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

       

        

       의식의 후유증은 끝났다.

        

       진성의 몸은 건강했고, 그 어떤 후유증도 남지 않았다.

        

       ‘회귀 전이었다면 당장 다른 의식을 했으련만.’

        

       과거 그는 닥치는 대로 미확인 주술 의식을 확인해보겠다고 몸이 낫기를 무섭게 의식을 반복했다.

       그것을 보고 친했던 동료 용병은 ‘게임 캐릭터가 쿨타임 끝나자마자 스킬 또 쓰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타박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것이 의미가 없지.’

        

       그의 성향이 바뀌었다는 것이 아니다.

        

       진성의 옛날이자 미래.

       시간이 꼬이고 꼬여 지금 진성은 과거로 돌아와 있지만, 주술의 부작용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미확인 주술과 함께 몸을 태워버렸던 그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불꽃이 어디서 피어나든 그 본질은 다르지 않으니, 육체가 변하고 시간이 변한들 정신과 영혼이 같다면 역시나 그 본질은 변함이 없음이라.’

        

       그는 언제든 미확인 주술을 발견하면 그것을 익히고, 미확인 의식을 발견하면 그것을 홀로 치르게 될 것이다. 주술이야말로 그의 모든 것이요, 그의 삶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는 이젠 깨달았을 뿐이다.

        

       과거처럼 해서는 찰나 간 피어나는 불꽃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기초는 쌓은 바, 이제 필요한 것은 강건한 육체와 재물이로다.’

        

       강건한 육체.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헬스장에서도, 군대에서도, 공사장에서도.

       몸을 쓰는 직업이라면 이 표현을 반드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성에게 필요한 ‘강건한 육체’는 흔히 쓰이는 표현과는 조금 다른 몸을 뜻했다. 그가 만들려고 하는 몸은 단순히 체력 단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신체가 아니었으니까.

        

       ‘강건함. 지식과 재능으로 빚어지는 최고의 토대.’

        

       만약 단순히 체력을 기르고 근육을 만드는 것으로 끝났다면 과거 진성의 인생이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용병이라는 것은 몸이 재산인 직업이다.

       특히나 군인보다도 훨씬 손쉽게 쓸 수 있는, 말 그대로 ‘돈으로 살 수 있는 소모품’ 취급인 것이 바로 용병이었기에 일반 군인은 당연하고 때에 따라서는 특수부대 이상의 체력을 가져야만 할 때도 많았다.

       당장 모가지가 떨어질락 말락 하는 격전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체력과 무력뿐이었으니까.

       그런 만큼 과거 진성의 몸 역시도 꽤 훌륭한 편이었다.

       총기나 수류탄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주술을 위한 재료들까지 들고 다녔기에 오히려 어지간한 용병보다 체력으로는 뒤지지 않았다.

       거기에 수많은 회복 주술 의식을 알고 있었기에 부상 같은 것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없었을 터였다….

        

       신장이 터졌다.

       폐가 쪼그라들었다.

       장이 반 토막이 나버렸다.

       정소가 제 기능을 잃고 고자가 되어버렸다.

       몸의 말단이 썩고, 몸에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회복은 소용이 없었다.

        

       터진 신장이 되돌아왔지만, 다시 터진다.

       쪼그라든 폐는 다시 쪼그라든다.

       토막이 난 장이 재생되어도 정확히 재생한 곳만 암 덩어리로 변한다.

       어떤 방법을 써도 곰팡이는 다시 피어오르고, 몸은 계속해서 썩어간다.

       잃어버린 생식 능력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몸이 치료된다고 해도 단지 잠깐뿐.

       인간의 신체는 계속되는 회복과 부상을 이기지 못했고, 단련되지 못한 내부는 흉터가 계속 남아 문제를 일으켰다. 진성의 육체는 병마를 이길 수 있을지언정 뿌리를 뽑지는 못했으며 부상을 치료할지언정 완전히 원상태로 돌아오진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친하게 지내던 동료 중 하나는 끔찍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이런 말을 던졌다.

       

       『 야! 미친 주술사! 너는 집안도 좋은 놈이 왜 이런 시궁창에서 뒹굴고 있냐? 집안 돈 써서 네가 좋아하는 주술 맘껏 익히면 되잖아. 돈도 펑펑 쓰고, 인맥도 잔뜩 끌어다가 쓰고. 정보도 얻고! 얼마나 좋아?』

       

       유럽 내전에 끼어들었다가 개고생을 하고 간신히 돌아왔을 때였다.

       

       어쩌면 그건 그와 충분히 친한 사이가 되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던진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대답해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떠보기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당나귀 같았던 인간은 진성이 질문에 답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으리라는 것. 

       

       하지만 진성은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 주술은 그렇게 해서 얻을 수는 있으나, 그리하면 초월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동료는 그 말을 듣고 ‘개소리하네’라며 진성을 비웃었다.

       

       하지만 진성은 동료가 비웃든 말든 그 생각을 그대로 간직했다. 

       

       험한 용병 생활의 와중에도, 세계가 개판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나중에 그가 중국의 광전사들에게 죽었을 때도.

       기생술사라 멸시당하며 모두에게 기피되는 존재가 되었을 때도.

       그리고 훗날 마구잡이로 익힌 주술의 부작용 때문에 스스로 몸을 태우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자신의 행보를 후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오고, 다시 건강한 몸이 되었으니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는 법.

       

       인간은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고 발전하는 생물이다.

       

       ‘내가 초월을 하지 못한 것은 육체의 한계 때문이다.’

        

       용병 생활과 주술 의식의 부작용이 겹겹이 쌓이며 종국에는 잠깐의 회복조차도 되지 않았고, 온갖 수단을 써도 간신히 숨만 붙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는 빈약하기 짝이 없는 진성의 육체의 한계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일반인의 몸으로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자 했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술사가 강건한 육체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장 무공만 하더라도 진성 기준의 ‘강건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신체를 단련하는 외공보다는 기를 쌓고 이능을 부리는 내공이 인기가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 말고도 인간의 신체를 한계까지 단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를 모으고 단련하는 것을 넘어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였으니까.

       당장 세부적으로만 보아도 최소한 대학 수준의 지식이 필요했다.

        

       수명과 관련된 텔로미어(Telomere).

       반응 속도와 관련된 시냅스(Synapse).

       내성과 관련된 면역계(Immune system).

       전투와 밀접한 관계인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엔도르핀(Endorphin).

       해독과 관련된 간(Liver).

       

       

       …..

       ….

       …

        

       나열하자면 끝이 없이 이어지는 수많은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들.

       

       진성은 이 수많은 요소 중에서 수명과 내성을 원했다.

        

       ‘나는 주술사. 그러니 필요 이상의 신체는 욕심일 뿐이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주술은 원시 주술과 잊힌 주술.

       상징성을 떼오고 부작용을 최대한 줄인, 소위 말하는 ‘세련된’ 형태의 현대 주술과는 다르게 부작용이 심한 대신 그 반대급부도 커다란 주술이었다. 그 때문에 각오만 한다면 반응 속도나 기억력, 재생능력 같은 전투에 필요한 능력은 얼마든지 대체를 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공사할 때는 기초가 가장 중요한 법. 허나 나는 그것을 실천할 수 없으니 참으로 아쉽구나.’

        

       문제는 지금 진성으로서는 면역계와 텔로미어를 강화할 방법이 없다는 것.

        

       ‘돈과 인맥.’

        

       그 이유는 간단했다.

        

       돈도 없고, 인맥도 없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면역계와 텔로미어를 강화할 방법을 알고 있는 이너서클(INNER CIRCLE)에 접근할 수 있는 돈과 인맥이 없다. 

       

       ‘오랜 역사와 함께 힘을 쌓아온 거부(巨富)들만이 접근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어쩌면 인류가 처음 부족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일지도 모른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을 오래오래 유지하기를 원했고, 자신의 정적이 먹이는 독을 두려워했다. 그와 함께 장생술과 해독술이 눈부시도록 발전했지만 그럼에도 권력자들의 욕망은 충족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현대에 이르러서 그들의 욕망이 어느 정도 결실을 이뤘다.

        

       “ॐ-”

        

       정보화 시대,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자본주의, 70억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인구, 그리고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천재들까지.

        

       그 모든 요소가 합쳐져 텔로미어와 면역계를 유의미하게 강화하는 방법이 나타났다.

        

       하지만 권력자가 그것을 일반 사람들에게 풀 리가 없다.

       당연히 이 ‘수명을 늘려주고 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놀라운 비법’은 돈 많고 힘센 이들 사이에서만 돌아다녔고, 일반 사람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철옹성 속에서 그들만을 위한 지식이 되었다.

        

       ‘수명, 면역….’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

       수명이야 초월을 하게 된다면 의미가 없어지니 상관없지만, 면역만큼은 필요했다.

       면역이 없다면 예전과 똑같은 최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일단 돈이 있어야 하겠구나.”

        

       인맥, 돈, 권력.

        

       이 세 가지는 한 몸이다.

       셋 중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나머지 둘은 어떻게든 얻을 수 있는 법.

        

       진성은 품속에서 통 하나를 꺼냈다.

        

       푸르스름한 눈 모양의 형상이 새겨진 통을.

        

       “머리야, 머리야. 가장 반짝이는 금붙이가 어디에 있느냐.”

        

       그가 통에 입을 가져다 대고 속삭이자 눈 모양의 형상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울룩불룩 튀어나오더니 그를 노려보았다.

        

       콰드득!

        

       눈은 곧 입이 되었다. 길쭉한 생선의 입과 같은 그것은 입을 쩍 벌려 입천장까지 돋아나 있는 자신의 이빨로 진성의 손을 세게 깨물었다. 그리곤 한참이나 진성의 손에서 흘리는 피를 탐하고 나서야 만족한 듯 연기로 변해 통으로 다시 들어갔다.

        

       남은 것은 회색빛으로 변해버린 눈 형상과 진성의 눈에만 보이는 황금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연기.

        

       진성은 황금 연기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길하구나.”

        

       진성은 허름한 건물을 보며 삐뚤게 웃었다.

        

       허름한 건물의 2층과 3층에는, ‘대모 캐피탈’, ‘삼본 머니’라는 간판이 쓰여 있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