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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테티스의 비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모습이 변한 공룡들…. 아니, 이젠 블루 드래곤이라 부르는 것이 어울리겠지.

       

       아무튼, 블루드래곤들은 무척이나 신기하게도.

       

       

       “비늘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변화하면서 지성이란게 생긴 모양이었다.

       

       

       “어, 어머니?”

       

       “비늘을 내려주신 분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테티스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뭐, 테티스나 다른 아이들이 나를 어머니라 부르는걸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겠지.

       

       

       “하지만….”

       

       

       테티스는 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뭘까? 그 시선에 담긴 의미는.

       

       

       “나를 어머니라 부른다는건…. 어머니께는 할머니라 불러야 한다는게…?”

       

       “고작 그런걸 신경쓰고 있었던거니?”

       

       “하지만! 어머니는 아름다우신걸요! 어머니께서 해주신 이야기 속에 할머니는 늙어서 주름지고 그 아름다움이 빛바랜 느낌인데. 지금의 어머니는 비늘도 반짝반짝하고 아름다우신데!”

       

       “뭐니 그게.”

       

       

       애초에 드래곤에게 아름다우니 뭐니 하는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름다움의 기준도 애매모호하건만.

       

       

       “나는 상관치 않는단다. 네가 좋을대로 부르도록 하렴.”

       

       “네! 어머니!”

       

       

       저 블루드래곤들이 나를 할머니라 부르든 말든, 아무렴 어떠랴.

       

       아이들에게 비늘을 받아 변화한 것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 새로운 지성체가 탄생했다는 것이 중요할테니.

       

       

       “비늘을 내려준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된 모양이니, 나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마.”

       

       

       문제가 생겼을때를 대비해 따라온 것이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더 이상 내가 있을 필요가 없겠지.

       

       

       “아, 하지만 이 아이들의 이름은….”

       

       “네가 지어줘야 하지 않겠니? 네가 어머니인데.”

       

       

       내 말에 테티스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아이들이니 제가 이름을 지어줘야겠죠. 어머니께서 저희들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처럼.”

       

       

       나는 그저 테티스에게 미소를 지어줄 뿐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그리고 테티스가 비늘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른 아이들은.

       

       

       “공룡에게 비늘을 나눠주면 우리와 닮게 변한다고? 그렇다면 나눠줄래!”

       

       “응. 나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비늘 나눠주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나눠주는건 상관 없다만, 나눠줄 대상은 잘 고려하고 골라야 한단다.”

       

       “네? 막 나눠주면 안되나요?”

       

       

       이프리트…. 아무런 생각이 없는거니…?

       

       

       “비늘을 나누어 준다는 것은 네 힘을 다른 공룡들에게 나누어주어 너의 자식으로 삼는다는 의미란다. 그 의미는 잘 알겠지?”

       

       “하지만 어머니도 저희에게 비늘을 나누어 주셨잖아요?”

       

       “그렇게 너희들을 자식으로 삼았잖느냐.”

       

       

       덕분에 턱 아래의 비늘이 없는 공간이 간질간질 하지만.

       

       

       “아무튼, 비늘을 나눠줄 아이들은 잘 고르거라. 너희들을 잘 따르고, 너희들이 힘을 나누어주어도 괜찮을 것 같은 아이들로.”

       

       

       내 말에 다른 아이들은 수긍했다.

       

       자신의 힘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니, 신중하게 해야 하는 법.

       

       그렇게 아이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비늘을 받을 공룡들을 골라냈다.

       

       아이들 각자의 기준은 무척이나 재밌었지만, 간단하게 골라보자면….

       

       

       “저는 저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애들로 골랐어요.”

       

       

       실피드는 하늘을 나는 날개를 동경한 공룡들을 데려왔고.

       

       

       “불꽃처럼 용감한 아이들로 데려왔어요! 다들 엄청 용감해요!”

       

       

       이프리트는 용감한…. 다르게 생각하면 불 같은 성격의 공룡들을 데려온 모양이었다.

       

       근데 그거 맞아? 왠지 굉장히 흉포한 느낌인데.

       

       

       “저는 저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골랐어요. 성격도 유순하고요.”

       

       

       이그드라실이 고른 아이들은 이그드라실을 닮은 성격의 공룡들이었다.

       

       왠지 아이들이 자기와 닮은 공룡들을 데려오는 느낌인데?

       

       

       “다들 듬직하고 좋은 아이들. 말수가 적지만.”

       

       

       사가르는 과묵하고 조용한 아이들로 데려왔다.

       

       근데 과묵하다 못해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는데.

       

       

       “저는 저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은 아이들로 골랐답니다. 저를 본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이지요!”

       

       

       샤마쉬가 데려온 아이들은 자기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금빛의 비늘이 반짝이고 있구나.

       

       그런데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이 아직 불분명한 시대인데, 샤마쉬는 자기 자신이 곧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뭐, 자신감이 있는건 좋은거지.

       

       

       “저는…. 가족이 되고싶어하는 아이들로 골랐습니다. 덕분에 숫자가 좀 많았지만요.”

       

       “에레보스…. 너…. 비늘이…!”

       

       

       에레보스는 수십마리를 데리고 왔다. 아니, 턱 아래의 비늘이 얼마 안남았잖니! 내가 준 은빛의 비늘 딱 하나 남아있을 정도인데!

       

       

       “괜찮습니다. 가족을 늘릴 수 있다면 이정도는 싼 값이니까요.”

       

       “네가 좋다면야 나도 별 말 하지 않겠지만…. 그, 적당히라는걸 좀 알았으면 좋겠구나.”

       

       

       내가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 탓인지, 에레보스는 가족을 중요시하는 모양이구나.

       

       솔직히 자기처럼 새까만 어둠의 자식들 같은걸 데려오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훨씬 긍정적이구만.

       

       그렇게 많은 드래곤들이 새로 생긴건 좋은데….

       

       

       “저 아이들은 어찌할게냐.”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아이들의 비늘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드래곤이 되지 못한 공룡들이 있었다.

       

       앞발이 날개로 변해서 2족보행을 하고 있는, 덩치가 조금 작은 드래곤 비스무리한 것들과, 날개가 생기지 못해서 네 다리로 기어다니는 것들도.

       

       조금 불쌍한 모습이지만, 어쩌겠는가, 얻고자 하는 힘에 비해 스스로가 부족한 탓인데.

       

       저건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어쩔 도리가 없을듯 하고 말이야.

       

       

       “저 녀석들도 그정도의 각오는 하고 받아들였는걸요. 거기에 저렇게 변했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강해졌고요.”

       

       

       나는 드래곤이 되지 못한 공룡들을 바라보았다. 불쌍한 녀석들이었지만, 자기들은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는걸까.

       

       뭐, 스스로가 납득했으면 상관 없을지도.

       

       

       “저 아이들…. 날개만 있는 아이들은 와이번이라 부르고, 날개가 없는 아이들은 드레이크라 부르자꾸나.”

       

       “네? 아, 네.”

       

       

       판타지의 단골인 와이번과 드레이크.

       

       드래곤이 되지 못한 아이들에게 붙이기에는 좋지 않을지 모르는 이름이지만, 너무나도 어울리는 이름이니까.

       

       

       “저 아이들은 어찌할 생각이니?”

       

       “음…. 어쩔 도리가 없는걸요. 이미 비늘의 힘을 약간이나 받아들여서 변한 상태고.”

       

       “비늘은 어떻게 되었느냐?”

       

       “회수할 수 있는건 모두 회수했어요. 에레보스의 비늘은 너무 많이 뿌려서 상당수는 잃어버렸지만….”

       

       “그정도는 각오한 바입니다.”

       

       “라네요.”

       

       

       음, 에레보스가 그렇다면야.

       

       회수하지 못한 비늘들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세상에 드래곤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 – – – – – – – – – – – – – – – – – – –

       

       

       드래곤들이 생겨난 것까지는 좋은데.

       

       

       “또 싸움이냐?”

       

       “레드 놈들이 먼저 공격했어요!”

       

       “블랙 네놈들이 먼저 우리 영역을 침범했잖아!!”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건데! 이프리트님께도 이야기 했는걸!”

       

       “난 못들었어!!!”

       

       

       개판이 따로 없었다.

       

       특히 성격이 불같은 레드 드래곤들과, 숫자가 너무 많은 탓에 통제가 잘 안되는 블랙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으니.

       

       하핫. 개판이네.

       

       

       “위대한 창세신룡이시여! 판결을 내려주세요!”

       

       “누가 창세신룡이니. 누가.”

       

       “하지만 다들 창세신룡이라 부르는걸요. 세상이 열릴때부터 존재한 신룡이시니 맞지 않나요?”

       

       “아니,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거창한 칭호로 부르면 굉장히 부담되거든?

       

       

       “블랙의 아이가 영역을 침범하긴 했으나, 먼저 이프리트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이프리트의 잘못이라 생각되는구나.”

       

       “네?! 어째서인가요?!”

       

       “아니면, 이프리트에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확인하지 않고 블랙의 아이를 공격한 레드의 아이 잘못이거나.”

       

       “하지만….”

       

       

       솔직히,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먼저 공격한 시점에서 레드 아이의 잘못은 부정할수가 없는걸.

       

       

       “앞으로는 먼저 공격하는 일을 하지 말거라. 지성이 없는 짐승도 아닌데, 대화로 해결할 생각을 하거라.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지 말고.”

       

       

       레드의 아이는 제 잘못을 아는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의 아이 너도. 저쪽에서 먼저 공격한다고 죽어라 싸우지 말고. 대화로 해결할 생각을 하거라.”

       

       “하지만….”

       

       “저쪽의 잘못이 크긴 하지만, 너 역시 맞서 싸우지 않았느냐. 레드의 성격이 어떤지 모르는 것도 아닐테고.”

       

       “그건…. 그렇지만요. 먼저 공격하길래 울컥해서….”

       

       “이번에는 레드의 잘못이 확고해서 너의 손을 들어주었다만, 싸움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걸 염두에 두거라.”

       

       

       어린 드래곤들은 짐승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굉장히 야생적이란 말이지.

       

       그래도 뭐, 이야기해서 알아듣는건 다행이지만.

       

       그렇게 나는 수많은 드래곤들의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룡이 득실득실하고 지성체라고는 드래곤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대…!

    공룡의 화석과 생존 드래곤들의 증언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드래곤의 시대라 해도 이상하지 않군요.

    주인공이 1세대 드래곤이고, 자연에서 탄생한 아이들이 변한 드래곤이 2세대면 공룡이 비늘을 받아 변한건 3세대.

    그 이후의 대부분의 드래곤은 3세대가 새끼를 낳아 숫자가 불어난 경우이니, 전부 다 3세대라 볼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은근슬쩍 생겨난 와이번과 드레이크.

    드래곤이 되지 못한 공룡의 말로로군요. 아니 뭐 공룡보다는 훨씬 강하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자기들끼리 교배해서 숫자가 늘어나긴 한 모양입니다.

    그런것보다 창ㅋ세ㅋ신ㅋ룡ㅋ.

    아니 그렇게 부르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만. 참으로 중2병 스러움이 넘치는 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틀린 이름은 아니지만! 아무튼 아니지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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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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