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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한스의 모든 공격은 무(無)로 돌아갔다.

       

       흑마법에서 비롯된 공격은 내 몸에 닿자마자, 소리 없이 사라졌고 일반적인 마법 또한 내성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당황한 한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법을 쏟아냈다.

       

       

       “어떻게 된 거냐. 네 몸은…!”

       “잘 먹고 잘 잤으니까, 건강하게 된 거겠죠. 부러우시면 일찍자고 늦게 일어나세요.”

       “웃기지 말라고…!”

       

       

       마법을 쏟아내는 한스의 미간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손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마법의 명중율은 낮아졌다.

       

       

       한스는 다급했다.

       

       

       소리를 들은 제국군이 몰려오지 않을까.

       혹은 자신을 찾고 있을 마탑주가 오지는 않을까.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눈앞의 괴물이 언제까지 자신을 봐줄 까라는 공포였다.

       

       

       자신감에 물들어있던 그의 느긋한 손짓은 어둠의 마력을 한가득 머금어있었고, 소설에서 그의 주력기로 등장했던 인력과 척력은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무로 돌아가자, 선로를 바꾼 한스는 공격의 방향성을 바꾸어 주변의 구조물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지끈.

       

       

       어둠의 마력에 의해 사방을 감쌌던 담벼락이 뽑혀 눈앞을 가렸다.

       

       

       지루한 손짓으로 티르빙을 허공에 가르자, 매섭게 날아오던 담벼락은 마력의 흐름을 잃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당황하지 않은 한스는 부서진 담벼락의 조각들을 조작해, 다시 한번 공격을 쏘아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티르빙은 마법사를 죽이는 검이니까.

       

       

       한스의 마력에 조작되는 부서진 돌조각들은 다시 한번 휘두른 검기에 힘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담벼락의 잔해들이 먼지구름을 만들기 시작하자, 한스의 옆에 있던 이교도의 잔당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걸 노렸던 건가.

       

       

       나는 살기를 내뿜는 이교도에게 말했다.

       

       

       “이제 움직이는 겁니까?”

       

       

       슬금슬금 내게로 다가오는 이교도의 기사. 일대 다수의 상황이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기수로는 한스가 후임일 텐데. 이교도는 능력으로 평가를 해주는 이상적인 집단인가 봅니다.”

       

       

       장난기 섞인 농담을 뱉어주고.

       작은 경고를 담아 그들에게 말했다.

       

       

       “움직이면 죽습니다.”

       

       

       손끝에 붉은 오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칼날에 전파된 오러가 티르빙의 검 끝에 닿자, 검붉은 색을 띠기 시작했다.

       

       

       불길한 기운이 도신을 머금자, 티르빙의 칼날은 ‘우웅’ 소리를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소유자의 정신을 오염시키려는 듯이 듣기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티르빙. 주인을 무는 건방진 개처럼 짓고 있었다.

       

       

       “부숴버리기 전에 닥치고 있어.”

       

       

       살벌한 욕을 뱉자, 티르빙은 ‘우응’소리를 내며 얌전해졌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검이라해도 주인을 무는 검이면 쓸모가 없으니까.

       

       

       “한 번만 더 짖으면 녹여버린다.”

       

       

       진심이 담긴 혐박에 티르빙의 반항은 잠잠해졌다. 그리고 티르빙에서 쏟아진 마력의 흐름에 모두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독하리만큼 사악한 마력에 검을 꼭 쥐고 나를 경계하는 이교도의 잔당들.

       

       

       그리고.

       

       

       “미친놈.”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한스까지.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짓고 말했다.

       

       

       “안 와요?”

       

       

       내가 쏘아올린 작은 도발에 땅을 박차고 이교도가 달려들었다. 압도적인 무위를 봐서 그런지, 침착하고 예리한 그들의 공격은 각자의 개성을 담아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패도적인 공격이었다.

       

       

       한명 한명이 뛰어난 무력을 가진 검사들이 합을 맞추는 일격은.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를 느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느꼈다. 

       

       

       눈앞에 상대가 내가 아닌 미하일이나 루인이었다면 고슴도치로 만들었겠지만.

       

       

       비극적이게도 나는 미하일이나 루인이 아니였다.

       

       

       이길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검사를 건들었다는 게 그들의 사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달려드는 이교도의 위치를 기감을 펼쳐 확인했다.

       

       

       머리 위에 하나.

       등 뒤에 하나.

       정면에서 셋.

       

       

       한스의 혼신의 일격을 담은 마법까지.

       

       

       한스가 준비하는 마법의 이름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이교도와 함께 나를 쓸어버리기 위한 대규모 마법이겠지.

       

       

       피도 눈물도 없는 놈.

       아군까지 죽이려고 하다니, 전우애가 없다.

       

       

       한스의 손에서 새까만 어둠의 마력이 반짝이는 순간. 오러를 담은 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붉은 마력이 담긴 검기가 거대한 횡을 그리며 퍼져나가자.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털썩’하며 쓰러진 이교도의 잔당들이 세상의 먼지가 되어 싸늘한 주검으로 바뀌었다.

       

       

       다섯의 소리가 바닥에 떨어졌을까.

       

       

       절망에 빠진 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괴물놈!”

       

       

       한스가 준비하던 마법은 티르빙의 검기에 사라져 있었다. 허망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한스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멀쩡한 사람에게 미친놈이라니, 말이 좀 심한데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교단의 검사들이…”

       

       

       한스는 떨리는 눈으로 나를 봤다.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에 절망하며,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에 고개를 숙인 한스.

       

       

       나는 그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덕담을 던졌줬다.

       

       

       “이교도에서 자퇴하고 감옥으로 복학하는 거 어떻습니까. 거기는 출석만 해도 졸업은 시켜주니까 말이죠.”

       

       

       출석만 하면 졸업이라니, 얼마나 환상적인 학교냐. 학점미달로 졸업이 반려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데.

       

       

       “제 인맥으로 꽂아드리겠습니다.”

       “…닥쳐.”

       

       

       한스는 한숨을 길게 뱉고는 검은 뿔테 안경을 중지 손가락으로 올렸다.

       

       

       “배려를 해주겠다고 해도 이러시니, 속상합니다.”

       “…”

       “죽고 싶은 건 아니시잖아요.”

       

       

       살벌한 농담에 한스의 어깨를 떨렸다.

       

       

       나는 퇴근을 위해 한스에게로 다가갔다. 죽이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소설의 미래를 위해서 살려두기로 결심했다.

       

       

       팔 하나 정도 자르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마력 회로를 망가뜨려서 다시는 마법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스는 소설 후반에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주인공 무리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악역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살려두려고 했다.

       

       

       딱 숨만 붙여놓고 말이다.

       

       

       터벅. 터벅. 죽음의 그늘이 한스의 머리 위로 지어지자, 한스는 최선의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바닥이 난 마력을 쥐어짜네, 위기에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스의 모습에 측은함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한번 내린 결정은 번복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최소한의 배려를 담아 한스에게 물었다.

       

       

       “자주 사용하시는 손이 어디입니까?”

       “…”

       “그럼 양손 모두로 하겠습니다.”

       

       

       “시간이 남으면 마력 회로도 터트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무표정한 얼굴로 살벌한 말을 뱉는 내게 한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닥쳐…!”

       “음. 그럼 다리 두 개로 할까요.”

       

       

       후환의 싹을 없애기 위해, 새까만 검이 달빛에 비춰 떨어지는 순간.

       

       

       품에서 단검을 꺼낸 한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가락을 내리찍었다.

       

       

       “다음에는 죽인다.”

       

       

       손가락을 제물로 받쳐, 어둠의 마력을 얻은 한스의 등 뒤에서 검은색의 게이트가 열렸다.

       

       

       한스의 몸을 집어삼키며 검은 게이트가 사라지는 순간. 나는 검을 휘둘러 그의 도주를 막아 세웠다.

       

       

       “계산은 하고 가야죠.”

       

       

       검은 다시 한번 높게 들렸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한스의 손목을 향해 내리치려고 했지만.

       

       

       “그쯤 하게.”

       

       

       등 뒤에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에 나는 행동을 멈췄다.

       

       

       익숙한 노인의 얼굴이 골목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얼굴을 본 한스 또한 공포에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마탑의 주인.

       

       

       탑주가 나를 보고 서 있었다.

       

       

       “내가 데려가지.”

       

       

       나는 탑주에게 말했다.

       

       

       “안 될 것 같은데요. 계산해야 될 게 남아있어서.”

       

       

       탑주의 손에서 살벌한 마력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내가 데려가지. 계산은 나중에 내가 해주겠네.”

       

       

       나는 깊은 한숨을 뱉었다.

       

       

       “그 말 지키셔야 합니다.”

       

       

       *

       

       

       격렬한 전투가 있던 자리.

       

       

       사라진 한스와 납치범 마탑주를 떠나보내고 난 뒤, 나는 거대하게 뚫린 담벼락을 보며 깊은 한숨을 뱉었다.

        

        

       “수리비는 누구한테 청구하지.”

        

        

       “이교도에 청구할 수 없고, 마탑에 청구를 할 수도 없는데…”

        

        

       폭동을 일으키는 무허가 단체의 기물 파손에 대한 법이 제국에 없기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가자.”

        

        

       아무도 모르는 일에 손을 떼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예전에 아가씨와 같이 기물 파손을 해본 전적이 있기에 목격자가 없다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 지갑 건강에 이롭다는 걸 알고 있는 나였다.

        

        

       새로운 마법을 배웠다고 냅다 담벼락에 파이어볼을 갈기는 아가씨와 검을 선물 받았다고 가로수를 베어본 우리는 손해배상 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다시 한번 눈치를 쓱 둘러보고 건물에 기대 누워있는 유리아를 업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술에 취한 유리아는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잠에 들어있었다.

        

        

       “코오오…”

        

        

       잘 자네.

        

        

       전투를 하는 중에서 유리아가 깼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었는데, 취기 덕분에 단잠에 든 유리아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야지.”

        

        

       그렇게 유리아를 등에 업고 가려는 찰나.

        

        

       오른손에 익숙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

        

        

       잠깐 잊고 있던 게 있었다.

        

        

       흑마법 내성이 올라서 잠시 잊고 있던 과거의 상처를 말이다. 한계돌파를 사용했기에 반작용이 있을 거란 걸 생각하고 있어야 했는데, 한동안 잊고 있던 문제였던 터라 심각성을 모르고 있던 나는 한걸음 유리아에게서 멀어졌다.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는 오른손을 슬며시 바라봤다.

        

        

       새까맣게 변해가는 손.

        

        

       이전까지 있었던 흉터가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패널티가 끝나면 사라질 흉터지만.

       유리아가 이걸 본다면 무슨 말을 할지, 나는 예상을 할 수 없었다.

        

        

       잠깐 통증이 가라앉은 때까지만 앉아있자.

        

        

       나는 느껴지는 통증을 삼키며 벽에 기대어 앉았고.

        

        

       이내.

        

        

       침묵을 깨는 목소리에 당황했다.

        

        

       “어…?”

        

        

       유리아는 나를 보고 있었다.

        

        

       떨리는 눈으로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100화…!
    독자님들의 사랑이 있어서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닷!!!

    초심으로 돌아가서!!
    옷장 속의 아가씨.
    곰 인형 눈을 붙이겠다는 간질간질함을 되찾는 요정이 되겠습니닷!

    그리고… 퇴고가 어설프게 됐습니닷…!
    죄송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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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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