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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갑작스럽지만,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사람이란 원래 일정 시간의 충분한 숙면을 반드시 필요로 하기 마련이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시간의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그에 따라 수많은 이유가 생겨나며, 숙면에 대한 권리의 침해가 더욱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군인이라면 불침번 또는 경계근무를 하기 위해서.

        

        학생이라면 주어진 과제를 끝내기 위해서.

        

        사회인이라면…뭐어,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현대 사회에 들어서며 다양한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토대로 그들의 수면 시간을 침해당하고, 그럼으로서 정신적으로 많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리고 거의 대다수는 이러한 스트레스들을 분노와 짜증으로 변환하여 표출할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꺼냈냐 하면,

        

        

        

       ───부우우우웅!!!

        

        

        

       “…어으, 뭐야?”

        

        

        

        내가.

        

        갑작스럽게 왼손 손목에서 시뻘건 불빛과 진동을 토해내며, 마치 이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한 것처럼 발광하는 이카루스 디바이스 때문에,

        

        아주 시원하게 잠을 깨버렸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샌가 한 손에는 택티컬 토마호크 하나가 들려있고, 눈은 전방을 주시 중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가상의 적에게 그대로 휘두를 수도 있는 그런 자세를 취한 채로.

        

        …하아.

        

        짜증이 솟구친다.

        

        

        

       “…무슨 새벽 세 시에 이러는 거야?”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이미 훈련받은 대로 경보의 종류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었다.

        

        보통의 경고는 특수 렌즈를 착용했을 때 그게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게다가 작전 시 위치 노출 때문에라도 소리나 빛이 날 이유는 없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정보였기에 반대로 역산하는 것이 편했다.

        

        

        

       “…정보 유출 경보?”

        

        

        

        이카루스 데이터 센터가 통째로 해킹당했거나 노드가 탈탈 털렸을 때나 나는 이 경보가 도대체 왜 지금 나는 걸까.

        

        뒤늦게 현기증이 몰려드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앉아 꺼두었던 모니터를 켜자, 디바이스와 연동된 컴퓨터가 경고 내용을 대문짝만하게 띄웠다.

        

        읽기조차 싫은 수많은 스크립트들이 화면을 끝없이 메우고 있었다.

        

        대강 확인을 해보자면…인터넷에서 조사한 데이터들과 디바이스 내부의 데이터들을 서로 대조한 결과, 일치하거나 유사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그런 거였다.

        

        그런 게 수천을 넘어 다섯 자리를 돌파하고 있는 것이 문제지.

        

        

        불과 한 달 전이었거나 한다면 당장 어딘가로 출동했겠지만, 이미 세계 자체를 건너뛰어 달려온 시점이다.

        

        그렇다는 건….

        

        

        

       “인터넷에 뭔가 관련 내용이 많다는 소리인데….”

        

        

        

        확실한 건, 더 이상은…내가 신경쓸 이유가 없는 경보였다. 몇 번 조작하자 방을 가득 메운 붉은 빛과 진동은 금세 사라졌다.

        

        새벽 세 시였고, 당연히 바깥은 새까맸지만…이런 진동이 온 걸 보면 어느 정도 의미있는 데이터의 취합이 완료되었단 소리겠지.

        

        어차피 당분간은 큰 스케줄 없이 지내야만 할테니, 조사하고 다시 자자.

        

        

        컴퓨터는 아직도 연산 중이었고, 추가 창을 띄우면 진짜 꺼질 수도 있었기에, 대부분의 확인은 디바이스의 자체적 홀로그램을 통해 해야만 했다.

        

        아예 관련없는 내용들은 배제했다.

        

        이유진, 뉴욕, 워싱턴, 테러리스트, 아르테미스, 인디언포인트 원자력 발전소 등…단독으로 검색했을 때 서로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들.

        

        검색 엔진에 넣은 키워드들을 통해 도출된 정보들 중, 내 인생이나 이전의 세상과는 관련 없는 것들.

        

        사소하거나, 임의의 상위 카테고리로 묶이기는 어려운 것들을 배제하고 의미있는 정보를 추려본 결과,

        

        

        

       “…다크 존?”

        

        

        

        이 단어는 뭐길래 또 나오는 거야?

        

        굳이 기억을 열심히 뒤져볼 이유도 없었다. 당장 오늘 사격을 하기 전, 어떤 총을 쏠까 고민하던 와중 들었던 단어였으니까.

        

        그러나 당시의 대화 맥락 전체를 떠올리기 위해서는…확실히, 아까보다는 좀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만 했다.

        

        하나둘씩 기억이 되살아난다.

        

        

       “…굉장히 인기가 많은 게임이라고 했었나?”

        

        

        

        게임을 한 지도 무척 오래되었지만, 그 차디찬 뉴욕의 겨울을 맞이하기 전의 내 기억의 잔향이 작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에 그것을 검색하려던 손길이 우뚝 멈추었다.

        

        잠시간의 정적 후, 타자소리가 이어졌다.

        

        

        

       -트리위키 검색 중….

        

        

        

        …내 머릿속, 아득한 저편의 기억이 말하길,

        

        게임은 자고로 유저들의 눈높이에서 쓰여진 사이트를 참고하라고 하였다.

        

        사이트의 이름이 내가 암기하고 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아무튼 메인 홈페이지의 배치는 누가 보아도 사용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른쪽 상단의 검색창. 조심스럽게 다크 존이라는 키워드를 집어넣었다.

        

        엔터를 누르기 전부터 좌르륵 펼쳐지는 수많은 연관검색어들.

        

        그리고───

        

        

        

       “…하.”

        

        

        

        찾았다.

        

        요놈.

        

        

        

        

        

        

        

        

        

        

        

        

        

        

        

        

         

        

        

        세계 어딘들 안 그러겠냐만은, 이 세계에는 자서전, 회고록을 비롯하여, 한 사람의 생애나, 그 사람의 삶과 연관된 당시의 세계를 다루는 매체들과 창작물이 존재했다.

        

        그것이 가공이건 실제이건, 사람이건 사건이건 간에, 사람들은 수많은 자료들과 사료를 참고하여 이를 새로이, 그리고 보기 좋게 만들어낸다.

        

        영화이기도 하고, 책이기도 하며, 소설이기도 한, 또는 그렇게 재탄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살던 세계.

        

        

        나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가끔씩 궁금증을 품고는 했다.

        

        옛날의 이야기이고, 그저 간단한 의문이었다.

        

        그냥, 뭐어…만약, 자신의 삶이, 또는 내가 있었던 곳에 대한 정보들이 새로운 매체의 형태로 가공되어,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면.

        

        그리고 그것을 당사자가 목격한다면.

        

        그건 무슨 생각이 들까?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조차도 생각보다 흔했다.

        

        그들 자신의 삶이 영화화되었을 즈음에는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시대가 시대인만큼 그렇지 않은 케이스 역시 존재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그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영영 인연이 없는 일이었다.

        

        당장 나 역시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근데,

        

        

        

       “…벌써 해가 떴네.”

        

        

        

        그걸 실제로 보게 되니, 감회가 좀 많이, 그리고 엿같이 새롭더라.

        

        시간 가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나는…이전에는 FPS 게임을 좋아했다.

        

        조준을 하고, 사이트 정가운데에 적을 놓고, 격발한다.

        

        조금 현실성 넘치는 게임이라면 낙차와 체공 시간을 고려한다.

        

        그렇게 해서 적을 사살한다.

        

        

        게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오직 그래픽과 시스템, UI만이 발전한 FPS이라는 분야는 탑을 달리는 목표의 명료함…즉, 상대를 쏘아 죽인다는 전제만큼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기술력이 발전하며 이 분야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가령 부위별 손상이나 치료, 배고픔과 같은 욕구, 적을 죽인다는 대전제의 추구가 아닌 생존을 목표로 한다든지….

        

        그러나 이런 것들조차 기본 베이스가 FPS 장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다른 복잡한 건 신경쓰지 않고, 적을 사살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부류에 속하는 FPS 게임을 좋아했다.

        

        하지만….

        

        

        

        

        

       [전체 기사 보기][최신순] 

        

        

       -다크 존, 이제는 게임을 넘어 거대한 플랫폼으로….

        

       -전 세계 동시 접속자 수 1500만을 1년간 유지하다…다크 존, 그 비결은?

        

       -가상현실의 새 지평을 열다 : 압도적인 배경과 세계관, 끝없는 업데이트와 지속적인 밸런스 패치!

        

       -다크 존, 최초로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 7억 달러를 돌파하다!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의 CEO, 마크 헨슬로우가 다크 존과 실제 미군과의 유사성을 완전히 부인!

        

       -수많은 과거의 FPS 게임들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하다! 다음 차례는 폐쇄된 오염지역에서 탈출하기 위한 서바이벌 FPS 장르인 미확인구역 탈출….[6개월 전]

        

       -….

        

       -………….

        

        

        

        

        …내가 죽을 고비를 수천 번 넘겨가며 정상화하려고 돌아다녔던 뉴욕과 워싱턴, 그 외에도 수많은 대도시들.

        

        그 모든 것들이 통째로 가상현실 FPS게임으로 변해있다는 건,

        

        

        

       “하….”

        

        

        

        무엇을 숨기랴.

        

        내가 이 위키를 돌아다니며 얻은 정보들과 스토리라인, 이 모두가 그곳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내가 겪었던 일이었다.

        

        그게 한낱 게임으로 소비된다는 건 제법 기분이 더러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더욱 아이러니한 건, 도대체 이게 왜 내가 돌아온 곳에 존재하고 있는지이다.

        

        세상이 내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같잖은 방법으로.

        

        마치 하나의 거대한 블랙박스를 눈 앞에 마주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과 차이점이 있다면, 굳이 확인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전자와는 달리…나는 이 게임의 정체가 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가야만 했다.

        

        내가 돌아온 방법조차,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확신조차 못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앞에 떨어진 숙제.

        

        

        인상을 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크 존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도출된 검색 결과는 흡사 낚싯바늘에 가까웠다. 눈으로 목격해버린 순간 그저 끌려가버리는 것이다.

        

        이 게임은 나와 불가분의 관계였고, 내가 이 시점에서 이를 외면한다 한들 결국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올 것이다.

        

        늦든 빠르든 간에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후우.”

        

        

        

        심호흡을 하고, 재차 마우스를 다잡는다.

        

        결국 들어가야만 한다면 망설임은 없다. 잡다한 상념을 몽땅 쳐내고, 하나의 결과로 수렴하기 위한 방법들만을 머리에 남긴다.

        

        길고 긴 조사가 될 것이었다. 정보 수집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나기에 더더욱 오래 걸리겠지. 그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개의치 않았다.

        

        

        

       “…그러면.”

        

        

        

        우선 시작은, 접속하는 방법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비밀을 파헤칠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0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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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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