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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채팅창은 말 그대로 미친듯이 날뛰고 있었다.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미안 아크야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미안 아크야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미안 아크야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미안 아크야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

       『눈나 웃음 뭐야… 나 죽어…! 눈나 웃음 뭐야… 나 죽어…! 눈나 웃음 뭐야… 나 죽어…! 눈나 웃음 뭐야… 나 죽어…! 눈나 웃음 뭐야… 나 죽어…! 눈나 웃음 뭐야… 나 죽어…!』

       『잘 있어 아크야! 잘 있어 아크야! 잘 있어 아크야! 잘 있어 아크야! 잘 있어 아크야!』

       『ASMR 해주세요 ASMR 해주세요 ASMR 해주세요 ASMR 해주세요 ASMR 해주세요 ASMR 해주세요』

        

       내가 보이스톡을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렉이 걸릴 정도로 채팅이 쏟아졌지만,

        

       조금 전부터는 정말로 방송이 끊길 정도로 채팅이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도배가 아니고서는 채팅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지경.

       

       슬슬 관리하는게 좋지 않을까.

        

       《여러분, 도배 너무 심해서 방송 터질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잠시만 구독자 제한 다시 걸겠습니다.》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있던 아크가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렸는지, 채팅권한이 6개월 이상 구독으로 제한되었다.

        

       『제발 불쾌해요 한 번만 더 해주세요 눈나… 제발 불쾌해요 한 번만 더 해주세요 눈나… 제발 불쾌해요 한 번만 더 해주세요 눈나… 제발 불쾌해요 한 번만 더 해주세요 눈나… 』

       『아』

       『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헤으응…비밀이 많은 눈나…』

       『죄송합니다』

        

       정신줄을 놓고 모두와 함께 도배를 하던 장기 구독자 일부가 실수로 몇 차례 더 도배를 하는 사소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채팅창이 드디어 급격하게 조용해졌다.

        

       《아따먹님?》

        

       “네.”

        

       《우선, 이렇게 방송에 목소리로 출연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제까지의 대우랑 너무 다른데.

        

       “어제까지의 대우랑 너무 다르네요.”

        

       《네, 네? 아니, 네. 죄송합니다. 상황이 다르잖아요.》

        

       태연한 척 대답하지만, 진정되었던 표정이 다시 흐트러지며, 사정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와 비슷하게 진동하는 목소리. 

        

       -ㅇㅇ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단가도 어제까지랑 너무 달라졌어요 선생님…….】

        

       -ㅇㅇ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물가 5배 상승 이거 맞냐?】

        

       그러는 와중에 어느새 도네이션 최소 단가를 5,000원으로 올린 것을 보니, 과연 프로 스트리머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싶다.

        

       그리고 잠시 후, 결연한 목소리로 아크가 입을 열었다. 

        

       《저, 정말 죄송하지만 한 가지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혹시, 잠시라도 좋으니 인터뷰…가능할까요?》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간절하게 카메라를 쳐다보는 모습이, 이미 방제를 바꾸기 직전으로 보였다.

        

       현재 시청자수는 14,321명.

        

       모인 이유야 어찌 됐든, 스트리머 입장에서 이만한 인원 앞에서 뭔가를 할 기회란 흔치 않을 터이다.

        

       더욱이, 내 덕에 아크의 남친 의혹은 깔끔하게 해결됐고, 내 핵 의혹은 이미 관심에서 멀어졌다.

        

       핵을 금지어로 설정하고 죄다 임시차단을 넣어버려도 방송에 크게 지장이 안 될 정도.

        

       위기 다음에는 기회라고, [악질 저격러 아따먹. 검거하고 보니 여자였습니다] 따위의 방제를 걸어두고 판을 더 키워보겠다는 걸까.

        

       취지는 이해된다.

        

       이해되기는 하는데…….

        

       “정말 죄송한 일은?”

        

       《네?》

        

       “하지 말아야겠죠?”

        

       《네? 아니, 네. 아니, 아……. 그렇, 죠……. 네, 죄송합니다…….》

        

       내가 왜.

        

       * * * *

        

       핸드폰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서는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압도적인 안도감.

        

       살았다는 생각 외에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며 찾아온 탈력감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켜져있는 방송만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혼절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아크는 정신줄을 잡지도 놓치지도 못한 채, 멍하니 아따먹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고 있었다.

        

       ‘아, 목소리 예쁘다……톤도 낮아서 변조라는 시비도 없겠네……. 천상 여자 목소리네…….’

        

       《비밀…이에요?》

        

       ‘와……무슨……구미호 배역으로 당장 성우해도 되겠는데. 간이고 쓸개고 그냥…….’

        

       반쯤 홀린 듯이 멍하게 있던 아크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건, 새삼스럽게 우측 하단의 시청자 수를 본 순간이었다.

        

       시청자가 14,000명을 넘었다.

        

       이만한 규모의 시청자가 분탕을 치며 도배를 해댈 땐 죽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들 모두가 방송에 집중하고 있다.

        

       채팅도 제대로 못 치는 상황인데도.

        

       물 들어올 때는 노를 저어야 한다.

        

       우리 집 침수시키려고 들어온 물이라고 해도, 어쨌든 물은 물이다.

        

       ‘스트리머라면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어떤 형태로든, 무엇이든 해야한다.’

        

       아따먹에 대한 핵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사실이나, 지금도 일부 분탕들이 핵 언급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애초에, 전혀 원치 않았음에도 지난 몇 개월간 수없이 많은 게임을 함께 해온 아크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괴상한 플레이……라고 해야할까?

        

       말도 안 되는 레벨의 고수처럼 플레이하다가도, 초보적인 실수를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간 겪어온 핵 유저들에 비추어볼 때, 정말로 핵을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방플에 이골이 난 스트리머로서, 그 누구보다도 위치핵과 맵리딩의 차이를 잘 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 자신의 촉에 모든 것을 걸고 나름 힘겹게 굳힌 결의로 인터뷰 제안을 했으나-

        

       《정말 죄송한 일은?》

        

       “네?”

        

       《하지 말아야겠죠?》

        

       처참하게 까였다.

        

       그야말로 정론 그 자체여서, 순간적으로 대화 상대방이 지난 5개월 간 수십차례가 넘게 자신을 저격한 악질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농담이에요. 그런데 제가 예정이 있어서요.》

        

       매맞는 아내 증후군일까.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한 아따먹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되려 아크의 마음에서 다시 감사함과 미안함이 솟구쳤다.

        

       ‘통화해준 게 어디야. 그래, 욕심내지 말자. 나락 막은 걸로 충분하다.’

        

       “네, 당연히, 네. 제가 너무 갑자기 그랬죠? 죄송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목소리 출연해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해요.”

        

       그렇게 사과와 감사를 전하고 통화를 마무리하려던 순간.

        

       《네. 그럼 저는 이만 아크님 방송 보러 갈게요. 수고하세요.》

        

       “……네? 누구요?”

        

       《승급전 방송이거든요, 오늘.》

        

       “아니…….”

        

       《왜요?》

        

       “아니…지금 상황에…”

        

       《아……안 해요? 공지상으로 오늘이었는데…….》

        

       『미친년…미친년…미친년…미친년…』

       『뭘 실망하고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처음엔 고용한 배우 아닌가 의심했는데 아따먹 맞는 거 같음』

       『ㄹㅇ 이 상황에 승급전 요구할 또라이는 걔밖에 없음』

       『아크야 우리 눈나 실망하시잖아! 빨리 큐 돌려!』

        

       《으음…….》

        

       말문을 잃은 아크가 멍하니 카메라를 바라보는 사이, 잠시 고민하는 듯했던 아따먹이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음……승급전 방송 하시면 인터뷰도 뭐……괜찮아요.》

        

       『와』

       『큰거 온다』

       『착—-석』

       『ㄷㄷㄷㄷ시청자 15,000 돌파』

       『큐 돌려! 큐 돌려! 큐 돌려! 큐 돌려! 큐 돌려!』

        

       전혀 예상치 못한 조건이었지만, 어쨌든 승낙은 승낙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채팅을 확인하자, 시청자들의 분위기 역시 달아오르고 있었다.

        

       갤러리에서도 도적 관련 글만 골라보는 아따먹은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사실 나오나 커뮤니티에서 이미 제법 유명했다.

        

       게임이 출시된지 갓 1년.

        

       아직 고수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의 경계가 흐린 시기.

        

       이런 시기에 도적 원챔으로 마스터를 찍은 유일한 유저가,

        

       중견기업 여성 스트리머를 멘탈 터질 때까지 저격하고,

        

       갤러리에서는 ‘우리 도적 정말 갓캐입니다’ 따위의 글만 하루에 10번씩 쓰는데,

        

       챌린저 스트리머 중 유일하게 도적도 쓰는 도댓조차 ‘도적은 아따먹?인가 하는 사람이 좀 하던데?’라고 샤라웃 했었으니,

        

       유명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그 와중에 그 아따먹이 알고 보니 핵쟁이였다- 라는 의혹만으로도 화제가 폭발했는데,

        

       목소리가 묘한 분위기의 여자기도 하다?

        

       나오나 유저 중 인터넷 방송 좀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방송 시작한지 1시간도 채 되기 전에 지옥에서 천국, 천국에서 지옥. 그리고 다시 천국을 맛보는 중이던 아크는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네, 네!! 당장 큐 돌리겠습니다! 후딱 마스터 찍고 인터뷰 시작할게요 여러분!”

        

       그러나.

        

       《아니죠.》

        

       “네?”

       

       《승급전 방송 하시면 인터뷰도 괜찮아요.》

        

       “네, 그래서 지금 승급전을……”

        

       《하시면서 하시면 인터뷰도 괜찮아요.》

        

       『???』

       『??』

       『???』

       『??』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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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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