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0

       무림에서도 나를 쓰러트리겠다 외치던 이들이 있었다.

       

       정파 녀석들이야 당연한 이야기고 마교 내에서도 강자존이라며 나를 이김으로써 자신을 증명하겠단 이들이 있었지.

       

       허나 보시다시피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본인은 천마였고 그 누구도 나의 위에 군림하지 못했다.

       

       그런데 네가. 무림에 있었더라면 유망주 정도로 취급받았을 그대가. 나를 쓰러트리겠다고?

       

       아홉 번을 내리 패배하며 제 주제 정도는 파악했을 터이거늘.

       

       저런 말을 꺼낸다는 것은 정말 그 비수를 믿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도발하려는 목적일까.

       

       되도록 전자였으면 좋겠구나. 그 편이 더욱 즐겁기 않겠느냐.

       

       [시작!]

       

       시스템이 시작을 선언하자마자 기사가 발을 뒤로 움직였다.

       

       도망을 치려 하는가. 여태까지와는 다르군.

       

       방패를 든 기사는 가진 장비의 무게 때문에 발이 느린 편이다. 도망을 쳐봐야 내가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음을 모르지 않을 터.

       

       어째서일까. 그 비수라는 것을 위한 행동일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좋다. 어울려 주마.

       

       나는 아예 뒷짐을 쥐고서 기사가 움직이는 것을 살폈다. 그러자 기사가 망연히 나를 쳐다보다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아피스 뉴비셨네요.”

       “뭘 하든 빨리 하거라. 기다리기 지루하니.”

       “…알겠습니다.”

       

       대략 1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쉴 새 없이 뛰어다니던 기사가 신전의 거대한 벽 근처에 있는 염소의 상 앞에 멈춰 섰다.

       

       “준비는 끝났느냐?”

       “정말 안 막으실 겁니까.”

       “막으면 네가 나를 이길 수는 있고?”

       “나중에 비겁이니 뭐니 하지 않깁니다?”

       

       웃기는 소릴. 싸움에 비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을 쓰건. 암기를 쓰건. 사술을 쓰건 간에 상대를 이길 수만 있다면 그게 맞는 일이다.

       

       진정 강자라면 그 모든 걸 깨부수고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법.

       

       기사가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언어였다.

       

       듣는 것만으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이계의 말.

       

       기사의 말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쾅!

       

       신전의 벽에 금이 가며 그 곳에서 기운이 흘러나왔다.

       

       불온하군. 이것은 혈교 녀석들이 사용하던, 인간의 생명을 먹고서 자라난 무언가처럼 느껴진다만.

       

       저 벽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쾅! 쾅! 쾅!

       

       이윽고 벽에 구멍이 났고 그 곳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그건 검은 색을 하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쾅!

       

       신전이 흔들린다.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지고 바닥에 금이 간다.

       

       거대한 벽이 뒤틀리고 있었다. 더 많은 곳에 구멍이 났고. 그 곳에서 검은 것이 새어 나왔다.

       

       어느새인가 신전의 천장을 검은 것이 좀먹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다 속이 불편해져서 고개를 내렸다.

       

       쾅!쾅!쾅!쾅!쾅!쾅!쾅!쾅!

       

       마침내 벽이 깨지고 기운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 역시 검었다.

       

       크기는 거대했다. 장정 일곱을 쌓아야 저 머리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었다.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그 형상을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넘실거리는 부정형의 검은 것은 언제건 형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렸다.

       

       등 뒤에 촉수 마냥 수십 가닥의 검은 것이 자라나 있었다.

       

       저것을 무어라 해야 할까. 인간의 인지라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해서는 안 되는 존재. 서 있는 것만으로 인간의 정신을 뒤흔드는 것.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게 느껴졌다. 공포.

       

       하. 하하하하! 공포라니. 이 몸이. 본좌가.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저것은 도대체 무엇이냐.”

       “제 승리의 여신님이죠.”

       “저딴 게? 그대 생긴 건 말짱하게 생겼으면서 이교의 신을 모시고 있었느냐. 혈교의 부스러기들도 저건 모시지 않을 터야.”

       “당연히 비유죠!”

       

       검은 것은 기사를 지나쳐서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부정의 사이로 보이는 붉은 색의 눈빛이 참으로 역겨웠다.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고. 저건 위험하다고. 맞서서는 안 된다고.

       

       이성이 외쳤다.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저것을 상대하는 것은 개죽음일 뿐이라고.

       

       허나 난 주먹을 쥐었다. 천마여서가 아니었다. 본인이 무인이기에 앞으로 나섰다.

       

       무인이 왜 강함을 키운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의 몸을 보신하기 위해서? 그럴 지도 모르지. 허나 그런 목적을 가진 이는 대성하지 못한다.

       

       힘을 거머쥠으로서 권력을 얻기 위해서? 그럴 듯한 이유다. 허나 이런 목적을 가진 이 역시 최고의 자리엔 오르지 못한다.

       

       진정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무인들은 모두 다 미치광이다.

       

       오롯이 자신의 무를 증명하기 위해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를 멈추지 않는 정신병자들이다.

       

       언덕에 올랐다면 동산을 노리고. 동산을 올랐다면 이번엔 산맥을 오르고.

       

       산맥을 올랐다면 이번엔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노리고. 가장 높은 산에 도달했다면 하늘을 노리고!

       

       하늘을 올랐다면 별을 노리는 이들이란 말이다!

       

       그리고 나는 무림에서 제일가는 미친년이었다.

       

       두근거리는구나. 저것은 상대할 맛이 나는 녀석 아니더냐.

       

       현실의 몸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그랬다면 길게 즐기지 못했을 터이니.

       

       “후흐.”

       

       자아. 오거라.

       

       “푸하하하!”

       

       그대의 힘을 증명해 보거라. 내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이거라.

       

       “천마 백화령! 그대에게 생사결을 청하겠다!”

       

       검은 것은 등 뒤의 촉수를 움직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외신은 신전 여기저기에 새겨져 있는 글자들을 모두 확인한 후 조합함으로서 소환할 수 있는 NPC다.

       

       특수 승리 조건이라는 말이 달린 존재 답게 압도적인 힘으로 유저의 캐릭터를 짓누르는 NPC이기도 하다.

       

       유저의 수백 배는 되는 체력과 공격 한 번 잘못 맞으면 그대로 골로 가는 공격력.

       

       거기에 더해 유저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공포 상태이상까지.

       

       괜히 뉴비 상대로 외신을 소환하면 비매너 유저라며 매장 당하는 게 아니었다. 신전의 외신은 한 사람의 악몽이 될 자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종운은 화령이라는 유저가 아무리 잘한다 해도 외신을 상대로 버티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저 분. 나는 봐주고 있었던 거구나.” 

       

       허나 그건 착각이었다.

       

       종운은 외신과 천마가 싸우는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화령은 지금까지도 외신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여성이 무복을 흩날리며 자신에게 쏘아지는 촉수들을 피해냈다.

       

       흙먼지 사이에서 튀어나온 그녀는 촉수를 타고 올라가더니 외신의 몸에다 주먹을 꽂았다.

       

       충격파가 일고 신전이 흔들렸다. 외신도 제대로 피해를 입은 듯 뒤로 주춤거렸다.

       

       정작 바닥에 내려선 천마 본인은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 주먹을 쥐었다피며 인상을 찌푸렸다.

       

       “외신이 주먹으로 데미지를 입는 거였나.”

       

       – 일단 쟤도 죽긴 하잖아.

       – 저거 잡을 수 있는 거였음?

       

       “네. 저거 잡을 수 있어요. 저도 아는 스트리머 열 명 모아가지고 레이드 해봤는데 잡히긴 잡히더라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레이드는 며칠이나 이어진 끝에 성공했다.

       

       그만큼 외신을 상대하는 일은 어려웠다.

       

       공격 한 번 맞으면 피의 70퍼센트가 깎이는 데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없고. 게다가 중간 중간에 즉사 패턴도 뒤섞여서 성공한 게 기적이었다.

       

       “근데 혼자서는 못 잡아요. 절대로.”

       

       설령 화령이 단 한 번의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해도 안 된다. 되니 안 되니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었다.

       

       쿵!

       

       굉음에 고갤 돌리니 부서진 벽 너머로 처박힌 외신의 모습이 보였다. 뭘 하면 자기보다 몇 배는 큰 괴물을 주먹 하나로 날릴 수 있는 걸까.

       

       분명 힘들텐데 화령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즐겁다는 듯이.

       

       –  dindong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 개사기네요. 진짜. 저게 어케 됨?]

       

       “무슨 소리세요. dindong님. 지금 아피스 켜서 천마 해보세요. 저게 되나.”

       

       종운도 천마라는 캐릭을 다룰 줄 알았다. 챌린저 티어까지 올려놨으니 남들에게 못 한단 이야기를 들을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저 화령이라는 유저처럼 천마를 하라고 하면 못 한다 이야기할 것이다.

       

       천마는 말도 안 되게 까다로운 캐릭터다.

       

       아피스를 하는 유저들은 보통 보정이라는 시스템에 의존한다.

       

       무예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현대인을 무술의 달인으로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니. 이게 없다면 게임을 할 수 없는 이들도 많다.

       

       허나 천마는 보정을 꺼야만 한다. 보정 시스템이 형편없기 때문에.

       

       보정 없이 플레이 하지 않으면 제 성능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내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천마는 AI의 도움 없이 직접 무공을 써야만 하는 캐릭터고, 파일럿의 실력이 곧 성능이 되는 캐릭터라는 소리다.

       

       그러니 저만큼 날뛸 수 있는 것은 오롯이 화령. 저 유저의 힘이었다.

       

       넘어졌던 외신이 몸을 일으키자 후두둑 신전의 파편이 떨어졌다.

       

       – 우어어어!

       

       외신이 굉음을 내자 주변에 퍼져있던 외신의 기운이 외신의 주변으로 모여든다.

       

       “즉사 패턴 나왔다.”

       

       이제 끝이겠네. 저 사람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저걸 막을 순 없을 테니까.

       

       *

       

       검은 것은 때리는 맛이 있는 상대였다. 진심을 담아 때렸음에도 부서지지 않는 상대는 오랜만이었다.

       

       그것 말고는 글쎄.

       

       외신의 공격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촉수의 공격은 빠르고 강맹했으나 의도가 너무도 뻔했다.

       

       찌르려 드는 것도. 나를 묶으려 드는 것도. 위협적이긴 했으나 의도가 읽혀버린 이상 나에게 닿을 수 없었다.

       

       가끔 외신이 직접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지만 동작이 크고 어설퍼서 바보가 아닌 한 맞아 줄 리가 없는 공격이었다.

       

       위력 하나만큼은 출중했으나 딱 그 뿐이었다. 그 후의 경직도 커서 안 움직이느니 만 못한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검은 것에 대한 파악을 끝냈을 무렵에 나는 저것에게서 어렵잖게 승리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왜 저런 것에 공포를 느낀 거지? 내 직감도 낡은 걸까.

       

       넘어졌던 검은 것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신전의 조각들이 떨어지며 소리를 낸다.

       

       붉은 색의 눈에서 감정을 읽긴 어려웠지만 어째선지 모르게 저게 분노했음을 느꼈다.

       

       – 우어어어!

       

       처음으로 검은 것이 입을 벌렸다. 외침에 이끌리듯 검은 것의 주변으로 그가 풍기던 불온한 기운들이 뭉친다.

       

       큰 공격인가. 의도를 그리 뻔히 보여서 쓰나. 막아 달라 부탁하는 것 같지 않느냐.

       

       앞으로 가기 위해 발을 내딛으려 했으나 촉수들이 나를 막아 섰다. 저들끼리 모이고 모여 하나의 방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쯧. 저것도 생각은 있는 모양이구나. 귀찮게 되었어.

       

       촉수를 피하는 건 어렵지 않으나 작정하고 막아서는 걸 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저것들은 검은 것의 일부이고 검은 것 만큼이나 딱딱하기 때문에.

       

       하고자 한다면 뚫을 수야 있겠으나 그 때면 검은 것이 준비를 끝마쳤겠지.

       

       그럴 바에야 검은 것이 무언가를 준비를 하길 기다리고 그걸 박살 내는 편이 낫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촉수들이 흩어졌다.

       

       검은 것의 입 안에서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것을 입 안에 품고 있다는 것은 쏘아내겠다는 것이냐? 용의 불꽃처럼?

       

       피하기엔 늦었다. 어설프게 움직이다간 저 기운의 여파에 휘말릴 것이다.

       

       가히 신수에 비견될 정도로 강대한 기운이다. 직격 하지 않는다 한들 피해가 막심 할 게 분명했다.

       

       그렇담 어찌해야 하는가. 받아 쳐야지.

       

       나의 권으로 쏘아지는 것을 박살 내 버리면 그만이다.

       

       자신이 있느냐 묻는다면. 당연하다고 답하겠다. 평생을 쌓은 권이 저 조잡한 공격에 질 리가 없다.

       

       내기를 아껴서는 안 된다. 현실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약하다. 내기의 배분 같은 걸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아. 승부다. 이름 모를 검은 것아.

       

       그대의 숨결이 강할지. 나의 권이 강할지. 대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댓글과 추천 달아주시는 게 너무 고맙습니다. 그걸 보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