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지금 내게 걸린 디버프.

     

     

    [체력 지속 감소 E (성장형. 해제불가)]

     

     

    이놈은 영구적으로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디버프다.

     

    “어디, 계산해 보면 두 시간에 0.1 정도 깎이는 것 같은데, 쿨럭.”

     

    기침을 하니 또 침과 함께 피가 조금 묻어나온다.

     

    좋은 징조는 아니다. 폐나 내장 점막 어디에 손상이 나고 있단 뜻이니.

     

    “체력 감소는 내장 부상으로 나타난다. 이게 포인트지.”

     

    내장을 수술해서 증상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해제불가 디버프니까.

     

    말하자면 불치병이다.

     

    “그럼 방법은 간단하네.”

     

    내출혈을 치료할 약제를 만들어서 복용하면 그만이다.

     

    효과는 체력 치료, 두 시간에 0.1 이상.

     

    “마침 짐작 가는 약재가 있어.”

     

    바로 방을 나섰다. 푹 자서 몸은 개운했다.

     

    아직 동틀 녘이다. 푸르침침한 하늘에서 새어나온 햇살이 쓰다듬는 뒷마당을 향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곳을 조금은 동심이 돌아간 채로 뛰어가 본다.

     

    “조금 설레는데.”

     

    이 세상에 와서 진짜 약을 만들 수 있으리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새로 발매된 게임을 사러 갈 때만큼이나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거, 희한한 효과가 있었단 말이야.”

     

    뚝, 망설임 없이 줄기를 딴다.

     

    아셀라가 한 송이 한 송이 고민하며 꺾었을 노란 장미다.

     

    보기는 힘들지만 아주 귀한 품종은 아니다. 사천왕 잡으러 다닐 때도 마계에서 가끔 변종이 보였었다.

     

    노란 장미의 꽃잎으로 차를 우려내서 마시면 폐나 위 점막에 흡착된 독 중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수백 번 회귀하면서 워낙 별짓을 다 해봤기에 얻은 지식이다.

     

    어떻게 하면 클리어할 수 있을까 온갖 숨은 요소는 다 찾아다녔었지.

     

    “분명 써먹을 수 있어.”

     

    장미를 수십 송이 따서 가방에 담는다.

     

    방으로 가져와 테이블에 늘어놓는다.

    꽃잎 부분만 하나하나 따 늘어놓으니 금방 폭신한 노란 산이 소복히 만들어졌다.

     

    “거의 너겟 만드려고 닭가슴살 발라내는 느낌이네.”

     

    재료가 준비되니 기분이 좋다.

    나만의 작은 공장이 완성된 느낌이랄까.

     

    꽃잎을 한 웅큼 주먹에 쥐어 내려놓는다.

     

    “우선 부피를 줄여야겠지.”

     

    한입에 넣어 복용할 수 있는 알약의 형태로 만드는 게 목적이다.

     

    “압축.”

     

    E랭크 스킬인 연금술 계열의 스킬, 압축을 사용해본다.

     

    머릿속에 사용법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본능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거….

     

    “마법 쓰는 감각인데?”

     

    주문을 쓴다는 점에서는 같을까.

     

    손바닥을 펼쳐 마나를 흘려보낸다.

    새하얀 마나가 은은히 흘러나와 장미꽃잎을 감싼다.

     

    콱! 공중에서 주먹을 쥐니 진공상태에서 찌그러지듯 꽃잎이 꽉 우그러졌다.

     

    “오.”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 형태를 세세하게 조절해본다.

     

    마침내 알약의 형태로 완성됐다.

     

    “첫 번째치고는 훌륭한데.”

     

    조금은 찌그러졌지만 뭐.

    샛노란 양약 형태의 알약을 보니 반갑다.

     

    어디, 상태창에는 뭐라고 뜰까.

     

     

    ―――――――――――

     

    노란 장미잎 체력약 (연성됨)

     

    섭취 시 효과 : 내출혈에 의해 감소한 체력이 6시간에 걸쳐 0.1 치료됨

     

    ―――――――――――

     

     

    “그래, 이거지. 예상대로야.”

     

    효과는 정확히 원하는 게 나왔다.

     

    다만 수치가 필요한 양의 3분의 1이다.

    그럼 추가로 이 스킬을 쓰면 되겠지.

     

    “강화.”

     

    노란 알약의 치료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럴 생각으로 스킬을 시전하는데.

     

    “어라.”

     

    압축처럼 마나만 내뿜으려니 나도 모르게 손이 멈칫했다.

     

    어쩐지 한 단계 공정이 더 필요할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이 든다.

     

    “이게 다가 아닌가?”

     

    압축은 E랭크, 강화는 D랭크지.

     

    D랭크는 마나만 쓰면 되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마력이 필요한 건 아닐 텐데.”

     

    마력은 마법을 쓸 때만 필요한 스탯이다.

     

    연금술 주문은 지식만 있다면 마나로 얼마든지 시전이 가능한 스킬이다.

     

    “끄응.”

     

    한참 씨름했지만 강화 시전에는 실패했다.

     

    치유주문을 쓸 때도 시전을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걸 어째야 하나. 쿨럭, 쿨럭.”

     

    고민하고 있으니 체력이 또 감소했다.

     

    어느새 아침 식사시간이 지나 있었다.

     

    “도움을 받아야겠어.”

     

    주문에 대해 빠삭한 사람.

     

    “한 명이 마침 있긴 하지.”

     

    빠삭한 정도를 넘어서 거의 정점이지.

     

    하지만 굳이 아셀라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겨우 D랭크 주문이다. 마법으로 치면 2위계 정도니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

     

    “마침 받을 게 있긴 했지.”

     

    그걸 핑계로 주문 쓰는 법을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나는 알약을 챙겨 아셀라의 방을 찾았다.

     

     

     

    ***

     

     

     

    “황녀님께서 기다리시라 하십니다.”

     

    방 앞을 틀어막은 시녀장이 철벽같이 나를 막아냈다.

     

    부지런히 움직여 아셀라를 찾았건만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

     

    안 그래도 중간에 아버지에게 붙잡혀서 예상보다 늦어진 참이건만.

     

    ―라스, 몸은 좀 괜찮으냐? 이리 오거라, 내 직접 치유주문을 써주마. 하긴 안 하던 행동을 했으니 피로했겠지. 또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호들갑을 떨며 팔을 붙잡은 걸 겨우 떨어트리느라 고생했다.

     

    아버지 실력이면 체력을 당장 조금은 회복할 수 있겠지만 내 디버프는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놈이다.

     

    내가 직접 해결할 방법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고, 그 키는 아셀라가 가지고 있다.

     

     

    아셀라의 방 앞 테라스에 도착한 나는 딱히 할 일도 없기에 멍하니 기다렸다.

     

    “오, 막스. 잘 잤냐.”

     

    다행히 심심하지 않게 막스가 먼저 뛰어나와서 애교를 부려왔다.

     

    이 녀석은 자기 덩치가 얼마나 큰지 자각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얼굴을 들이밀 때마다 무게감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얼굴을 쓰다듬어달라는 뜻이겠지. 막스의 말랑한 볼살을 쪼물딱대며 한참을 놀고 있으니 드르륵, 발코니 문이 열렸다.

     

    “아침부터 부산스러워. 뭐야?”

     

    아셀라가 나타났다.

    어제와 다름없이 머리카락 한 올까지 완벽하게 정돈된 깔끔한 모습이었다.

     

    “상쾌한 상오에 귀인을 뵙습니다. 잠자리는 평안하셨는지…”

     

    “용건부터.”

     

    아셀라는 어쩐지 저기압이었다.

    괜찮나? 괜히 스스로 지뢰 밟으러 왔나?

     

    여기서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고 돌아가면 그게 더 아셀라의 짜증을 유발할 텐데.

     

    역시 괜히 왔다.

     

    “주문 사용법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주문이라고 했어?”

     

    “예.”

     

    찌푸려있던 아셀라의 미간이 살짝 풀렸다.

     

    그녀가 내 앞에 앉았다.

     

    “재능을 얻었구나.”

     

    “네, 연금술입니다.”

     

    “흐응, 의외네.”

     

    아셀라의 깊은 금색 눈동자가 나를 관찰하듯 위아래로 훑어본다.

    어쩐지 몸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느낌이라 꺼림칙하다.

     

    “내 재능은 뭔지 알아?”

     

    “마법이시죠. 그것도 어마어마한.”

     

    “잘 알고 있네. 두 개야.”

     

    “뭐가요?”

     

    “내 재능. 마법만 두 개라고.”

     

    “아하.”

     

    그래서 용군단을 소환하거나 대륙을 대지진으로 무너트리거나 하는 정신 나간 마법을 쓸 수 있으신 거군요.

     

    아무렴요. 역시 아셀라님이십니다.

     

    “안 놀라네.”

     

    “예?”

     

    “재능이 두 개라는데 안 놀라는구나.”

     

    “아, 그게.”

     

    깜짝이야.

    이걸 이렇게 훅 들어오네.

     

    “놀라긴요. 황녀 전하 정도 되시는 분이면 그 정도 비범함은 당연히 갖추고 계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치지 뭐. 그래서, 어떤 주문을 배우고 싶은데?”

     

    “정확히는 주문의 사용법입니다. 재능을 얻어서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만, 어째선지 주문을 쓸 수가 없군요.”

     

    “해 봐.”

     

    내가 손수건을 꺼내 살포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안에서 샛노란 알약이 드러난다.

     

    ‘강화.’

     

    강화를 사용한다. 손에서 흘러나온 마나는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금방 아지랑이처럼 흐트러진다.

     

    “이렇게 되어버리네요.”

     

    “마나로 도형을 그려봐.”

     

    “도형이요?”

     

    그러고 보면 아셀라가 도형이니 입체니 하는 말을 종종 했던 것 같다.

    마법과 연이 없는 나는 한 귀로 흘려듣곤 했었지.

     

    “봐.”

     

    아셀라가 새하얗고 얇은 손가락 끝에서 마나를 흘려낸다.

     

    영롱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그녀의 마나.

    선을 이루고 곧 원이 되어 두 겹으로 구성된다.

     

    “동그라미네요.”

     

    “가장 간단하면서 완벽한 도형이야. 꼭지점의 개수는 0. 외곽 공간에 식을 써넣으면 그게 마법진이야.”

     

    “식을 반드시 넣어야만 하나요?”

     

    “식은 대단한 게 아니야. 지식을 글자로 적어넣으면 그게 곧 식이야.”

     

    아셀라가 글자를 적어넣는다.

     

    [불꽃이 피어오른다]라고 적혀있다.

     

    “함축하면 더 좋고.”

     

    외곽에 적혀 있던 문장이 합쳐지며 하나의 문양으로 변했다.

     

    룬 문자다. 불꽃을 의미한다.

     

    동그라미 두 개, 글자 하나.

    아주 단순한 마나의 그림이다.

     

    “가볍게 회전시키면 준비는 끝이야.”

     

    톡, 아셀라가 진의 외곽을 건드리자 마법진이 반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돌아간다.

     

    “여기까지가 발동. 진에 마나를 불어넣으면 시전이고.”

     

    화악!

    마법진이 아셀라의 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인다. 대량의 마나를 주입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화르륵!

     

    마법진에서 커다란 화염이 피어올라 하늘로 쏘아졌다. 때아닌 축제 불꽃놀이 같았다.

     

    “해봐.”

     

    보여주기만 하고 냅다 해보라고 하신다.

    참 친절한 선생님이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자기처럼 천재인 줄 아는 모양이다.

     

    “쓰읍.”

     

    마나를 흘려내 도형을 그리는 것부터.

     

    원은 너무 찌그러져서 어려우니 삼각형부터 그려본다.

     

    “어떻습니까?”

     

    “흐응.”

     

    무슨 반응인지 모르겠다.

    말을 해라, 말을.

     

    어쩌라고, 처음 해 보는데.

     

    외곽에 문자를 적어넣는다.

     

    어디, 필요한 건 체력 치료 효과다.

     

    ‘치유’가 아니라 ‘치료’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그래야 약제가 내 의학 스킬에 기반해 효과가 발휘한다.

     

    [체력 치료 효과 증가]

     

    바들바들 글자를 적어넣는다. 이게 더 어려운 작업 같은데.

    축약 문자도 공부해서 만들어야겠어.

     

    “틀렸어. 봐, 식은 꼭 도형 안에 넣어야….”

     

    아셀라가 답답했는지 내 주문을 손대려다가 말을 멈췄다.

     

    우리의 손등이 스친 순간이었다.

     

    ‘그렇게 갑갑했나?’

     

    아셀라는 내 눈을 안 쳐다보고 주문식에 눈을 고정한 채다.

     

    “황녀님?”

     

    “…조용히 해 봐.”

     

    홱 고개를 돌리는 황녀님.

     

    엉망진창인 이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나.

     

    냉정한 그녀가 손등을 부산스럽게 만지작거릴 정도로 정신이 산만해진 모양이다.

     

    아셀라의 손등을 보다가 아직 리넨 밴드를 감은 검지가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상처는 괜찮아지셨습니까?”

     

    무심코 그쪽으로 팔을 뻗으니 아셀라가 휙, 손을 내 반대쪽으로 뺐다.

     

    “집중해.”

     

    “알겠습니다.”

     

    은근히 마법에 진심인 아셀라다.

    고작 연금술 주문이지만 망치고 있으니 점점 짜증이 나고 있는 모양이다.

     

     

    [No. 056 : 악녀의 증오 7%]

     

     

    배드엔딩 확률이 올라가진 않았다.

    다행히 이런 일로 사람을 죽이진 않는구나.

    최저한의 상식은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어서 주문을 시전해본다.

     

    ―화악!

     

    “오.”

     

    새긴 진이 옅은 잿빛으로 반짝인다.

    시전이 완료됐단 뜻이었다.

     

    “뭐야, 바로 됐네?”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구만.

    겨우 이거 알려주면서 그렇게 짜증에 생색을 부리던 거였나.

     

    “황녀님, 성공했습니다만.”

     

    아셀라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때마다 긴 속눈썹이 흔들린다.

     

    “…뭐, 그 정도는 해야지.”

     

    겨우 그 정도였군.

     

    “2위계 정도의 주문이야. 싹수 좋은 일반인이 몇 년 노력하면 쓸 수 있을 정도지. 그야 첫 시도에 바로 쓸 수도 있고. …추가 진은 어디로 갔담?”

     

    아셀라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녀는 마법 얘기가 나오면 말수가 많아진다.

     

    혹시 지금 내가 너무 주문을 잘 써서 신기해하고 있는 거였나?

     

    “황녀님은 처음 마법을 배우셨을 때 한 번 만에 못 쓰셨나요?”

     

    “당연히 한 번에 썼어. 내가 누구로 보여?”

     

    “물론 불세출의 마법 천재 아셀라 황녀님이십니다.”

     

    “잘 아네. 그 태도 유지해.”

     

    아셀라가 내 대답에 만족하며 한쪽 입꼬리만 올렸다.

     

    웃을 거면 솔직하게 웃을 것이지 왜 한쪽이야. 기분 나쁘게.

     

    아, 나한테 보이기 싫어서 그랬나? 내 시선에서 잘 안 보이는 왼쪽만 올린 걸 보면.

     

    하여튼 자존심이 강하다.

     

    ‘어쨌든 한 번에 성공했다 이거지.’

     

    나는 결과물인 알약을 확인했다.

     

     

    ―――――――――――

     

    강화된 노란 장미잎 체력약 (연성됨)

     

    섭취 시 효과 : 내출혈에 의해 감소한 체력이 6시간에 걸쳐 0.3 치료됨

     

    ―――――――――――

     

     

    좋아. 완벽하게 디버프를 상쇄할 수 있는 스펙으로 완성됐다.

     

    “공자, 주문으로 그걸 만들었어?”

     

    “아, 그렇습니다.”

     

    “그게 뭔데?”

     

    약을 처음 보긴 했겠구나.

     

    “약이라고 합니다. 섭취하면 치료 효과가 있는 음식이라고 할까요.”

     

    “음식? 요리 주문 같은 건 없잖아. 연금술이었는데.”

     

    “그렇죠. 의학과 연금술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생각해 주세요.”

     

    “그래? 이 약의 효과는 뭔데?”

     

    “체력이 좋아집니다.”

     

    “어디.”

     

    아셀라가 장미약을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쏘옥 넣었다.

     

    야, 내 장미약.

     

    “써!”

     

    그러더니 그녀는 바로 구겨진 신문지처럼 얼굴을 찡그리고는 약을 퉷 뱉어냈다.

     

    “뭐야, 이거. 세상에 이렇게 쓴 음식이 어디에 있어? 공자, 음식이 아니라 독을 만들어냈니?”

     

    급히 차를 들이키는 아셀라.

     

    제 욕심에 골탕먹은 모습을 보니 어째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모르게 싱글벙글 웃음이 새어나온다.

     

    웃으면 안 된다. 나는 슬프다, 나는 슬프다.

     

    휴.

     

    “어렵게 만든 약인데 함부로 그러지 마세요. 애초에 제가 먹으려고 만들었는데요.”

     

    나는 아셀라가 뱉어서 테이블에 떨어진 장미약을 집어 쏙 삼켰다.

     

    와, 쓰긴 쓰네.

     

    혀와 식도를 스치는 맛이 최악이었다.

     

     

    [체력이 감소합니다]

    [체력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체력 감소는 멈췄다.

     

    감소한 만큼 동일량이 증가해 체력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대량으로 만들어 놓으면 당분간 디버프 걱정은 문제없겠다.

     

    그런데, 어째 아셀라가 입을 살짝 벌리고 충격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 내가 뱉은 걸 먹었어?”

     

    “원래 제 거였잖아요. 힘들게 만들었다니까요.”

     

    “아니, 그게… 됐어.”

     

    “예.”

     

    아셀라가 내 시선을 피한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더 할 얘기도 없는 듯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딜?”

     

    왜 또.

     

    “음… 주문을 가르쳐주시느라 지치셨을 테니 황녀님도 쉬셔야지요.”

     

    “대가를 받아야겠어.”

     

    “예? 이 가르침은 제가 정당히 받을 대가였잖습니까.”

     

    “내게 그런 쓴 음식을 먹게 했잖아.”

     

    네가 뺏어간 거잖아.

    어이가 없네 진짜.

     

    “공자, 저택 아래쪽 거리에 재미난 게 많다고 했었지?”

     

    그랬었나?

    황비에게 블러핑 걸면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아셀라가 기대감에 잔뜩 들어찬 눈으로 내게 속삭였다.

     

    “나, 거기 가보고 싶어졌어.”

     

    “근데 왜 몰래 말씀하세요?”

     

    “몰래 갈 거니까.”

     

    황녀님께서 또 이상한 것에 꽂히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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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주치의는 악녀를 고치고 도망쳤다
Score 3.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coming the physician of the villainess who brought about the world’s destruction, I tried to escape to survive, but the reactions wer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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