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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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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악한 악녀를 수도원으로 추방해라.]

       

         

       주륵.

       붉은색 물감이 벽면을 타고 흐른다.

         

         

       “씨발.”

         

         

       오늘도 평민의 분노가 담긴 저택의 담벼락.

         

         

       올해로 23살이 된 리카르도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낙서를 걸레로 문대며 한숨을 뱉었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을까.’

         

         

       청소부가 할 법할 일을 내가 왜 하는 거지. 비루해진 인생을 한탄할 무렵, 골목을 순찰하는 경비대원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경비대장님 여기가 그 올리비아가 사는 집입니까?”

       “그렇지.”

       “와…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는데, 진짜였나 봅니다. 명색에 귀족인데 담벼락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습니다.”

         

         

       터벅터벅.

       나긋한 경비대장의 목소리가 담벼락을 타고 들려왔다.

         

       

       “여기 순찰은 생략하고 그냥 지나가지.”

       “그래도 순찰은 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악녀의 집이지 않나?”

         

       

       나는 고개를 돌려 두 남자의 뒷모습을 기억했다.

         

         

       [홀름 Lv.20]

       [직업 : 마을 경비대장]

       [호감도 : -20]

       [좋아하는 대화 주제 : 정의구현]

         

         

       [가람바 Lv.15]

       [직업 : 마을 경비대]

       [호감도 : 0]

       [좋아하는 대화 주제 : 여자]

         

         

       ‘내 세금이 어디로 도망가나 했는데, 저기였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저택의 관리가 개판이다.

       귀신이 나올 것 같다는 등.

       한낱 경비원이 공작가의 딸을 무시하는 꼴이 말이다.

       

       

       “세금 루팡들.”

         

         

       모시는 주인을 무시한 것도 화나긴 했지만, 더 화가 나는 건 그들이 우리 저택의 담벼락이 이 지경이 될 동안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게 화가 났다.

         

         

       그들이 내 주인을 욕한 것은.

       

       

       맞는 소리니까.

         

         

       ***

         

         

       데스문트 올리비아.

       

         

       그녀는 내가 빙의한 소설 [아카데미에서 최강자들이 나를 좋아해.]에 등장하는 악녀였다.

         

         

       여주인공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부러워하고.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남주인공을 좋아하다가 이루어지지 않자 여주인공에게 화풀이하는 흔하디흔한 악녀.

         

         

       그 악녀가 바로 이 저택의 주인인 데스문트 올리비아였다.

         

         

       올리비아는 뛰어났다.

         

         

       여주인공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녀는 사교계의 꽃이라 불렸고, 뛰어난 마법의 재능과 든든한 가문의 뒷배가 그녀를 최고의 신부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빈민가의 고아에 빙의한 나를 구해줄 정도로 여린 성정을 가지고 있었지.

         

         

       그녀의 집사.

       즉 과거의 나는 13년 전 올리비아에게 한 번의 목숨을 빚졌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빙의하고 1주일이 됐을 무렵. 어느 꼬마를 혼내주려다가 되려 두들겨 맞아 죽을 뻔한 걸 그녀가 도와줬었다.

       불쌍하다며 저택에서 일도 시켜줬지.

         

         

       원작 초반에 참교육 당하고 퇴장하는 악녀기에 반드시 피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얽혀버린 나는, 그녀에게 은혜를 갚기로 결정했다.

         

         

       나는 그녀가 소설처럼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아가씨 살 뺍시다.

       -리카르도는 닥쳐!

       -조용히 하시고 운동합시다.

         

         

       원작에서 놀림 받는 것들을 하나씩 고쳐갔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아가씨. 손찌검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

       -아니! 저년이 나한테 골빈년이라고 하잖아!

       -흐음. 그래도 안 됩니다.

       -왜에!

       -이럴 땐 아랫사람인 저를 시키셔야죠. 제가 조지고 오겠습니다.

         

         

       원작에서 그녀의 위협이 되는 세력을 돈으로 매수하고, 원한을 살 일은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해서 원한을 나에게 돌렸다.

         

         

       13년 동안 말이다.

         

         

       나는 성인이 될 때 동안 최선을 다해 그녀를 보필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원작과 같이 그녀가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미래를 막을 수 있었다고 자신했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 말이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가게 된 아카데미.

       

       

       올리비아는 어느 평민 남자를 아카데미에서 만나게 되었다.

       

       

       훌륭한 외모에 소설 후반 용사가 될 ‘미하일’

         

         

       그는 원작에서 올리비아를 죽게 만드는 서브 남주인공이었다.

         

         

       올리비아는 미하일을 일방적으로 짝사랑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반할 만했다.

         

         

       글로만 잘생겼다고 읽었지, 실제로 그렇게 잘났을지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뛰어난 성품과 훌륭한 외모.

       모난 곳 없이 완벽한 남자.

         

         

       남자인 내가 봐도 ‘와’할 정도의 미남인데 여자가 볼 땐 어땠을까. 환장했겠지. 미하일은 그 정도로 편파적인 남자였다.

         

         

       아무튼, 올리비아는 미하일을 좋아했다.

         

         

       본인 말로는 호수에 빠진 자신을 구해줘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녀가 미하일 때문에 죽을 결말을 아는 사람으로선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나는 올리비아를 뜯어말렸다.

       

         

       -있지, 리카르도? 나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같아.

       -저 말입니까?

       -닥쳐.

       -흐음. 잘 생겼습니까?

       -어! 진짜 엄청 잘생기고 착하다니까.

       -저도 잘생겼습니다만?

       -우웩…

         

         

       미하일을 스토킹하는 올리비아를 잡아다 가 혼을 내보고.

         

         

       -그건 범죄입니다. 아가씨.

       -그래도 미하일의 하루가 궁금한 걸 어떡해.

       -아무리 궁금해도 남의 집에 영상 마도구를 설치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보통 다들 그렇지 않나…?

       -전 아가씨의 뇌 속 상태가 더 궁금합니다.

       

         

       미하일이 연무장에서 검술을 연습하고 있는 시간에 따라가서 호감도 하락을 위해 열심히 소리쳤다.

         

         

       -리카르도! 미하일이 벌써 3명째 쓰러뜨렸어.

       -우─────! 나였으면 너 정도는 단칼에 이긴다.

       -너어..!

       -제가 한 검술 좀 합니다. 내려가서 제가 보여드리죠. 저 기생오라비 놈의 콧대를 납작하게 누르고 오겠습니다.

         

         

       저러고 나서 미하일한테 개처럼 맞았지.

         

         

       내가 방해할수록 아가씨가 미하일을 좋아하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

         

         

       역경을 당할수록 멋있다나 뭐라나. 그럼 내가 본인 때문에, 개고생하는 역경은 몰라주는 거냐.

         

         

       아무튼, 올리비아는 1학기가 끝날 무렵 미하일에게 고백했다. 다른 여자에게 뺏기기 싫다면서 냅다 고백을 갈겨버렸다.

       

         

       -미하일 좋아해.

       -죄송합니다. 공녀님.

       

         

       차가운 거절과 펑펑 우는 올리비아.

       원작과 똑같이 흘러갔다.

         

         

       ‘씨발.’

         

         

       미하일은 여주인공을 좋아했다. 그래서 올리비아를 거절했고.

         

       

       ‘고자 같은 놈. 올리비아만큼 가슴 큰 여자도 없는데. 로리콘이냐.’

       

         

       그놈은 누가 고백해도 받지 않았다.

       

       

       3 황녀가 고백해도.

       마탑주의 딸이 고백해도.

       올리비아가 고백해도.

         

         

       오로지 대답은 ‘죄송합니다’ 였다.

       

         

       이때부터 올리비아의 미래는 원작처럼 흘러갔다.

       

         

       말릴 수 없을 만큼 광기로 가득 찼고, 어떡해서든 미하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기행을 벌였다.

         

       

       천문학적인 돈을 줘봤고.

       

         

       -평민의 고혈을 모아서 만든 그런 더러운 돈 싫습니다.

       -뭐…?

         

       

       그놈의 약점을 가지고 협박을 해보고.

         

       

       -나랑 안 사귀면 니가 좋아한다는 그년. 아카데미에 발도 못 딛게 할 거야.

       -제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겁니다. 추잡하게 그러지 마시죠.

       

       

       협박이 통하지 않자, 무릎을 꿇고 빌기까지 했다.

       

       

       -제발. 나랑 한 달이라도 만나줘. 내가 정말 잘할게.

       -싫습니다.

       

         

       결국, 원작과 같이 올리비아는 여주인공을 괴롭혔다.

       

       

       -저딴 평민 계집이랑 놀지 마.

       

       

       원작처럼 여주인공이 참석한 파티는 무조건 참석해서 최악의 추억을 만들어줬다.

         

       

       -리카르도. 저 천박한 년 보이지?

       -아니요, 안 보입니다.

       -닥치고. 똑바로 봐.

       -…

       -저년 파티 끝날 때까지 옷장에 가둬놔.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죽이는 것보단 낫잖아?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도 여주인공은 주인공답게 역경을 이겨냈다.

         

         

       역시 여주인공.

       황태자가 그녀를 도왔고.

       마탑주의 제자가 그녀를 도왔다.

         

         

       세상 모두가 여주인공의 편이었다.

       

         

       그렇게 1학기가 끝나자.

       올리비아는 완벽하게 무너졌다.

       

       

       금지옥엽 올리비아를 아끼던 공작님은 올리비아를 갱생시키기 포기했고, 올리비아를 끔찍하게 아끼던 오라비도 올리비아를 가문의 쓰레기 취급을 했다.

       

       

       1학기가 지나고 올리비아 곁에 남아있는 건 나뿐이었다.

       

         

       그래도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올리비아가 원작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처음 빙의했을 때는 내 밥그릇만 챙기면 될 거라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13년을 동고동락했던 올리비아가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컸다.

         

         

       돈과 명예는 잃었지만, 이대로 변방에 쫓겨나 평화롭게 삶을 보낸다면 원작에 비하면 호상이 아닐까. 싶었으니.

         

         

       하지만 인생은 내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가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닥쳐. 미하일은 내 거야. 내 거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 줄 거야.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네? 이런다고 달라질 게 없단 걸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닥쳐. 빈민가에서 죽어가는 거지 따위가 뭘 안다고 지껄여. 나랑 오래 지냈다고 뭐라도 된 것 같아? 그냥 넌 되다만 집사야… 입 닥치고 있어.

       

       

       그녀는 제국이 금지한 흑마법을 사용했다.

       

       

       황족도 흑마법을 사용하면 벌을 받게 되는 제국에서 고작 공작가의 딸이 흑마법을 사용하는 건 용납이 안 되는 일.

       

         

       가문에서 쫓겨날 것은 분명했고.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잃을 게 분명했다.

       

       

       좋아하는 드레스.

       보석.

       떠받들어주는 영애들.

       

       

       그나마 남아있는 모든 걸 잃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사랑에 미친 올리비아는 미하일의 마음을 세뇌하기 위해 흑마법을 사용했고.

       

         

       -꺄아악─! 흐아아악!

       -아가씨!

       -리카르도 나 다리가! 다리가! 다리가!

         

       

       결과는 당연하게도 실패였다.

       

       

       의사가 그러더라.

       

         

       -흑마법의 부작용으로 마법 회로가 전부 타버렸습니다.

         

       -그거랑 다리랑 뭔 상관입니까. 왜 아가씨의 다리가 안 움직이는 거냐고요.

         

       -회로가 타들어 가면서 하반신과 연결된 신경도 타들어 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씀해주세요.

         

       -앞으로 본인의 힘으로 걸으시는 건 불가능─.

         

       -뭐라고? 너 다시 한번 말해봐.

       

       

       이다음부터 올리비아의 인생은 끝이었다.

       

       

       파문을 당했고.

       버려졌다.

       

       

       거대한 저택 하나만 남긴 채.

       

       

       올리비아는 더는 사교계의 꽃도 아니고 스스로 걸을 수도 없었다.

         

         

       ***

         

         

       하루 종일 벽만 문대다 보니, 어느새 담벼락에 가득했던 추잡한 글씨들은 희미하게 지워진 지 오래였다.

         

         

       주인이 망하다 보니, 딱히 할 일도 없었고. 하는 일이라곤 침대에 누워계신 아가씨를 보필하는 일 그것 말고 할 일도 없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 짓고 아가씨 저녁을 먹여주면 오늘 내가 할 일은 끝─이면 좋겠지만 흑마법으로 인해 내려진 벌금을 생각하면 두 눈이 질끈 감긴다.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가씨 병세를 낫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고.

       가문의 지원이 끊긴 지금, 생활비도 내가 벌어야 했다.

       

       

       몸이 한 개라도 부족한 현실에 마음 한편이 씁쓸하지만, 아가씨가 원작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안 한 것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더러워진 걸레를 양동이에 넣었다.

       구정물에 더러워진 양동이 물.

       뭔가를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오늘 저녁은 뭘 할까.

       

       

       “아가씨가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할까…”

         

         

       하늘은 더럽게 맑다.

         

         

       이럴수록 물감은 더 빠르게 마르는 법. 나는 재빨리 양동이에 물을 받아 걸레를 빨았다.

         

         

       그때였다.

         

         

       -쿠다당 탕!

         

         

       아가씨 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부족한 초보 작가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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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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