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

       ‘흐으으음….’

       

        이수아의 상태창을 보고는 저절로 속으로 탄식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상태창은 처음 봤기 때문에.

       

        아, 나는 다른 사람의 상태창을 볼 수 있다.

        물론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이기는 하다.

        다른 사람에게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다면서 상태창을 볼 수 없으면 말이 안되니까 말이다.

       

        ‘아니. 이런 상태로 살아왔단 말이야…?’

       

        드디어 왜 S급들이 그 난리를 치는지 좀 알 것 같았다.

        물론 지금까지는 채수현에게 매달려있어서 다른 S급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아. 오빠. 왜 이 년 정보를 검색해 보는 거야? 지금 나를 옆에 두고서 딴 년을 알아봐?’

        ‘하… 오빠. 내가 S급 헌터가 될 건데… 왜 다른 S급 헌터를 검색해 보냐고. 이해가 안되네…?’

        ‘내가 오빠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왜 자꾸 눈을 돌리냐고!!’

       

        아니. 좀 검색해볼 수도 있지.

        단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S급 헌터에 대한 정보를 조사를 하려고 해도 막았었다.

       

        ‘어쩐지… S급 헌터들이 꼭 잘 나가다가 고꾸라졌단 말이지…?’

        ‘이게 자기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건가…?’

        ‘아니면 보인다 하더라도 뭔가할 수는 없는 건가…?’

       

        물론 나에게는 익숙한 기능이었다.

        이미 수없이도 많이 사용해봤으니까.

       

        ‘아 오빠!!!!’

        ‘하… 오빠…’

        ‘야.. 백지훈..’

        ‘오빠… 진짜 그럴래?’

       

        아주 히스테리컬한 채수현과 함께 했으니 말이다.

        그때마다 상태창에서 포인트를 조금씩 사용해서 조정을 해줬었다.

       

        ‘휴. 좀 나아졌어.’

        ‘하.. 이제 좀 살 것 같다.’

        ‘그러니까 평소에 좀 잘 하라고. 내가 빡치지 않게.’

       

        그러고보니 내가 상전을 모시고 살았었네?

        아휴 등신 새끼.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탁 하고 때렸다.

       

        “어? 왜 그러세요? 지훈씨?”

       

        내 옆에 있던 헌터가 흠짓하고 놀라는 것이었다.

       

        “앗. 죄송합니다. 갑자기 뭔가 생각나서요.”

       

        다시 헌터들은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음…이수아 헌터가…’

       

        예전에 보았던 이수아 헌터를 떠올렸다.

        분명 곱고 단아한… 그러면서 결단력이 있는 사람..

        물론 지금은 조금 다른 이미지이긴 하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다.

       

        [ 아 이수아. 시발년. 젖탱이는 오지게 크네. 존나 꼴려 ]

        [ 그럼 뭐함. 존나 싸가지년이라는데. 갑질도 오진다며 ]

        [ 그게 더 꼴려 ]

        [ 미친놈. ]

        [ 쟤 눈에 뵈는 게 없다던데? 엄청 성질 드럽대 ]

        [ 하악하악. 나한테도 성질 부려주면 좋겠다. 맞아줄 자신 있는데 ]

        [ S급 헌터한테 뺨따구 맞으면 머리가 사라질걸. 배구선수한테 맞은 사람 본 적 없냐? ]

       

        다들 이수아 하면 괴팍한 성격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음… 어쩌면…상태창에 떠있는 더 문제들때문일 지도 몰라.’

       

        나는 크나큰 호기심이 생겼다.

        단순히 이수아 헌터에 대한 호감때문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 상황에선 궁금하지 않을까.

       

        이수아 헌터의 상태를 개선해준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번쩍거리는 경고등을 끈다면…?

       

        ‘해보고 싶다.’

       

        어차피 나는 채수현에게서 돌려받은 포인트가 넘친다.

        아주 차고 넘친다. 

       

        뭐 쉽게 말하면 최소 3명의 헌터를 S급 탑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인 거니까.

        그 정도면 헌터계에선 포인트 재벌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에 비해 상태이상 개선에 드는 포인트는 새발의 피.

       

        ‘해봐야지. 궁금하니까.’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상태창의 이것 저것 문제들을 해소를 해주었다.

        빨간 딱지로 가득했던 이수아의 상태창이 금새 말끔해졌다.

       

        ‘음… 어디…’

       

        그리고는 이수아 헌터를 쳐다봤다.

        역시나.

        그녀의 표정은 한껏 밝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역시. 이래야 예쁘다니까?’

       

        표정이 바뀌었을 뿐인데 과거 리즈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한 느낌.

       

        “여어. 지훈 씨. 뭐하세요. 뭐 그렇게 바빠? 상태창에 정리할 거 많아요?”

       

        내가 잠깐 넋을 놓고 이수아를 바라보자, 앞 쪽에 앉아있던 헌터가 말을 건네왔다.

       

        “어휴. 지금 이수아 헌터 보는 거에요?”

       

        그러더니 키득대며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이수아 헌터 예쁘죠? 캬… 예전엔 더 예뻤는데. 뭐 20대 혈기왕성한 남자라면 당연히 안 반할 수가 없지.”

        “그쵸. 우리 팀에 들어온 사람이면 누구나 다 그러니까요.”

        “뭐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니니까 한번 몰래 쳐다볼 수도 있지~”

        “에. 과장님은 유부남이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사모님께…”

        “앗. 살려줘.”

       

        실없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었다.

        나는 괜시리 부끄러워졌다.

        그런 뜻으로 바라봤던 것은 아닌데…

        뭐 완전 또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수아 헌터의 표정이 밝아져서 좀 마음은 들었다.

       

        “와 근데 오늘 이수아 헌터 왤케 예뻐졌지? 좀 기분도 좋아 보이는데…?”

        “음? 그러게요. 뭐지… 뭐 좋은 일 있나…?”

        “좋은 일이 뭐 있겠어. 오히려 나쁜 일만 있었지. 채수현이한테…”

        “과장님 쉿.”

       

        이 과장님이라는 사람은 아무 말이나 다 꺼내는 타입임에 분명했다.

        뭐. 이런 사람도 한명 쯤은 있어야지.

       

        “지훈 씨. 혹시 이수아 헌터한테 관심있으면 우리한테 말하라고. 우리가 팍팍 밀어줄테니까.”

        “어휴. 과장님 그게 밀어준다고 될 일이에요?”

       

        그 말에는 꽤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수아 헌터는 꽤 유명했으니까.

        남자들에게 철벽을 치는 것으로.

       

        같은 팀원이라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 이상 발전하기는 힘들겠지.

        그리고 나는 지금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

       

        목표는 채수현.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가야 한다.

        이 년이 또 나를 조지기 위해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하… 내가 한 10년만 젊었어도. 이수아 헌터에게…”

        “과장님. 10년전이면 이수아 헌터 청소년일 때에요. 아청법. 철컹철컹.”

        “앗.”

       

        원래 이러고 노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래도 팀원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것 같아 다행이었다.

       

        ‘간혹 분위기 지랄맞은 헌터 팀도 있다고는 하니까.’

        ‘뭐 사실 멀리 갈 것도 없다. 채수현만 해도…’

       

        예전을 떠올렸다.

       

        ‘아 오빠. 그것 밖에 못해? 오늘은 120점 밖에 못 모았네? 아니 이거 가지고 언제 S급 헌터 된다는 거야?’

        ‘하…. 분명 나 잘 살게 해준다고 했잖아? 손에 물 안묻히게 해준다며? 편안하게 살게 해준다며?’

        ‘나는 오빠한테 뭔데? 나 그냥 생체 오나홀이야 뭐야? 정말? 이렇게 느려서 되겠어?’

        ‘오빠. 힘든거 다 알아. 근데 일단은 우리가 빨리 높은 곳에 도달해야지. 그래야 편하게 살지.’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가혹한 채찍질이었다.

       

        ‘하… 미친놈이기는 했네. 그 짧은 시간동안 그 성적을 달성했었으니 말이야.’

       

        잠시 짧은 상념에 빠졌다.

       

        “근데 지훈씨는 원래 뭐했어요?”

       

        갑자기 질문이 훅 들어오는 것이었다.

        슬슬 술기운이 돌았는지 다들 표정이 풀리기는 시작했다.

       

        “아 저는…”

       

        참으로 말을 꺼내기 애매했다.

        어디부터 말을 해야할지, 어디까지 말을 해야할지.

       

        분명 얘기를 하다보면 채수현 얘기까지 나올 수 밖에 없다.

        최근 몇년 동안 내 인생의 전부는 채수현이었으니까.

        그 얘기 말곤 할 게 없지 않나.

       

        “에헤이~~ 원래 과거 얘기는 묻는게 아냐~”

       

        내 표정을 살짝 살피던 과장님이 손을 뻗어서는 막았다.

       

        “뭐 했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우리 모두를 구한게 중요한 거라니까?”

       

        분위기를 확 틀려는 것이 느껴졌다.

       

        “캬… 아니 지훈씨. 어떻게 그 스킬을 가지고 있었대? 그거 포인트도 오지게 잡아 쳐먹는 스킬인데? 내 스마트폰에 말이야 헌터 지인만 4천명은 있거든? 근데 이 놈들 중에서 아마 한 명도 그 스킬 가지고 있지 않을텐데?”

       

        과장님은 자신의 스마트 폰을 들어 살짝 우쭐거리며 말했다.

       

        “그러게요…? 저는 진짜 아까 죽는 줄만 알았거든요?”

        “맞아 맞아…원래 메두사 잡는 거 했었어요…? 근데 메두사는 드랍템도 구린데…”

       

        게임에서도 분명 비 인기 스킬이란 것은 있다.

        오늘 내가 찍었던 스킬이 바로 그 비인기 스킬.

        오히려 찍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

       

        “하하.. 제가 예전에 멋도 모르고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넘겨버리기로 했다.

        포인트가 넘쳐난다는 것을 말해봤자 분명 아무도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 받을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분위기, 나쁘지 않다.

        그냥 이대로만 진행되면 만족스러운 헌터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고~ 진짜 천운이네. 실수로 찍어뒀던게 이렇게 될 지 어떻게 알았겠어? 지훈 씨가 하루만 늦게 들어왔어도 우리는 완전 다 나가리였다니까.”

        “으으.. 끔찍해요…”

       

        ‘휴… 다행이긴 다행이네. 그래도 첫인상을 좋게 보인 것 같으니까.’

       

        헌터 인생이 잘 풀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수아 씨. 근데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과장님은 별안간 벌떡 일어나더니 이수아 헌터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무래도 얼큰하게 취한 것 같았다.

       

        “아이고. 과장님 또 저러시네.”

       

        옆에 있던 다른 헌터들이 막으러 일어나는 것이었다.

       

        “네? 어… 음…”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수아는 과장님의 말을 듣고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살짝 당황한 것 같은.

       

        ‘음. 정말 기분이 좋아서 놀란 것 같은데…?’

        ‘다행이네. 잘 나아서 채수현을 조지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군.’

       

        나는 완전히 블루 길드에 뼈를 묻기로 했다.

       

        ***

       

        잠시 화장실에 나온 이수아.

       

        ‘음…? 뭐지…? 왜 이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움직여보기도 하고 몸을 비틀어보기도 했다.

       

        ‘응…? 왜 괜찮지…? 어째서…?’

       

    다음화 보기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