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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커버접기

        *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던 밤.

       ​

       커다란 마차 한 대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컴컴한 숲속을 도망치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

       잘 닦인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조차 없는 숲길을 달리던 마차는 당연하게도 작은 나뭇가지부터 거대한 바위들까지 사정없이 부딫혀 덜컹거렸고, 앙상한 네 개의 바퀴는 악랄하게 튀어나온 나무뿌리들을 타 넘으며 쉴 새 없이 휘청거렸다.

       ​

       마차가 숲길에서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마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

       단지 그에겐 다른 방법을 떠올릴 시간이 없었을 뿐이었다.

       ​

       마부는 장애물을 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떴으나, 비까지 오는 숲속의 밤은 그런 마부의 노력을 비웃듯 어둠으로 마부의 눈을 가려버렸다.

       ​

       마부가 의지할 유일한 빛이라고는 오직 자그마한 랜턴뿐이었다.

       ​

       하지만 마부석 옆에 매달린 채 정신없이 흔들리며 미약한 불빛을 사방에 계속 흩뿌리는 랜턴의 불빛은 바로 앞도 제대로 비춰주지 못했다.

       ​

       심지어 마차를 이끄는 말들의 뒷발굽조차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

       너무나 좁은 시야 밖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나무 등의 장애물들 떄문에 겁에 질린 말들은 주춤거렸지만, 마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세게 채찍을 휘둘렀다.

       ​

       얼굴을 두드리는 빗물을 닦아낼 여유조차 없는 마부는 초조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불안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야속하게도 방향을 알려줄 별 역시 비구름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

       ​

       ​

       “큭,”

       ​

       “꺄악!”

       ​

       ​

       ​

       여기저기 부딫히고 찍혀 엉망이 된 마차의 겉모습만큼, 마차의 안쪽도 엉망진창이기는 마찬가지였다.

       ​

       온갖 물건들이 쏟아지고 뒤엉킨 채 마구 흔들리는 마차의 안에서 나는 내 품에 안긴 채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여동생 라일라의 손을 꼭 붙잡아 주고 있었다.

       ​

       나는 파르르 떠는 라일라의 머리를 품속에 꽉 끌어안았다.

       ​

       이제 고작 열 살배기 밖에 되지 않은 그녀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

       라일라는 나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울먹거렸다.

       ​

       ​

       ​

       “오빠, 살려줘.”

       ​

       “라일라, 눈 꼭 감고 있어. 곧 숲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

       ​

       ​

       덜컹

       ​

       ​

       ​

       “…흑,”

       ​

       “…나만 믿어, 알겠지? 내가 지켜줄 테니까”

       ​

       “너무… 무서워…”

       ​

       ​

       ​

       마차가 쉴 새 없이 덜컹거릴 때마다 우리의 몸도 크게 들썩거렸다.

       ​

       나는 충격에 울먹거리는 여동생을 끌어안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우리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그저 도망밖에 칠 수 없어서, 겁먹은 여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안아주는 것밖에 없어서, 스스로가 너무나 무력하고 또 한심했다.

       ​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여동생의 눈을 팔로 가려주며 나는 품속의 꼬마 숙녀를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

       ​

       그때였다.

       ​

       ​

       쿵!

       ​

       ​

       ​

       “꺄악!”

       ​

       ​

       ​

       마차가 몹시 크게 덜컹거렸다.

       ​

       목재로 만들어진 마차의 몸체가 불길하게 끼익 거렸다.

       ​

       ​

       ​

       “으, 오… 오쁘아…”

       ​

       ​

       ​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졸도할 것 같은 여동생의 목소리.

       ​

       하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한참이나 어린 여동생에게 차마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나 역시 눈앞까지 다가온 죽음에 대한 공포가 목젖까지 차올라 몸이 바짝 굳어버렸기 때문이었다.

       ​

       덜컹! 

       ​

       ​

       안 그래도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마차가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며 요동칠 때마다 라일라는 그 조그마한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을 쏟아냈다.

       ​

       하지만 나는 라일라의 비명 사이를 비집고 들려오는 마차의 신음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

       끼익, 끼익,

       ​

       ​

       튼튼하고 거친 짐마차도 조심하며 다니는 이런 험악한 지형을 귀족의 마차가 내달리는 것은 분명 미친 짓이었다.

       ​

       너무나 급해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

       나와 라일라를 죽이기 위한 자객이 쫒아오고 있었으니까.

       ​

       하지만 이 질주의 끝은 오직 파멸뿐이라는 예감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점차 소름이 되어 피부로 삐져나왔다.

       ​

       심지어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굵어져만 갔다. 

       ​

       거센 바람마저 휘몰아치는 것을 보니 폭풍이 다가오기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

       세상을 전부 뒤덮어버린 빗소리 아래에서 힘겹게 덜컹거리던 마차는 자신의 끝을 선언하듯 앓는 소리를 흘렸다.

       ​

       ​

       빡, 빠직!

       ​

       ​

       그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들린 순간 마부도 나도, 그리고 저 어린 라일라마저 자신의 끝을 짐작했다.

       ​

       마부는 질끈 눈을 감았고, 라일라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한심한 제 오빠의 가슴팍을 눈물과 침으로 적셨다.

       ​

       나는 어떻게든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그녀의 머리를 최대한 내 품속으로 품으려 애썼다.

       ​

       ​

       우지끈!

       ​

       ​

       주먹만 한 돌부리를 밟은 마차의 앞바퀴는 마침내 부러져 무너지고 말았다.

       ​

       갑작스럽게 제동이 걸린 마차는 그 반동으로 크게 튀어 올랐다.

       ​

       그리고, 이내 곧 천천히 옆으로 기울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

       말들은 버둥거리며 버텨보았지만, 가속도가 붙어 더욱 육중해진 마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딸려 들어가 비탈 아래로 떨어졌다. 

       ​

       말들의 당혹스러운 울음소리가 섞인 뜨거운 숨결이 빗속으로 흩어졌다.

       ​

       비명, 울음, 무언가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

       ​

       그 중의 무엇도 우리를 도와줄 수는 없었다.

       ​

       ​

       ​

       “으아아악!”

       ​

       “꺄아악! 애쉬 오빠!”

       ​

       ​

       ​

       당연하게도, 그리고 잔혹하게도,

       ​

       이런 숲속에 울타리 같은 것은 없었다.

       ​

       마차는 산비탈을 굴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

       ​

       ​

       ​

       ​

       ​

       ​

       *

       툭,

       ​

       툭,

       ​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을 두드리는 감촉에 나는 천천히 의식을 되찾아갔다.

       ​

       그러나 어째서인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

       아니, 눈뿐만이 아니라 마치 가위에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나는 고작 눈꺼풀조차 자신의 의지로 들어 올릴 수 없는 상태였다. 

       ​

       그 당황스러움 덕분에 점차 의식이 선명해지자 아랫배가 뭉근하게 달궈지는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이내 그 열기는 온몸으로 퍼져가며 점점 거세졌다.

       ​

       온몸이 불에 데인듯 뜨겁다.

       ​

       ​

       ​

       “욱,”

       ​

       ​

       ​

       아니, 열기가 아니었다.

       ​

       불에 달군 쇠몽둥이에 온몸을 얻어맞는 것 같은 두터운 통증이었다.

       ​

       한참이나 바닥에서 그 고통에 시달리던 나는 촘촘하게 쏟아지던 빗방울이 굳게 닫힌 눈두덩이를 때리고 나서야 폐를 짓누르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짜내며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

       ​

       ​

       “커윽,”

       ​

       ​

       ​

       앓는 소리를 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

       나는 내 얼굴이 진흙에 처박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

       온몸의 뼈가 모조리 부러진 걸까. 아니면 모든 근육이 동시에 찢겨나가기라도 한 걸까.

       ​

       인간의 말로는 차마 다 설명하기 힘든, 심지어 점점 더 심해져 가는 고통에 나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겨우 얼굴을 옆으로 돌려 간신히 얼굴을 진흙 속에서 뺴내었다.

       ​

       ​

       ​

       “켁! 푸흐,”

       ​

       ​

       ​

       연신 기침을 해대며 코와 입을 덮고 있던 진흙을 뱉어냈지만 피 섞인 진흙들은 그저 내 입가 근처에 힘없이 떨어질 뿐이었다.

       ​

       나는 자꾸만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희뿌연 시야를 억지로 끌어올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

       어떻게 깨지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부석에 매달려있던 낡은 기름 램프가 옆으로 쓰러진 채 남은 기름을 태우며 미약한 빛을 흩뿌리고 있었던 덕분에 나는 겨우겨우 주변의 사물을 파악할 수 있었다.

       ​

       박살이 난 마차의 잔해 주위에 널브러진 말들의 사체는 비를 맞아 빠르게 식어 온기가 사라져 있었다.

       ​

       말들의 사체가 식어있는 것을 보면 꽤나 오랜 시간 기절해 있었나 싶지만, 진흙에 입과 코가 막혀있던 걸 보면 또 너무 오래 기절해 있던 건 아닐 터였다.

       ​

       숨이 그렇게 오랫동안 막혔다면 이미 죽었을 테니 말이다.

       ​

       하긴 이제 와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

       내가 지금 걱정해야 문제는 그 외에도 산더미처럼 많이 있었다.

       ​

       ​

       자꾸만 시야가 어둠 아래로 가라앉고, 온몸을 두드리던 통증도 점점 둔하게 느껴졌다.

       ​

       부드러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 같다.

       ​

       무겁고 거대한 추가 허리에 매달려 몸통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 같기도 했다.

       ​

       이대로 눈을 감는다면, 이대로 저 무게에 몸을 맡겨 땅바닥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다면, 나는 분명히 죽겠지.

       ​

       퍼붓는 빗줄기에 자꾸만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지켜내기 위해 나는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었다.

       ​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

       여동생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때까지…

       ​

       …여동생.

       ​

       라일라!

       ​

       ​

       몸을 일으키려 해 보았지만, 손가락 끝만이 간신히 움찔거릴 뿐,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

       이럴 때 통증이 둔해졌다는 건 차라리 좋은 일이다.

       ​

       ​

       ​

       ​

       “라… 라일라.”

       ​

       ​

       ​

       죽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

       마차가 구르던 순간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가 튕겨 나갔던 그 소름이 끼치는 감촉과 기억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

       그리고, 그녀의 비명도 함께 머리를 스쳤다.

       ​

       ​

       ​

       “크, 크으윽!”

       ​

       ​

       ​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고는 힘없이 떨어진다.

       ​

       나는 되려 그것을 이용해 팔을 들어 올린 후, 떨어트려 그대로 땅을 짚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팔에 조금씩 몸의 무게를 실어보았다.

       ​

       ​

       ​

       “칵, 아악.”

       ​

       ​

       ​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이 팔의 중심, 아마도 뼛속을 내달렸다.

       ​

       나는 마른 호흡을 삼키며 얕은 비명을 질렀다.

       ​

       상체를 1센티미터도 들어 올리지 못했는데, 양팔은 부들거리며 당장이라도 툭 하고 부러질 것 처럼 삐걱거렸다.

       ​

       아무래도 사고의 충격에 팔은 이미 부러진 모양이었다.

       ​

       나는 어떻게든 숨을 들이켜며 몸을 뒤틀었다.

       ​

       기합을 넣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이를 악물지는 않았다.

       ​

       그럴 힘이 있다면 그조차 모조리 끌어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 우선일 테니까.

       ​

       ​

       나는 거칠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자기 상체를 굴렸다.

       ​

       살짝 뜬 지면 아래 진흙이 유난히 더 묽고 검다.

       ​

       아무래도 피를 많이 흘린 모양이었다.

       ​

       애처롭게 부들거리던 가냘픈 양팔은 결국 균형을 잃고 진흙 위에서 미끄러졌다.

       ​

       내 몸은 그대로 옆구리부터 떨어지고는 한쪽으로 툭 엎어졌다.

       ​

       간신히 몸을 반바퀴 굴린 것이다.

       ​

       ​

       ​

       “후… 후우…”

       ​

       ​

       ​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

       팔과 마찬가지로 복근에도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몸을 일으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엎드린 상태에서 팔의 힘만으로 몸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지였다.

       ​

       팔굽혀펴기보단 윗몸일으키기가 더 쉽지 않은가.

       ​

       ​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점점 정신이 또렷해진다.

       ​

       그와 동시에 고통 역시 점점 커져만 갔다.

       ​

       나는 이제서야 이빨을 꽉 깨물었다.

       ​

       ​

       ​

       ​

       ​

       ​

       ​

       ​

       ​

       ​

       *

       고작 몸을 일으키는 데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을 쓴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

       나의 체감상으로는 적어도 몇시간 정도는 우습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

       하지만 빌어먹을 비는 여전히 퍼붓고 하늘 역시 여전히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하다.

       ​

       ​

       나는 마차의 프레임이었던 기다란 나무막대 하나에 몸을 지탱해 서 있었다.

       ​

       막대의 끝은 Y자로 구부러져 있었기에 끝에 램프를 걸어두었다.

       ​

       물이 들어갔는지 거의 꺼져가는 불빛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

       나는 비틀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

       라일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

       ​

       “라일라… 라일, 크악,”

       ​

       ​

       ​

       조금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기에 나는 큰 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

       조금이라도 소리의 크기를 높이려 들면 그대로 비릿한 피 맛이 배인 기침을 비명과 함께 뱉어내곤 했다.

       ​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라일라가 만약 깨어 있다면 분명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오빠의 목소리가 들릴 터였다.

       ​

       적어도 비명은 들릴 것이다.

       ​

       ​

       그녀는 대체 어디까지 튕겨 나간 것일까.

       ​

       많이 다쳤을까.

       ​

       고작 열 살인 그 아이가 이 끔찍한 사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

       어쩌면 이미 라일라는…

       ​

       ​

       나의 시야가 아찔하게 흔들렸다.

       ​

       아, 안돼, 라일라.

       ​

       설마. 설마…

       ​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신의 한계를 맞이한 나의 다리가 미친 듯이 후들거렸다.

       ​

       일어난 것부터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으나, 이제는 그 기적마저 한계였다.. 

       ​

       ​

       나는 고개를 떨어트리고, 어깨를 기울여 커다란 나무에 머리부터 박으며 몸을 기댔다.

       ​

       지금 이대로 주저앉으면, 나는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

       죽는다.

       ​

       살기 위해서 도망쳤건만, 여기서 이렇게 죽는다.

       ​

       ​

       사실 알고 있었다.

       ​

       내 미련함은 나를 이렇게 고통받아가며 일어서게 했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게 무엇인가.

       ​

       라일라는 이미…

       ​

       아아, 라일라. 

       ​

       마지막 남은 내 유일한 가족.

       ​

       너만큼은 꼭 지켜주고 싶었는데, 

       ​

       미안해. 

       ​

       ​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신의 인생이 무척이나 허무했다.

       ​

       온몸을 빼곡하게 채운 통증 사이사이의 작은 빈틈마다 무력감과 허탈함이 빈틈없이 들이차고 있었다.

       ​

       램프를 걸어둔 막대가 손끝을 서서히 벗어났다.

       ​

       ​

       쩅그랑.

       ​

       ​

       이번에야말로 램프는 확실하게 깨져 산산이 흩어졌다.

       ​

       그와 동시에 온 세상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휩싸였다.

       ​

       라일라도 이 어둠 속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까.

       ​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 어둠이 자신의 고통마저 먹어 치워 주는 것 같다, 

       ​

       통증이 의식의 저편으로 흩어져 갔다.

       ​

       어째선지 이 어둠이 포근하게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

       ​

       라일라. 오빠가 만나러 갈게.

       ​

       나는 지면을 향해 쓰러지려 했다.

       ​

       ​

       그 순간, 

       ​

       램프가 깨지고, 쓰러지려 했던 그 짧은 잠깐의 시간 사이.

       ​

       잠시 들어 올린 나의 시야 끝에 무엇인가가 닿았다.

       ​

       지금까지는 램프의 불빛이 너무나 가까워 미처 보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

       ​

       ​

       “… 집…?”

       ​

       ​

       ​

       저 멀리 분명하게 불빛이 보였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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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나를 살려준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Score 4.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aving lost all my family, I fled. As I was running away, she saved me when I was on the brink of death due to an accident. The moment our eyes met, I knew I couldn’t lea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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