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

        어쩐지 방송 분위기가 많이 낮아졌기에, 나는 어떻게 이 분위기를 끌어올릴지 고민을 해 보았다.

       

        “…….”

       

        알았으면 내가 방송에 대해 공부를 했을 리가 있나.

        이럴 때마다 진짜로 내가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냥 내 착각이 아니었을까…….

       

        “대화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지. 오늘은 내가 콘텐츠라는 것을 준비해왔단다.”

       

        – 오오오! 컨텐츠!

        – 드래곤이 준비한 콘텐츠!

        – 혹시 고블린 먹방인가요?

        – 아니야. 블러드 포이즌 바이퍼 사냥법 강좌일 수도 있어.

        – ㄹㅇㅋㅋ

       

        순식간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올라갔다.

        ……다만 분위기가 너무 올라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어쩐지 과도한 기대를 하는 시청자들에게, 나는 이번에 준비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눈치가 빠른 이들이 있구나. 그래. 오늘은 먹방을 해볼 것이란다.”

       

        내가 인터넷 방송을 하기로 결정한 후.

        나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방송들을 시청하며 수많은 인간들이 어떤 방식으로 방송하고, 어떤 방식의 방송을 했을 때 인간들이 재미있어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방송인들이 선택한 콘텐츠는 대부분 3가지였다.

       

        저스트 채팅이라고 부르는 대화 방송.

        게임이라는 유희 도구를 하는 게임 방송.

        특정한 음식을 먹으며 하는 먹는 방송.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방송들이 있었으나…… 대부분은 저 3가지의 경우더구나.”

       

        운동 방송이나 사냥 방송 같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방송들은 그 수량이 많지 않았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라는 뜻이겠지…….

       

        “물론 나의 목적에 따르면, 저스트 채팅이라는 잡담 방송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공부한 바에 따르면, 아무리 주력 콘텐츠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다른 콘텐츠로 분위기를 환기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나의 주력 콘텐츠는 아마도 잡담 방송.

        그러니 이쯤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해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이한 것을 하기보다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위주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먹방은 잡담 방송과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 이것을 선택했단다.”

       

        – 게임 방송은 안하시나요?

        – 응애! 용눈나 게임 하는 거 보고 싶다!

       

        “게임도 생각은 안 해 본 것은 아니란다.”

       

        하지만 게임은 큰 문제가 있다.

       

        “내가 해 본 게임이라는 것은 이 세계에서 보드게임이라 부르는 것뿐이었단다.”

       

        – 앗!

        – 앗아아…….

        – 연세가 100세기 이상이신 분…….

        – 틀니틀니야

       

        시청자들이 말을 잇질 못한다.

       

        그렇다.

        전생의 나는 게임 좀 해봤지만, 드래곤이 된 이후로는 게임은커녕 하루 먹고사는 문제로 치열하게 살아왔다.

        이후에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는 다른 드래곤들과 영역다툼하느라 바빴고, 다른 드래곤들을 다 밟고 났더니 이번엔 신이라고 자칭하는 놈들이 나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결국 어찌어찌 다 해결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게임 안 한 지 6,000년은 지나 있었다.

       

        “게임은 다음 기회에 해보자꾸나.”

       

        일단 간단한 게임부터 시작해서 게임 재활 훈련해야 할 것 같다.

        ……아니, 그냥 PC 게임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려나?

       

        “그럼 오늘 먹어볼 음식을 꺼내보겠다.”

       

        – 고블린 구이?

        – 정답! 크래시 보어 통구이!

        – 오메가 콩 골수?

        – 슬라임 슬러시?

       

        시청자들이 다양한 메뉴들을 내놓는 사이, 나는 옆에 치워두었던 치킨을 올려 두었다.

       

        – 뭐야. 치킨이네.

        – 아…… ㄵ

        – ㄵ

        – ㄵ

        – ㄹㅇㅋㅋ

        – ㄵ

       

        “……니은 지읒이 무엇이냐?”

       

        요즘 애들은 이상한 단어를 쓰는구나.

       

        나는 치킨 박스를 개봉하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고블린 구이라니……. 요즘 인간들은 그런 것도 먹느냐?”

       

        – ……이걸 그렇게 받아친다고?

        – 지금 돌리는 건가?

        – 역시 드래곤! 만만치 않다!

       

        아니……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내 전생의 기억은 어디까지나 게이트라는 것이 등장하기 이전 시대에 맞추어져 있다.

        게이트라는 것이 등장하고, 다른 차원의 존재가 등장하기 시작한 현재의 지구는 내가 기억하던 과거와는 당연히 다르다.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가 있다는 말은, 당연히 사람들의 식습관이나 먹거리도 변했다는 소리다.

       

        “고블린도 깨끗하게 관리한다면 못 먹을 정도는 아니란다. 다만, 고블린 자체가 더러운 것이나 오염된 것도 마구 먹어대는 탓에 먹을 게 못 될 뿐이란다.”

       

        – 공원 닭둘기 취급인가?

        – 드래곤님도 거르는 고블린.

        – 고블린좌…… 도대체 어떻게 살아오셨읍니까…….

        – ㅋㅋㅋㅋ

       

        시청자들과 잡담하는 사이에 치킨 박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난 것은 치킨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드치킨이다.

       

        – 그냥 프라이드 하나인가요?

        – 심심한데…….

        – 뿌링클도 맛있는데.

        – 황올은 없나요?

        – 이건 해명 필요할듯.

        – 해

        – 해.

        – 명

        – ㄹㅇㅋㅋ

        – 해

       

        시청자들이 어쩐지 불만이 많아 보이기에, 나는 치킨을 먹기 전에 잠시 설명하기로 했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이것을 많이 먹겠지만, 나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 먹는 것이란다.”

       

        늘 말하지만, 전생의 기억은 거의 잊어버린 나다. 그리고 그 기억 중에는 전생에 먹었던 다양한 음식의 맛 역시 포함이 되어 있었다.

        즉, 사실상 난 치킨을 처음 먹는 거나 다름없다는 소리다.

       

        – 많이 먹다뇨?

        – 돈 없어서 못 먹음

        – 부르주아 드래곤이 흙수저의 고통을 아십니까?

        – ㅠㅠ

        – ㄹㅇㅋㅋ

       

        돈이 없어서 못 먹는다고?

        ……참으로 딱하도다.

       

        “닭이라는 짐승의 고기를 튀긴 음식이라……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는구나.”

       

        – WA! 드래곤님이 치킨 먹방!

        – 한국 치킨은 세계 제이이일!!

        – ㄹㅇㅋㅋ

        – 드래곤님 드시는 거 보니까 치킨 먹고 싶어지네ㅋㅋㅋ

        – 뽕찬다. 오늘 치킨이닭!

       

        닭 다리를 집어 든다.

        인간에게는 뜨거운 온도겠지만, 아바타인 이 몸에게는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면 먹어보겠다.”

       

        아앙!

       

        카메라 각도를 신경 쓰면서 닭 다리를 입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한입!

       

        와그작!

       

        – ……뭔 소리?

        – 아니.

        – 라나님!

        – 아.

       

        “왜 부르느냐?”

       

        와작와작!

       

        닭 다리를 입안에서 씹으며 맛을 본다.

       

        바삭바삭한 튀김옷.

        육즙이 고스란히 흘러나오는 고기.

        부드럽게 씹히는 닭의 뼈.

       

        “호오. 확실히 맛있구나.”

       

        반 남은 닭 다리를 통째로 입에 넣고 씹는다.

        부드러운 고기의 감촉도 좋고, 씹는 맛을 주는 뼈도 나쁘지 않다.

        과연…… 치킨은 이런 맛이었던 것인가.

       

        – 치킨 그렇게 먹는 거 아닌데!

        – 용 님! 치킨을 누가 그렇게 먹음?!

        – 으아아아아악!!

        – 제발 혐 주의 좀!

        – 치킨에 대한 모욕이다!!!

       

        그런데 내가 치킨을 먹는 것을 보며 시청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어째서지?

       

        수많은 먹방들을 시청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좋아할지 분석했다.

        어떤 각도로 음식을 먹고, 어떤 소리를 내야 시청자들이 좋아할지 다 계산해서 먹었는데…….

       

        “왜 그러느냐? 내가 뭐 실수한 것이 있느냐?”

       

        – 라나님! 왜 뼈까지 드십니까!

       

        “왜라니? 뼈도 먹을 수 있지 않으냐?”

       

        – 인간은 뼈 못 먹습니다!

        – 인간이 라나님 따라 했다가는 이빨이 부러집니다!

        – 아이곸ㅋㅋㅋㅋ

        –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짘ㅋㅋㅋㅋ

        –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잠시 치킨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가슴살로 보이는 부분을 들고 통째로 입 안에 넣고 씹었다.

       

        와그작!

       

        “……맛있는데?”

       

        뼈의 씹는 맛이 느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왜 이걸 못 먹게 하는 걸까?

       

        – 누가 뼈를 먹음?

       

        “내가 먹지 않느냐.”

       

        – 저희는 못 먹습니다!

       

        “……그렇느냐?”

       

        시청자들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본 먹방에서는 대부분이 순살치킨이라는, 이미 뼈가 잘 발라진 치킨만을 먹었구나.

        어쩌다 뼈가 있는 치킨을 먹는 방송도 있었지만, 나는 뼈를 먹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기호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애초에 그 전제 조건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인간은…… 뼈를 못 먹는 것이냐?”

       

        드래곤은 뼈 먹는데…….

        나도 고기 먹을 때는 뼈도 같이 씹어 먹는데…….

       

        전생에 인간이었던 경험이 있으니, 인간들의 문화에 충격을 받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나는 처음으로 문화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            *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음. 맛있었다.”

       

        – 와! 난 치킨 먹방에서 와그작거리는 소리를 들을 줄 꿈에도 몰랐다.

        – 먹는 장면은 맛있었는데, 소리 들어 보면 식욕이 싹 사라짐.

        – 아! 스피커 끄고 보면 됨.

        – ㄹㅇㅋㅋ

       

        나는 뼈를 포함해 텅 비어 버린 치킨 박스를 들어 옆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숨을 들이켜고 후 불었다.

       

        파아아아앗!

       

        화르륵!

       

        – ?

        – ?

        – ?

        – ?

        – ?

       

        어차피 남은 것은 종이로 된 박스뿐이다. 그 말은, 그냥 불태워도 상관이 없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간단한 브레스를 내뿜어 박스를 태운 후 다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 방금 내가 뭘 본거지?

        – 그거…… 브레스임?

        – 브레스로 쓰레기를 태운다…… 메모메모.

        – 나날이 레전드 경신하네 ㅋㅋㅋㅋ

       

        “프라이드치킨이라…… 맛있었다.”

       

        과연 치킨이라는 것인가?

        인간들 중에서 이 치킨이라는 음식을 싫어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럴 만한 맛이었다. 이젠 기억도 안 나는 치킨의 맛이 이런 것이었던가…….

       

        – 참으로 곶통스러운 먹방이었읍니다.

        – 이제 드디어 끝났다…….

        – 와! 끝!

       

        “무슨 소리냐? 끝이라니?”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의 앞에 새로운 치킨 박스를 꺼내 놓았다.

       

        – ?

        – 에?

        – 잠깐

        – ?

        – 아니 님?

       

        “프라이드치킨이라는 것을 먹어보았으니, 이번엔 양념치킨을 먹어볼 차례란다.”

       

        나는 새로운 치킨 박스를 열며 미소를 지었다.

       

        – 으아아아악!!!

        – 안 돼!!!!!!

        – 끄아아아아악!!

        – 살려 줘어어어어!!!

        –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와그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은 인간과 식습관이 많이 다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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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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