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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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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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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폭발에 미친 연금술사가 수도를 불태우려 하는데…”

       ​

       그 친구는 시도때도 없이 물어보지도 않은 소설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처음에는 흘려 들었지만, 점차 소설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

       ‘한번 봐 볼까.’

       ​

       기사와 마법사들의 연대기.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듣던 제목이었기에, 바로 찾아 볼 수 있었다.

       ​

       “음…”

       ​

       몇화 읽어 봤지만,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인생 이었기에 이게 왜 재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마법이고 칼이고 총만 있으면 다 해결 되는 거 아닌가?’

       ​

       물론 소설의 설정상, 총기가 등장하는 것이 말이 안된 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중이 안되니 여러 잡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총기 덕후이기도 했고.

       ​

       결국 재미를 느끼지 못한 나는 댓글을 달았다.

       ​

       -7서클이고 소드마스터고 총과 포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 아님?

       ​

       댓글을 남긴 후 앱을 껐다.

       이따금 답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떴지만, 알림 내역으로도 보이는 살벌한 내용에 기겁하며 앱을 지웠다.

       

       “뭔 소설이야. 게임이나 하자.”

       

       컴퓨터 앞에 앉아 헤드셋을 쓰며 중얼거렸다.

       ​

       그렇게 잊고 살았을 텐데…

       ​

       “아.”

       ​

       평소와 같은 일과.

       업무를 마친 후 나무 그늘 아래서 쉬던 나는, 머리에 사과를 맞은 충격으로 전생이 기억 나 버렸다.

       …아무래도 나, 소설 속 세계에 환생 해 버린 것 같다.

       ​

       ***

       ​

       제국의 무기 연구개발 부서.

       주 업무는 무기의 개량과 신무기 개발이다.

       ​

       이름과 업무는 거창하다.

       하지만 하는 건 별거 없다.

       지금이 평화로운 시대인 것도 한 몫 하지만, 이 세계에서 중요한 건 신무기가 아니니까.

       ​

       한 명의 기사를 제압하려면 적어도 100이 넘는 병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마법사의 마법 한번이면 한 중대를 쉽게 전멸시킬 수 있다.

       홀로 2000명의 병사들을 막아낸 소드마스터급 기사나, 한 나라를 지도상에서 지운 9서클 마법사에 대한 기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즉, 전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것은 기사와 마법사이다.

       ​

       그렇기에 여러 국가들은 뛰어난 기사와 마법사들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에 반해, 무기에 대한 개량과 신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소홀한 상황이다.

       애초에 중세 냉병기를 개량한다고 해서 얼마나 발전 할 수 있겠는가.

       ​

       그렇기에 무기 연구개발 부서에서 할 일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무기들의 내구도 개량, 소재 개발 정도.

       이것도 우리 일 하고 있어요 식의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

       오전 9시에 출근 해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고 나면, 길어야 두시간이다.

       나머지는 동료들과 이야기 하거나, 여유시간을 즐기는 것이 무기 개발개발의 일반적인 일과다.

       그야말로 꿀의 직장이다.

       워라벨의 균형, 적당한 봉급과 업무.

       부서원들 중 누구 하나 모난 이 없으며, 여유로운 근무로 머리 부여잡을 일도 없다.

       게다가 사고만 안 치면 정년까지 짤릴 걱정 없는 공무원 아닌가.

       ​

       제국인들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하는 꿈의 부서이다.

       이는 학생들의 희망 진로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팩트이다.

       그런 부서에 내가 입사할 수 있었던 것은…

       ​

       ‘운이 좋았지 뭐.’

       ​

       무기 연구개발 부서를 아직도 어떻게 붙은 건지 모르겠다.

       능력은 몰라도 빽은 확실히 부족하다.

       남작가의 자식인 나에게 빽이 얼마나 있겠나.

       보통 국가직에 합격하면 꿀 부서는 빽있는 이들이 가고, 나같은 이들은 기피부서에 배치받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어찌된 영문인지 꿀 부서에 배정받게 되었다.

       ​

       “뭐 좋은게 좋은거지.”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부서 건물에 도착했다.

       ​

       “오늘도 열심히…”

       ​

       꿀 빨러 출근했다.

       먼저 자리로 가서 업무를 정리하고 있으니, 부서원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한다.

       ​

       “오, 브라운. 일찍 왔네? 안 피곤해?”

       “저는 괜찮습니다. 제임스 씨는 괜찮으세요?”

       “피곤해 죽겠다. 나이 좀 드니 숙취가 오래가네. 확실히 젊은게 좋아.”

       “좋은 아침.”

       ​

       선임과 말을 하던 도중, 팀장과 다른 이들도 도착하기 시작했다.

       ​

       “좋은 아침입니다.”

       “그래. 빨리 일하고 쉬자고.”

       ​

       평소처럼 일과가 시작됐다.

       ​

       ***

       ​

       업무를 마무리 하고 나니, 한시간 반 정도 지나 있었다.

       주변을 둘러 보니, 제임스 씨는 먼저 자리에서 잠들어 있었고, 다른 팀원들은 어디론가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

       ‘나도 쉬어야지.’

       ​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서 건물 뒷편으로 향했다.

       사람도 거의 안오고, 적당히 그늘지고 선선해 낮잠 때리기엔 이만한 장소가 없다.

       평소처럼 적당한 곳에 드러누워 졸던 차였다.

       ​

       “으앗!”

       ​

       머리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옆에서 뭔가가 굴러가는 것이 보인다.

       사과였다.

       ​

       “하…씨…”

       ​

       욱씬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던 도중, 이상한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소한 기억이었지만, 동시에 익숙한 기억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나는 멍하니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

       “미치기라도 했나?”

       ​

       여전히 통증이 느껴지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려 보지만, 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찜찜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며 부서로 돌아갔다.

       ​

       “브라운씨, 마침 잘 왔어요. 부서장이 전 부서원 호출하셨어요.”

       ​

       때마침 아르엔이 나를 보며 말한다.

       ​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몰라요. 긴급 회의라는데. 다른 팀원들은 먼저 갔어요. 얼른 가죠.”

       “아, 네.”

       ​

       회의도 분기마다 한 두번 할까 말까 한데, 갑자기 긴급회의라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선임을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부서원들이 대부분 모여있었다.

       힐끔 바라본 부서장의 얼굴은 심각해 보였다.

       ​

       ‘무슨 일 있나.’

       ​

       어떤 일이 있어도 온화한 표정을 풀지 않던 부서장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로 봐서는 큰 문제가 생긴 듯 했다.

       조용히 부서원들이 모여 있는 자리를 찾아 앉으며 부서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자리가 거의 채워지고 난 뒤, 부서장이 입을 열었다.

       ​

       “더 올 사람 있나?”

       “다 온 것 같습니다.”

       ​

       1팀장이 답했다.

       ​

       “그럼 회의 시작하지. 부서 정리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더군. 무기 개발연구 부서도 피해갈 순 없을 거야. 이유는 여러분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

       부서장은 잠시 회의실을 둘러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일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 한번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봐. 부서 폐지를 막을 만한 걸로 말이야.”

       ​

       ‘부서가 폐지된다고?’

       ​

       취업 했다고 기뻐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내가 딴 생각을 하는 사이, 다른 부서에서 하나 둘 아이디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

       “무구에 마법진을 새기는 것은 어떨까요?”

       “그건 몇개월 전에도 나왔던 기획이다. 이미 윗선에선 실현 불가라고 판단했고.”

       ​

       “무구에 마석을 박으면 마력이나 오러와…”

       “마석이 땅파면 나오나? 효율도 안 나와. 이미 몇년 전에 사장된 기획이다.”

       ​

       “무구의 품질 개량 연구를 더…”

       “품질을 여기서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다고? 무기 개량은 윗선에서도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

       이윽고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회의실 내부를 둘러보던 부서장이 말했다.

       ​

       “계속 여기서 일하고 싶다면, 한 달 내로 실현 가능한 걸로 준비해야 될 거야. 이만 회의 마치지.”

       ​

       부서장이 떠난 뒤, 다른 부서원들도 일어서서 각자의 자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와 씨…큰일이네. 부서 폐지되면 그대로 실업자 되는 거 아냐?”

       ​

       자리로 돌아가자, 제임스가 말했다.

       ​

       “저 짤리나요? 앞으로 어쩌죠 그럼?”

       ​

       아르엔이 제임스의 말을 듣고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

       “다른 부서로 가게 될 거야. 근데 여기만한 부서 없는데, 큰일이네.”

       ​

       팀장이 이어서 말했다.

       ​

       “내가 전에 있던 데가 재정부야. 거기는 정시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다른 동료들 말 들어보면 여기만큼 편한 곳 없어. 좋은 시절 다 갔지 뭐.”

       “한 달 내로 좋은 기획서를…”

       “실현 가능한 걸로 가져오래잖아. 한 달 내로. 여기서 뭘 더 바꾸라고. 차라리 연줄 최대한 알아봐서 좋은 데…”

       ​

       팀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 지 말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다른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떠올랐던 기억들과 지금 상황이 맞물리기 시작했다.

       ​

       ‘정말 소설 속 세계에 환생이라도 한 건가.’

       ​

       기억 속 지인이 나에게 하던 말과 지금 상황이 맞물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가 설명하던 소설 속에 환생이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또 하나.

       ​

       전생의 병기에 관한 기억들도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전생의 나는 무기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 기억을 활용한다면, 부서 폐지는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개발 기획서. 화승총.]

       ​

       우선은 당장 만들 수 있는 것부터.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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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Weapons Developer in Another World

I Became a Weapons Develop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무기개발자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wanted to prevent the abolition of the the Cushion Honey filled Department.

I made a weapon using memories from my past life.

I didn’t expect things to escalate lik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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