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

       

    커버접기

       별이 움직이고 있었다.

         

       진성은 거울처럼 변한 우유니 소금 평원의 중앙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거울처럼 맑게 변해 하늘의 별을 담고 있었고, 앉은 자리는 주술로 인해 맑게 변한 물이 하늘의 별을 그대로 담아 땅에 우주를 내려앉게 했다.

         

       “오오, 별. 위대한 별무리의 운행이여….”

         

       진성은 움직이는 별에 감탄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만 끔찍했던 것은, 그 목소리가 갈기갈기 찢기고 무저갱에서 짓눌려 버린 듯한 음성이었다는 것.

       오랜 병마와 끊임없는 전투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해버린 성대와 폐가 만들어낸 안타까움이었다.

         

       진성은 중얼거리기 무섭게 쥐어짜는 듯한 폐의 고통과 타오르는 듯한 성대의 느낌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마지막까지 이러는구나.’

         

       펜타닐을 치사량에 가깝게 섭취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다른 마약성 진통제를 온몸에 주사했음에도 느껴지는 무시할 수 없는 고통.

       용병으로 활동하면서 온갖 상처도 입어보고, 적에게 잡혀서 고문도 당해보았음에도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었다.

         

       ‘육신, 나약한 육신이여…….’

         

       끔찍하게도 신경을 끄집어내서 사포로 문지르고, 뜨겁게 달군 인두로 뇌를 지지는데 기절조차 못 하는 고통이다.

       더 끔찍한 사실은, 이 고통이 그의 수명을 대폭 갉아먹었다는 사실이다.

         

       고통이라는 것은 오직 정신만으로 초월할 수 있지만, 그 정신조차 갉아먹는 마물이다.

       고통은 무의식중에 그의 육신을 조작해 이를 악물게 했고, 악문 이는 단단했던 치아를 조각나게 했고, 제대로 자리에 붙어있던 턱관절을 비틀리게 한다.

       잠자리에 누워도 갑자기 터져나가는 고통은 정신이 잠든 시간에 온 신경을 노출하고 몸의 모든 기능을 활성화해 육신을 제 뜻으로 가누지 못하게 했으니, 이러한 발작은 그에게 편안한 잠조차 주지 못하는 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뇌는 과도한 고통에 미쳐버렸고, 인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오감조차도 들쑥날쑥하게 만들어버리곤 했다. 소금물을 먹어도 아무 맛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아무것도 없음에도 코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났으며, 가만히 걷다가도 다리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가 하면 배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기도 했다.

       

       눈을 깜빡이지 않아도 세상이 까맣게 변하는 블랙아웃, 그리고 다시 엄습해오는 고통이 뇌를 다시 각성시켜 기절이라는 휴식조차 취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육신의 고통은 육신에 깃든 영혼마저 미치게 했고, 비틀리고 상처받게 된 영혼은 다시 그 여파를 육신에 전달한다. 그렇게 육신과 영혼은 서로가 서로에게 고통을 주며 끊임없이 상처 입혔고, 그 끝은 너덜너덜해진 영혼과 시체나 다름없는 육신.

         

       죽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시너지였다.

         

       정, 기, 신.

       셋 모두가 서로에게 강하게 영향을 주는 주술의 특성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다.

         

       ‘육체 강화, 육체 강화만 미리 해두었더라면….’

         

       애초에 포기하지만 않았더라면, 하다못해 노력이라도 했다면….

         

       진성은 내심 아쉬운 듯 고목처럼 쩍쩍 갈라진 자신의 몸을 쳐다보았다. 오랜 가뭄에 갈라져 버린 논처럼 그의 몸은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금이 간 곳의 혈관과 근육은 말라 비틀어져서 피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가장 심각한 곳은 갈라진 부분의 끝에 하얀 뼈까지 보일 지경이었으니,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숨을 쉰들 무엇할까.

       진성은 죽어가고 있었고, 그 수명은 이제는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

       

       하늘을 쳐다보면 그의 탄생과 함께했던 별이 흉흉하게 빛나며 그의 죽음을 선고했고, 거울처럼 빛나는 바닥을 내려다보면 저승의 기운이 그를 새까맣게 휘감고 있었다. 손바닥은 아예 생명과 미래를 뜻하는 모든 손금이 지워져 있었고, 육신에 얌전히 잠들어 있어야 할 영혼이 미쳐 날뛰면서 몸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상황.

         

       진성은 곧 죽는다.

       운명은 절대로 피할 수 없었다.

         

       저승에는 명부가 없고, 저승사자는 인간을 데리러 오지 않는다.

       종교를 믿지 않는 그에게 천사는 없었고, 주술을 익힌 그에겐 악마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주술을 익힌 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주유하던 그는, 온전히 자신의 업으로 말미암아 끝을 맞이하게 되리라.

         

       그리하여 영혼은 세상으로 돌아가고, 육신은 소금 평원에서 절여질 것이며, 정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죽음이요 그가 맞이할 필연이었다.

         

       “아쉽, 구나. 아쉬워….”

         

       진성은 앞으로 다가올 죽음에 초연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를 붙잡는 강한 미련이 있다면, 그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온 세상의 주술을 익히고 주술로서 초월하겠다는 어렸을 적부터 가져왔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릴 적 우연히 주술을 접하고 오로지 주술만을 위해 살아왔지만, 얄궂게도 주술 때문에 수명을 깎아 먹고 죽어가게 될 운명이라니.

         

       진성은 자신의 운명의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다만 피할 수 없으니, 내 스스로 과정을 선택할, 것이다.”

         

       진성은 자신이 주술을 위한 인생을 살아왔으니 그 끝도 주술로 장식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그는 주술 중에서도 가장 끔찍하고 이질적인 주술, ‘인신공양’으로 자신을 마무리하려 했다.

         

       ‘무엇에게 사람을 바치고, 무엇에게 육신을 내미는가.’

         

       다만 그것이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서 하는 인신공양인지는 알 수 없었다.

       용병 생활을 하던 도중 낡아빠진 유적에서 얻게 된 주술이었기 때문에.

       

       유적은 반쯤 허물어져 있었고, 벽화는 풍화되어 최신 과학기술을 동원해도 제대로 복원이 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인신공양 주술을 하는 방법과 짤막한 기록 몇 줄 뿐.

       거친 동굴의 표면에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 만들어진 그림과 알 수 없는 고대의 상형문자로 기록된 주술은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있을지, 어떤 효과를 낼지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그저 기억만 해두고 실행할 엄두도 내지 않았으나….

         

       ‘마지막이라면 괜찮겠지.’

         

       어차피 진성은 곧 죽을 목숨이다.

       그 어떠한 대가가 온다 한들 죽음보다 무거우랴?

       

       그뿐만 아니라 주술을 수준급으로 익힌 덕분에 초월종들의 세례는 먹히지도 않는 몸이 되었으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끔찍한 꼴을 보는 것은 반드시 면할 수 있을 터.

       그렇다면 가지고 있는 미지를 목숨으로 해소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진성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장작에 기름을 먹일 때도, 장작과 짚단으로 제단을 쌓을 때도,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인신공양 주술의 끝에서 자신의 몸을 산채로 불사르고 주문을 외워야 하는 미래가 다가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모든 것을 망설임 없이 행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주술은 모든 것이었고,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흐….”

         

       찢어질 듯한 고통을 억누르며 그는 천천히 자신이 만들어 놓은 제단을 향해 걸어갔다.

       제단은 짚과 기름을 먹인 장작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제단의 중앙에는 물처럼 맑은 기름이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에 찰랑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스르륵.

         

       그는 몸에 걸치고 있던 한 겹의 옷을 집어 던지고 알몸으로 기름 속에 몸을 집어넣고 편안하게 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랜, 드 얼라이먼트….”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는 별들의 운행.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일직선 상에 놓이는, 행성 직렬의 모습이다.

         

       “오오, 별이여….”

         

       행성이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그랜드 크로스.

       행성이 일직선 상에 놓이는 그랜드 얼라이먼트.

         

       점성술에서 이르기를, 한 번 일어나면 반드시 커다란 사건이 일어난다고 하는 배열이었다.

         

       진성은 별이 정확히 일직선 상에 놓이자 소리 질렀다.

         

       “유적에서 발견한 잊힌 주술로 나의 최후를 장식하노니, 별들이여! 나의 죽음을 받아주오….”

         

       화르륵.

         

       그리고 시간에 맞춰 제단이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마치 불이 문양이라도 그리는 듯 제단 곳곳에 그림을 그리며 위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사악한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것처럼도 보였고, 우주 어딘가에 있는 성운이 가스로 된 몸을 이곳저곳에 휘날리는 모습처럼도 보였으며, 터져나가는 별이 내지르는 마지막 비명처럼도 보였다.

         

       이윽고 불꽃은 수많은 형상과 상징을 그러모으며 진성에게 다다랐고, 기름으로 이루어진 작은 연못 위에 푸르른 불꽃을 태우며 진성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불꽃은 작게 진성의 몸으로 번져나갔다. 처음에는 몸에 나 있는 털을, 그다음에는 피부를, 그다음에는 근육을….

       처음에는 푸른 불꽃으로 시작했던 것은 새빨간, 너무나도 새빨개 그 안을 찾아볼 수 없는 거센 불꽃이 되어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그 모습이란 사람을 재료로 거대한 촛불을 피운 것과 같아 끔찍함과 경건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진성은 그 거센 불꽃 속에서 온갖 약물들로도 억누르지 못했던 고통을 느끼며 히죽 웃었다.

         

       “ॐ–”

         

       t, tT, Ttt, T-

       Yha’sy thalap, Byyyyyyyyyyy——-

         

       “ॐ——–”

         

       불꽃은 그의 폐로 들어가 넝마나 다름없던 폐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었다.

       식도는 불길에 타올라 통로의 기능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고, 장기는 익어가며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목에서는 끊임없이 음성이 나왔다.

       

       저음이라고 한다면 너무나도 높고, 고음이라고 한다면 바닥에 깔리는 음성.

       동굴 깊숙한 곳에서 끊이지 않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듯한 소리.

         

       진성은 이미 숨을 쉴 수 없는 몸이었음에도 들숨이 없이 끊임없이 날숨이 흘러나왔고, 혀가 없음에도 입안에서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소리는 차이를 보이면서도 일정하게 울려 퍼졌다.

         

       Ypag-sothepppppppppppt——–

       Yi-t, t, ttttttttT…

         

       소리가 퍼졌다.

       불타오르는 촛불, 새까맣게 변해버린 숯덩이, 인간이라기엔 물건에 가까워진 시체.

       결코, 말할 수 없음에도 정신만은 살아 죽어버린 신체를 움직인다.

       미쳐버린 영혼은 이미 육신을 벗어나 세상에 흩어져버리고, 육신은 불꽃에 타오르며 무너져내리지만, 정신만은 살아 형상을 이루고.

         

       “ॐ———–”

         

       그리고 이윽고 불길이 바람이 없음에도 움직여 형상을 이루고, 더 타오를 장작이 없음에도 길쭉한 줄기를 만들어 그 형상이 꽃처럼 변해 하늘을 장식했을 때.

         

       찌—————–잉!

         

       세상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제단이 잿가루로 변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제단의 중심부에는 있어야 할 존재가 없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으니.

         

       행성이 제자리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그렇게 진성은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그게 지구에서 널리고 널렸던 한 주술사의 마지막.

       전장을 떠돌고, 기생충이라고 욕을 먹어가면서도 끝없이 초월을 갈구했던 한 비루했던 주술사의 하잘것없는 끝.

         

       단지 그것뿐이다.

         

       죽음이란 이렇게 허무한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