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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비록 뒤통수를 치긴 했지만 용사 파티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루시는 단연코 파티원들이 문란하지 않다는 걸 들 것이다.

         

        남녀가 섞인 파티에서 잘하면 치정, 최악의 경우는 여자가 몸을 함부로 굴리거나 남의 여자를 빼앗아서 내분과 칼부림으로 파티가 파탄나는 꼴을 많이 봐왔던 루시는 제발 용사 파티가 결성될 때 멤버들이 보수적인 성관념을 가졌기를 바랐다.

         

        정말 다행히도 파티원들은 매우 건전했고 마왕 토벌이라는 사명에 집중했다.

         

        남자인 라인폴드는 말할 것도 없고 짐꾼은… 그다지 기억에 없지만 매일 물품 재고정리를 하고 오늘이나 내일 할일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빠듯해 했던 것 같았다.

         

        루시의 걱정은 전혀 지나치지 않았다.

         

        루시는 인류 역사상 4번째 용사이며 마왕 토벌에 성공한 첫 번째였다.

         

        그전까지는 모두 마왕 토벌을 실패하긴 했지만 밀리던 전선을 회복하고 고착화까지 시킨 위업이 있었다.

         

        그런데 2대 용사가 남자 도적 파티원에게 모든 여성진을 빼앗기고 마왕 토벌 실패의 모든 죄를 모함당하고 처형당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성녀, 마법사, 궁수, 전사는 여자였고 그 중 마법사는 용사의 연인이었다.

         

        그들은 도적과 붙어먹고 용사를 처형까지 몰고 간 뒤 가정을 이루고 애까지 낳으면 잘 살았더랫다.

         

        그게 그들 기준으로 3대 후손의 시대까지 이어졌다.

         

        인간들 스스로 이 부정을 밝혀내고 처단하길 기다렸던 여신은 극도로 대노하여 직접 교국에 강림까지 했다.

         

        납작 엎드리는 성직자들에게 여신은 진실을 보지 않는 눈과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귀는 필요없다며 모두 맹인에 농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2대 용사의 무죄를 외치던 용사의 여동생을 새로운 교황으로 세우고 모든 죄를 낱낱이 밝히라고 엄명을 내렸다.

         

        그때 외친 말이 멀리 있던 왕국까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고 성경과 역사서에 명백하게 기록되어 있다.

         

        성녀는 이미 교국에서 여신에게 벌을 받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태였으며 그 자리에서 모든 죄를 고했다.

         

        여신은 직접 성녀의 아랫도리를 지져서 막아버리고 풍만했던 젖가슴을 잡아 찢어버린 뒤 그대로 왕국에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던 영웅들의 3대 후손들은 정의를 부르짖었으나 막상 자기 할머니 할아버지의 죄가 드러나자 은폐하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사는 왕녀였고, 여왕이 되었다가 왕위를 물려주고 섭정으로 등극했었다.

         

        국가 단위에서 왕족과 귀족이 이를 덮으려다 결국, 인류 말살을 결심한 여신이 물로 왕국 전체를 쓸어버렸다.

         

        교황이 된 용사의 여동생에게 직접 오라비가 휘두르던 성검을 주고 낚시하듯이 죄인들을 물에서 건져내어 꼬챙이 꿰듯 죽여버리게 했다.

         

        특히, 죄를 지은 장본인들은 물에 몸이 불어 썩고 물고기들이 뜯어먹는 고통을 죄다 느끼게 한 뒤 마지막 뇌와 눈까지 다 파먹히고 나서야 직접 여신이 지옥으로 영혼을 끌고 갔다고 한다.

         

        도적은 그 와중에 홍수에서 도망쳐 마경까지 가서 마왕에게 자신을 숨기고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여신의 진노를 목격해 기겁한 마왕은 손수 도적을 마차 수레바퀴에 묶어 여신이 있는 교국으로 그 마차를 채찍질하여 보냈다.

         

        본래 여신과 마신은 자신의 주관 종족 외에는 개입할 수 없지만, 죄인을 숨기거나 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도착했을 때쯤 도적의 몸은 팔다리가 부서지다 못해 닳고 닳아 없어졌다고 한다.

         

        역사는 말한다.

         

        사명을 받은 자들은 절대로 하반신 쉽게 벌리고 다니지 말라고.

         

        역사는 경고한다.

         

        분탕질 치면 여신이 직접 조지러 올 거라고.

         

        어떻게 조져질 지는 그 역사조차 함구한 도적의 처벌을 네가 직접 겪어보면 알 거라고.

         

        여튼 그렇게 왕국은 멸망하고 그 뒤 제국이 세워졌다.

         

        원래는 정말 인류를 없애려 했으나 용사의 여동생이 자신의 옷을 찢고 모래를 머리에 끼얹으며 용서를 빌어 멈췄다고 되어있다.

         

        더불어 여신은 다시는 물로 인류를 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대신 깝치면 불로 지지겠다고 뒷말을 덧붙이긴 했다.

         

        왜 이렇게 잡설이 기냐 라고 한다면, 린은 지금 그 역사와는 다른 유형의 정조 관련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어머 얼굴은 괜찮네?”

         

        “오빠~ 여기와 여기. 잘해줄게.”

         

        “누구 원해? 엘프? 수인? 와서 골라보자 응?”

         

         

        진짜 누가 맵 설계를 했는지 어떻게 도시가 일직선 구조에 떡하니 가운데에 창관 거리가 있단 말인가.

         

        머리는 지끈거리고 배에는 땀이 찼다.

         

        최대한 절제하고 있지만 루시가 두터운 옷속에서도 창녀들의 호객을 듣고 씨근덕거리고 있었다.

         

        용사의 마력이 언제 터져나올지 몰랐다.

         

        일단 터져나오면 린의 몸은 폭사 확정이다.

         

        그걸 아니까 루시도 어떻게든 참으려 하고 있는 거고.

         

         

        ‘하나도 안춥다. 오히려 더워.’

         

         

        방한 도구 사지 말까, 린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복부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칼바람이 날카롭게 핥아대고 있었다.

         

         

        “어머 오빠 손등에 소름 돋은 거 봐. 춥지? 이리와서 차 한 잔 하고 가. 마실 거 줄 게. 뭐 마실래?”

         

        “아뇨아뇨아뇨아뇨. 저 그냥 지나가는 겁니다.”

         

        “뭔가 눈빛도 성실해 보이는 게 다른 남자새끼들이랑은 다른 맛이 있을 거 같은데?”

         

        “제 배 보시면 알겠지만 어디 아픈 놈입니다.”

         

        “응 알아. 경비한테 들었는데 체질이라며? 그럼 병도 아니네. 잘해준다니까?”

         

         

        이 경비놈, 돈까지 처먹였는데 정보를 술술 불고 다니다니.

         

        분명 창관에 지가 여자 품으러 와서 있어 보이겠다고 린의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괜히 호구새끼라는 것도 덧붙였겠지.

         

        왜냐하면 이 창녀들이 린에게 와서 제시하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았다.

         

        뒷골목 출신이고 정보 얻으러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던 린에게 화대 시세 정도야 싫어도 알 수 밖에 없었다.

         

         

        “됐으니까 가라고.”

         

        “하! 지가 뭐 되는 줄 아나. 고자냐 너?”

         

         

        이것 봐라. 끝까지 거절하니 바로 태도가 돌변한다.

         

        무시와 원색적인 비난이 쉴틈없이 빗발쳤지만 린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용사파티에서도 이랬는데 뭐.”

         

         

        귀찮게 구는 창부들을 다 떨궈버리고 골목 끝까지 당도한 린은 습관대로 혼잣말을 하고서 급히 입을 막았다.

         

        당장 눈에는 안보이지만 그의 옷속에는 루시가 감춰져 있었다.

         

        안그래도 루시가 과거 자신을 대한 태도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던 그였기에 방금 실언은 치명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루시의 예민한 청력은 그걸 들어버렸다.

         

        조금 전까지 치솟던 분노와 질투는 쏙 들어가고 그 빈자리를 미안함이 빠르게 채워갔다.

         

        아이씨, 잘못한 건 난데 왜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지.

         

        루시는 쳇바퀴 같이 돌고 도는 자신의 감정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린의 방해라도 되지 말자 라는 심정으로 루시는 차분해지려 애썼다.

         

        호흡을 가다듬고 눈은 감는다.

         

        귀를 쫑긋 세우고 더 예민하게 만든다.

         

        린의 말대로라면 에팔테르가에는 마족이 있다.

         

        서큐버스면 마족 중에서 약한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마족 안에서다.

         

        사람의 음심을 건드리고 위력은 약해도 섬세한 흑마법을 구사하는 서큐버스는 작정하고 활동하면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었다.

         

        용사 파티 내에서도 마기에 제일 민감한 건 성녀 아르실과 용사 루시 두 사람.

         

        서큐버스니까 창관에 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린의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들려왔다.

         

        린의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루시는 또다시 표정이 풀어지며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아르실이 봤다면 미쳤다고 했을테지만 루시는 우직하게 린이 운명의 상대이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 시간에 남자는 흔치 않은데? 게다가 당신처럼 몸이 부실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굵직하고 허스키하다.

         

        옷 밖을 볼 수 없는 루시는 처음에 남자라고 착각할 뻔했다.

         

         

        “방한 도구를 사러 왔습니다.”

         

        “배불뚝이가 정복하기에는 혹한 산맥은 꽤나 까다로운 여자라서 말야.”

         

         

        린과 루시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가는 곳마다 자신들의 정보가 노출되어 있었다.

         

        DLC에서 에팔테르가는 사람이 적긴 해도 활기찬 곳이었다.

         

        왕래도 지금처럼 아주 없지도 않으며 토착민부터 탐험가까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챙겨주는 도시.

         

        어찌된 영문인지 거리도 한산하고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과 호기심이 높아져 있었다.

         

         

        “산맥이 외모라도 본답니까.”

         

        “몸을 보지. 저 산맥은 특히 음기가 강해서 물건 튼실한 남자도 진입하는 순간 쪼그라든다고.”

         

         

        주인장의 어조에 끈적한 무언가가 베어나오고 루시는 이때 이 사람이 여자라는 걸 확신했다.

         

        그것도 상당히 굶주린 여자.

         

        목소리로 근육질의 육덕진 스타일이라는 것까지 유추해낸 루시는 설마 하면서도 기척을 읽어내는데 집중했다.

         

        서큐버스는 자기 외모와 성적 어필에 자존감이 높다.

         

        이런 아줌마 체형의 서큐버스가 존재할 리 없다는 설마였다.

         

         

        “그리고 전 산맥에 간다고 한 적 없습니다.”

         

        “하! 발뺌도 성의가 없군. 강단이 있어보이지도 않고. 하긴 그래서 창관 거리를 그냥 건너뛰고 온건가?”

         

        “춥습니다. 털코트나 보여주시죠.”

         

        “흥, 저기 장갑이니 코트니 많이 쌓여있으니 알아서 골라 오라고.”

         

         

        불친절해도 어쩔 수 없었다.

         

        아쉬운 건 린이었으니까.

         

        그리고 직접 둘러보는 편이 오히려 그에게 이득이었다.

         

        무구점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한쪽에는 몇 안되는 무기들이 한쪽에는 방한 도구들과 각종 잡화들이 있었다.

         

        먼저 린은 방한 도구가 잔뜩 쌓인 선반으로 다가갔다.

         

         

        ‘먼지 쌓인 거 봐라.’

         

         

        얼마나 오랫동안 묵혀 둔 재고인지 털 위에 대놓고 먼지가 쌓여 있었다.

         

        대충 사이즈에 맞는 걸로 장갑과 함께 2개씩 고른 뒤 린은 뒤를 돌아 무기 쪽으로 다가갔다.

         

         

        “뭐야, 장비도 사려고?”

         

         

        마치 네까짓게? 라고 묻는 것 같았다.

         

        비아냥은 무시하고 린은 구석에 전시된 갑옷 앞에 섰다.

         

        투구부터 부츠까지 철로 이루어진 풀플레이트메일.

         

        그 가슴께에는 태양 비스무리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얼마죠?”

         

        “갑옷? 꽤 비싼데.”

         

        “아뇨, 이 문양 말입니다. 얼마죠?”

         

        “문양? 그건 뭐하러? 그보다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거야? 그냥 갑옷에 그려져 있는 그림인데.”

         

        “내기할까요? 제가 이 문양만 가져가면 문양값은 공짜로, 실패하면 이 갑옷의 2배값을 내는 걸로.”

         

        “해볼 수 있으면 해보시지.”

         

         

        어깨를 으쓱한 린은 품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스크롤을 꺼냈다.

         

        내용은 백지였지만 빈 것이라도 스킬 스크롤에는 기본적으로 특수한 마법 처리가 되어 있었다.

         

        바로 접촉하는 스킬 원리나 마법진을 흡수해서 새로운 스킬 스크롤로 탄생하는 마법 처리였다.

         

        RPG 게임을 플레이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안다.

         

        뭔가 잡다한 것이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왔다?

         

        일단 다 클릭해보고 다녀야 한다.

         

        어디에 숨은 아이템이 있을지 모르니까.

         

        웬만한 플레이어라면 거진 수집벽이 있는 강박증세에 시달린다.

         

        여기도 그렇게 무수한 클릭질 속에 얻어걸린 곳 중 하나일 뿐이다.

         

         

        “어라?”

         

        파즈즈즈즈즈

         

         

        주인장의 얼빠진 소리를 뒤로하고 빈 스크롤을 문양에 가져다 대자 스파크가 미약하게 튀기 시작했다.

         

        스파크는 스크롤로 옮겨붙기 시작하더니 타닥거리며 마법진을 그렸다.

         

        스크롤이 완성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연출이 좀 화려한 거 치고는 크게 특출난 스킬은 아니었다.

         

         

        [일반: 온기의 포옹]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정말 유용하지.

         

        강에서 탈출했을 때 루시를 위해 썼던 스킬이었다.

         

        게임에서야 그냥 생존에 관련된 패시브 스킬이니 일반 등급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것만큼 훌륭한 건 드물었다.

         

        스킬 레벨을 매기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마법이지만, 이 스킬 한 번이면 추위 관련 상태 이상은 모조리 방어할 수 있었다.

         

        실제로 문양을 옮겨담자 무구점 안은 쌀쌀함이 느껴졌다.

         

        혹시라도 말이 바뀔까 재빠르게 스크롤을 갈무리한 린은 털코트와 장갑을 들고 주인장에게 갔다.

         

         

        “얼마죠?”

         

         

        주인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심쩍게 린을 노려보던 주인장은 손가락을 쫙 펼쳐보였다.

         

         

        “금화 5닢.”

         

        “…말도 안되는 소리. 잡화 몇 개에 금화까지 내야하나.”

         

        “금화 6닢.”

         

        “이봐요.”

         

        “금화 10닢.”

         

        “…흥정에 소질이 없으시군?”

         

        “돈 없어?”

         

         

        있다.

         

        하지만 그만한 액수를 지불하면 이 좁아터진 동네에 바로 소문이 퍼질 거고 그런 그의 주머니를 노리는 이들이 수두룩해질 것이다.

         

         

        “좀 봐달라고. 요새 마왕이 너무 설쳐대서 죄다 전쟁터로 가버리고 여긴 안 온단 말이지. 불경기야.”

         

        “그건 나랑 상관없고, 돈도 없습니다. 아쉽지만 거래는 여기까지 하죠.”

         

         

        미련없이 잡화를 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통할지 안통할지 모르지만 잡아주지 않아도 그만한 돈을 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문고리를 잡는 팔을 밀치며 주인장은 출구를 막아섰다.

         

        린은 최근 문 한 번 열고 나가기가 많이 힘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재주를 보여놓고 곱게 나갈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재주가 아니라 거래입니다.”

         

        “이제보니 말하는 것도 꽤나 이지적이고.”

         

        “이지적이라니 어려운 말을 쓰시는 군요.”

         

        “가만보니 팔뚝에 근육도 꽤 있네?”

         

         

        린의 팔뚝은 소매로 가려져 있었지만 남자치고도 꽤 두꺼웠다.

         

         

        “허벅지도 꽤나 탄탄하 거 보니 힘이 참 좋겠어. 특히 쑤셔박는 힘이 말이야.”

         

         

        주인장은 린의 팔을 움켜쥐고 허벅지를 더듬었다.

         

         

        “이보쇼 주인장.”

         

        “허벅지 진짜 탄탄하네?”

         

        “자학이 취미는 아니지만 난 얼굴도 볼 거 없고 체질 때문에 배불뚝이요. 당신 취향이 아닐 테니 이만 보내주시오.”

         

        “내 취향은 너 같이 총명한 사람이란다?”

         

         

        말투가 바뀌었다.

         

        걸걸하던 목소리가 어느새 새되고 간드러지게 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혹한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몸 좋은 녀석들을 바라고 왔는데 음~ 매일 먹다보니 질려버렸어. 여기서는 머리 좋은 남자가 별미지. 이상한 병 걸린 것만 아니면 약간의 하자는 참아줄만 해.”

         

         

        여장부와 같던 주인장의 몸에서 근육이 점차 빠져나갔다.

         

         

        “어떤 여자가 취향이니?”

         

         

       햇빛에 그을렸던 피부가 새하얗게 탈바꿈한다.

         

         

        “가슴이 큰 여자? 골반이 벌어진 여자?”

         

         

        단단하게 자리 잡혔던 근육질 가슴도 조금씩 둥그렇게 부드러운 곡선 모양을 갖더니 이내 살짝 아래로 무게감을 내비치는 폭유가 되었다.

         

         

        “네 취향의 여자를 가지고 어떤 플레이를 해보고 싶니?”

         

         

        골반은 그대로였지만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며 참을 수 없는 여인의 라인이 드러난다.

         

         

        “마구마구 해버려서 임신시켜보는 건 어때? 그리고 임신한 배에다가 또 네 욕정을 토해내는 거야. 내 아래를 완벽하게 네 것으로 정복하고 물들이는 거지? 어때? 그 동안 무시 받았던 너라는 남자의 진가를, 오직 나만이 알아봐주는 거라고?”

         

         

        달큰한 향이 코를 찔렀다.

         

        서큐버스의 유혹 스킬.

         

        미향으로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을 떨어뜨리고 단순한 꼬드김으로 육욕에 지게 만드는 수법.

         

         

        “이 가슴, 이 엉덩이, 원한다면 이 입과 뒤쪽까지… 모두 네 거야.”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절대 버텨낼 수 없었다.

         

         

        “있잖아, 난 위도 아래도 좋아. 네가 원하는 쪽부터 채워줘.”

         

         

        하지만 우리의 짐꾼 린은 여신 때문에 강제로 정신계 공격이나 디버프 면역이었다.

         

         

        “그럼 공평하게 중간으로 합시다.”

         

        “중간?”

         

         

        결정했다.

         

        강행돌파다.

         

        어차피 출입구를 막고 있어서 별 도리도 없었다.

         

         

        “루시!”

         

        “루시?”

         

         

        멍하니 되묻는 서큐버스를 앞에 두고 린은 껴입고 있던 상의들을 위로 들췄다.

         

        그러자 거기에는,

         

        마족보다도 붉은 마력을 내뿜고 있는 루시가 있었다.

         

         

        “어…?”

         

        “야.”

         

         

        흉흉하게 안광을 빛내며 노려보는 루시.

         

        그런 그녀를 위해 린은 포대기에서 팔을 꺼내주었다.

         

         

        “이 불여시 같은 년아.”

         

         

        하필이면 서큐버스는 린을 꼬셔보겠다고 서로 코끝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상태.

         

         

        “린은….”

         

         

        루시는 마력을 팔끝에 집중시키며 몸까지 틀었다.

         

         

        “뭐야 이거!!!!”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서큐버스가 당황하며 물러서려 했지만,

         

         

        “내 거라고!!!!!!!”

         

         

        열이 뻗칠대로 뻗친 용사의 빠르고 묵직한 일격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팔다리가 없어도 용사는 용사였다.

         

        단순히 내지른 일격에 서큐버스는 자기 무구점 출입구를 박살내며 밖으로 날아갔다.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Abandoned Hero's Only Ally, 버림받은 용사의 유일한 아군이 되었다.
Score 6.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saved the Warrior who used to ignore and bully me and now she is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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