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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서로 손을 잡으라는 나의 말에, 

       

       『……손을, 잡으란 말인가? 어째서-』

       『시, 시라바야시 군, 뭐라고? 내가 얘랑-』

       

       이유하와 양복자는 당황하며 되물었다. 당연히 이런 반응이 나오리라고 예상했기에 나는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니까, 서로 손 잡고 화해하라고. 둘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이유하는 빙결 방출계, 양복자는 염동계 능력자. 때문에 이유하가 빙결, 즉 냉기 에너지를 방출하면, 그 방출된 에너지를 양복자가 옆에 선 채로 조종해서 목표에 타격하는 식으로 운용해 왔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로간에 시기가 가득한 채로, 어쩔 수 없이 설렁설렁 합을 맞추면 협동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얼른.』

       『…….』

       『…….』

       

       내 재촉에, 이유하와 양복자는 마지못해 손을 잡고, 조금 흔들거리는 시늉을 하더니 곧바로 떼어버렸다.

       

       물론, 두 명이 싸운 이유는 단순한 의견차이 그 이상이었기에, 이것으로 정말 화해가 되었으리라고는 나 역시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둘이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아들었을 것이다.

       

       『좋아. 다들 잘 들어.』

       

       나는 다시,  분대원들을 향해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아까 말했듯이, 이유하부터 저 마수한테 선빵을 날릴 거야.』

       

       이유하가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하가 12초 동안 최대 출력으로 빙결을 방출, 저 데빌, 아니, 오니구모를 얼려버린다. 물론 그 컨트롤은 양복자의 몫이고-』

       『자, 잠시.』

       

       이유하가 내 말을 끊으며 말했다.

       

       『최대로…… 말인가.』

       『그래. 혹시 문제라도 있어?』

       

       내 계산대로라면, 아직 이유하의 마력량은 충분할텐데. 잠시 머뭇거리던 이유하가 입을 열었다.

       

       『……최대로 방출했다가, 혹여라도 다른 학생들을 맞추기라도 하면……』

       

       그걸 걱정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나는 이유하에게 말했다.

       

       『조준은 양복자의 몫이야. 너는 양복자를 믿고, 걱정 없이 네 최대를 발휘해.』

       『……!』

       

       방금까지도 서로 싸웠던 양복자를 믿고, 손까지 잡아가며 최선을 다하라니, 이유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나는 이번에는 양복자에게 물었다.

       

       『할 수 있지? 거리가 좀 멀긴 한데, 표적이 크니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으응……. 그런데, 왜 하필 12초야?』

       『아무리 정확히 조준해도, 그 이상 냉기를 쏘면 냉기가 공기중으로 퍼져나가, 오니구모 주위에 있는 다른 생도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

       

       이유하의 능력을 가늠해보고 내린 계산이었다. 오니구모에게 충분한 빙결 피해를 줄 수 있으면서도, 주변의 다른 학생들에게는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창이 있다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조금의 오차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이유하의 최대 출력의 빙결을 직격당해도 저 오니구모는 안 죽어. 표면이 얼어서 움직임이 굼떠지는 정도에 그치지. 놈은 빙결이 그치자마자 곧바로 이 쪽으로 달려올 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는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무라사끼를 불렀다.

       

       『무라사끼. 검은 쓸 수 있지?』

       『……나를 바보로 하는 거냐! 그거야 당연하잖아!』

       『좋아. 그 다음은 너와 내가 나설 차례다. 빙결 방출이 끝나고 5초 뒤, 너와 내가 달려나가서 오니구모의 좌우 다리 하나씩을 벤다. 어차피 체고가 높아서 몸통은 벨 수 없어.』

       

       내가 빙의된 백철연이나 무라사끼가 막 날라다니는 경지에 이른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스펙으로는 불가능. 다리 하나씩을 베는 것이 최선이었다.

       

       무라사끼가 물었다.

       

       『왜 5초를 기다려야 하나? 바로 달려가서 베면-』

       『이유하로부터 오니구모가 있는 곳까지 공기중에 퍼진 냉기가 사그라드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냉기 맞으면서 저걸 상대하고 싶어?』

       『……으음. 알겠다.』

       

       무라사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병오가 말했다.

       

       『그, 그러면 저 놈을 물리칠 수 있다는 건가? 역시 자네는 대단-』

       『아니, 다리 두 쪽을 벤다고 해도 놈이 죽지는 않지. 다만 놈의 기동이 저하되고, 고통 때문에 조금 멈칫할 뿐이야. 그러니……』

       

       그렇게 말하며, 나는 송병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가 ‘막타’를 꽂아야 해. 놈의 아가리에.』

       『마, 막타?』

       

       ……서로 일본어를 쓰고 있었지만, 역시 버릇처럼 나오는 21세기 은어 같은 것이 튀어나오다보니 의사소통이 어렵구나. 나는 풀어서 설명했다.

       

       『최후의 일격 말이야. 너는 공격이 시작되면 탄환에 마력을 계속 불어넣고 있다가, 놈이 아가리를 벌리고 나서 정확히 3초 뒤에 아가리를 향해 발사해. 왜 3초냐면, 놈이 독을 모으고 분출하는 데에 3초가 걸리는데, 그 때 드러나는 독샘이 놈의 취약점이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저 마수 오니구모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은 송병오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송병오는 질색하며 외쳤다.

       

       『하, 하지만, 그걸 내가 할 수 있겠나! 지금 내 손을 보게! 어제도……』

       

       지금까지의 실습에서 소형 마수를 사냥할 때는 잘만 맞추더니, 이제 와서는 긴장해서 손을 덜덜 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이 결코 겁을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어제 혼자서 세팔로포드를 상대하려고 했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용기도, 정의감도 있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는 긴장하는 탓에 실수를 하고 마는 성격인 것이다.

       

       『어제와는 다르다고 스스로 생각해. 어제는 갑작스럽게 공격받은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마수를 사냥하는 입장이잖아. 전혀 긴장할 것 없어.』

       『후우, 후우…… 젠장. 알겠네. 한번 해 봄세…….』

       

       됐다. 여기까지가, 내가 급조해낸 작전이었다. 나는 마지막 설명을 이어갔다.

       

       『그럼, 마지막으로-』

       『잠깐잠깐! 시라바야시 군……!』

       

       양복자가 급히 나를 불렀다.

       

       『12초니 몇 초니 너무 복잡한데, 이걸 다 어떻게 타이밍을 맞춰서 해야하는 거야?』

       『그래. 능력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렵단 말일세.』

       

       송병오도 양복자의 말을 거들었고, 이유하 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지금부터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건 걱정할 거 없어. 타이밍을 대신 알려줄 사람이 있으니까.』

       

       나는 손목시계를 끌러서, 아이까와에게 건네주었다.

       

       『자.』

       『에에……?』

       

       아이까와는 얼떨결에 손목시계를 받아들고, 혹시나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저기, 이, 이걸 왜 저에게……? 설마……?』

       『그래. 네가 시계 초침을 보면서, 각자의 움직일 타이밍을 외쳐 줘.』

       『그, 그런 중대한 임무를…… 제가……』

       

       소심한 성격 탓인지, 지레 겁부터 먹는다.  작전의 승패가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내가 아이까와에게 타이밍 지시를 맡긴 것에는, 그저 남은 사람이 아이까와였던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아이까와를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심하다는 것은, 달리 말해 세심하다는 것.

       

       그리고, 겉으로 봤을 때 유약해보이는 태도와는 달리 내면은 튼튼하리라는 것은, 딱 보면 알 수 있었다.

       

       아직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지 않아서 제대로 된 힐러 노릇은 못 하고 기력을 조금 회복시켜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애초에 치유계 능력은 여타 능력들보다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그렇듯, 뭔가를 부수는 것보다 고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까닭이다.

       

       기력을 다소나마 회복시켜주는 것 역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꽤나 고도의 집중력과 침착성, 그리고 의외로 흔들리지 않는 대담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역효과로 신체를 망가트릴 수도 있는 일이니까.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작전의 승패를 가릴 수도 있는 타이밍 지시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으응…… 알겠어요! 해 볼게요!』

       

       아이까와는 결국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것으로 각자의 역할 설명은 끝났다. 나는 마지막으로 분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리허설 없이 바로 간다. 준비 됐지?』

       

       

       

       ***

       

       

       

       산 중턱, ‘제3실습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하고 있는 휴게실.

       

       산에서 일찌감치 내려온 생도들이 분대별로 모여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생도들은 저마다 자신의 철장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조금밖에 못 잡았는데…… 오후부터는 잘 보이지도 않더라고. 그래서 그냥 내려왔지, 뭐.』

       『그렇더라. 애초에 마수를 많이 안 풀어놓은 게 아닐까?』

       『그나저나, 아직까지 안 내려오고 산에 남아있는 애들은 뭘까?』

       

       그 말대로, 벌써 사전체험실습 종료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스무 명이 넘는 생도가 복귀하지 않았다. 생도 한 명이 말했다.

       

       『많이 못 잡아서 미련이 있는 거겠지.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생도 한 명이 2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말이지. 저기 시마즈 아가씨의 것을 봐.』

       

       강당과도 같은 구조를 하고 있는 휴게실의 2층. 그곳에서는 시마즈 렌까가 조용히 차를 마시며 앉아있었다.

       

       그녀의 뒤로 놓여 있는, 렌까가 속한 분대의 철장들. 그 안에 가득 찬 마수는, 오로지 렌까 혼자서 사냥한 결과물이었다.

       

       학교 지침이니 어쩔 수 없이 분대를 편성하긴 했지만, 그녀가 보기에, 대부분의 생도는 그녀가 여태껏 함께 행동해왔던 시마즈 구미 경성분조의 조합원들과 비교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저 짐꾼 정도의 인력에 불과했던 것이다.

       

       렌까는 찻잔을 내려놓고, 창 밖을 내다보며 생각했다.

       

       ‘시라바야시 상.’

       

       그런 생도가 있는 줄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녀가 있는 반으로 배정되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 두었겠지만…….

       

       그래도 늦지는 않았다.

       

       백철연은 뒤늦게라도 결국은 렌까의 분대로 들어올 테니까.

       

       ‘그런 분대원들은, 당신의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요.’

       

       백철연은 모르겠지만, 렌까는 생도들 가운데에 은밀히 심어둔 사람을 통해 백철연이 속한 분대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 보고를 받아보니, 백철연은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분대원들이 백철연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선인이라며 비협조적으로 굴고 시비를 걸어오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분대원들 중 두 명은 의견충돌로 내분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나머지 두 명의 분대원들도 썩 대단한 인물은 아니었다.

       

       ‘후후……. 그런 녀석들과 1년 내내 같은 분대라니요. 곧 이대로는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저에게 오게 되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는 렌까의 마음에는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백철연의 실적을 보고 어느 정도는 안심이 되는 마음도 있었다.

       

       다른 생도들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뛰어난 실력이긴 하지만, 렌까 자신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혹독한 수련을 받아온, 그녀의 17년 인생의 가치를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호기심이 동하는 인물이라는 것에는 변함없지만요…….’

       

       호로록.

       

       렌까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은 채 여유있게 찻잔을 기울여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런데 그 때, 휴게실 내의 생도들이 웅성거리는 것이 아닌가.

       

       『우왓, 저거 뭐야……?』

       『실습장에 저런 마수가 있었어?』

       

       렌까는 그 소리에 무심하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런 렌가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산에서 막 내려와 공터로 들어서는 백철연과,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생도들.

       

       ‘……?’

       

       그리고, 백철연의 뒤를 따르는 수많은 생도들이 힘을 합쳐 끌고오는 중형 상급 마수, 오니구모의 모습이었다.

       

       렌까는 손에 든 채로 기울어진 찻잔에서 찻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는 채, 창밖을 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뭐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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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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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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