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

       

    커버접기

       무당이 될 팔자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귀문관살이라든가.

       

       

       또는 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

       

       

       영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타고났다고 할 수 있었다.

       

       

       무당이 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는 팔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길을 걸으면 유난히 이런 질문들이 많이 쏟아 지고는 한다.

       

       

       바로 지금처럼.

       

       

       “도를 믿으십니까?”

       

       

       “꺼져.”

       

       

       희미한 눈썹에 축 처진 입꼬리.

       누렇게 빛나는 눈동자는 딱 보기에도 사기꾼의 관상이었다.

       

       

       이런 질문들이 괜히 쏟아지는 게 아니다.

       

       

       다 무속의 세계와 인연이 크게 닿아 있어 맞물리는 것들이었다.

       

       

       “하….좆 같은 팔자….”

       

       

       이놈의 몸뚱어리는 이런 일들을 줄줄이 메달고 다녔다.

       

       

       23년을 살아온 감각이 예리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저 길모퉁이를 돌아가는 순간 또 질문이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길을 돌아서는 순간 아줌마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기운이 굉장히 맑으신데…”

       

       

       “알아.”

       

       

       내 기운이 안 맑으면 누가 맑아?

       

       

       “덕도 굉장히 많이 쌓으….”

       

       

       “안다고.”

       

       

       덕?

       

       

       살면서 귀신들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 이미 넘칠만큼 쌓았다.

       

       

       외로워 죽은 귀신들이 대부분 그랬다.

       

       

       이야기를 들어 주고 놀아주는 것만으로 한을 풀고 성불을 하곤 했으니….

       

       

       “어르신들께서 청년을 엄청 좋….”

       

       

       “안다니까?”

       

       

       그래도 방금 왔었던 도를 아십니까와는 다르게 이 아줌마는 제법 보는 눈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봤자 반푼이도 못되겠지만.

       

       

       슬쩍 훑어봐도 그랬다.

       

       

       어떻게 아냐고?

       

       

       “아줌마.”

       

       

       “예?”

       

       

       “그거 잡귀야.”

       

       

       “…..예?”

       

       

       아줌마의 어깨에 들러붙은 귀신만 봐도 딱 보였다.

       

       

       신령스러운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원한 덩어리.

       

       

       생전에 사람을 등쳐 먹고도 모자라 죽어서도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는 원귀.

       

       

       “쯧….”

       

       

       경고를 해준다고 알아먹을리가 없었다.

       

       

       열에 아홉은 똑같이 반응한다.

       

       

       바로 이렇게.

       

       

       “이…이….썩어 문드러질 놈이 어디…!”

       

       

       모시는 신이 잡귀라는데 화가 안날 무속인이 있겠는가?

       

       

       그리고 나에게 화를 냈던 반푼이들은 똑같은 결말을 맞이한다.

       

       

       신령들의 분노를 받아 살을 맞거나, 온갖 횡액이 휘몰아 친다.

       

       

       잡귀 따위가 함부로 나에게 부정한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다.

       

       

       어깨에 앉은 잡귀가 다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걸 보니 곧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아줌마, 차 조심해.”

       

       

       “허, 어디서 제자 흉내를…”

       

       

       기가 차다는 듯이 나에게 코웃음을 치고는 길을 돌아나가려는 아줌마.

       

       

       나는 곧바로 손을 뻗어 아줌마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윽…! 뭐 하는 짓…!”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줌마가 돌아나가려던 길목에서 오토바이가 튀어나왔다.

       

       

       우우우웅 –

       

       

       “어어…?어…?”

       

       

       하마터면 오토바이와 사고가 났을 거라는 걸 깨달은 아줌마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조심하라 했지?”

       

       

       “어어…어…”

       

       

       여전히 얼이 빠져서 나를 보는 아줌마.

       

       

       나는 손을 뻗어서 아줌마의 어깨를 툭툭 털어줬다.

       

       

       나름대로 횡액을 털어 준 것이다.

       

       

       “아줌마는 어정쩡해.”

       

       

       반대쪽 어깨도 한번.

       

       

       툭툭.

       

       

       “마음을 곱게 가지고 사람을 좀 도와. 그래야 신령님이 찾아오시지.”

       

       

       나에게 화를 내던 사람에게 무슨 조언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무속인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을 바로잡아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아마 이 아줌마를 가만히 두면 방금 떠나간 잡귀가 다시 들러붙을 것이다.

       

       

       그러면 또 순진한 사람을 속여 돈을 뜯어내기를 반복하고 악업을 쌓아 가겠지.

       

       

       “이득 볼 생각 하지 말고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살란 말이야.”

       

       

       “…예…?”

       

       

       “쯧…가 봐.”

       

       

       “…..예…예…”

       

       

       그래도 반쯤은 발을 걸쳤다는 건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본 것도 같았다.

       

       

       기에 눌려 고분 고분 해지는 걸 보면.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멀어지는 아줌마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이대로 쭉 걸어가면 횡재가 있을 것 같았다.

       

       

       이게 그냥 들어오는 운이 아니다.

       

       

       방금 아줌마를 도우며 덕을 한번.

       

       

       아줌마에 휘말려 사고가 날뻔한 오토바이 운전수를 도우며 덕을 한번.

       

       

       나름 크게 상처 입을 두 사람을 도왔으니 이런 상이 있는 것이다.

       

       

       “무슨 재수 이려나.”

       

       

       걷다 보니 큰 도로에 나가기 직전.

       

       

       바람이 불어 왔다.

       

       

       휘이잉.

       

       

       바람을 타고 낙엽들이 바닥을 구르며 소리를 냈다.

       

       

       스으으으-

       

       

       “….어?”

       

       

       낙엽사이에 보이는 누런색깔의 종이.

       

       

       “설마….?”

       

       

       누가 볼새라 빠르게 주워 올린 그 종이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50000이라는 아주 어여쁜 숫자가.

       

       

       멀리서 부터 바닥을 구른듯 오만원은 물에도 살짝 젖어 있었고, 흙도 많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오만원인데.

       

       

       “역시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이렇게 돈도 굴러오….”

       

       

       돈을 주웠다는 행복도 잠시 나는 입맛을 쩝쩝 다시고 말았다.

       

       

       바로 앞에 있는 붕어빵집 옆에 웬 노인이 한분 서 계셨기 때문이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채로.

       

       

       “쩝….”

       

       

       서울 한복판에 한복을 입은 영감?

       

       

       그렇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아저씨 한분과 어린 여자아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빠! 나 붕어빵!”

       

       

       “부…붕어빵?”

       

       

       아빠라고 불린 아저씨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남감했던 표정은 씁쓸해졌고, 눈에는 슬픔이 들어차는 게 보였다.

       

       

       “은서야…붕어빵은 몸에 안 좋으니까 다음에 먹자.”

       

       

       “왜?”

       

       

       아마도 돈이 없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은 아마 저 아이의 할아버지일 것이다.

       

       

       나는 고개를 내려서 손에 쥔 지폐를 바라보았다.

       

       

       더러워진 지폐를 보아하니 어떤 사정인지 알 것도 같았다.

       

       

       저 노인분께서 손녀에게 붕어빵을 먹이려고 멀리서 부터 굴려온 지폐일 것이다.

       

       

       “허…참….내 돈이 아니었네.”

       

       

       망설일게 뭐가 있겠는가.

       

       

       나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아저씨를 불렀다.

       

       

       “저기요, 아저씨.”

       

       

       스윽.

       

       

       그리고 손에 지폐를 쥔 채로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줍는 시늉했다.

       

       

       “예?”

       

       

       “돈 떨어트리셨어요.”

       

       

       딱 봐도 자기것이 아니라며 거절할 사람이었기에 후다닥 지폐를 손에 쥐어 주고는 마저 발걸음을 옮겼다.

       

       

       말을 걸 틈도 주지 않고.

       

       

       두 부녀와 멀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 맞다.”

       

       

       제법 떨어진 거리에 보이는 부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착한 할아버지시네.”

       

       

       그러자 화답을 하듯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해주시는 노인.

       

       

       아마 저 집은 곧 화목해 질 것이다.

       

       

       “조상님들이 참 착한 집안이야.”

       

       

       착한일을 했더니 마음이 따듯해져 왔다.

       

       

       발걸음 마저 가벼워지는 이때.

       

       

       “잠깐만….그럼 재수 좋은 일은?”

       

       

       스윽 느끼기로도 운기가 사라져 버렸다.

       

       

       “에라이….이놈의 팔자….다 퍼주네.”

       

       

       아직 정식으로 무당도 되기 전인데 이러니….

       

       

       고생길이 눈에 선했다.

       

       

       

       

       ***

       

       

       

       

       “문디야!! 도착했다! 일어나라!!”

       

       

       “오…오분만…”

       

       

       금세 손바닥이 내 허벅지로 떨어졌다.

       

       

       짜악-

       

       

       “어헉…! 쓰읍….”

       

       

       허벅지를 문지르는 나를 보고 있는 저분은 내 스승님이다.

       

       

       이쪽 말로 신 어머니 라고 할 수 있는 사람.

       

       

       무업을 전수 해 주시는 분.

       

       

       유명한 만신이자 그 권위에 도전할 사람이 없다는 용한 무당.

       

       

       “아…때리지 말라니까요…!!!”

       

       

       “내림굿 하러 오면서 쳐 자빠져 자는 새끼가 어데있노?”

       

       

       “아…알겠다고요…”

       

       

       내림굿.

       

       

       신을 맞이하여 정식으로 무속인이 되기 위한 신성한 행사이다.

       

       

       오늘이 딱 내가 정식으로 무당이 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짐이나 챙기라.”

       

       

       “예…예…”

       

       

       차 문을 여니 나무들이 보였다.

       

       

       “멀리도 왔네.”

       

       

       이곳은 계룡산이다.

       

       

       기운이 맑고 정순하기로 유명한 곳.

       

       

       여러 무속인과 도를 닦는 사람들이 모이는 산.

       

       

       영험하기로 유명한 이 산에서 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하….씨발…”

       

       

       평범한 삶을 살아본 적은 없지만, 막상 진짜 떠나보낸다 생각하니 욕부터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응징이 가해졌다.

       

       

       내 뒤통수에.

       

       

       빠악-!

       

       

       “매를 벌어라 매를!”

       

       

       “아 좀, 그만 때려요! 서러워 죽겠네 진짜…”

       

       

       착한 일도 많이 했는데 왜 자꾸 쳐 맞는단 말인가?

       

       

       덕이고 나발이고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어찌 됐든 스승님을 따라가며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굿판이 나왔다.

       

       

       “시작을 해 보자꾸나.”

       

       

       굿은 한 사람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북을 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장구나 징을 칠 사람도 있어야 한다.

       

       

       아마 그 인원구성이 이렇게 화려한 굿은 없을 것이다.

       

       

       각지에서 용하다는 무당을 엄선해서 불러왔기 때문이다.

       

       

       스승님 하나는 기가 맥히게 둔 것이다.

       

       

       전화 한 통에 이런 무당들을 소집할 수 있다니.

       

       

       지이이잉-

       

       

       징소리를 시작으로 굿이 시작되었다.

       

       

       시끄러운 북소리와 장구소리가 울려 퍼지고, 잡귀를 쫓는 스승님의 소리가 들렸다.

       

       

       “훠어이! 물렀거라!! 훠어이!”

       

       

       굿판의 중심에 서 있는 나.

       

       

       기묘한 기분이었다.

       

       

       흥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짜릿함?

       

       

       아마도 이게 신이 난다라는 기분일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머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굿이 시작되자마자 선명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딸랑 –

       

       

       딸랑 – 

       

       

       이상한 일이었다.

       

       

       어디에도 방울은 없었고, 그 방울을 흔드는 사람조차 없었는데.

       

       

       딸랑 –

       

       

       방울 소리는 선명하고 명확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아무것도 없는 내 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응?”

       

       

       보통은 이 방울 소리를 따라가며 앞으로 쓸 진짜 방울을 찾아야 한다.

       

       

       이곳 어딘가에 숨겨진.

       

       

       하지만 지금 느껴지기로는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분명히 빈손일 텐데 손에 무언가 잡힌 듯한 느낌이 선명했다.

       

       

       실제로 내 양손은 이미 무언가를 잡은듯 웅크러져 있었다.

       

       

       “….!!!”

       

       

       그걸 깨달은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신이 났다.

       

       

       손을.

       

       

       아니 방울을 흔들고 싶었다.

       

       

       내 양손이 하늘로 올라가며 방울을 흔드는 순간.

       

       

       화창했던 하늘에서 시퍼런 벼락이 떨어졌다.

       

       

       나를 향해.

       

       

       번쩍-!

       

       

       콰르르르르릉 —-

       

       

       그리고 순식간에 눈앞이 컴컴해졌다.

       

       

       방울 소리와 함께.

       

       

       딸랑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훠어이~~~~~

    선작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e check love fortune, career fortune, financial fortune, compatibility, physiognomy, and points of inte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