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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묘지에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난 오늘.

       

       놀랍게도 신당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완공 되었다.

       

       내가 지낼 방하나와 신당으로 쓸 방이 딸린 방 두 개짜리 집이 말이다!

       

       그것도 통나무가 아닌 가공된 나무로 지은 집!

       

       이게 바로 사람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권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늙어 죽어 가는 영감 두 사람이 내뱉은 한마디에 집 한 채가 뚝딱 완성되다니.

       

       이마저도 백작의 반대하에 축소된 규모였다.

       

       “자리만 좋았으면 딱 인데 말이지.”

       

       내가 찾은 터는 아주 좋지 않은 곳이었다.

       

       무당이 아닌 사람이 봐도 이곳에 집을 짓는다고 하면 극구 반대를 할 것이다.

       

       공동묘지가 있는 작은 산 밑에 위치했으며, 분위기 마저 음산한 이곳.

       

       심지어는 사람이 이곳을 찾아올까 싶은 곳이었다.

       

       아마 숨어사는 범죄자들이 이런 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에 손님이 오기는 하나?”

       

       지나다니면서 보이기라도 해야 손님이 찾아올 것이 아닌가?

       

       어떻게 발견을 한다 쳐도 이렇게 수상한 집에 누가 찾아온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속절없이 거리로 나가서 돗자리를 깔아야 할 판이었다.

       

       “얼마나 터가 안 좋으면 잡귀가 이렇게 많아?”

       

       저 멀리 산속에서 이곳을 쳐다보고 있는 귀신들이 보였다.

       

       저 놈들이야 쫒아내면 그만이니 그렇다고 쳐도··· 

       

       “새집이라서 어쩔 수 없나….”

       

       아무것도 없었다.

       

       집이 심할 만큼 텅 비어 있었다.

       

       심지어는 나무로 쌓아 올린 원래 집이 더 부유해 보일 정도로.

       

       더 큰 문제는 신당을 꾸밀만한 용품이 없다는 것.

       

       “이걸 도대체 어디가서 구해와야 하냐?”

       

       신들이 그려진 그림도 구하기가 어려웠고, 피워 놓을 향도 없는 세상이었다.

       

       신당을 차리는 무당의 전통이 무색해졌다.

       

       “한국 신이 아니니까 여기에 맞게 차려야 하려나….?”

       

       언월도 대신에 바스타드 소드를.

       

       곱게 차려입을 한복 대신에 마법사의 로브나 사제 복을.

       

       팥 대신에 뭘 놓아야 하려나···

       

       “작두는 뭘로 하지?”

       

       작두를 타는 굿은 스승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물론 나 또한 그 진전을 이어받았고 말이다.

       

       작두 대신에 커다란 도끼를 놓으면 괜찮을까?

       

       “일단 신당의 방향은 이쪽으로 하고…”

       

       고르고 골라 엄선한 장소 였다.

       

       딱 산에서 내려오는 영기를 틀어막을 만한 장소.

       

       본격적으로 신당이 꾸려지면 신이 큰신이니만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터였다.

       

       “으음…큰 신…”

       

       무당으로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아직도 나와 연결된 신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보통은 꿈에서라도 만나거나 처음 굿을 할 때 입에서 저절로 내뱉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여러 차례 방울을 흔들며 교감을 시도해봤지만 어느 순간 탁 막히듯이 깨어나고 말았다.

       

       아니, 쫓겨났다는 게 정확하려나.

       

       아직은 허락되지 않았다는 의미겠지.

       

       “아니 그럼 신당에 그림은 누구를 걸어야 하는 거야?”

       

       명색이 처음 차리는 신당인데, 무슨 신인지 이름도 모르다니.

       

       무속인으로 살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듯도보도 못했다.

       

       “일단 조촐하지만 촛불이라도 켜놔야겠네.”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부싯돌을 잡았다.

       

       타닥 –

       

       사냥꾼으로 살았던 기억이라도 있기에 망정이지, 빙의가 아닌 차원 이동이었다면 불 붙이는것마저도 힘들었을 것이다.

       

       화르륵 –

       

       “후….됐다.”

       

       촛불이 일렁였다.

       

       간만에 이렇게 앉아서 보는 촛불이었다.

       

       영안을 수련한답시고 많이도 쳐다봤었다.

       

       남들은 영안을 뜨려고 하는 수련을 나는 영안을 닫으려고 했었지.

       

       왜냐하면···

       

       지금도 창문 밖에 있는 저 귀신같은 걸 보기 싫었으니까.

       

       “하아…여기다 신당을 차려야 한다고?”

       

       밖에 있는 영혼은 머리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창문으로 보이는 저 머리는 직접 손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저게 그 언데드 중 하나인 듀라한인가?

       

       “어이, 너 듀라한이야?”

       

       듀라한일리가 없었다.

       

       저건 그냥 평범한 귀신이었으니까.

       

       “얼씨구?”

       

       목이 떨어진 귀신답게 고개를 젓는 방법도 지랄 맞았다.

       

       도대체 누가 머리를 저을 때 양손으로 직접쥐고 흔드냔 말이다.

       

       “너 아까 왔던 그 새끼지?”

       

       해가 떠 있을 때만 해도 멀찍이서 이곳을 바라보기만 하던 놈이 밤이 되자마자 신이 나서 달려온 것 같았다.

       

       이 귀신은 묘지에 있던 고귀한 영혼들과는 다르게 그야말로 ‘귀신’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놈이었다.

       

       “이 잡귀새끼가 어딜.”

       

       음산한 영기가 충만한 곳이라 그런가 벌써 잡귀가 나오다니······

       

       여기서 온몸으로 영기들을 틀어막을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통이 지끈거려왔다.

       

       재빠르게 문을 열고 뛰쳐나가니 헤괴한 몰골로 둥둥떠다니는 귀신이 보였다.

       

       “안내려와?”

       

       소리를 질러 봤지만 저놈은 오히려 나를 약올리려는 듯 히죽히죽 웃었다.

       

       자랑스럽게 양손으로 대가리를 내밀면서 말이다.

       

       “좋은 말로 할 때 내려와라.”

       

       순간 놈의 표정을 본 나는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주 열 받는 웃음소리가.

       

       피식.

       

       “웃어? 웃었다 이거지?”

       

       그래도 귀신 짬밥이 조금 있는 놈인 듯 스윽 미끄러져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살아 있는 사람과 망자는 닿을 수가 없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히죽거리는 대가리는 마치 ‘내려오면 어쩔 건데?’라고 말하는듯했다.

       

       “하아….”

       

       손수 머리를 내 얼굴 앞으로 들이밀며 자랑해대는 것이 이렇게 하면 내가 겁을 먹겠지라는 의도로 보이는데···

       

       저 잡귀놈은 지금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야, 어금니는 깨물 수 있냐?”

       

       대가리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었다.

       

       양팔을 휘두르면 딱 때리기 좋은 위치에.

       

       나는 주저 할 것도 없이 방울을 뽑아서 휘둘렀다.

       

       4번타자 뺨치는 스윙을 선보이며.

       

       까앙 – !

       

       방울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휘익 날아갔다.

       

       “무게가 없어서 그런가 잘 날아가네?”

       

       머리를 잃은 몸.

       

       당황한 듯 허공을 휘젓는 손.

       

       아주 좋은 샌드백이었다.

       

       빠악!

       

       퍼억!!

       

       머리를 제외한 온몸을 방울로 후려쳤다.

       

       귀신 주제에 머리가 없으면 보이지가 않는지 허우적대는 폼이 아주 속이 시원했다.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부는 잡귀는 매가 약이다.

       

       절대로 다른 감정은 없다.

       

       이게 다 살아생전 나쁜 짓을 하며 업보를 쌓은 벌이다.

       

       빠악!

       

       바둥거리는 몸이 방울에 맞아 바닥을 나뒹굴었다.

       

       “잡귀야!”

       

       빠악!

       

       “물렀거라!”

       

       딸랑 –

       

       “훠어이!”

       

       전에 오크 귀신을 때릴 때도 느꼈지만 이 방울은 손맛이 일품이었다.

       

       평생 귀신한테 시달렸다.

       

       이렇게 때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작에 이런 방울이 있었으면 온 동네 귀신들을 다 패고 다녔을 텐데…

       

       “대가리는 안주우러 가냐?”

       

       나한테 맞고 있지만 머리를 찾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놈이 가만히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귀신이 가만히(?) 맞고만 있었던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날아갔던 머리가 제법 빠른 속도로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두려워하는 표정을 한가득 지으며.

       

       “한대 더 맞아라.”

       

       까앙!

       

       청아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

       

       아스테르 루시아.

       

       아스테르 클로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손녀.

       

       새하얀 피부에 차가운 표정을 한 루시아가 걸어가고 있었다.

       

       “이 근처라고 했지?”

       

       루시아는 이틀 동안 귀가 닳도록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할아버지가 누군가에대해 그토록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소드 마스터인 파라몬은 그에 한 술을 더 떠 그 사람을 칭찬하기 바빴다.

       

       ‘크리스라고 했었나?’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대마법사와 소드 마스터의 관심을 독차지 하느냔 말이다.

       

       ‘영혼을 본다고?’

       

       듣자 하니 영혼과 이야기도한다는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과거를 보며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마치 신전에 내려온다는 신탁처럼.

       

       사람으로서도 마법사로서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루시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저기에 있다고 했지?’

       

       마법을 써서 기척을 감추려던 루시아가 마나의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마법은 안 되겠지?’

       

       크리스라는 사람은 할아버지의 마법마저 간파해냈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의 마법따위 무조건 들킨다는 말이었다.

       

       루시아는 마법을 쓰는 대신 기척을 죽이며 살금살금 다가갔다.

       

       ‘저 사람이야.’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훠어이!

       

       – 물렀거라!

       

       “······?”

       

       루시아가 바라본 그곳에는 크리스가 허공에 대고 몸을 휘두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새하얀 백발을 미친 듯이 휘날리며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크리스.

       

       크리스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듯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저게 말로만 들었던 영혼과 소통한다는 모습일까?

       

       호기심 어린 루시아의 눈이 크리스를 관심 있게 살펴봤다.

       

       – 대가리 원위치.

       

       ‘대가리…?’

       

       루시아의 눈이 허공을 쫒았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크리스의 괴상한 행동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소리를 지르기도하고, 허공으로 점프하며 팔을 휘두르기도 했다.

       

       신비한 모습으로 영혼과 소통할 것이라 생각했던 루시아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

       

       순간 루시아의 머릿속에 아직은 경계할 대상이라는 백작의 말이 떠올랐다.

       

       눈에 보인 모습이 딱 그랬다.

       

       루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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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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