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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10 – 티켓시험의 편법>

     

    “그쪽이 구해온 재료로 만든 음식들, 전부는 아니라도 몇 개는 평상시에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는 레어음식들이잖아요.”

    “아, 네……. 일단은 뭐 그렇습니다만…….”

    “전 보다시피 어렸을 때에 못 먹고 자라서 키도 작고 아쉬움이 많은 편이거든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지젤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럼 티켓은 어쩌실 겁니까?”

    “요리부터 먹고 생각해도 괜찮은데요?”

    “하.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음식만 먹다보면 알아서 방법이 생길 줄 압니까?”

    “안될 거 뭐 있어요?”

    “이거 자존심이 상하는군요. 제 수완을 눈앞에서 보고도 그런 게으른 소리를 하다니.”

     

    지젤의 눈이 차가워졌다.

     

    “그렇게까지 자신이 있다면 내기를 하나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어떤 내기요?”

    “식사권으로 받은 32종의 요리. 하루 3종류 씩 11일간 이 요리를 전부 먹을 때까지 아가씨께서 제가 인정할만한 놀라운 방법으로 티켓을 습득하면 식사권은 무료로 드리죠.”

    “헤…….”

    “대신 제가 이기면 금화 100매를 주고 제게서 실버티켓을 한 장 사는 겁니다. 누가 이기든 아가씨는 티켓을 얻고, 저는 자존심을 지키는 내기이죠.”

     

    지젤이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자신이 없으시다면 체면이 상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항복하고 티켓을…… 티켓을…….”

     

    질질질.

    공짜요리에 눈이 멀어 침을 질질 흘리는 내 모습에 지젤은 할 말을 잃었다.

     

    “아가씨. 아무리 입맛이 도셔도 숙녀가 침을 흘리는 모습은 외간남자들에게 보이기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부디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공짜로 음식을 준다잖아요.”

    “하. 엄청난 자신감이군요. 내기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렇게 나와 지젤의 티켓시험 내기가 시작되었다.

     

     

    * *

     

     

    여관에 머무른 지 5일 째.

    어떤 신박한 방법으로 티켓을 얻을지 기대하며 소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암상인 지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동학대로 신고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귀족가의 교육이 엄한 건 알고 있다.

    그들은 평민들과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

    아무리 그래도 정도라는 것이 있다.

     

    “이번 요리는 끝에서 혀끝에 감기면서 여운이 남는 맛이 딱 좋아요.”

     

    레어요리를 먹고 만족스레 웃는 소녀.

    그녀가 식탁에 내려놓은 포크와 수저가 쿵 소리를 내며 묵직한 울림을 퍼뜨렸다.

    식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식사를 마치면 민첩성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크게 벌린 손가락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포크로 찍는 무시무시한 수련을 한다.

    잘못 찍으면 손가락 하나는 그대로 뚝 떨어져나갈 미친 수련이다.

    그런데 그게 그나마 쉬운 편에 속한다.

     

    “아가씨의 스펙으로는 평범한 달리기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격을 피하면서 달리는 회피기동을 연습해야 합니다.”

    “좋아요!”

    “공격전에 공격부위를 말하겠습니다. 회피가 늦으면 절단상까지는 아니라도 상처를 입으실 겁니다. 단단히 경계를 높여두십시오.”

     

    아가씨라고 꼬박꼬박 높임말을 쓰고는 있지만 모시는 이에게 칼질을 하는 집사.

     

    치이익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개미가 고통에 발버둥치다가 죽는 독의 성분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아가씨의 사탕에 바르는 메이드.

    아무것도 모르고 냉큼 받아먹으며 메이드가 좋다고 스커트자락을 껴안는 아가씨.

     

    ‘아동학대를 넘어서 살인청부를 받은 수준이잖아. 저 정도면 근방 영주에게 기소를 해야 한다고.’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집사와 메이드에게 나날이 살해위협과 독살위협을 받는 걸까.

    지젤은 사람을 풀어 조사했다.

     

    “딸기빙수의 시원한 맛에 머리가 뻥 뚫리면서 개운해지는 느낌? 따라오는 단맛도 최고!”

    “깍둑썰기로 씹는 맛이 나게 썰린 재료와 카레의 조화가 환상적! 10점 만점에 10점!”

     

    그런 줄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시식평론가마냥 레어요리의 감상평이나 늘어놓는 아가씨.

    그 꼴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며칠째.

     

    “그냥 100코인 주고 티켓 사려는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정배에 걸었어야 했는데.”

    “제기랄, 솔직히 말해. 당신들 짜고 치고 우리 푼돈 털려고 연기하는 거 맞지!”

     

    번외내기로 두 사람의 내기의 승자가 누구일지에 돈을 걸었던 장기숙박객들이 화를 냈다.

    큰소리에 놀란 소녀가 목을 움츠리자 집사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면장갑을 낀 손으로 한쪽 주먹을 움켜쥐며 두두둑 소리를 내며 걷는 집사.

     

    “입조심 해라. 이 암상인 지젤이 너희들의 푼돈 따위에 눈이 멀어서 승부조작이라도 한다는 거냐? 직접 주관하지도 않는 사설내기 따위를 위해서?”

     

    그가 손을 쓰기 전에 지젤이 먼저 큰소리를 쳤다.

    그의 수완을 직접 목격했던 장기숙박객들은 감히 지젤을 향해서는 큰소리를 치지 못했다.

     

    “당장 여관에서 꺼져라. 꺼지지 않는다면 내 눈에 거슬린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티켓은 귀중한 가치를 지닌 물품.

    그런 물건을 수십 장이나 얻으려고 수를 쓴 그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맨 몸으로 이곳에 왔을 리가 없다.

    당장 지젤에게 고용된 용병 몇이 근처 테이블에서 무기에 손을 얹고 숙박객들을 노려봤다.

     

    “큭……!”

    “두고 보자.”

    “재수 없는 녀석.”

     

    한 마디씩 불평을 하며 떠나는 장기숙박객들.

    꼬리를 만 개들 주제에 허세를 부리는 모습에 기분이 언짢아진 용병 한 명이 검을 뽑았다.

     

    스르릉

     

    스산한 검음에 놀란 장기숙박객들은 헐레벌떡 달려서 도망쳤다.

    개중 몇몇은 여관주인에게 남은 숙박료를 돌려받지도 못하고 달아났을 정도였다.

     

    “하하. 겁쟁이 녀석들.”

    “모험가 망신은 다 시키네.”

     

    용병들이 슥 고개를 돌려 실내를 돌아보자 도망친 이들을 비웃던 이들도 움찔하더니 시선을 피했다.

    온갖 자질구레한 의뢰를 전부 도맡는 모험가들과 달리, 용병은 전투를 생업으로 삼는 이들.

    경호를 맡은 용병들이라도 그 수준은 모험가들보다 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꼬마숙녀분은 이리 오시죠.”

     

    소녀가 집사의 눈치를 봤다.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소녀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저는 아무하고나 내기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얕보여서 실망했어요?”

     

    지젤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이전까지나 다름없이 씩씩한 태도와 모습이 그의 신경에 거슬렸다.

    당찬 성격 때문이 아니다.

    겪어본 시련과 인생이 험난한 탓에 이 정도 사소한 트러블은 문제라고 인식조차 못하는 소녀의 인식이 안타까웠다.

    소녀의 정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넣은 집사와 메이드, 저 수상한 2인조를 향한 경멸의 감정도 한몫 했다.

     

    “꼬마숙녀분이 얼마나 치열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지는 요 며칠 충분히 보아왔습니다. 실망하지도 않았고, 그깟 내기 정도로 실망할 일도 없을 겁니다.”

     

    실망은 그가 품은 감정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지금 그가 느끼는 기분은 걱정이었다.

     

    “만일 나중에라도 갈 곳이 없어진다면 어느 도시에서든 뒷골목의 암상인들에게 제 이름을 대어도 좋습니다. 먹고 살 길 정도는 책임져드리죠.”

    “지금 저 스카우트 하는 거예요?”

     

    지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들의 테이블을 지키는 집사와 메이드를 의식했다.

     

    “꼬마숙녀분의 힘이나 당돌한 성격이라면 이 바닥에서도 보기 드문 거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헤에……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봐요.”

     

    순수하게 감탄하는 소녀.

    그 반응에 견제라도 하듯이 집사가 나직이 말했다.

     

    “아가씨는 아카데미에 입학할 예정입니다. 제안은 감사히 받아두겠지만 상인이 되실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대요. 저도 그럴 생각이고요.”

    “…이쪽도 큰 기대를 품고 한 말은 아닙니다. 지금은 그냥 기억만 해두시면 됩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만사가 계획대로만 풀리지는 않으니.”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개구쟁이 소년처럼 씩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둘게요.”

     

    더 설득해볼까 싶지만 곧 마음을 접었다.

    저 아동학대자들이 순순히 보내줄 리도 없지.

    지금은 이정도면 됐다.

    언젠가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녀의 편을 들어줄 어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만 한다면, 지젤은 그것만으로도 저 아가씨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 *

     

     

    다시 며칠이 지났다.

    티켓시험이 시작하고 어느덧 일주일이 경과한 시점이라 그런지 슬슬 여관을 나갔던 티켓시험 응시생들이 하나 둘 돌아왔다.

     

    “재료를 납품하러 왔네.”

    “안됐군. 그 재료는 이미 납품이 완료됐네.”

    “뭐, 뭐라고?!”

     

    물론 허접한 재료는 대부분 지젤이 선수를 친 납품품목에 걸려서 마감이 되었다.

     

    “주인장, 제발 한 번만 봐줘. 지금 나가면 숙박에 필요한 숙박비가 없어!”

    “우리 여관은 외상을 받지 않네. 제 발로 나갈 텐가, 아니면 험한 꼴을 당해볼 텐가?”

    “올해는 글렀군. 내 발로 나가지…….”

     

    여관주인은 시험관과 관련이 있는 자.

    그의 지시에 불응했다가 이듬해 응시 자격까지 박탈되는 편이 훨씬 더 큰 손해다.

     

    “우하하! 쥐방울 같은 꼬맹이. 아직도 이런 곳에 있었던 거냐?”

     

    재료수집실패가 빗발치는 와중에 원숭이수인이 큰 건 하나를 해냈다.

    쿵!

    수액주머니에 가득 담긴 가시넝쿨괴물의 수액.

    뚜껑을 열어 향과 맛을 확인한 여관주인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가져왔네.”

     

    상급시험관 미하엘이 품에서 금색으로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티켓을 꺼냈다.

     

    “골드 티켓이다.”

    “합격했으면 이제 시험관 눈치는 안 봐도 되지? 어때, 형씨. 한 판 붙자고.”

    “식후 소화운동은 되겠군.”

     

    가져온 재료로 레어요리를 한 접시씩 해치우고는 두 사람이 여관 뒷마당으로 나갔다.

     

    쿵!!

     

    둔중한 소리와 몇 번의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여느 때처럼 따분한 얼굴을 한 귀공자 미하엘이 안으로 들어와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갔다.

    반면, 원숭이수인은 한 시간은 지난 뒤에야 한쪽 발을 절뚝거리며 돌아왔다.

    역시 그렇겠지─.

    상급시험관한테 개겼으면 살아남은 것도 용하다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던 수인이 날 발견하고는 코를 킁킁거렸다.

     

    “게으른 녀석. 아직 출발도 안 한거냐?”

    “할 필요가 없는걸요?”

    “시시하군.”

     

    용무는 끝났다는 것처럼 미련 없이 봉을 짊어지고 여관을 나가는 원숭이수인.

    그렇지만 날 바라보는 지젤의 시선에는 묘한 감탄이 어렸다.

    원숭이수인이 시험관과 시합을 하는 사이, 내가 벌였던 당돌한 짓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게 꼬마숙녀분이 기다리던 기회였습니까?”

    “맞아요.”

     

    메뉴를 주문하고는 항상 도로 2층으로 들고 올라가던 시험관 전용 메뉴판.

    원숭이수인과의 결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그 사이, 나는 메뉴판을 펼쳤다.

    그리고는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메뉴>를 적었다.

     

    운빨을 뛰어넘는 고인물의 공략법.

    원하는 임무를 강제로 생성하는 <특선메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리도감수집가가 치험을 치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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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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