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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10. 폴리모프 (3)

       

       

       폴리모프.

       드래곤은 자기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강아지, 고양이, 인간, 기타등등.

       

       드래곤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드래곤은 그럴만한 능력이 뒷받침되어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에 가깝다.

       

       “나만 그런 거 아닌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지금 내 눈앞에서 이불을 둘러싸고, 분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

       붉은 머리에 앙칼진 얼굴을 가진.

       이화련은 그런 존재라고 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다.

       

       ‘애가 억울해 죽으려 하네…’

       

       폴리모프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저 억울함부터 먼저 풀어줘야 할 것 같았다.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저 화련아. 일단 앉아볼래?”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우선이라 느꼈다.

       나는 부드러운 말투로 가볍게 한 번 물어봤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데, 화련아.”

       “나 안 억울해! 화 난 거야!”

       “그래, 알겠어. 안 억울하구나. 그럼 왜 화났어?”

       

       자존심 때문에 억울함을 인정하지 않는 화련.

       화가 난 화련이는 억울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알지도 모르면서… 쟤가 먼저 나한테 시비 걸어서 그런 건데…”

       “수련이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그런데도 내가 너만 혼내서 화난 거야?”

       “그래!!”

       

       화련이는 그 대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고, 누가 꼬리를 내려치고, 누가 꼬리를 회피했는지.

       

       “음음, 그렇구나.”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과가 나왔다.

       

       “화련이만 잘못한 게 아니긴 하네.”

       “씨잉… 그렇다니까! 쟤가 먼저 나한테-“

       “수련이도 잘못했고. 결국 둘 다 잘못했어.”

       “ㅁ, 뭐라는 거야아!!”

       

       쾅-!

       화련이는 납득할 수 없는지.

       바닥을 세차게 찍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잘못 없어! 쟤가 먼저 나한테 멍청이라 했다구!!”

       “그렇지만 접시를 깬 건 너잖아. 화련아.”

       “쟤가 나한테 멍청이라 하지 않았으면!! 나도 접시를 안 깼어! 그리고 쟤가 내 꼬리를 피해서 접시가 깨진 거란 말이야!!”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말은 잘하네.

       드래곤이라 이건가.

       

       ‘그래도 아직 어린애지만.’

       

       나는 반항심이 가득한 화련이를 내려보며 말했다.

       

       “화련아.”

       “왜!”

       “네 말대로 수련이가 먼저 잘못하긴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련이를 꼬리로 쳐서는 안 돼. 누가 먼저 잘못했든지 간에. 남을 때려서는 안 되는 거야. 그건 네 잘못이야.”

       “…”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

       “…흥!”

       

       화련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걸까, 자기 잘못을 듣고 싶지 않았던 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저 고집덩어리를 지금 당장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오늘은 처음이기도 하고, 애들이 배가 고플 테니, 따끔한 경고를 주는 편이 나아 보였다.

       

       “처음이니까 이번에는 넘어갈게.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나거나 하면, 그때는 아빠가 정말 안 봐줄 거야.”

       “…”

       “대답.”

       “…어.”

       

       화련이는 대답하기 싫지만 억지로 대답해야 할 때 나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만한 드래곤의 고집을 꺾는 건 쉽지 않을 테니.

       앞으로 천천히 저 성질머리를 고쳐가야만 하겠지.

       이건 드래곤의 부모가 된 나의 숙제처럼 보였다.

       

       “그건 그렇고. 수련아.”

       

       나는 자세를 낮춰 수련이와 눈을 마주했다.

       수련이는 대답 없이 가만히 내 눈을 응시했다.

       

       “아무리 그래도 화련이가 첫째인데. 멍청하다 같은 심한 말을 하면 안 되지.”

       “…”

       “다음에 또 그러면 안 된다. 알겠지?”

       “…샤아.”

       

       수련이는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평소와 같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불만이 묻어 나오는 대답이었다.

       그렇게 드래곤의 모습을 한 수련이를 바라보고 있자 하니,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둘이 어떻게 대화했지?’

       

       나는 화련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잠깐. 이거 좀 이상하다, 화련아.”

       “왜 또 나인데!”

       “그게 아니라. 수련이가 너한테 멍청이라 했다고 말했잖아?”

       “나 멍청이 아니야!”

       “그래그래. 아주 잘 알고 있어. 너 멍청이 아니야. 근데, 수련이는 아직 드래곤이잖아.”

       “맞아!”

       “어떻게 너한테 멍청이라 한 거야? 그리고 너는 어떻게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된 거야?”

       “흥, 그것도 몰라? 완전 바보네!”

       “…”

       

       화련이에게 바보라고 들으니 조금 긁히긴 했지만.

       일단 화련이의 얘기를 듣기로 했다.

       

       “인간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드래곤도 드래곤의 언어를 사용하거든! 인간의 용어로는 ‘용언’이라 해! 용언으로는 우리 드래곤끼리만 대화할 수 있지!”

       

       더 복잡한 언어를 하나 알고 있어서 한국말을 잘하는 건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화련이가 한국말에 유창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됐냐고 물었지!?”

       “응, 솔직히 그게 제일 궁금해.”

       “그건 말이지…”

       

       화련이는 자신 있게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입을 꿈뻑거리고는 눈을 다른 방향을 돌렸다.

       

       “사실 나도 잘 몰라!”

       “모른다고?”

       “그래! 원래는 나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하거든! 근데, 그냥 이불 안에 있는 게 답답했어! 화나고 참기 힘들잖아! 그래서 한 대 때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직접 때리려고 했더니 이렇게 됐어!”

       

       화련이는 후련하다는 듯한 말투와 함께 웃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오히려 꽉 막힌 기분이 들었다.

       

       ‘…결국은 나를 때리려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소리잖아?’

       

       아빠를 때리기 위해.

       인간으로 변한 딸.

       겉모습은 아동 잡지의 1면을 장식할 만큼 예쁘긴 하지만.

       인간으로 변한 계기가 너무 괘씸했다.

       

       “패륜의 재능을 타고났구나, 화련아.”

       “패륜? 그게 먼데? 먹는 거야?”

       

       패륜이 부모를 잡아먹는 거긴 하지.

       굳이 내 입으로 알려주지는 않기로 했다.

       

       “아니, 몰라도 돼. 밥이나 먹자.”

       “밥! 밥 줘!”

       

       화련이는 식사 시간이 되니, 실실거리며 식탁 의자로 향했다.

       

       “어제 먹었던 거 맛있어! 그걸로 줘!”

       

       라면이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다.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부터 처리해야겠지.

       나는 건조대에 곱게 말려둔 하얀 티셔츠 한장을 들었다.

       

       “화련아.”

       “왜!”

       “이불 내려놓고 이거 입어.”

       

       아동용 옷을 사기에는 돈이 없으니.

       일단 내 옷을 주는 편이 좋겠지.

       화련이는 이불을 저 멀리 던지고, 내 흰 티를 재빨리 입었다.

       사이즈가 커서 그런지 원피스와 다름없었다.

       

       “이게 더 편하긴 하네! 좋다!”

       

       화련이는 마음에 드는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이불에 감춰져서 몰랐는데.

       화련이의 머리와 허리 부근에 이상한 게 존재했다.

       

       “뿔…? 꼬리…?”

       “흐흐흥. 밥이다 밥!”

       

       라면을 기다리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화련.

       신나게 움직이는 발과 함께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꼬리.

       표면은 오돌토돌한 것처럼 보이지만, 만져보면 촉촉할 것 같은 꼬리.

       

       ‘나중에 만져보고 싶네.’

       

       인간에게 꼬리가 달린 모습을 보니, 이제서야 파충류가 아닌 드래곤과 살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나는 저녁 식사가 더 늦어지기 전에 밥을 준비했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해줄 테니까.”

       

       그렇게.

       우리들은 함께 작은 식탁에 모여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이거 못 쓰겠어! 그냥 들고 먹을래!”

       

       화련이는 젓가락질이 어려운지 그냥 그릇을 입에 대고 먹었다.

       아직 인간의 모습을 하지 못한, 수련이와 초련이는 드래곤의 모습으로 얌전히 라면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이 조금 마음에 걸렸던 걸까.

       사건의 주인공들이 용언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모르지만.

       

       “먹든가 말든가!”

       “…샤아.”

       

       화련이가 자기 접시에 담겨있던 라면을 수련이의 접시에 덜어 넣는 모습을 보았다.

       그건, 아마도.

       어린아이의 서투른 사과가 아니었을까.

       드래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첫째.

       이화련.

       그녀가 가장 먼저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성공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드래곤은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하, 역시 내가 가장 강하네!”

       

       화련은 평소에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본모습이 더 자신에 가깝긴 해도, 그 모습으로는 일상생활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화련은 아직도 파충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련과 초련을 내려보며 비웃었다.

       

       “하하! 너희들 내가 부럽지? 나만 성공해서 약 오르지? 불만 있으면 성공해보던가!”

       

       비틱.

       화련의 비틱에 수련과 초련은 뭐라 받아칠 수 없었다.

       

       -레드 드래곤 특. 시끄러움. 좀 조용히 하지. 집중하게.

       

       수련은 짜증이 나긴 했지만.

       화련이 하는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와, 역시 화련이야! 대단해! 대단해!

       

       초련이는 딱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폴리모프 자체에 흥미를 크게 가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저절로 인간이 된다는 마인드였다.

       

       -그린 드래곤 특. 느긋하며 머리가 꽃밭임. 같은 드래곤이지만 역시 이해하기 힘드네.

       

       수련은 느긋하게 배를 까고 드러누운 초련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저 레드 드래곤이 왜 화를 냈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고. 왜 나한테 자기가 먹던 걸 줬는지도 모르겠어.

       

       나한테 음식을 버리려 했던 건가?

       그런 것 치고 저 멍청이는 먹는 걸 많이 좋아하는데.

       잘 모르겠어.

       

       -아직 세상은 어려운 거 투성이네.

       

       아무리 드래곤이라 한들.

       세상을 경험한 시간이 짧았기에, 경험이 매우 부족했다.

       그렇다고 해서 경험을 채우기 위해, 뉴스를 시청하는 짓은 시간이 아까웠다.

       

       -전부 한쪽으로 치우쳐진 정보뿐이야. 평범한 인간이면 몰라도. 본질을 꿰뚫는 드래곤은 속지 않아.

       

       뉴스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편향되어 있다.

       특히, 뉴스에서 기업이란 녀석들을 계속 공격한다.

       뉴스만 보는 사람이 기업을 천하의 나쁜 놈이라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내 눈에는 둘 다 똑같은데. 뉴스는 못 믿겠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

       

       화련은 화를 내려다가 인간으로 변했다.

       계기.

       수련은 그 계기가 자신에게 부족하다 느꼈다.

       그렇기에, 수련은 자신이 직접 계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바깥세상이 어떤지. 내 눈으로 직접 볼 거야. 나는 정보가 필요해.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위험한 행동이긴 했지만.

       수련은 망설이지 않았다.

       드래곤의 호기심은 위험을 뛰어넘는 법이었다.

       

       -나는 이 세상이 궁금해. 알고 싶어.

       

       그렇게 수련은 이하준의 가방 속으로 꼭꼭 숨어 들었다.

       정보의 파도에 스스로 올라타기 위해서.

       

       “나 간다. 너희들 싸우지 말고 얌전히 있어!”

       

       이하준은 꿈에도 모르는 채, 수련이와 함께 출근길에 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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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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