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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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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그작―

       와그작―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입안에 감도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시리얼의 맛.

         

       역시 시리얼은 깻잎 민초맛이지 하면서도 지금 내가 이런 것에 기뻐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씨발.’

         

       나는 신경질적으로 숟가락을 놀리다 깊게 한숨을 쉬었다.

         

       시선을 들어 주변을 바라본다.

         

       좁아터진 방안.

       가구는커녕, 제대로 된 옷가지도 별로 없는 삭막한 풍경.

       창문 너머 비춰 들어오는 태양만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번에는 천장 쪽으로 돌렸다.

         

       익숙하다. 하지만 낯설다.

       익숙한 이유는 이틀 동안 쳐다보았기에 눈에 익은 것이었고, 낯선 이유 또한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 이제 받아들여야지.”

         

       총 48시간.

       이정도 현실 부정을 했으면 슬슬 이해해야 할 듯싶었다.

         

       내가 《고니스 아카이브 라이프》.

       대충 줄여서 ‘고아인ㅅㅐ’ 이 아니라 ‘고스라’라고 불리는 세상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휴…게임 이름 좀 잘 짓지.’

         

       아니지. 오히려 어그로가 끌려서 사람들이 모여든 것도 있으니 게임사 입장에서는 좋았으려나.

         

       그건 그렇고……

         

       “……다시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10번, 100번, 1000번 생각하여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곳에 떨어질 만한 죄악을 저지르지 않았단 말이다.

         

       내가 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경위를 설명하려면 빙의되기 하루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하루 전.

       그날도 평범했다.

         

       컴퓨터의 본체를 키고, 헤드셋을 켠 다음 대충 어그로용 ‘천박’한 방제를 짓고 방송을 켜는 그런 날.

         

       인터넷 방송인.

       줄여서 스트리머라고 불리던 나는 원래 하던 본업을 그만두고, 이쪽으로 전향한 이후로 하루하루 방송으로 먹고살았다.

         

       나의 경우 종합 게임이 아닌 흔히 ‘서브컬쳐’라고 불리는 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고니스 아카이브 라이프》가 메인이자 핵심이었다.

         

       ‘인기도 많고 재미도 있으니까.’

         

       ‘고스라’는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흔히 분재게임(盆栽 Game)이라 불리는 장르였다.

         

       짧은 플레이 타임과 쉽게 끝나는 일일 퀘스트.

         

       귀염뽀짝하고 매력 있는 여성 캐릭터.

         

       즉 미소녀들을 버무려 만들어진 작품이다.

         

       사실상 이 미소녀들이 핵심인 게임으로 가챠로 이들을 뽑고.

         

       재화를 투자하며 그에 따라 성장하는 모습과 일상, 각자의 사연 깊은 과거를 개인 스토리를 통해 극복하는 눈부신 모습을 담는 게 주력이다.

         

       이러한 장르의 게임은 여러 가지 있지만 ‘고스라’의 경우 라이트 유저와 헤비 유저를 철저하게 챙겨주는 특징이 있어 큰 인기를 얻었다.

         

       장비와 게임 내에서 드랍 또는 구매로 얻는 [스킬과 특성 룬].

         

       이것들을 활용해 같은 미소녀여도 전혀 다른 결과물을 도출하는 등.

         

       사실상 본인의 입맛대로 조합하며 강해지는 성장 재미도 있었다.

         

       여기에 한가지 <스킬트리>에 집중되지 않게 주기적으로 패치까지 해주니 과연 ‘갓겜’이 아닐 수가 없었다.

         

       “괜히~6년이나 모바일 인기 순위 1등을 차지하는 게 아니죠.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아, 형씨. 그딴 거 아무도 안 궁금하니까. 닥치고 게임이나 해.〕

       〔응 그래 봤자 매출 순위 20등이야~매출 순위 20등이야~〕

       〔저기, 대리 가챠 언제 해요? 님 종합대리가챠 스트리머잖음.〕

       〔흠, 그 정돈가?〕

         

       역시 내 방 시청자답게 죽어도 스트리머의 말 따위 인정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나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기 위함일 터.

         

       “괜히, 제가 스테이지 클리어 영상으로 100만 조회수를 뽑아낸 게 아니라고요?”

         

       〔흠, 그 정돈가?〕

       〔흠, 그 정돈가?〕

       〔흠, 그 정돈가?〕

         

       “자, 그럼, 일단 몸풀이로 95-99스테이지. <점심은 지옥에서 먹는다> 한판 먼저 깰게요.”

         

       〔으악 썩은물.〕

       〔님 석유죠? 냄새나요.〕

       〔이런 사람이 가끔 전 뉴비에염~이 지랄 할 때면 ㄹㅇ 좆 패고 싶다니까?〕

         

       시청자들이 뭐라 떠들건 말건 나는 망설임 없이 편성창을 오픈.

         

       늠름하게 서 있는 미소녀 중 하나를 골라 당당히 <리더> 자리에 앉혀놓았다.

         

       목까지 오는 흑색 단발과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한 쌍의 고양이귀를 가진 작은 체구의 소녀였다.

         

       【지도관님! 오늘도,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마우스로 잡아 올리자 공중에 끌어올려 진 상태로 척-! 하고 경례를 서는 모습이 여간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내 눈에는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영 아닌 모양이다.

         

       〔구웨에에엑!〕

       〔으아앗! 태생 1★ 똥캐다!〕

       〔므냥 경보, 므냥 경보. 아, 아아아악!〕

       〔장충동 왕족발~므냥~~~~〕

         

       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이름 마하나.

         

       통칭, ‘므냥이’라고 불리는 이 캐릭터는 가챠 돌릴 때마다 수십 명씩 나오는 흔히 말하는 함정, 지뢰캐였으니까.

         

       뭐, 괜찮다.

       이런 반응이 한두 번도 아닌 데다 이럴 때 해결법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나는 별다른 멘트 없이 [마하나]를 필두로 한 파티를 구성.

         

       어렵다고 소문난 스테이지를 향해 당당히 첫발을 내디뎠다.

         

       약 10분 뒤.

         

       결과는 모든 등급에서 최고 점수로 판명받는 3☆으로 그 결과를 증명하였다.

         

       〔와……진짜 므냥이로 이걸 깨네.〕

       〔왜 제 므냥이는 저렇지 않죠? 제 므냥이는 버그인 듯 ㅎㅎ;;〕

       〔선생님. 그건 무려 3,000시간을 공들인 이 주인장 새끼가 이상한 거지. 선생님의 므냥이가 이상한 게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3,000시간 공들여도 이 새끼만큼 할 자신이 없음. 아니 오토, 에드원도 금지되는 이 게임에서 1초 단위로 스킬 체크, 적의 동선 루트 확인. 절묘하게 패시브랑 가호 터트려서 저 무지막지한 화력을 막는다고? 그것도 회피가 아니라 메인탱으로?〕

       〔새삼 이리 보니 이딴 노력 들일 필요 없이 모든 공격을 태산처럼 막아내는 태생 5★ [우라카]님이 대단하네.〕

       〔이걸 기습숭배 ㄷㄷ〕

         

       “여튼, 손 풀이는 이정도로…바로 대리가챠 시간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기저기서 환호(?)하는 시청자들을 내버려 두고 재바르게 메일로 온 계정을 확인.

       바로 《고니스 아카이브 라이프》에 접속했다.

         

       그러자 게임 로비 맨 처음 화면.

         

       흩날리는 금발과 푸른 눈동자가 매력적인 미소녀가 배너 화면에서 반겨주었다.

         

       손에 든 검을 이리저리 흔들며 플레이어.

         

       통칭, ‘지도관’들을 유혹하는 검무가 눈을 어지럽힌다.

         

       이 게임의 몇 없는 ‘한정 캐릭’ 【성화(聖化) 니디아】였다.

         

       “어디 보자…200번 안에 나오면 멈추시고, 나오지 않으면 천장까지…알겠습니다. 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워낙 비틱이라 금방 나옵니다.”

         

       〔이 새끼 또 지랄이네.〕

       〔아 개소리 ㄴ〕

       〔응ㅋㅋㅋ 정실 므냥이만 10장임 ㅅㄱ 억 ㅋㅋㅋ〕

         

       두고 봐라.

       나의 운이 얼마나 개쩌는지 보여줄 테니.

         

       나는 망설임 없이 10연차를 돌렸다.

         

       그러자 아직도 떡밥만 무수한 이름 모를 백발의 미소녀가 흰색의 봉투를 들어 바닥을 향해 내팽개쳤다.

         

       촤르륵―! 거리며 튀어나오는 문서들.

         

       하나하나 전부 영롱한 ‘분홍빛’ 이었다.

         

       “이런 씨발.”

         

       〔억ㅋㅋㅋ 2★도 읍죠?〕

       〔ㅋㅋㅋ 그럼 그렇지.〕

         

       아니야.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게임은 흔히 뒤통수 치는 연출.

         

       즉 반전연출이라는 게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뻔뻔하게 나와야 하는 법.

         

       나는 목울대에 힘을 주며 악을 쓰듯 소리쳤다.

         

       “저는 10차만에 먹었네요. 이거 좋은 건가요?”

         

       그러나 외침에도 무색하게 하나하나 분홍색 문서들만 올라왔다.

         

       그리고 그 안에 가득 담겨 있는 흑색의 귀여운 소녀.

         

       통칭, 므냥이가 그 고운 얼굴을 다시금 보였다.

         

       문제는……한 5번 연속으로…어, 음…좀 많이 말이다.

         

       〔ㅋㅋㅋ 역시 처음 돌리는 사람은 제물이지.〕

       〔꺼억~소화 잘 되고요~〕

         

       에라이.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건가.

       혀를 차며 스킵하기 위해 마우스를 올리던 때였다.

         

       지이잉―!

         

       갑작스러운 빛무리와 함께 분홍색 봉투가 푸른색으로 변하며 영롱한 무지갯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

       〔ㅈㄹㄴ ㅈㄹㄴ ㅈㄹㄴ!〕

       〔아 개 짓거리 ㄴㄴ〕

       〔응 중복이야. 응 니디아 아니야. 응 아무튼 아니야.〕

         

       갑작스러운 재앙(?)에 당황하는 시청자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바람과는 무색하게 나오는 것은 첫 획득 시 등장하는 컷신이었다.

         

       【성화의 몸을 담아 이제부터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니디아 라고 합니다.】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대사까지!

         

       “캬, 이궈궈던~!”

         

       채팅창에서 ‘주작주작’, ‘나락나락’거리는 글귀가 올라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도 한 명의 가난한 ‘지도관’을 살렸다는 사실에 뿌듯할 뿐이었다.

         

       빠바밤―!

         

       그리고 그런 착한 마음씨가 보답 받았던 걸까.

         

       【‘나 대신 빙의해줘’님이 100,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첫 계정 지도관입니다. 슨생님 감사합니다. 여기 소소한 감사비 넣어뒀습니다. 아~~~《고니스 아카이브 라이프》!!! 사랑해요! 내 몸, 영혼 다 가져가~~~】

         

       달달한 보상까지 받게 되었다.

         

       “아이고! 10만원~~~후원 감사합니다~아 근데 영혼 바치겠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그러다 진짜 끌려가면 어쩌려고요~”

         

       *

       *

       *

         

       당연하지만…농담으로 꺼낸 말이다.

         

       누가 이걸 진지하게 내뱉겠는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날 이곳에 처박은 놈은 그리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저 날 방송을 종료하고 오랜만에 꿀잠을 자고 나니 이곳이더라고 젠장…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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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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