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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 10화는 일러스트 삽화의 추가 연출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크모드 비활성화 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크라슈와 지독한 악연 중 하나였다.

   크라슈가 그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한 때 크라슈의 친구였다.

     

   ‘친구는 개뿔이.’

     

   크라슈도 진작 알고 있긴 했다.

   그가 크라슈와 친구로 있었던 이유는 이용 가치가 있어서라는걸.

     

   다른 이들이 보기에 아닉스의 라이벌 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발하임이다.

   그런 발하임의 직계인 크라슈를 포용한다는 리더쉽을 보여주는 건 왕국파의 중심에 서기 유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크라슈는 그런 표면적인 이유보다 훨씬 더 역겨운 이유 또한 알고 있었다.

     

   사건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이후에 일이었다.

   그와 함께 창공의 세대에 속하게 된 크라슈는 세계 침식을 막고자 아닉스와 함께 움직였고, 일이 터졌다.

     

   아닉스의 조가 세계 침식의 함정에 휘말렸던 것이다.

   조원들은 전부 함정에서 죽었고, 크라슈는 절벽 끝자락을 붙잡은 채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아닉스는 창공의 세대답게 유일하게 함정에서 빠져나갔다.

     

   「아닉스! 나 좀 끌어 올려봐!」

     

   크라슈는 아래쪽에서 오는 강렬한 중력의 영향으로 팔이 뜯어질 것 같았다.

   그렇기에 아닉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아닉스에게 돌아온 것은 도움 대신 전혀 다른 말이었다.

     

   「……크라슈, 이번 함정이 내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란 것이 알려지면 나는 창공의 세대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그 말을 듣고 크라슈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닉스는 최근 한가지 실수로 인해 창공의 세대에서 많이 내몰린 상태였다.

     

   그런 마당에 이번 실수가 알려진다면.

   분명 그의 말대로 창공의 세대에서 내보내질 것이다.

     

   이제는 권력의 중심이 되어버린 창공의 세대다.

   이곳에서 내보내진다는 것은 피하고픈 일이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지금 그딴 게 중요해!」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중요한 게 목숨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닉스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그는 이미 한참 전에 결단을 내린 표정이었다.

     

   「나 혼자 살아 나간다면 내 실수는 모두 묻어진다.」

     

   아닉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함정에 빠진 크라슈를 두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닉스, 아닉스, 기다려!」

     

   크라슈는 다급히 외쳤다.

   이대로라면 죽는다.

     

   「이 등신아!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거 같아!?」

     

   창공의 세대는 바보가 아니다.

   애초에 창공의 세대이기 이전에 자기들끼리 내부에서 권력 다툼을 하는 그들이다.

     

   분명 어떤 식으로든 이번 일을 빌미로 아닉스를 내보내려 할 것이다.

   그는 스타론의 중심 역할 중 하나였으니까.

     

   아닉스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닉스는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려보냈다.

     

   「괜찮다. 네가 있잖나. 크라슈.」

     

   크라슈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아닉스는 이번 실수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릴 셈이었다.

   발하임의 반푼이가 발목을 붙잡아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고.

     

   가뜩이나 창공의 세대에서 적이 많았던 크라슈다.

   그들은 사실 여부는 제쳐 두고, 당장 크라슈의 실수를 까발리려 난리를 칠 것이었다.

   그 사이 진실은 흐지부지되겠지.

     

   「고맙다. 크라슈, 넌 마지막까지 내 친구로 있어 줘서.」

     

   아닉스의 마지막 말은 크라슈의 역린을 건드리는 말과도 같았다.

     

   「친구, 친구!? 엿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네놈이 날 언제 친구로 생각한 적 있기나 하냐!」

     

   아닉스가 말하는 친구인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크라슈는 내심 믿고 싶었다.

   저놈이 그래도 세계 침식과 맞서 싸우는 동료라는 것 정도는 말이다.

     

   그러나 아닉스에게 있어 크라슈는 친구는커녕 동료조차 되지 못했다.

   크라슈는 역겨움의 결국 아닉스의 역린을 건드렸다.

     

   「애초에 네놈은 핑곗거리를 붙였지만 내 곁에 있었던 건 전부 샬롯 때문이었잖아!」

     

   처음으로 여유롭던 아닉스의 얼굴이 깨졌다.

     

   「오늘 실수도 내가 모를 줄 알아? 샬롯이 결혼식을 올린다 해서 네놈이 정신 놓아 이 꼴이 난 걸 말이야!」

     

   샬롯에게 깊은 애증을 느끼던 아닉스.

   오늘 그의 실수는 전부 샬롯의 결혼식 소식 탓에 그가 정신을 놓은 탓이었다.

     

   크라슈는 처음에 아닉스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

   꼬라지를 보아하니까 십중팔구 사고를 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주제에 꾸역꾸역 세계 침식을 나와 이 사단을 만들어 놓고서는.

   이제는 자기 책임으로 돌리겠다니.

     

   기가 막힌 역겨움이었다.

     

   「……내가 이래서 네놈을 싫어한다.」

     

   크라슈를 바라보는 아닉스의 얼굴 위로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감정이 담겼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을 지녀서 종종 그 부분에 파고드니까.」

     

   아닉스가 크라슈를 친구로서 뒀던 진짜 이유.

   그것은 그의 곁에 있으면 크라슈에게 종종 찾아오던 샬롯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었다.

   그녀는 이제 영영 떠나 버리고 말았으니까.

     

   「아, 그래도 오늘 일이 잘된 건 있군.」

     

   그리 말한 아닉스는 애증으로 인해 뒤섞여 버린 역겨운 미소를 얼굴 가득 그렸다.

     

   「샬롯도 동생 장례식과 결혼식을 동시에 올리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미친 새끼가!」

     

   아닉스가 완전히 망가졌음을 깨달은 크라슈는 소리 질렀지만, 아닉스는 이미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긴 뒤였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쓸모 있어 다행이군. 크라슈.」

     

   그리고 아닉스는 떠났다.

   그런 그를 향해 크라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욕설을 퍼붓는 것밖에 없었다.

     

   크라슈가 그렇게 죽기 직전에 내몰린 그때.

   그를 구해준 이가 있었다.

     

   태양이 떠오를 백금발의 머리카락의 주인공.

     

   아서 그라말테.

     

   그것은 새로운 악연의 시작이었다.

     

   ‘병신 새끼.’

     

   그 뒤 아닉스는 아서의 증언으로 창공의 세대에서 쫓겨났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왕위 계승권이 없는 클라디아 공주와 식을 올려 지푸라기라도 잡는 모습은 정말 역겨울 지경이었다.

     

   “하는 말도 겉모습도 샬롯과 많이 닮았네.”

     

   그러는 순간 현재에 아닉스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등신은 이때도 오로지 머릿속에 샬롯밖에 없었다.

     

   “야.”

     

   그러니 크라슈는 아닉스를 노려본 채 주먹을 두둑 풀었다.

     

   “남의 누나 이름 멋대로 부르지 마.”

     

   아닉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라슈에게서 예상 못한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네가 나보고 누나랑 닮았다 했지.”

     

   동시에 크라슈의 주먹에서 오러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엑스퍼트 초급에 달하는 오러를 아닉스가 가만히 보고 있었을 때.

     

   “나도 누나 닮아서 나 건드리는 놈은 가만 안 있어.”

     

   크라슈가 바닥을 박차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아닉스와 거리를 좁힌 크라슈가 발락 때와 같이 주먹을 내지른 순간이었다.

     

   꽈득!

     

   그가 내지른 주먹이 아닉스의 등 뒤에서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막혔다.

   갑작스러운 나무의 난입이 당황스러울 법도 했으나 크라슈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텁!

     

   나뭇가지를 양손으로 잡곤 크라슈가 철봉 마냥 아래로 회전했다.

   그러곤 즉시 아닉스를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그러나 또다시 난간 사이로 솟구친 나무가 크라슈의 다리를 휘감아 그를 던져 버렸다.

     

   한순간에 날아든 상공.

   나무들은 가지를 뻗으며 크라슈를 공격해왔다.

     

   크라슈를 붙잡기 위해 사방으로 펼쳐진 나뭇가지 사이.

   크라슈가 공중에서 묘기를 부리듯 스쳐 지나가며 바닥에 착지했다.

     

   “크라슈 님, 날다람쥐 같아요.”

     

   그러자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비앙카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태평하구만.

     

   “후.”

     

   그에 반해 크라슈는 가볍게 땀방울을 훔쳤다.

   여전히 그라이자의 가문비기는 거슬렸다.

     

   “고작 이정도야? 차라리 무기라도 쓰지, 그래.”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아닉스가 옅게 웃음 지어 보였다.

     

   그라이자의 가문비기.

   목천도식(木天菿式)

     

   나무뿐만 아니라 식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라이자의 비기는 식물 자체에 오러를 주입 시켜 강화하는 특이한 비기였다.

     

   물론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장소에서는 그 힘이 약화 된다고 하나.

   신과 계약한 스킬은 그 약점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리커버리.’

     

   간단히 말해 재생력.

   어느 곳에서라도 식물들은 아닉스의 스킬에 의해 피어나 손발이 되어 준다.

     

   그것이 바로 그가 창공의 세대에 속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였다.

     

   “무기를 쓰라 했지.”

     

   크라슈는 그런 그에게 스산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등 뒤로 숨겼던 것을 꺼내 보였다.

   그것을 본 아닉스의 눈이 처음으로 꿈틀거렸다.

     

   크라슈의 손에 쥐어진 것은 나뭇가지였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는 다름 아닌 아닉스의 나무에서 뜯어온 것이었다.

     

   블랙 후드를 이용해 크라슈가 나뭇가지를 훔친 것이었다.

     

   “네 나무 꽤 쓸만하네.”

     

   크라슈가 롱소드 길이의 기다란 나뭇가지로 검술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아닉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난 잘 모르겠네.”

     

   아닉스는 그리 말했지만, 꽤나 불쾌했는지 비틀린 웃음을 거닐었다.

     

   “그럼 어디 내 나뭇가지로 해봐.”

     

   그 순간 아닉스의 등 뒤에서 나뭇가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러를 담은 나뭇가지들은 마치 송곳과 같은 형태가 되어 있었고, 대리석 바닥마저 꿰뚫을 정도로 단단했다.

     

   그런 나무 송곳의 비 사이에 크라슈가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나무 송곳은 의지 없이 쏟아지는 것 같아도 전부 하나하나 아닉스가 조종하고 있다.

     

   창공의 세대 시절 아닉스와 질리도록 붙어 다닌 크라슈다.

   이 시절의 그라도 아닉스가 가진 본연의 버릇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닉스에게 있어 크라슈는 천적과도 같았다.

   크라슈만큼 아닉스를 잘 아는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허?”

     

   크라슈가 나무 송곳을 모조리 피하며 서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아닉스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크라슈는 마치, 자신의 공격이 어디로 올지 전부 안다는 양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크라슈에게 압도적인 기세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고작해야 범인의 것이었다.

     

   ‘한계를 쥐어 짜낸 느낌이야.’

     

   지금도 크라슈는 나무 송곳을 피하는 그것조차 힘겨운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안 따라준다는 증거였다.

     

   ‘심안이라도 개안한 건가?’

     

   전설 속 심안을 떠올린 아닉스였지만 그는 곧 코웃음 쳤다.

     

   ‘샬롯이라면 모를까.’

     

   그런 걸 개안한 놈이 발하임의 반푼이라 불릴 리가 없었다.

     

   “아닉스.”

     

   그리고 나무 송곳 사이로 어느새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에서 크라슈가 비웃음을 거닐었다.

     

   “또 샬롯 생각이나 하고 있지?”

     

   꿈틀-

     

   아닉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말은 아닉스의 깊은 속 내부에 자리 잡은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같았다.

     

   “……기껏 몇 번이고 봐줬는데.”

     

   아닉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넌 입버릇을 좀 고쳐야 할 거 같아.”

     

   그러자 그의 손을 타고, 오러와는 다른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의 등 뒤에 있던 나무가 갑자기 수만 개의 나뭇잎을 피우기 시작했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던 바닥을 꿰뚫고 거대한 뿌리가 드러났다.

   세계수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나무 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두 팔을 형상화했다.

   

   

   

   

     

   목천도식(木天菿式)

   오식(五式)

   목천거인(木天巨人)

     

   그라이자 가문에 내려오는 목천도식으로 만들어낸 거인이었다.

   거인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아라용관의 테라스를 가득 메웠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심코 주저앉을 법한 거인의 아래.

   아닉스는 크라슈에게 끝을 고하듯 그리 말하고, 손을 내려그었다.

     

   이윽고, 그 아득한 크기의 주먹이 크라슈를 향해 내리쳐졌다.

     

   “아닉스 님!”

     

   뒤늦게 아닉스의 수하 엘핀이 테라스 문을 박차며 소리를 내질렀다.

   크라슈가 저 주먹에 정면으로 맞는다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아라용관을 무너트릴 정도로 거대한 주먹은 크라슈의 코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그런 주먹을 바라보며 크라슈는 나뭇가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청송관의 비밀 서재에는 가장 얇은 비술서가 하나 있다.

   그 비술서가 얇은 이유는 간단했다.

     

   비술서를 작성한 이가 생전에 딱 하나의 비술밖에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것에도 재능 없었던 발하임의 반푼이.

     

   그는 재능이 없었기에 오직 검의 기초 하나에만 몰두했고, 평생을 내려치기만을 반복했다.

   어떠한 기교도 없는 순수한 내려치기.

     

   그것을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을 넘어서 억을 넘어선 숫자에 도달할 때까지 그는 검을 내려쳤다.

     

   그의 인생이 팔십을 넘어섰을 때.

   그가 내려친 검이 박살이 났다.

   그의 내려침을 쥐고 있던 검이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그는 더 이상 검이 필요하지 않았다.

     

   검이 내가 되고, 내가 검이 된다.

     

   그는 딱 하나.

   내려치기만큼은 신검합일(身劍合一)이라는 검술의 정점에 이르렀다.

     

   그날로 그의 내려치기를 받아낼 수 있는 이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생전에 마지막에 작성한 비술서는 내려치기라는 간단한 기술만이 적힌 무척이나 짧은 비술서였다.

   그러나 짧은 비술서에 비해 그 안에 적힌 비술은 절대로 짧은 무학으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나뭇가지를 들어 올린 크라슈의 두눈이 고요히 감겼다.

     

   주변의 모든 소리와 기척을 잊었다.

   크라슈는 그저 손에 쥔 나뭇가지 한 자루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 비기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 집중력은 가히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가 필요하기에.

   대부분 비술서가 있다고 한들 비기를 익힐 수 없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달랐다.

   과거 저주로 인해 수도 없이 크라슈는 강제로 물아일체와 비슷한 상황에 내몰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크라슈는 누구보다 자기 내면을 잘 드러다 볼 수 있었다.

   텅 빈 자기 내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 당연하다.

   그가 직접 이룩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크라슈는 선조의 비술을 자기 내면에 담을 수 있었다.

     

   검이 내가 되고 내가 검이 되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말이다.

     

     

   

     

   쿠구구구구구구궁!

     

   목천거인이 무너지며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바깥에서 뭔 일 있어?”

     

   너무도 큰 소음에 테라스 안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목천거인으로 인해 생겨난 흙먼지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귀족 자제들은 무슨 상황인지 볼 수 없었다.

     

   그 먼지 속에서 아닉스는 부릅뜬 눈으로 앞을 직시하고 있었다.

   리커버리를 담아낸 가문의 비기 목천거인이다.

     

   그런 목천거인이 고작해야 내려치기 한 번에 박살 났다.

   문제는 그 내려치기가 자신이 전력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인 내려치기였다.

     

   “야.”

     

   그 순간 흙먼지 사이로 크라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심코 그 목소리에 놀란 아닉스가 뒷걸음쳤다.

     

   “……윽.”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고작 크라슈의 목소리에 뒷걸음쳤다는 사실에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마음과 달리 몸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몽글몽글 맺혔다.

   목울대가 침을 삼키며 움직였다.

     

   흙먼지가 드러날 때까지.

   아닉스는 긴장감 속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흙먼지 사이로 모습으로 서서히 크라슈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박살이 나버린 목검을 바닥에 툭 던지고 입을 열었다.

     

   “앞으로 깝치지 마라.”

     

   정말 그 다운 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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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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