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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꿈이에요, 이건 꿈일 것이 분명해요!!”

       

        어둠의 숲 한복판인 것도 잊은 채 마리엘은 비명을 질렀다.

        부지불식간에 갤러리에 글과 댓글을 작성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녀는 곧장 작성 버튼이 열려있는 유일한 소통창구인 신고 게시판에 문의글을 썼다.

        금단 증상에 손가락이 벌벌 떨려 몇 번이나 위치노트의 조작에 실수가 이어졌지만 감정만은 확실히 전해졌다.

       

        ====

        — 초천재금발미소녀 : 주딱!! 이런 게 어딨어요!! 제가 왜 갑자기 정지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요!!!

        — 관리자 : 파딱 시키려고. 받고 직접 푸셈

        — 초천재금발미소녀 : 다른 지원자들 많을 텐데 그치들에게나 시키지 무슨 이유로 가만히 있던 제게 이러는 건가요!

        — 관리자 : 걔들은 10점 못 넘어서 안 됨

        ====

       

        10점? 무슨 뜻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배도 안 했고, 테러도 하지 않았으며 가끔 뒤에서 귀족들을 씹어댔을 뿐이었는데.

        말투가 거슬렸을까? 하지만 여기는 귀족티를 내는 아가씨보다 더한 컨셉에 몰두한 미친놈들이 즐비해 있잖아!

        억울하게 낙원에서 추방된 타천사가 된 심정이었다.

       

        크르르…….

       

        “히익!?”

       

        어둠 속에서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마리엘은 재빨리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현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지금, 숲은 그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 발 뒤로 물러난 그녀는 주딱을 설득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시 댓글을 적었다.

        그는 갤러리 이용자의 평균보단 이성적인 사람이니 분명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

        — 초천재금발미소녀 : 그러지 말고 저희 말로 해결해요 잘못한 것이 있다면 제가 사과하는 것이에요

        — 관리자 : 딱히 없는데, 그리고 파딱 되면 좋은 점도 있음

        — 초천재금발미소녀 : 주야24시무급노동착취전술핵지우개따위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다는 건가요

        — 관리자 : 복지……? 지금까지 너무 못 해준 거 같아서 차차 확대해 나갈 생각임

        ====

       

        복지라고? 자신과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그걸 말하는 건가?

        솔직히 공지를 봤을 때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탑주, 혹은 그에 준하는 마법실력을 가졌을 주딱과의 대면은 마탑의 모든 마법사가 간절히 바라는 일일 테니까.

       

        허나 그것도 마리엘에게는 무의미한 기약이었다.

        동기들 중 유일하게 1층에 머물고 있는데 마탑의 다른 층을 찾아가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관리자가 주최하는 연회? 

        학파의 신비는 커녕 기초적인 마법밖에 익히지 못해 지금도 어둠의 숲을 빙빙 돌고 있는 형편인데?

        그런 건 먼 세상의 꿈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보상이었다.

       

        ====

        — 초천재금발미소녀 : 개소리 말고 차단 푸는 것이에요 지금 풀면 제가 예쁜 제 얼굴 사진도 보내주는 것이에요

        — 관리자 : 2점짜리라 탐나긴 한데 필요 없음 암튼 진짜 안 할 거임?

        — 초천재금발미소녀 : 네, 차라리 탈갤하고 탑 등반에 전심을 다하겠어요

        — 관리자 : 흠

        ====

       

        결국 끝까지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며 절개와 자존심을 지켜냈다.

        설령 주딱이 차단을 풀지 않더라도 그 안에는 약간의 계산이 들어가 있었다.

       

        ‘돌아가면 관리인에게 위치노트를 잃어버렸다고 말해야겠어요.’

       

        999일 정지를 당한 노트는 잃어버린 셈 치고 새로 계정을 만들면 된다.

        지금껏 사용하던 아이디는 못 쓰겠지만 갤질은 계속할 수 있으리라.

        초천재금발미소녀답게 스스로 돌아봐도 천재적인 발상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쿡쿡 웃음기를 드러내며 천재적인 계획에 자화자찬하던 순간, 갤러리에 올라오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그걸 본 마리엘은 자신이 주딱을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

        ㅇㅇ(1.1)

        [홀크로프튼가 콘프로스튼가 하는 가문 좀]

       

        네이밍부터 구린 거 같다는 생각 나만 들음?

       

        — 뭐임 갑자기 가문 떡밥임?

        — 듣고 보니 구리네 ㅋㅋㅋㅋ

         ㄴ 다섯 글자는 입에 잘 안 붙긴 해 ㅋㅋ

        — 홀크로프트면 제하프 지역 변경백이었나? 북방민 후계가 기본적으로 예쁘던데

         ㄴ 제하프 이제 지도에 없음

         ㄴ 왜?

         ㄴ 황실에서 지워버림 4황자 약혼녀 가문이 거기 가주 손에 박살나서

         ㄴ 그래서 귀족들 대부분 상종도 안 하고 개중 몇몇은 홀크로프트 극혐하잖아 자기네들 라인 다 끊어먹었으니까

        ====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이제부턴 제가 갤러리의 마스코트로 활동하는 것이에요]

       

        모두 잘 부탁하는 것이에요~

       

        — 잘 부탁하는 것이에요~

        — 얜 또 뭔 컨셉이여

        — 그 고닉 차단 당했나 보네 귀신같이 사칭 등장하는 거 보니

         ㄴ 진짠데? 찾아보니 999일 정지라고 뜨네 ㅋㅋㅋㅋ

        ====

        ====

        ㅇㅇ(1.1)

        [글댓 4천 개 찍은 고닉 가시는 길 보내드리고 왔다]

       

        어둠의 숲에 혼자 들어간다고 자신만만하게 글까지 올리셨는데

        입구쯤에서 갑자기 나타난 두더지한테 순식간에 잡아 채여서 땅속으로 끌려 들어가셨다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더 이상 연락이 안 닿으시더라

        너희도 연금술 수업 조별과제 때는 조심해라

       

        — 빔

        — 삼고빔

        — 갈 때도 아주 예술로 갔구만

        — 그…… 본인이 직접 보낸 건 아니고……?

         ㄴ 어허, 착한 유동 의심하는 나쁜 분탕~

         ㄴ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조용히 비는 것이에요~

        ====

       

        “아아아악! 악질, 악질! 이 개 악질적인 인가아아안!!!”

       

        잊고 있었다.

        그는 하루 20시간은 갤러리에 상주하는 것도 모자라 부계정으로 온갖 떡밥까지 섭렵하는 괴물이라는 것을.

        단순한 차단으론 소용없는 악질적인 분탕도 한 번 주딱에게 걸리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거나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곤 했다.

        고작 입탑한 이래 한 달 남짓 갤질을 해온 마리엘의 몇 수는 위에 있었다.

       

        ====

        — 초천재금발미소녀 : 지금 뭐 하자는 것이에요!!!

        — 관리자 : 뭐가?

        — 초천재금발미소녀 : 멀쩡히 살아있는 제 장례식 생중계하는 짓거리 그만 두세요!! 그리고 이상한 사칭 계정도 갖다 버려요 빨리!!

        — 관리자 : 나 말고 다른 분탕인 거 같네. 근데 지금은 바빠서 갤 관리 못하니까 파딱 받고 직접 차단하셈

        ====

       

        “흐아아앙! 진짜, 진짜 최악이어요! 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응?”

       

        뚜둑!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열이 뻗쳐 올라 이젠 탑주고 뭐고 쌍욕을 박아 주려던 그때.

        마리엘은 뒤늦게, 어두운 나무 뒤에서 자신을 엿보는 시선이 여럿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금술 강의를 듣는 다른 조원들일 수도 있지만 약초 채집을 하는데 타인의 뒤를 밟을 이유는 없을 터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누구시죠?”

        “…….”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면 계속 거기 있으셔도 좋지만 저는 꽤 오래 길을 헤맨 참이어요. 더 늦으면 반드시 누군가 찾으러 올 것이에요.”

        “…….”

       

        짧은 시간이지만 마치 영원처럼 느껴진 정적.

       

        “쯧, 공포로 정신이 나간 줄 알았건만. 전부 연기였구나.”

       

        이내 어둠 속에서 한 무리의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클락아, 이 시간에 어딜 나가려 하느냐?”

        “어둠의 숲이요.”

       

        청소 도구함을 열어 두 개로 분리되어 있던 창을 조립했다.

        평소 창대는 걸레질할 때 쓰던 마대자루로, 창날은 바닥에 눌어붙은 이물질을 떼어내던 껌칼로 사용했기에 제법 더러웠다.

        마탑에 들어온 뒤로 어지간하면 합칠 일이 없는 물건이었는데 지금은 필요해 보였다.

        초짜에 불과한 내 마법 실력만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상황일 지도 몰랐으니까.

       

        마탑의 모든 구역에는 해당 좌표를 나타내는 ip가 할당되어 있다.

        즉, 갤러리에 접속하는 유저들이 어디에서 위치노트를 사용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처음 마리엘이 올린 게시글을 확인했을 때 가장 먼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조원들은 없이 혼자 있다고 했었는데, 어둠의 숲에 찍혀있는 그녀 주변에는 다른 노트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는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기에 괜찮다고 판단했으나 그 메시지도 어느 순간 뚝 끊겼다.

        거의 다 넘어온 파딱 후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나는 마리엘을 찾으러 가기로 결심했다.

       

        “가, 가기 전에 앉아서 얘기 좀 하자꾸나……! 네가 글레시아 학파의 조교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아녜스는 자신의 동그란 정수리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나를 막아섰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마탑에 데리고 들어온 제자가 덜컥 다른 곳에, 그것도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유수의 학파에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자칫하다간 5년간이나 공들여 쑨 죽을 남에게 떠먹여 준 것도 모자라 지금껏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사감실도 더 이상 출입을 못하게 될 지 모른다는 공포.

        떠나기 위해서는 우선 그녀를 안심시켜야만 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글레시아 학파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 저쪽에서 딱히 저를 원하지도 않고요.”

        “거짓말은 안 통한다! 그 비나라는 계집이 기숙사의 얼음 정수기를 비원의 층으로 옮길 것을 생활부장에게 명령했다고 들었다!”

       

        어쩐지 마력승강기 주변에 있던 정수기들의 코드가 뽑혀 있더라니.

        나 몰래 무슨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크흥, 처음부터 내가 찜한 거였는데…… 침도 잔뜩 발라 놨었는데, 훌쩍……! 이제 모두가 네 재능을 알아버렸으니 어쩌면 좋으냐……!”

       

        뭐, 대륙에 한 획을 그을 수배자가 될 재능 그런 건가?

        걱정하지 않아도 내가 글레시아나 다른 곳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전무했다.

        지원이 널널한 대형 학파에 소속되어 편하게 하층을 넘어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을뿐더러.

        무엇보다 해주학파의 ‘신비’야말로 내게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으니까.

       

        “자자, 어디 안 가니까 진정하고 침대에 누우세요. 일찍 자야지 키가 큰다면서요?”

        “헉, 벌써 열 시가……?”

       

        저주의 후유증 탓에 열 시에는 꼭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아녜스의 고개가 툭 하고 떨어졌다.

       

       “걱정 마세요. 이제 곧 위층에서 볼 수 있을 테니.”

       “흐암, 진짜아아……?”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정신의 끈을 부여잡으려 하는 모습을 본 나는, 불을 끄며 그녀가 안심할 말을 해주었다.

       

        “네, 가는 김에 비석에 이름도 새기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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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

[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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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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