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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부사수로 데리고 다니면서 잘 가르쳐 놨더니 뒤로 홀라당 빼먹었다. 아 그래 그것까지는 좋다 이거야. 어차피 같은 낭인이라고 해도 각자도생이고 뭐 데리고 다니는 동안 잘 써먹은 것도 사실이고.

         

       뭐 사실 내가 그 친구들한테 진짜 애정을 느꼈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육성비를 두둑하게 뜯어낼 수 있는 친구들이었는데 말이지 그 육성비를 정산받기도 전에 유사연이 중간에 홀랑 가로채 팔아먹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나한테는 입을 싹 씻었단 말이지 그야말로 상도덕이 없는 작태. 

       

       “그러니까 내가 부탁 하는…”

         

       “안해.”

         

       내가 그런 일을 당하고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은 호구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편이 나에게 유리하기 때문이지. 세상에 피해자보다 더 강력한 명분이 있을 수가 있나? 강력한 명분은 부족한 힘을 보충하는데 아주 요긴하다.

         

       이렇게 유사연이 날 억지로 부리려고 할때 그걸 거절하기 위한 카드로 아껴놓은 것이다. 

       

       나는 이미 전우조 문제로 두 번이나 피해를 보았던 피해자다.  

       

       그런데 또 억지로 전우조를 나에게 붙이려고 한다? 유사연이 갑이니 그럴 수는 있지. 하지만 내가 유사연이 전우조 친구들을 두번이나 해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유사연 역시 매우 곤란해진다. 

       

       유사연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야, 호천안. 내가 부탁한다니까? 와 이 쫀쫀한 놈, 그게 몇 년 전 일인데 그걸 지금 들멱여? 그때 일은 내가 돈으로 다 배상해준다.”

       

       “안됨.”

       

       기본적으로 의뢰는 중개인들이랑 하는게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사천낭인의 질서를 위한 일이나 아니면 유사연이 직접 물어오는 큰 건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마다 유사연이랑은 치열한 협상 다툼을 벌였지. 

       

       유사연이 이렇게 친밀한 어조로 말을 한다는 것은 ‘우리 사이 아니냐’는 내적 친밀감을 보이는 행위가 아니다. 그냥 소노 상태인거지. 

       

       “아니, 씁 진짜! 이거 너한테도 절대 나쁜 이야기 아니라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숫제 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이번 건은 거부권 같은 건 없어. 값은 정말로 잘 쳐 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나는 잠시 유사연을 바라보았다. 유사연은 갑질을 잘 하는 여자였지만 적어도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전면에서 억지를 부리느니 뒤에서 속이고 빼돌렸지. 

       

       생각해보니 더 악질이네. 

       

        그래 객잔주랑은 한따까리 한 적이 없긴 하지. 오늘 제대로 기강 잡아야겠다. 나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키며 외쳤다.

         

       “아아아아아아아안해애애애애애애애애!!!”

         

       정적.

         

       낭인객잔에는 완전한 정적이 찾아왔다. 중개인, 낭인 할 것 없이 모두 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사연은 서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행동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다리를 떨고 있었다. 

         

       “유사연, 내가 왜 선납을 고집하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나?”

         

       “….없지.”

         

       “그래. 그렇겠지. 내가 선납을 하는 이유는 이런 좆같은 의뢰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내일 숙박비를 걱정하기 시작하면 하지 말아야 할 의뢰에 손이 나갈 수도 있거든. 그렇게 죽는 녀석들을 한 둘 본게 아니니까.”

         

       사람의 처지와 환경은 판단력에 영향을 준다. 내 처지가 팍팍할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단기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할인은 부가적인 것일 뿐. 선납이라는 행위는 내가 누울 자리를 판단하는 판단력을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유사연은 결국 내가 전우조를 받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게 유사연에게 무슨 이득을 제공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무리해서 밀어 붙이는 일은 반드시 탈이 난다.

         

       모르긴 몰라도 유사연이 이렇게까지 몰아 붙이는 일이면 어지간한 건으로는 불가능하다.

         

       사천낭인이 필요한 문파들에게 뒷돈을 받아먹고 낭인들이 돈 잘 버니까 미친 바가지 요금으로 해처먹고 틈틈이 낭인들 정보 모아다가 또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잘은 모르지만 영상루 못지 않은 수익이 날 걸? 규모는 작아도 순수익이 엄청나니까.

         

       그리고 나는 유사연 입장에서 아마 10픽 안에 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것이다. 도박 자금이 필요했으니 남들 안 하는 어렵고 큰 건들도 제법 성사시켰거든. 그냥 내버려만 줘도 알아서 돈을 불려주는 어여쁜 거위였다 이 말이지. 

       

       그런데 대체 얼마나 큰 건이길래 그 거위의 배를 째려고 이렇게 안달일까? 

       

       다시 말하지만 유사연도 나를 알고 나도 유사연을 안다.

         

       유사연이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해주고 이렇게 덮어놓고 밀어 붙이는 건 솔직하게 말했을 때 나를 설득할 확률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가 전우조 의뢰 내용을 들으면 거품을 물고 난리를 피운다고 판단했으니까 저러겠지.

         

       그러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경함을 보이며 거절해야 한다.

         

       “다시 말하겠어. 나는. 절대. 이번. 의뢰를. 받지. 않는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 1층에 있는 낭인들 모두가 이 선언을 들었다.

         

       여기서 유사연이 강하게 나오면 이제 우리 둘은 누구 하나가 죽을 때까지 치킨레이스에 돌입하게 되겠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당연히 나는 감당 못 하지. 근데 유사연도 마찬가지다.

         

       “호천안, 후회할거다.”

         

       “응~ 후회는 지금 객주가 하고 있는거고.”

         

       몇 몇 낭인들이 재주 좋게 복화술로 웃음을 터트렸다. 와 진짜 딱 숨어서 복화술로 웃는게 사천낭인답다. 위험요소 관리가 아주 뼛속에까지 배어 있어.

         

       유사연이 사방에 눈을 부라렸지만 아무래도 특정인을 추리는 것은 힘들겠지. 망신을 당했다고 여겼는지 입술을 깨무는 폼이 제법 고소했다.

         

       나는 다시 돈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좋게 좋게 지내자고. 장사 하루 이틀 해? 적당히 벗겨 먹는 것까지는 눈 감아 줄 수 있어도 목숨까지 걸라고 하면 누구나 지랄하는 법이야.”

         

       유사연이 내 돈주머니를 쳐냈다.

         

       “너는 앞으로 선납 안 받아!”

         

       “아이고 그러세요.”

         

       나는 이번 일은 신경 끄기로 했다. 유사연과는 이래저래 관계를 잘 유지해 왔기에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매몰비용이 아까워서 손절타이밍을 놓치면 기다리는 것은 한강물 뿐이니까.

         

       내 위험감지 센서가 앞에서는 상대 라이너가 미니언 몰고 들어오고 뒤에서는 정글러가 전령 풀고 상대 서포터가 그랩을 날리면서 들어올 때만큼이나 맹렬하게 울리고 있었으니까.

         

       미련없이 2층으로 훌훌 올라가는 와중 뒤통수에 누군가의 살기 어린 시선이 따끔하게 박혔지만 철저하게 무시했다.

         

       *** ***

         

       나는 사태를 얕봤다.

         

       아침에 몸을 풀고 소면이나 한사발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앞에 앉았다. 품이 넉넉한 무복을 입고는 있었지만 가슴은 봉긋 솟았고 허리춤이 헐렁이는 미녀였다.

         

       면사, 아니 복면을 두르고 있어서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드러난 얼굴 윤곽선만 바도 뇌내판정단이 절세미인 그린라이트를 마구 누르고 있는 상황.

         

       길 가던 여인네들을 꼴뚜기로 만들어버리는 권능과 거적떼기를 걸쳐도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을 것 같은 여자였다.

         

       문제는 그런 여자가 흑립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몸매의 소유자이기 이전에 여자 사천낭인이었다면 소문 한 자락 듣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 이 여자는 거의 확실하게 신참이라는 소리였다. 어제 그렇게 억지를 부리던 유사연이 떠오르니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여자를 나에게 붙이려고 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었다.

         

       그래서 지금 일단 밀어 넣고 본다는 건가?

         

       “오~ 호 형, 인기 좋구만.”

         

       “역시 깨달음 주머니 출세했구만!”

         

       “아 오늘 기분 잡치니까 말 걸지 말라고.”

         

       주변 낭인들이 껄껄거리면서 놀리기 시작했다. 이 씹을거리에 목마른 낭인놈들이 이류무사 VS 객잔주의 듀얼 소식을 모를 리가 없다. 나와 복면녀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낭인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힌 것이라면 이 자극적인 듀얼 소식에 호천안 깨달음 주머니설은 잠시 주춤하고 있다는 것. 미신이나 자극적인 소문이 늘 그렇든 새 바람이 불면 기존의 것들은 손쉽게 스러지기 마련이니까.

         

       일단은 눈 앞에 있는 이 복면녀를 대처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옆에 붙어서 숨만 쉬어도 명성이 떡상할 것 같은 미모가 아닌가.

         

       안 그래도 요새 여일예 때문에 떡상한 명성 때문에 불안해 죽겠는데 그 와중에 이 여자의 전우조가 된다면 사망 예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철저하게 상대를 무시하며 소면을 천천히 비운 나는 언제나처럼 중개인들이 자리를 깐 쪽에 다가갔다. 나를 따라서 슬며시 그 여자도 몸을 일으켰다.

         

       근데 이놈들 취급이 평소와 딴판이다.

         

       이몸, 호천안. 어떤 중개인이든 같이 일하길 원하는 남자. 나는 경지는 이류지만 낭인으로써는 일류다. 어차피 중개인들은 칼이 센 놈이든 약한 놈이든 아무튼 의뢰만 제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내 의뢰수행 능력은 이미 7년간 중개인들에게 충분히 증명된 상태.

         

       평상시라면 중개인들이 달라 붙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면 그 중에서 가장 괜찮은 의뢰를 골라가는 것이 일상인데..

         

       특히 요새 정체를 숨긴 은거고수썰이 붙어다니는 상태이기에 내 의뢰지명도는 어마무시해야 정상.

         

       그런데 중개인들끼리 서로 눈치만 보고 있네? 본인들끼리 눈짓을 주고받기를 한참 평소 밉상인 배불뚝이가 총대를 매기로 했는지 헛기침을 했다.

         

       “흠, 흠. 호천안 자네 오늘은 경문로의 왈패들을 좀 손 봐 주는 것이 어떤가? 아무래도 두 사람이 필요할 것 같은데…저기 뒤에 여협이라면 괜찮을 것 같군!”

         

       아 그래. 내 의사와 상관없이 기정사실을 만들어 주겠다 이건가? 저 신비복면녀는 그냥 내 뒤 졸졸 따라다니고 중개인들은 무조건 둘이 붙여서 의뢰를 주고. 뭐 이러면 사실상 전우조나 마찬가지 아니냐. 이런 건가?

         

       “의뢰 안해.”

         

       “아니, 자네. 그 뭐시기…심정은 이해 하지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 내가 화를 내서 뭐하겠소. 오늘부터 나는 의뢰 안 하는 날백수로 살테니까 다들 그리 알고 의뢰 들고 오지 마시게.”

         

       나는 그 자리에서 벌렁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흑립을 눌러 쓰고는 눈을 감았다.

         

       파업이 뭔지 모르지 이 미개한 중원 놈들아.

         

       어디 한번 맛좀 봐라.

         

       *** ***

         

       파업 1일차. 1층 입구에서 뒹굴거리고 있자니 유사연이 나타나서 길막이라고 주장하길래 길을 막지 않도록 탁상 위에 드러누웠다. 유사연은 할말을 잃고 씩씩댔다.

         

       파업 2일차. 아예 마당에다가 무협지를 쌓아 놓고 빈둥거리며 읽기 시작했다. 복면녀는 내심 당황한 듯 했지만 딱히 입은 열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유사연의 눈에서 불똥이 튀는 것이 날 죽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날 원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 죽이지는 못하겠지. 혹시 이성을 잃을까봐 여일예의 은원패를 들고 흔들어 주었더니 이빨을 갈아대는 꼴이 속이 시원했다. 

         

       파업 3일차. 아침부터 술 한사발 쭈욱 넘기고는 꿀잠잤다. 이게 휴양인가? 부지런히 의뢰 한답시고 빨빨거렸는데 이렇게 놀고 먹고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고.

         

       파업 4일차. 중개인들이 제발 일좀 해달라고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졌다. 그래서 그냥 바지를 벗어 주고 객실로 올라갔다.

         

       파업 5일차. 치졸하게 평소의 반의 반만큼 내용물이 들어 있는 소면을 받고는 호로록 마시고 있는데 복면녀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이러실 건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선댓추 부탁드리겠습니다.

    *5/8 일부 내용이 유하게 수정되었습니다.
    *5/16 연재 일정 관련 작가후기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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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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