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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

        

       “…….”

        

       벨라가 베라티를 데려간 후.

        

       우리는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앨리스는 잔뜩 긴장하고 있던 것이 풀린 듯 숨을 크게 내쉬었고, 생각도 못 한 일에 휘말려 든 클레어와 레오는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계속되던 침묵을 못 견뎠는지 결국 앨리스는, 

        

       “아, 진짜!”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내 쪽으로 몸을 휙 돌리더니 말했다.

        

       “뭐라고 말 좀 해봐!”

        

       “어떤 말씀 말입니까?”

        

       내가 진심으로 물어보자, 앨리스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있잖아, 황녀님이 그 자리에 있기에는 너무 위험했다든지, 굳이 내가 그 자리에 없었어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왜 굳이 그런 작전을 선택한 건지.”

        

       “제가 황녀님을 꾸짖기를 바라십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앨리스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얼굴을 조금 붉히고는 말했다.

        

       “물론.”

        

       나는 그런 앨리스에게 찬물을 끼얹듯 말했다.

        

       “굳이 황녀님이 아니었어도 다른 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예상외의 변수로 황녀님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말입니다만.”

        

       “…….”

        

       내 말을 들은 앨리스의 어깨가 축 처졌다.

        

       기분 탓이긴 하지만 머리에 아직도 쓰고 있는 하얀 토끼 귀가 조금 아래로 처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있었던 일이 황녀님께서 하지 않은 일이 되는 것도 아니죠.”

        

       그리고 내가 덧붙인 그 말에 다시 앨리스가 고개를 들면서 귀도 살짝 위로 올라갔다.

        

       사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앨리스와 나 말고는 달리 할 사람이 없기도 했다.

        

       루카스는 탈주 중이다. 뭐, 딱히 도망간 건 아니고 그냥 자리를 좀 오래 비우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설령 일을 맡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루카스는 워낙 얼굴이 알려진 경우라 아마 베라티는 루카스를 보자마자 일찌감치 도망부터 갔을 거다.

        

       제이든도 같은 이유로 불가능하고.

        

       벨라는 정보를 캐내는 데는 쉬울지 모르지만, 일단 얼굴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 그러니 적어도 체포는 다른 이가 해야 하는데, 거의 언제나 민간인들이 와글와글한 곳에 있는 베라티를 체포하려면 싸워도 민간인 피해가 좀 덜한 곳으로 유인해야 했다.

        

       그런데 벨라가 직접 그 일을 해버리면, 베라티에게 얼굴이 드러나지. 죽여서 해결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서야 법국의 경계를 추가로 살 뿐이다.

        

       남은 형제 하나도 마찬가지다. 벨라와 비슷한 역할이었고, 이미 다른 나라에서 정보수집을 하고 있었다.

        

       남는 건 나, 그리고 앨리스뿐이다.

        

       나는 법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존재이기에 함부로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반대로 앨리스는 별거 아닌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유인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법국은 내가 앨리스를 제치고 ‘황제의 전권 대리’가 되었던 것을 직접 확인한 나라다.

        

       그리고 아마도, 거기서 중대한 오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앨리스가 차기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할 거라고.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의 황제는 누가 봐도 이상한 사람이고, 어쨌거나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법적으로는 황녀, 황자끼리 신분 차이도 없고, 그중 하나는 무려 기사단장이 되어 활약 중이고, 하나는 어린 나이에 황제의 전권 대리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황제와 그 아이들이 직접 나누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이들은…… 뭐, 헷갈릴 수도 있는 일이지.

        

       적어도 앨리스라는 존재가 어그로 끌기에는 완벽한 존재였다는 거다.

        

       앨리스가 아니었더라도 베라티는 잡혔겠지만, 황실이 원하는 것은 노스우드 모르게 지보를 빼돌리는 거니까.

        

       노스우드 공작가가 모르게 베라티를 빼내려면 별다른 사고가 없어야 했고. 만약 앨리스가 이렇게 직접 미끼가 되어주지 않았다면 일이 조금 더 복잡해지긴 했을 거다.

        

       황실 측에서는 아직 그 ‘법국이 원하는 것’이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겠지만.

        

       “잘하셨습니다. 결과를 끌어내는 것도 능력이니까요.”

        

       그렇기에, 나는 앨리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그런가……?”

        

       “응. 협박하는 내내 바니걸 차림이었다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

        

       우리가 대화하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클레어가 질투라도 하는지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앨리스는 자기 복장이 심각하게 민망한 복장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앨리스는 꼬고 있던 다리를 얼른 풀었다.

        

       “사, 상대도 바니걸 차림이었으니 상관없잖아!”

        

       하지만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응. 다른 병력은 없었어.”

        

       일단 숙소로 돌아와, 레오와 클레어 앞에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었다.

        

       “그러니까 허세였다는 말이지.”

        

       앨리스가 당당하게 하는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무리 황제의 권력이 세다고 해도, 노스우드 안에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노스우드 병력을 움직이도록 요청하는 것은 더 큰 문제고.

        

       제도에서 병력이 따라오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 병력이 노스우드에서 활개 치고 다니는 건 또 별개의 이야기니까.

        

       베라티가 끝까지 자기가 온 목적을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것도 다행이었다.

        

       레오와 클레어가 들었다고 다른 사람 앞에서 떠들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누가 듣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으니까.

        

       “……사실은 이것저것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앨리스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흐응.”

        

       하지만 앨리스는 그런 콧소리만 냈을 뿐, 뭔가를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넓은 방 한가운데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작은 원형 테이블을 감싸듯 네 개의 의자가 있었다.

        

       공작가의 방은 그저 손님용 방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 모양이다.

        

       하긴, 고급 호텔만 가더라도 이 정도 준비는 다 되어있으려나.

        

       내가 의자 중 하나를 빼내 앉자, 앨리스는 나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더라도, 너는 알려주지 않겠지.”

        

       “…….”

        

       나는 잠깐 생각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걸 알아내는 방법은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재능입니다. 누구에게 함부로 알려줄 수는 없죠.”

        

       “그래, 뭐, 나도 남한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비밀 한두 개는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그거대로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기로 했다. 만약 말해야 하는 비밀이라면 앨리스는 언젠간 말해줄 테니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알고 싶기는 해.”

        

       앨리스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표정은 차분했고, 맑은 눈동자는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얼굴은 나를 협박하는 것 같은 종류의 표정은 아니었다.

        

       그저—

        

       “황녀로서가 아니라, 너의 자매로서 물어보고 싶어.”

        

       앨리스는 잠깐 말을 쉬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그 능력은 ‘예지’야?”

        

       “예지라고 한다면, 황실에 내려오는 예언서를 적은 사람의 것과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아닙니다.”

        

       나는 그거 하나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섬세한 계산으로 예측한다거나?”

        

       “아닙니다.”

        

       이번에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라플라스의 악마던가, ‘인식’으로 세상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으로 들었다. 아마 최소한 물리법칙만큼은 동일한 이 세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겠지.

        

       “계산도, 예언도 아니지만, 미래를 알 수는 있다는 뜻이야?”

        

       “그렇습니다.”

        

       “…….”

        

       이 문답으로 앨리스가 나의 능력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예측도 계산도 아니라면 그 미래를 직접 겪어봤다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그리고 그것조차 부정한다면 ‘그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데 그렇게 이루어진다’라는 뜻이 될 거고. 사실 그쯤 되면 신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영역이다.

        

       앨리스가 나를 신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테니, 아마 굳이 직접 듣지 않았더라도 나의 능력에 대해서 짐작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만약 내가 나의 능력에 대해서 숨기고 싶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 것이 옳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딱히 논리적인 생각 끝에 내놓은 결론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알았어. 더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않을게.”

        

       나름대로 속으로 결론을 내렸는지 앨리스는 그렇게 대답했다. 앨리스는 벽에 걸린 시계를 흘끗 본 뒤,

        

       “피곤하지? 오늘은 밤늦은 시간까지 나한테 어울려주느라 수고했어.”

        

       그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따라가고 싶어서 따라갔을 뿐이니까요.”

        

       나는 그런 앨리스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뭐, 따라가지 않았더라도 나 혼자 갈 생각이기는 했다.

        

       그러니 앨리스가 나한테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

        

       따지자면 내가 앨리스의 계획을 망쳐버릴 뻔했던 거니까.

        

       “다음에도 제가 필요하다면 불러주십시오.”

        

       “……그래.”

        

       내 말에, 앨리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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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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