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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론단의 기사들.

         

       일단 나도 감시자를 피해 간 뒤에 만난 적도 있었던 자들이었다.

         

       물론 이렇게 부수고 들어온 게 아니라 지하 감옥을 완전히 나갔을 때 등장했었지만.

         

         

       「

       제목 : 스포일러) 론단의 기사단 얘네들은 진짜 볼 때마다 존나 간지남.

         

         

       외신을 죽이고, 또 그걸로 만든 장비로 전신 무장한 기사.

         

       그런데 심지어 그 장비가 또 간지 터짐.

         

       이걸 어떻게 참음?

         

       캬, 나 죽어.

         

         

       댓글

         

       ㄴ특히 갑옷 입은 놈이 제일 멋있더라. 나중에 얻어서 입어봤는데 외신 갑주 중 룩딸 최고봉임.

         

       ㄴ난 백가면 눈나가 좋음. 쌍검 발도 후 납도 모션이 진짜 씹간지나더라.

         

       ㄴ무신의 딸도 좋은데. 덩치는 커도 하는 행동이 소동물 같아서 귀여움.

         

       ㄴ얘 빼면 도끼 쓰는 애도 없지 않나? 도끼 비효율적이잖아.

         

       ㄴ기사 단장은?

         

       ㄴ어허, 미친년 안 삽니다. 언급 자제요.

       」

         

         

       커뮤니티에서는 론단의 기사단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죽하면 스노우 캐슬의 본체가 이 기사단이라며 ‘갤주 개같이 등장 ㅋㅋ’이라는 댓글들이 달리는 것도 간혹 보일 정도로.

         

         

       실제로 올라오는 사진들도 멋있고, 세련된 모습으로 나오곤 했다.

         

         

       머릿속에 떠올린 대로 분명 론단 기사단은 외신을 죽여 그것으로 만든 무기, 갑주들을 사용하는 멋들어진 집단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

         

         

       이게?

         

       이게 내가 알고 있던 론단의 기사단이라고?

         

         

       물론 슈퍼 겁쟁이 모드를 감안하면 외신으로 만든 장비를 입은 기사단들의 꼴은 귀여워지는 게 당연하긴 한데.

         

         

       간지 철철 넘치는 외신 갑주는 곰돌이 인형 탈로 대체되었고 멋진 쌍검은 플라스틱 검이 되었으며 무겁고 중후한 도끼는 장난감으로 바뀌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예전의 론단 기사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놀이동산에 있는 장난감들을 들고 와 기사단 소꿉놀이라도 하고 있다 말하는 게 차라리 더 현실감이 있지 않을까.

         

         

       어처구니가 사라지니 이제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 녀석, 왜 실실 웃고 있는 거지?”

         

       “그, 그러게요? 해탈이라도 한 걸까요….”

         

         

       생각만 한다는 게 실수로 웃어버렸다.

         

       아니, 곰인형탈 쓰고 그렇게 엄근진한 자세로 있으면 누가 안 웃기겠냐고.

         

       물론 나만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만.

         

         

       “어이, 그만.”

         

       “히이익!”

         

         

       그런 와중에 아가르타는 또 조용히 벗어나려다가 한 기사가 플라스틱 검을 갖다 대며 제지하자 사색이 되어서 물러섰다.

         

         

       내눈엔 그저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이 아가르타의 눈에는 무서운 것으로 보이는 듯 벌벌 떨었다.

         

       인지부조화가 일어날 것 같은 상황.

         

         

       하얀 가면을 쓴 여인이 아가르타의 귓가에 속삭였다.

         

         

       “움직이지 마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영혼째로 베어주마. 이 녀석은 영혼을 먹거든.”

         

       “…히끅.”

         

         

       확실히 위협적인 검이긴 했는지, 늘 장난스럽던 아가르타가 딸꾹질까지 하다니.

         

       게다가 사냥꾼은 이미 자진해서 총을 놓은 채 양손을 들며 싸울 의지가 없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니,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 맞긴 한데….

         

       이놈의 모드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을 뇌가 인지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넋을 놓은 채 상황을 살피던 때, 후드를 쓰고 장난감 도끼를 든 소녀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조심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소녀가 덜덜 떨면서 말했다.

         

         

       “가만히 있어주세요오…. 저, 저 꽤 강하거든요? 저항하면 아프게 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봐도 저쪽이 갑일 텐데, 왜 저렇게 꼭 본인이 을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걸까.

         

       그냥 겁이 많은 건가.

         

       게임 속에서도 조금 내향적인 모습을 보이던 거 같긴 한데, 실제로 보니까 더 쭈글쭈글해 보이네.

         

         

       너도 나와 같은 슈퍼 겁쟁이 클럽에 들어오지 않겠나?

         

       물론 들어와도 이 모드는 나눠주지 않을 거지만.

         

       그럴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장난감 도끼를 이쪽에 향하는 걸 보면 무섭지는 않아도 실제로 베이면 엄청나게 아픈 거겠지?

         

       생긴 게 저러니 도끼날에 손가락을 훑어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벽면에 새겨진 글자와 읽었었던 커뮤니티의 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건 불가능했겠지.

         

       아픈 건 싫으니 순순히 답해야겠다.

         

         

       “넵!”

         

         

       일부러 힘차게 대답해주자, 오히려 놀라서는 벌벌 떠는 것이 덩치에 비해 심약한 심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외신들이 가득한 곳에서 이런 성격으로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스토리를 자세히 모르는 입장으로서 이들의 면면만 알 뿐 그 내막까지는 알지 못했다.

         

         

       한편 곰 인형 탈을 쓴 사내가 종이 하나를 들고 나왔다.

       

       

       “외신에 의한 오염은?”

       

       “축성 의식을 했으니 문제 없다.”

         

       

       대충 보아 죄수 목록 같은 것을 읽으려는 모양이었다.

       

         

       “죄수명 아가르타. 죄목, 절도 3건, 협박 2건, 도박, 7건. 이외에 범죄로 추정되는 미수 사건 다수.”

         

         

       아가르타가 부끄러운 이야기라도 들은 것처럼 얼굴을 붉게 물든 채 나와 사냥꾼을 곁눈질로 슬쩍 보고 있었다.

         

         

       우와.

         

       절도, 협박, 도박?

         

       진짜 돚거였잖아.

         

         

       차갑게 식은 눈으로 아가르타를 봐주자, ‘그럴 때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장난도 못 쳐.

         

       머리를 긁적이고 있으니, 플라스틱 쌍검을 겨눈 가면의 여인이 평가했다.

         

         

       “아가르타라니 가명이군. 분명 도둑들 중에서도 급이 나뉜다고 하던데, 가명을 쓸 정도면 그런 계보에 들어가는 녀석 중 한 명인가.”

         

         

       소심한 소녀가 가면 여인의 말을 듣더니 할 말을 찾지 못한 듯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억지로 답했다.

         

         

       “어. 음, 그, 그렇군요.”

         

         

       아가르타의 어깨가 갑자기 들썩이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횡설수설하며 입을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저 완전 착한 도적이라니까요? 네? 여, 여기서 나가게만 해주신다면 진짜 어떤 거든…!”

         

       “다음.”

         

         

       곰인형의 사내는 아가르타의 말을 깔끔하게 자른 뒤, 사냥꾼을 향해버렸다.

         

       아가르타의 동공이 축소되는 꼴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만큼 불쌍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뭐, 자기 업보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

         

         

       사냥꾼의 앞에 선 곰인형은 눈을 찡그리면서 다시 종이를 보았다.

         

         

       “죄수명 사냥꾼. 공무 집행 불이행, 단독 외신 사냥… 황녀님 직할 명령 거역?”

         

         

       곰 인형 탈을 쓴 사내가 ‘황녀 직할 명령 거역’이라는 단어에 특히 분노한 듯 말했다.

         

       황녀를 향한 충성심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건 예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지.

         

         

       스노우 캐슬의 무대인 론단과 그 외의 지역에서 절대 권력 중 하나인 황녀의 명령을 거역한다는 건 웬만한 깡으로는 할 수 없는 짓이었다.

         

       당장 목을 베여 참수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

         

         

       “사냥꾼. 이름은 들어봤다. 외신에게 특정 당하지 않게 이름도 지웠다지? 다른 도시에서 명성이 자자하던데.”

         

         

       가면의 여성은 철저히 사냥꾼을 평가했다.

         

       사냥꾼은 자신의 신상을 조사했다는 사실이 불쾌했는지 혀를 차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무, 무서운 사람이네요.”

         

         

       그냥 놀리는 것처럼 말하는 줄 알았지만, 도끼를 든 여인은 사냥꾼의 키를 훑어보고는 정말 벌벌 떨면서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니, 공무를 집행하러 온 네가 왜 무서워하고 있냐고.

         

       …솔직히 같은 과인 나도 조금 압도적인 느낌이 들어 처음에 기세에 눌렸었다.

         

         

       막상 지내보면 그냥 짜증 많은 꼰대 느낌에 가까웠지만.

         

         

       “즉결 처형이다.”

         

       “부단장, 지금은 그러기 위해 온 게 아닐 텐데. ”

         

         

       곰 인형 사내가 분노하며 말했지만, 백가면 여인이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냥꾼은 우수하다. 아직 이용가치가 있어.”

         

         

       여전히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사냥꾼을 응시하는 곰 인형 사내였지만, 혀를 차며 눈을 감았다.

         

         

       “쯧, 빌어먹을 사냥꾼.”

         

         

       백가면 여인이 단순히 단원의 위치가 아닌지 곰인형 사내는 사냥꾼을 한 번 힐난할 뿐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저 백가면 여인이 분대장, 정도의 느낌이려나.

         

         

       곰 인형 사내가 한숨을 내쉬며 내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곰인형 사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은 역시 나구나.

         

       그래도 혹시나 나는 호명 없이 잡혀 온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했건만.

         

       뭐, 아쉬운 거지.

         

         

       그래, 이렇게 된 거 뭐 때문에 잡혀 왔는지나 들어보자.

         

       솔직히 아가르타가 말했던 것처럼 알몸으로 뛰어다니거나 그런 공연음란죄 같은 건만 아니면 전부 괜찮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곰 인형 사내의 입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죄수명, 레이단 탄튼.”

         

         

       제발 멀쩡한 거였으면 좋겠다.

         

       여기서 괜히 또 대역죄가 나와버리면 사냥꾼이랑 아가르타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까딱 잘못하면 이 자리에서 즉각 사형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고.

         

       그건 싫어!

         

       플라스틱 검에 얻어터지다니, 숟가락 살인마냐고!

         

         

       하지만 보통 바라던 것과는 정반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마침내 곰인형 사내는 뒷말을 읊기 시작했고.

         

         

       “정신착란, 외신 …강간미수?”

         

       “…어?”

         

         

       생각보다 더 충격적인 죄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버렸다.

         

       내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모든 소리가 잠잠해 졌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 상황.

         

         

       기사단은 충격에 빠져서 입까지 벌리며 나를 보고 있었고, 아가르타는 인외의 존재를 본 것처럼, 사냥꾼은 혐오감을 있는 대로 드러내며 나를 보고 있었다.

         

         

       이게 정녕 제대로 말한 건지 알 수 없는 와중 장난감 도끼를 든 소심한 소녀가 입을 달달 떨며 당황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 우와아….”

         

         

       시발 아니라고.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슈퍼 겁쟁이 모드 다크 판타지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The super cowardly me installed Super Coward Mode, and the terrifying extraterrestrials started to look cute. “Eating the flesh of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re not human! Ew!” “Even withstanding mental manipulation? What kind of monster are you!” “Enslaving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 must be out of your mind.” …And then, the reactions around me becam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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