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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처음 세트장에 첫발을 들인 순간, 나는 당황했다.

         

       세트장이 내 생각보다도 훨씬 컸으니까. 참가자들이 너무 많기도 했고.

         

       게다가 수십 쌍의 눈동자가 동시에 나를 향하는데 움찔할 수밖에.

         

       그리고 무엇보다….

         

       ‘자리가 두 자리밖에 안 남았잖아…?’

         

       자리가 1위와 99위 두 개밖에 남지 않았었다.

         

       나는 이를 보고 서둘러 두 자리를 눈으로 훑으며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았다.

         

       먼저 1위 자리.

         

       …화려하다. 다른 자리들과 디자인 면이나 위치 면이나 확실히 차이가 있다.

         

       가장 높은데다 정중앙이니 카메라 분량도 많이 받을 수 있을 터.

         

       그에 반해 99위 자리.

         

       맨 아랫줄인데다 구석이고 의자도 1위석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하다.

         

       ‘…좋아.’

         

       나는 짧은 순간에 고민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또각, 또각.

         

       털썩.

         

       내 선택은 당연히…, 99위석이었다.

         

       1위석은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사실 대놓고 함정이라는 걸 여기서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저기 앉으면 앞으로 매 순간마다 시험대에 오르게 될 테니까.

         

       거기서 잠깐이라도 삐끗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나락으로 빠지는 거다.

         

       그에 반해 99위석?

         

       여차하면 성장 서사를 부여하여 분량을 챙길 수 있고 무엇보다 조금만 잘해도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99위석에 앉은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

         

       왜 내가 여기 앉자마자 주변 반응이 이상해지는 거지?

         

       무엇보다 이 사람들 지금 카메라 켜져 있는데 왜 이렇게 리액션이 없는 걸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주위 참가자들에게 한 번 더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저희도 잘 부탁드려요…!”

         

       “마, 만나서 반가워요, 하하. 저희 잘해봐요…!”

         

       대답이 들려온 건 내가 인사를 하고 몇 초가 흐른 후였다.

         

       왠지 어색한 듯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

         

         

         

         

       “아~ 결국 99위석으로 갔네요.”

         

       “그러게. 쟤 생각보다 깡이 없네?”

         

       하예린이 99위석에 앉은 순간 나아아 제작진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특히 신PD.

         

       “아~, 쟤가 딱 1위에 앉았으면 그림 예뻤을 텐데.”

         

       그가 하예린에게 부여하려 했었던 컨셉은 바로 ‘여왕’이었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해 하예린의 메이크업에 더 공을 들였고 그녀가 압도적인 자태와 함께 1위석에 앉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

         

       하지만 리얼리티 오디션은 늘 예상처럼 되지는 않는 법.

         

       신PD가 바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하예린은 1위석 대신 99위석에 앉았다.

         

       물론 그렇다고 프로 중 프로인 신PD가 하예린의 선택에 좌절하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1위석에 어울리는 하예린이 99위석에 앉은 것도 하나의 반전 요소로써 방송 소재로 쓰기는 좋았으니까.

         

       그리고….

         

       “…다음 내보내.”

         

       …나아아에는 아직 한 명의 참가자가 남아 있었으니까.

         

       하예린의 존재는 나아아 제작진들에게 있어 비장의 한 수이자 필살기. 즉, 비대칭 전력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이 준비한 필살기는 그녀 한 명뿐이 아니었다.

         

       파앗-!

         

       [JJ엔터테인먼트]

         

       신PD가 손짓하자 전광판에 글자가 떠오르고….

         

       또각.

         

       곧이어 또 하나의 비대칭 전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

       

         

         

         

       “JJ엔터테인먼트…?”

         

       “3대 기획사에서 또 나왔다고…?”

         

       전광판에서 나온 기획사 이름을 보고 스테이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했다.

         

       보통 3대 기획사 같은 큰 회사들은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자기네 연습생들을 내보내기 꺼려하니까.

         

       이미 SAV 출신이 한 명 있는데 거기에 JJ까지 나오다니. YW빼고 모든 3대 기획사가 나아아에 참여한 셈이었다.

         

       “…누가 나오려나?”

         

       “모르지, JJ는 자기네 연습생들 꽁꽁 숨기기로 유명하잖아.”

         

       참가자들은 각기 친한 참가자들과 곧 나올 JJ연습생의 정체를 추측하며 쑥덕거렸다.

         

       하지만 나는 소란스러운 분위기의 그들과 달리 침묵을 지켰다.

         

       주위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다…, 나는 지금 나올 사람이 누군지 아니까.

         

       ‘어디 있나 했더니 마지막 참가자였네.’

         

       열풍을 일으키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전생에서의 나는 TV 프로그램에 할애할 시간이 없었기에 여기 있는 100명의 참가자들이 누군지 또 여기 중 누가 7명에 뽑혀 데뷔하는지는 정확히 몰랐다.

         

       그럼에도 내가 아는 참가자가 한 명이 있었다.

         

       그녀는 나아아에서 압도적 1위로 데뷔할 뿐만 아니라…, 나아아에서 결성한 걸그룹이 해체된 후에는 솔로 가수로 대히트를 치니까.

         

       또각.

         

       마침내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모든 참가자들의 관심을 끄는 JJ엔터의 연습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

         

       곧이어 장내는 작은 침음과 함께 숨 넘어 가는 소리로 가득 찼다.

         

       작은 체구, 세련되게 염색된 백금발, 하얀 피부, 무엇보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가녀린 외모.

         

       “…어엇, 아, 안녕하세요오….”

         

       “……!”

         

       모두가 홀린 듯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 보니 부담스러웠는지 그녀가 울 듯한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제서야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반겼다.

         

       “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 우와…! JJ 사람 실제로 처음 봐요, 하하…!”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반기긴 했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어색함이 담겨 있었다.

         

       ‘경쟁자로 너무 압도적인 사람이 나오니 당혹스럽겠지.’

         

       데뷔조 여섯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녀의 존재는 별로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저기…, 혹시 제 자리는 어디일까요…?”

         

       “아, 자리가…….”

         

       그녀의 질문에 누군가가 피라미드 맨 위의 1위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기 한 자리밖에 안 남아서요….”

         

       그것을 보자마자 그녀가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건지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어엇…, 아…, 어떻게 감히 제가….”

         

       그렇게 한참을 제자리에서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보던 그녀는 마침내 별다른 방법이 없다 판단했는지….

         

       “그러면…, 염치 불고하고….”

         

       저벅-. 저벅.

         

       털썩.

         

       그대로 피라미드 꼭대기를 올라 1위석에 앉았다.

         

       1위석에 앉은 그녀는 마치 맞지 않는 자리에 앉았다는 것처럼 부끄러워하며 어색해했다.

         

       하지만….

         

       ‘…어울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1위석에 앉은 그녀는…, 자리와 어우러져 어마어마한 자태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작고 가녀린 그녀의 외모와 휘황찬란한 왕좌가 연출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주.’

         

       그래, 공주.

         

       아직은 어수룩하지만…, 사랑과 매력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공주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의 소속과 이름이 적혀 있는 배 부분의 이름표를 보았다.

         

       [JJ엔터테인먼트 유 설.]

         

       유 설.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에서 우승을 할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녀가 미래에 나아아를 우승하리란 것은 나만이 아는 사실이었지만…, 모두가 그녀의 자태를 보고 이 사실을 직감하기라도 한 듯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참가자들의 눈에는 동경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견제도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 2위석에 앉은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쟤도 SAV니까 소속사만 따지면 유 설에 밀릴 게 없는데….’

         

       그녀의 이름은 서유진이었다. 나중에 데뷔조에 뽑혔던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데 저렇게 표정 관리를 못하면 어떡해.’

         

       무척 신경 쓰이는 것이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길 새도 없이 1위석의 유 설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질투와 시샘이 가득 담긴 눈이었다.

         

       나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고 하니…, 감정 조절이 어려운가 싶은데 저러다가 카메라에 잘못 걸리기라도 하면 나락 가는 건 금방일 터.

         

       ‘아무리 SAV여도 쟤는 데뷔 못할 수도 있겠네.’

         

       그렇게 나는 조금 안타까움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그때….

         

       스윽-.

         

       “…!”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건지 줄곧 1위석의 유 설을 바라보던 그녀가 별안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자리는 2위석 나는 99위석.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연히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일부러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일 터.

         

       당황스러우면서도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녀가 유 설을 볼 때와 같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

         

       질투와 시샘이 가득 담긴 눈동자를 보자마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저렇게 본다는 것은 그녀가 나를 유 설같은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건데….

         

       ‘나와 유 설을 동일선상에 둔다고?’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

         

       “…….”

         

       그제서야 나도 유 설만큼이나 주변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지금 모든 참가자들은 각각의 노래나 춤 실력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참가자들끼리의 우열을 가를 척도가 외모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나는…, 예쁘다.

         

       나는 가끔씩 내가 예쁘다는 사실을 까먹곤 한다.

         

       이에 나는 참가자들의 면면을 다시 한번 살피고…, 제 3자의 입장에서 내 외모와 다른 참가자들의 외모를 따져 보았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외모로만 보면…, 나는 나아아 우승 예정인 유 설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

         

       심지어 나는 유 설과 반대로 기가 세고 차가운 이미지라 서로 극점에 있다는 면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나를 견제하고 시샘하기에 차고 넘치다는 것이었다.

         

       ‘정신 차리자.’

         

       이곳에 내 편은 없다.

         

       모두가 웃고 있지만 속에는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그렇다. 모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곳에 뛰어 들었고….

         

       “자, 그러면 지금부터 등급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의 전쟁은 드디어 그 서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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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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