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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아장 아장.

        ​

        그냥 걷고 있는데도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

        그 정도로 귀엽다는 것이다.

        ​

        스윽 –

        ​

        루나의 얼굴이 나를 향해 돌아왔다.

        ​

        “걸어쪄.”

        ​

        마치 무언가를 바라듯 기다리고 있는 루나.

        ​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배시시 미소가 생겨났다.

        ​

        아기는 자고 일어나면 커있다고 했던가.

        ​

        그게 이렇게나 빨리큰다는 소리는 아닐 테지만….

        ​

        “진짜 빨리 크는데…?”

        ​

        “굉장히 흥미롭군. 신성력이 이런 식으로 작용하는 것인가?”

        ​

        쑥 커 있는 루나를 본 클로셀 영감님의 한마디였다.

        ​

        어젯밤까지 루나는 아기의 몸이었다.

        ​

        아직 기어 다니지도 못하던 작은 몸.

        ​

        새벽에 침대 위에 서 있는 걸 본 뒤로 루나의 머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

        턱을 넘어갈 정도의 단발로.

        ​

        몸도 마찬가지였다.

        ​

        아마, 앞으로 몇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두세살 정도의 몸으로 클것 같았다.

        ​

        “영감님.”

        ​

        “왜 그러는가?”

        ​

        “원래 이렇게 빨리 크는 게 맞나요?”

        ​

        “그렇지는 않다네.”

        ​

        아장 아장.

        ​

        아장?

        ​

        루나가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렸다.

        ​

        쓰담 –

        ​

        배시시 –

        ​

        내 주위를 계속해서 빙글빙글 도는 루나.

        ​

        대략 세 바퀴 정도에 한 번씩 쓰다듬어 줘야 했다. 

        ​

        “직접 물어보는 건 어떤가? 알 수도 있으니.”

        ​

        자기가 왜 빨리 크는지 아는 아기가 있을까?

        ​

        루나는 성녀이니 알지도 모른다며 영감님이 나를 재촉했다.

        ​

        “하부!”

        ​

        “허허, 나를 부른 것인가?”

        ​

        “루나, 빨리 커야 해.”

        ​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

        ​

        “움…모르게쪄.”

        ​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굉장히 앙증맞았다.

        ​

        영감님의 입꼬리가 씰룩거릴 정도로.

        ​

        잠시 생각하던 루나가 나를 반 바퀴 돌아서 세레나에게 다가 갔다.

        ​

        “언니!”

        ​

        “…응?”

        ​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

        “빠!”

        ​

        아직도 나는 빠인 것 같았다.

        ​

        루나의 작은 손가락이 클로셀 영감님에게로 향했다.

        ​

        “하부!”

        ​

        “허허허허.”

        ​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파란 하부는?”

        ​

        “파란색 할아버지?”

        ​

        끄덕.

        ​

        왜 파란색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할아버지라면 파라몬 영감님일 것이다.

        ​

        그러니까, 파라몬 영감님은 지금….

        ​

        일종의 심문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

        암살자에게 알아내야 할 것이 있다고 했으니, 이걸 어떻게 루나에게 설명해줘야 할까.

        ​

        클로셀 영감님이 먼저 선수를 쳤다.

        ​

        “과자를 사러 갔다네.”

        ​

        “까까?”

        ​

        “그런 것이지.”

        ​

        배시시 –

        ​

        루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루나야, 그런데 파라몬 영감님이 왜 파란 할아버지야?”

        ​

        “움…”

        ​

        아직 말하는 게 어려운지 고민하던 루나.

        ​

        “파란빛이야.”

        ​

        “음…?”

        ​

        클로셀 영감을 쳐다본 루나가 한마디의 감상평을 남겼다.

        ​

        “노란 하부!”

        ​

        “허허허허.”

        ​

        “하부는…저거!”

        ​

        손가락이 향한 곳은 길에 핀 꽃.

        ​

        왜 꽃을 가리킨 걸까?

        ​

        영감님이 꽃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

        “아, 맞네.”

        ​

        새삼 깨닫는 사실이지만 루나는 눈이 남들과는 다르다.

        ​

        육체의 눈이 보이지가 않으니까.

        ​

        루나만이 보이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이다.

        ​

        “빛으로 보인다고 했었나?”

        ​

        끄으덕 –

        ​

        역시나 영안과는 다른 듯했다.

        ​

        사람이 색으로 보이는 듯하니, 그 기질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

        “나는 무슨 색이야?”

        ​

        갸웃 –

        ​

        “우움…”

        ​

        루나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

        영감님에게 했던 것처럼 비슷한 것을 찾으려는 모양이다.

        ​

        하지만.

        ​

        “없쪄.”

        ​

        “응?”

        ​

        “본 적 없쪄.”

        ​

        나는 색으로 안 보이는 건가?

        ​

        어쩌면 독특한 색이라 루나가 아직 본 적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

        물어보려는 찰나 루나가 두 팔을 뻗어왔다.

        ​

        “업어 줘?”

        ​

        끄덕.

        ​

        “더 안 놀 거야?”

        ​

        “이제 잘 걸어. 자야 해.”

        ​

        그럼 지금까지 계속 빙글빙글 거린 게?

        ​

        “걷는 걸 연습한 거야?”

        ​

        “응!”

        ​

        영감님이 놀랍다는 듯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

        아기가 스스로 걸음마를 연습한 격이 아닌가?

        ​

        루나를 안아올리니 내 등으로 찰싹 달라붙었다.

        ​

        얼굴을 비비며 자리를 잡는 듯 꾸물거리는 몸.

        ​

        “잘 거야?”

        ​

        “커야 해.”

        ​

        “그, 그래…”

        ​

        아이를 키워 본 적은 없지만,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

        커야 한다고 잠을 자는 아기?

        ​

        아무리 봐도 보통 아기가 아니었다.

        ​

        “천재네, 천재야.”

        ​

        새근 –

        ​

        새근 –

        ​

        한마디를 내뱉기도 전에 루나가 잠에 빠져들었다.

        ​

        그리고 내 옆에서 존재감 없이 있던 드잔트가 헛기침을 했다.

        ​

        “허험…”

        ​

        “왜요?”

        ​

        “성녀가 나를 까먹은 것 같군.”

        ​

        그러고 보니 다 한 번씩은 불러줬는데 드잔트만 빠져 있었다.

        ​

        클로셀 영감님의 핀잔이 날아들었다.

        ​

        “그러게 진작에 안 친해지고 뭐 했는가?”

        ​

        “….”

        ​

        “참고로, 난 노란색일세. 꽃과 같은 색이란 것이지.”

        ​

        “….”

        ​

        “자네의 빛이 더러워서 입에 담기가 그랬던 것일게야. 음! 저게 좋겠군.”

        ​

        영감님이 대충 시들어 있는 잡초를 가리켰다.

        ​

        “저런 빛이 아니겠는가?”

        ​

        “어처구니가 없군. 다시 성녀를 깨워라. 직접 물어볼 것이다.”

        ​

        이어지는 실랑이.

        ​

        클로셀 영감님이 한곳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파란 할배, 왔는가?”

        ​

        “로셀…?”

        ​

        ​

        ***

        ​

        파라몬 영감님이 돌아오고,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

        “그러니까, 냅다 주고 왔다는 말이죠?”

        ​

        “마침, 제국의 정보원이 지나가더군.”

        ​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

        하르프왕국에 제국의 정보원이 왜 지나다닌다는 말인가.

        ​

        “그거 첩자 아니예요?”

        ​

        “휴가 나온 정보원일세.”

        ​

        “끄응…”

        ​

        사실 그놈을 어떻게 하던 나랑은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

        내 볼일은 끝났으니까.

        ​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네.”

        ​

        “예?”

        ​

        “혹시 그자에게 무언가를 했는가?”

        ​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

        그냥 정체를 알아본 것밖에는.

        ​

        애초에 영감님이 손수 곤죽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던가.

        ​

        “자꾸 허공을 보면서 중얼거리더군.”

        ​

        “허공을요…?”

        ​

        “내 평생 심문도 하기 전에 암살자 입에서 잘못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처음 보았네.”

        ​

        대충 뭔지 알 것 같았다.

        ​

        “혹시 그놈이 잠을 자던가요? 기절이나…”

        ​

        “기절을 해도 금방깨어나더군.”

        ​

        “갑자기 숨을 못 쉬고, 몸을 떨면서요?”

        ​

        “정확하네.”

        ​

        잠을 못 잔다면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

        그놈에게는 아이들의 영혼이 따라 붙었다.

        ​

        “가위눌린거예요.”

        ​

        “…가위?”

        ​

        아마 아이들의 영혼이 간섭을 시작했을 것이다.

        ​

        제일 무서운 귀신중 하나가 아이의 모습을 한 귀신이다.

        ​

        그 모습이 어릴수록 더 심해진다.

        ​

        아이의 원한은 정말 순도 높은 원한.

        ​

        거기다 나이가 어릴수록 달랠 방법이 없다.

        ​

        말이 잘 안 통하니까.

        ​

        떼를 쓰는 아기를 달래는 느낌이랄까.

        ​

        “가위가 어떤 거냐면…”

        ​

        클로셀 영감님의 눈이 번뜩였다.

        ​

        “자고 있을 때 영혼이 몸 위에 올라가서 밟아대는 경우도 있고.”

        ​

        “호오…”

        ​

        “배 위에서 뛰어노는 경우도 있어요. 악몽을 꾸는 거랑 비슷해요.”

        ​

        그놈의 경우에는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

        영혼이 한두 명이 따라붙은 게 아니었으니까.

        ​

        당분간은 잘 때마다 가위에 눌리지 않을까?

        ​

        “자네랑 있으면 신비한 사실을 많이 듣게 되는군. 영혼이란 것은 참으로 신비롭구만.”

        ​

        “안 보이는 거라 그런 감이 있죠.”

        ​

        모르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귀신이 한 것이라 넘겨짚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

        애초에 제대로 된 가위눌림도 희귀한 현상이니.

        ​

        영감이 중얼거렸다.

        ​

        “원래 있었는데 모르고 살아온 것인가…”

        ​

        애초에 이곳은 무속적인 지식이 거의 없는 곳이니만큼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

        제대로 된 영가물도 없는 세상에 그런 걸 알 수 있는 존재가 있기나 할지 의문이다.

        ​

        대신에 신성력이라는 말도 안 되는 힘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

        이렇게 보면 오히려 내 쪽에서 황당할지경이다.

        ​

        순식간에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무당에게도 있었다면….

        ​

        “이게 더 좋은 거 같은데…?”

        ​

        “음?”

        ​

        “아니예요.”

        ​

        그것보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

        그놈이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

        “혹시 검은 구슬 같은 거 없었어요?”

        ​

        “별다른 물건은 없었네.”

        ​

        “흐음…”

        ​

        분명히 영혼을 모았던 물건이 있을 텐데 말이다.

        ​

        벌써 그놈들 손으로 넘어간 건가?

        ​

        “찾는 물건이 있는가?”

        ​

        “지난번에 마족을 소환할 때 보면, 영혼을 모으는 매개체가 있거든요?”

        ​

        “흐음…내 따로 연락해 두지.”

        ​

        그렇게 한참을 더 걸어가며 숲길에 들어섰을까?

        ​

        영감님들이 갑자기 피식거리기 시작했다.

        ​

        “….?”

        ​

        이 양반들이 갑자기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

        왜 실실거린다는 말인가?

        ​

        클로셀 영감이 멀리 떨어진 한 곳을 가리켰다.

        ​

        “저곳에 말일세.”

        ​

        “네.”

        ​

        “자네가 있다네.”

       

       “…예?”

        ​

        피식 –

        ​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리는 영감님.

        ​

        “정말 자네 말대로 알아서 찾아오는군.”

        ​

        무슨 소리일까 생각하던 나는 잊고 있던 한 가지를 떠올렸다.

        ​

        왜 나를 따라 하던 놈이 하나 있지 않았던가.

        ​

        아이들을 납치하던 노예 상인들.

        ​

        그놈들이 저기에 있지 싶었다.

        ​

        “곧 만나겠군.”

        ​

        “제법 수가 많지 않은가?”

        ​

        이번에는 드잔트와 세레나마저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

        “대략 마흔 정도인가…”

        ​

        그리고 나는 곧 그놈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

       놈들은 마치 상단처럼 위장을 하고선 커다란 수레를 옮기고 있었다.

        ​

        속이 텅텅 비어 있겠지만.

       

       “….”

        ​

        제법 급해 보이는 얼굴들.

        ​

        그중에 낯익은 놈이 우리를 보고선 눈을 번쩍였다.

        ​

        땡 – 땡- 땡 –

        ​

        “마나에 자질이 있어 보이는 아기입니다.”

        ​

        “….?”

        ​

        그놈이 저런 말을 하며 다가오자 영감님들이 얼굴을 씰룩였다.

        ​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나 보군요.”

        ​

        일행을 훑어보던 놈이 세레나와 드잔트, 그리고 루나를 보며 눈을 움찔거렸다.

        ​

        딱 느껴지는 탐욕.

        ​

        그리고 요사스러운 감정들.

        ​

        그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소문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

        땡 – 땡 –

        ​

        “제가 바로 제국의 북부에서 언데드를 몰아낸.”

        ​

        “….?”

        ​

        “크리스입니다.”

        ​

        피식 –

        ​

        피식 –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웃음들.

       

       놈이 다시한번 종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

        “혹시 운명을 믿습니까?”

        ​

        지랄이 풍년이다.

        ​

        이곳에서까지 사이비를 만나게 될 줄이야.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00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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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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