청이 취미이자 행복이었는데 이대로는 취미도 잃고 행복도 잃을 판이다.

         

       그래도 12살의 나이로 뭐 어쩔 수가 있겠는가?

       

       그저 앞으로 나올 드라마에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원래 명작은 수많은 고난과 역광 속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니까.

       

       하하하.

         

       

       

         

       “시발!!! 여기 드라마 제작사 새끼들은 위기의식이란 것도 없나?”

         

         

       하지만 그로부터 무려 3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내 갈증을 채워줄 만한 드라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

         

         

         

       드라마의 발전이 없다는 것은 드라마를 사랑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우울증이란게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정도였으니까.

         

         

       “야, 서은우. 이거 어떻게 푸냐?”

         

         

       근데 친구라는 새끼는 이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태평하게 수학 문제집의 해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빡대가리냐? 중간고사가 내일인데 피타고라스 공식도 못 외우면 어떻게 할 건데?”

       “키야~ 이걸 이렇게 푸네. 역시 전교권에서 노는 놈은 머리가 남다르구만.”

         

         

       머리가 남다르다라…….

       

       저놈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나는 그냥 해답을 미리 보고 줄줄이 답을 외우는 느낌이었다.

         

       원래라면 ‘전생의 경험이 있는데 공부 정도야 껌이지!’가 자연스럽게 되어야 하는데 전생에 성인이 된 순간 중고등학교 과정은 뇌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나마 공부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기에 억지로라도 붙들고 있었다.

       

       

       어쨌든.

          

         

       “그래! 차라리 네가 문제를 풀고 책상을 한 번 두드리면 1번, 2번 두드리면 2번, 이런 식으로 나 좀 도와주면 안 되냐?”

       “오, 네 머릿속에서 나온 꼼수치곤 이번 건 나름 신박한데?”

       “그지?”

       “어. 그러니까 주둥아리 다물고 못 푸는 문제가 있으면 조삼모사로 찍어라.”

        “하하. 까비요.”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친구를 가볍게 무시하고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는 현재 어느 카페 안에서 내일 있을 중간고사를 대비해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하면 됐겠지만, 앞에 있는 친구 놈이 음료를 사는 대신에 시험공부를 조금만 도와달라고 해서 잠깐 어울려 주고 있었다.

       

         

       딸랑-

         

         

       그때였다.

         

       문뜩 누군가가 카페 안으로 들어온 것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앞에 앉아 있던 친구는 멍한 얼굴로 그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누구길래 저러는 거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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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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