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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타르타로스의 이야기 – (1)

       

       

       

       타르타로스(Tartaros).

       

       명계 최하층의 지옥, 나락의 세계.

       지하에서도 가장 깊고 은밀한 곳이며 밤의 여신 닉스의 거처도 존재하는 장소.

       우리 올림포스 신들에게 패배한 티탄 신족들이 갇힌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곳으로 향하려고 한다.

       안개가 자욱해 신들도 기피하는 감옥에 굳이 내가 갈 이유가 있냐고 한다면..

       

       일단 타르타로스는 나의 관할 영역인 지하 세계와 가까이 있으며 매우 위험한 중죄인들을 가둔 곳.

       문지기로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가 지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게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지옥에서 티탄 신족들이 탈출하면 1차적인 책임은 3형제에게 돌아가겠지만,

       2차적인 책임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나에게 있는 것이기에.

       

       허리춤에는 스틱스 검을 차고 가벼운 소가죽 샌들을 신은 채로 침실을 나왔다.

       저승의 성채에는 항상 열심히 백성들을 위해 노력하는 관리들과 하급신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새로 들어온 영혼들의 배정은 잠시 미뤄두지, 아직은..”

       “모로스 님께서 잠시 업무를 인계하시고… 엇, 하데스 님!”

       “환생을 거부하고 이곳에 남겠다는 자들이 많아져서 기쁜걸.”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마, 이승에서는 한번 만나서 식사라도 하자고.”

       “레테님의 축복을 피할 수 있다면 말이지, 하하하!”

        

       한 손에는 양피지 두루마기, 다른 손으로 영혼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관리들.

       신입 영혼병들에게 교대 수칙을 설명하는 선임병.

       반투명한 몸으로 건물을 통과하며 장난치는 어린 영혼들.

       환생을 기다리며 이웃과 이야기하는 늙은 인간의 혼령.

       

       이것이 바로 내가 다스리는 일상적인 저승의 풍경이다.

       

       백성들을 천천히 살피며 걸어다니는 나를 발견한 영혼들이 점점 늘어난다. 

       관리나 하급신들이 나를 수행하겠다고 따라오려 했지만 손을 내젓고 혼자 가려던 찰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하데스, 어디로 가시나요?”

       

       굉장히 피로한 듯 멍하니 풀린 눈동자와 힘없는 목소리.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 머리카락과 몸에 달라붙는 의상이 잘 어울리는 이 여신은 망각의 신, 레테(Lethe)다.

       

       평소에는 망각의 강에서 멍하니 강변을 바라보던 그녀가 어인 일로 이곳까지 왔을까.

       지금은 대홍수도 끝난지 오래라서 도와줄 업무도 많지 않은데 말이다.

       

       “그 눈, 제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생각하고 있나요..?”

       

       수면욕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가 내 귀를 맴돈다. 

       부드럽고 길게 늘어지는 그녀의 목소리 자체가 잠의 신, 휘프노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닐까?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와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왜 빨리 출발하지 않냐는 듯이.

       

       “하암.. 보아하니 타르타로스로 가시는 것 같은데 저도 함께 가요.”

       

       아무리 보아도 망각의 여신보다는 잠의 여신인 것 같은데.

       마침 혼자 타르타로스까지 걸어가는 것도 적적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타르타로스는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지하 세계 중에서도 제일 밑바닥.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내가 배치한 수많은 영혼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

       

       “하데스님을 뵙습니다.”

       “저승의 군주에게 영광을.”

       

       반투명한 갑주를 차려입고 창을 든 영혼들이 나와 레테 여신에게 고개를 숙인다. 

       오늘도 타르타로스로 가는 길을 지키느라 수고하는 경비병들을 적당히 격려해주었다. 

       

       “레테 여신께도 영광이 깃들기를.”

       “응. 응.. 수고해..”

       

       헤스티아가 저승에 내려와 직접 만들어준 화로들을 지나쳐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 향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점차 좁아지고 싸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 * *

       

       

       

       답답한 공간을 한참 지나자, 드디어 드넓은 길이 나타나더니 탁 트인 공간에 안개가 낀 청동의 요새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포세이돈이 직접 만든 거대한 청동의 문과 끝없이 이어지는 두터운 청동의 벽이 나를 반겼다.

       

       이곳을 지키는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들은.. 저기 있네.

       

       각자 50개의 머리와 100개의 손을 가진 거대한 거신(巨神)들이 이쪽을 바라본다.

       세 형제를 통틀어 300개의 눈이 이쪽을 바라보자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여어, 하데스. 이거 참 오랜만이네.”

       “으으음? 하데스가 왔나. 저승의 일이 바쁠텐데..”

       “옆에 있는 레테와는 드디어 결혼한건가?”

       

       세 거인의 몸뚱이에 달린 수많은 머리들이 나와 레테 여신에게 인사한다. 

       오랜만에 그들을 만나 나도 반갑게 인사했다.

       

       그런데 결혼이라니, 레테 여신과 나는 그런 사이가 아닌데?

       

       “손을 잡고 있는 걸로 보아 맞는 거 같은데.”

       “하데스에겐 스틱스가 있지 않았나?”

       “하하하! 거 다정해보이고 좋구만.”

       

       손을 잡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레테 여신과 조금 떨어진 상태로 이곳까지 내려왔을 텐데.

       

       그들의 말을 듣고 보니 왼쪽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부드럽고 작은 여신의 손. 

       

       옆을 돌아보자 레테 여신이 언제나와 같은 멍하니 풀린 얼굴로 슬며시 손을 놓는다.

       아니, 그녀의 얼굴에 살짝 붉은 기색이 도는 것 같기도 하고..

       

       “망각의 권능을 조금만 더 억제해주시죠.”

       “칫.. 손 좀 잡으면 안 되나요..?”

       

       망각의 권능을 다루는 레테 여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주변 생명체의 기억을 서서히 망각시켜버린다. 

       물론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녀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을수록, 강한 자들일수록 권능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방심한 틈을 타 사소한 장난을 치고 잠시 잊혀지게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그녀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다시 모든 것이 기억나겠지만.

       

       아까 슬쩍 다가와 손을 잡은 사실을 망각시켜 버리다니 역시 태초의 신인 프로토게노이 닉스의 손녀.

       

       이제부터는 정신을 좀 차리고 있어야겠다. 다음에는 또 무슨 장난을 칠지 모르겠네. 

       미약하게 신력을 돌리자 머리가 맑아지며 레테의 권능이 순식간에 쓸려나간다.

       

       “매일 스틱스만 곁에 두시고 너무하세요…”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만?”

       

       시무룩한 어조로 말하지만 언제나와 같이 멍한 얼굴인 레테 여신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는 스틱스 여신만 곁에 둔 적이 없다고.

       스틱스 검은 몰라도 말이지. 

       

       “껄껄껄! 아직은 아닌가?”

       “하데스, 제우스나 포세이돈은 다들 짝을 찾았는데 너는 왜 아직도..”

       “결혼과 가정의 여신 헤라에게 중매를 서달라고 하지 그러냐?”

       

       제우스의 안주인은 당연히 신들의 여왕인 헤라.

       그리고 포세이돈은 암피트리테(Amphitrite)라는 바다의 여신과 결혼식을 올렸다.

       

       물론 나도 바닷속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초대받았는데, 인간처럼 말하는 바다 생물 수천마리를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얼마 전 자신의 아버지가 나의 지하 세계로 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해마도 있었고. 

       

       나중에 저승에서 발견해 약간의 편의를 봐주긴 했다만 이것이 저승의 신의 무게일까.

       명계의 왕으로서 책임, 혹은 지워진 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나의 백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이승에 사는 생명들의 슬픔 역시 늘어난다는 것.

       전쟁과 기아, 대홍수등이 일어날수록 저승의 권세가 강해지지만 나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야기나 해봐.”

       “생명들을 만든다고 했지 않았었나?”

       “우릴 구해준 제우스는 잘 있는가 모르겠군.”

       

       나는 그들에게 그간 일어난 바깥 소식을 적당히 전달해 주었다.

       전령을 시켜 주기적으로 알려주면 되는 게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존중의 표시다.

       

       티탄 신족들과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삼형제에 대한 존중.

       저승의 주인인 내가 직접 이곳까지 내려와 이야기를 한다면 그들도 푸대접을 받는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뭐라고?! 인간이라는 생명을 멸종시켜?”

       “허어.. 대홍수라.. 포세이돈이 고생했겠어.”

       “프로메테우스는 결국 제우스한테 단단히 찍혔구만 쯧쯧..”

       “그러게 말이야, 전쟁 때 예언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내가 들려준 바깥의 이야기에 큰 흥미를 보이는 삼형제, 코토스(Kottos)와 브리아레오스(briaros), 귀에스(Gyes).

       도합 150여개의 머리가 웅성거리며 떠들자 순식간에 주변이 소음으로 가득 찼다.

       

       그 순간, 갑자기 타르타로스와 저승을 나누는 문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쿠웅! 쿵!

       

       타르타로스에 갇힌 죄인이 청동 문을 두드리는 소리!

       삼형제와 나, 레테 여신은 즉시 대화를 멈추고 경계했다.

       

       타르타로스 안은 신들조차 두려워할 정도의 뜨거운 폭풍이 쉴새없이 몰아친다.

       그리고 티탄 신들의 신력을 억제하는 힘이 가득하여 일정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 힘든 곳.

       

       심지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는 별 저항이 없지만,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는 몰아치는 폭풍이 점점 거세진다.

       

       그렇기 때문에 청동 문 가까이로 올수록 점점 강해지는 폭풍을 뚫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티탄 신족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만이 가능한 일.

       

       예를 들면…

       

       “방금 들린 목소리는 나의 장자(長子), 하데스가 틀림없구나! 제발.. 제발 나를 여기서 꺼내다오!”

       

       나의 아버지, 농경과 시간의 신 크로노스라던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작과 추천 감사합니다!

    여기서 크로노스는 추방이 아니라 타르타로스에 갇혔습니다!

    +크로노스는 원래 농경의 신이지만 여기서는 시간의 신격도 추가해보았습니다!

    다음화 보기


           


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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