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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무협지는 조금 읽은 기억은 있다.

         

        내가 찾고 있는 내단, 혹은 영약을 구하는 건 기연이라고 부르곤 했다.

         

        양기를 가득 머금고 있으며 내단에는 그것과 반대되는 지독한 음기로 가득 찬 영물, 만년화리(萬年火鯉).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산꼭대기나 절벽에 자란다고 전해지는 금령수(金靈樹)와 그 열매인 만년금령지과(萬年金靈之果).

         

        소림의 이대성약 중 하나이자, 죽은 사람조차 살릴 수 있다는 풍문이 도는 영약 대환단(大還丹).

         

        그 밖에도 공청석유, 만년하수오, 만년금구, 금와 등 범인으로서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영약들이 있다.

         

        그것들을 얻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았다.

         

        강력한 영물을 쓰러트리거나 전설 속에나 나오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맺혀있을지도 모르는 열매 한 알을 찾아야 하니까.

         

        내 주변에서 내단을 가진 놈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게 아니라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영약을 찾는 건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진화를 하는 걸 포기했느냐?

         

        그건 또 아니다.

         

        도마뱀의 몸으로 내단이나 영약을 구하기 힘들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진화의 조건은 몸에 영험한 기운이 깃드는 것이다.

         

        그 말인즉, 내단 같은 게 없더라도 그 기운을 채우기만 한다면 진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잉어나 두꺼비도 내단을 만드는데, 내가 못 만들 게 어디 있나.

         

        나 정도면 영험한 도마뱀이지.

         

        손을 뻗어 하얀 배를 살살 만졌다.

         

        말랑말랑한 게 참 기분 좋았다. 이게 내 몸이라는 사실만 뺀다면 말이다.

         

        이 배 안에 분명 단전이라는 게 있을 거다.

         

        거미에게 받은 내단, 그 안에 들어 있는 기운이 그곳에 있을 거고.

         

        단전이 있다면 내공을 쌓는 것도 가능할 터다.

         

        물론 무협지에 나오는 심법이라던가, 심결, 신공.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단 하나.

         

        소룡등천보라는 이름의 보법이다.

         

        이걸 어떻게 잘 만지면 내공 심결 같은 게 튀어나올 거 같긴 한데, 아직은 방법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낙담할 건 아니었다. 무협의 세계에선 삼류 무인조차 내공을 수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운기조식.

         

        무릇 무에 몸을 담았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물론 그저 그런 삼류들이 한다면 삼화취정이라던지, 오기조원 같은 것에 다다르진 못한다. 그래도 내력을 순환시켜 내공을 쌓을 수 있다는 건 다르지 않았다.

         

        삼류 무인도 할 수 있는데, 무에 꼬리를 살짝 걸친 도마뱀이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꼬리를 말고 가부좌를 틀었다.

         

        도마뱀의 몸으로 양반다리를 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몸이 유연했기에, 다리를 구긴다는 느낌으로 가부좌를 틀 수 있었다.

         

        운기조식이 무엇인지는 알아도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야 당연하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었으니까.

         

        알고 있는 지식이라곤 무협지 몇 권 읽은 것밖에 없으니까.

         

        그렇지만 명상이라면 할 수 있었다.

         

        연잎을 뜯어 눈을 가렸다.

         

        넓은 호수를 생각하자.

         

        끝없이 펼쳐진 넓은 호수.

         

        호수에 떨어진 물 한 방울.

         

        고작 물 한 방울이지만, 그 파장은 호수의 끝에 다다랐다.

         

        호수의 끝에 커다란 볏이 보인다.

         

        볏의 주인이 크게 울부짖었다.

         

        그래, 녀석은 스피노사우루스였다.

         

        스피노는 물고기나 잡아 먹는 범부 공룡이고 체급도 사실 티라노보다 아래인 유사 펠리컨이며 티라노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건 지나가던 랩터도 아는 사실이다.

         

        허억….

         

        헉….

         

        평정심이 깨졌다.

         

        비열한 스피노자식. 내 심상 속에 나타나서 집중을 깨버리다니.

         

        실패다.

         

        운기조식은커녕 명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연잎을 살짝 치우고 허공을 바라봤다.

         

        “게겍겍.”

         

        실패했다지만, 노력은 했다.

         

        혹시나 그 노력에 감동해 운기조식이라는 이름의 스킬을 던져주지 않을까.

         

        …….

         

        억울하게 게코 도마뱀으로 전생했는데, 그 정도는 해줘라!

         

        내가 언제 깨달음을 얻고 그러겠어.

         

        전생 특전 그런 걸로 좀 봐줘.

         

        …상태창은 차가웠다.

         

        사실 알고 있었다.

         

        운기조식이 정말 스킬로 존재한다고 해도 적어도 한 번은 성공해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그래.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

         

        잡념을 지우고.

         

        호수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에 집중하자.

         

        작은 물 한방울이 파장이 되어 호수의 끝으로 달려갔다.

         

        끝에 부딪힌 파장은 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시 떨어지는 물 한 방울.

         

        그 물 한 방울은….

         

        “꽤애애액!”

         

        후, 참자.

         

        참아.

         

        그래. 한 번 참으니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졌다.

         

        물이….

         

        “꽤애애애애액!”

         

        이 새끼가.

         

        넌 죽었다.

         

        얼굴 좀 보자.

         

        【베엘제부포 LV12】

         

        나는 삐죽 내민 고개를 다시 넣었다.

         

        미안합니다.

         

        하던 거 계속하세요.

         

        아니, 두꺼비 이름이 왜 저래.

         

        7대 악마 중 하나일 거 같은 이름이잖아.

         

        앞에 탐욕이라는 칭호도 붙을 거 같고.

         

        나는 뺨을 두어 번 두드린 후 마음을 다잡았다.

         

        따지고 보면 내 이름도 만만치 않았다.

         

        무려 바실리스크다.

         

        옆에 그린이라는 조금 허접한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녀석도 나와 비슷한 상황일 수도 있다.

         

        나도 바실리스크가 전설 속에 나오는 그것으로 착각하지 않았나.

         

        저것도 평범한 두꺼비일 수도 있다.

         

        고개를 다시 빼꼼 내밀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베엘제부포】

         

        40cm가 넘는 거대한 두꺼비며 지옥의 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육이 많은 뒷다리를 이용해 먹잇감에게 급습하는 사냥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베엘제부포의 몸에서 분비되는 독액은 포식자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맹독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잠깐만요.

         

        왜 쟤는 설명도 거창한 거야.

         

        지옥의 두꺼비가 뭐예요.

         

        나도 전설의 도마뱀 이런 거 할래.

         

        그리고 저게 어떻게 40cm예요.

         

        잘만하면 나도 한입에 삼켜질 거 같은데.

         

        몸에 금빛 윤기가 흐르는 게 심상치 않았다. 아까 봤을 땐 별 볼 일 없는 두꺼비라고 생각했는데, 이름과 그 설명을 보니 다르게 느껴졌다.

         

        “꽤애애액!”

         

        나는 고개를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래.

         

        원래 수련이라는 건,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더 잘되는 법이지.

         

        탐욕의 베엘제부포님의 가르침을 기억하자.

         

        “꽤애액!”

         

        나는 저 두꺼비가 조용히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운기조식을 행할 때, 주변에서 호법을 서주곤 한다.

         

        도중에 방해를 받으면 오히려 내상을 입고 마니까.

         

        저 소리에 집중이 끊기면 내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론 그것도 내가 운기조식에 성공했을 때 말이지만.

         

        두꺼비가 펄쩍 뛰는 소리가 들렸다.

         

        “꿰애애액….”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지금이다.

         

        운기조식을 펼칠 때였다.

         

        이젠 조식이 아니라 중식이라고 불러야 할 거 같지만.

         

        그러니까 운기 조식의 조식이 아침에 먹는 조식과….

         

        “겍겍.”

         

        나는 주둥이를 다물고 가부좌를 틀었다.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웠다.

         

        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단전에 있는 기운이 몸을 순환하기 시작했다.

         

        물 한 방울이 파장을 일으키듯, 몸 구석구석을 향해 나아갔다.

         

        “그어어엉!”

         

        파장이 깨졌다.

         

        “케엑!”

         

        동시에 피를 한 움큼 토했다.

         

        …나 방금 각혈한 거야?

         

        그 말은, 운기조식이 거의 성공할 뻔했다는 거다.

         

        하지만 기뻐하긴 일렀다.

         

        두꺼비가 겨우 잠잠해지고 엄청난 집중을 해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 저 추악한 포효소리에 깨지고 말았다. 다시 실마리를 잡는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괜히 피까지 보게 됐다.

         

        저 포효의 주인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저건 아까 봤던 그 녀석이겠지.

         

        악마 두꺼비 님이라면 몰라도 너는 떡을 치고도 남지.

         

        나는 날카로운 발톱을 조약돌에 조금씩 갈아댔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너도 얼굴이나 한번 보자.

         

        【아스트로켈리스 라디아타 LV16】

         

        꼬리를 들어 올려 내 시야를 가렸다.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얜 왜 레벨이 16이고 이름도 저렇지.

         

        꼬리를 슬쩍 치워봤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야말로 자세히 보기를 믿을 때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스트로켈리스 라디아타】

         

        50cm까지 자라는 땅 거북입니다.

        별의 거북이라는 이름대로 껍질에 별 모양의 무늬가 있습니다.

        방사거북이라도 불리며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희귀한 개체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별의 거북이요?

         

        뭔가 잘못된 거 같다.

         

        지옥의 두꺼비와 별의 거북이.

         

        그러면 그사이에 있는 도마뱀도 하늘의 도마뱀쯤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끽 해봐야 롱 테일 워터 도마뱀 같은 이름만 떠오를까.

         

        “그워워워웡!”

         

        이제 겨우 실마리를 찾았는데, 저 거북이 때문에 운기조식을 할 수 없게 됐다.

         

        아냐, 그래도 곧 있으면 조용히 할 거야.

         

        거북이는 원래 착한 동물이잖아.

         

        나 많이 봤어.

         

        별주부전 그런 거.

         

        “그에에에에에!”

         

        가만, 그건 자라였지.

         

        이 새끼는 육지 거북이잖아.

         

        “그게에에엑!”

         

        대체 왜 여기서 서성거리시는 거예요.

         

        여긴 먹이도 얼마 없잖아요.

         

        나도 피라냐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가서 사냥했구만.

         

        참자.

         

        수련은 곧 참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으니까.

         

        이렇게 계속 참으면 운기조식이 더 잘 될지도 모른다.

         

        “꿰애애액!”

        “그어어엉!”

         

        어휴.

         

        이젠 쌍으로 그러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녀석들이 낮에 활동한다는 거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이 야행성인지 주행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올빼미족 출신이다. 낮이든 밤이든, 어떻게든 적응 할 수 있다.

         

        차라리 둘의 활동 시간이 겹쳐서 다행이다.

         

        밤이 오면 조용해지겠지.

         

        나는 물장구를 치며… 아니, 보법을 연습하며 시간을 죽였다.

         

        “꽤애애애애액!”

        “그게에에에엑!”

        “꽤애액!”

        “그게겍!”

         

        …뭐지, 꿈인가?

         

        왜 소리가 더 커진 거 같지?

         

        빈도도 늘어난 거 같은데.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아스트로켈리스 라디아타 LV16】

         

        【아스트로켈리스 라디아타 LV11】

         

        【아스트로켈리스 라디아타 LV6】

         

        【베엘제부포 LV12】

         

        【베엘제부포 LV11】

         

        【베엘제부포 LV6】

         

        고개를 다시 넣었다.

         

        내가 큰 착각을 했다.

         

        놈들이 주행성이라고 해도, 딱히 밤에 조용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잠을 잘 시간엔, 오히려 놈들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저 가족끼리 경쟁하듯 온종일 시끄럽게 떠든다는 것.

         

        여긴 지옥이다.

         

        운기조식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곳에 있다간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을 수 없을 거 같다.

         

        잠을 잘 수나 있을까.

         

        사냥터에서 먹이를 잡아도 저 녀석들에게 걸리면 뺏길 거 같은 기분이었다.

         

        내 이웃들은 왜 이런 거야.

         

        ….

         

        거미야. 잘 지내니?

         

        오늘따라 네가 보고 싶구나.

         

        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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