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00

       지금까지 맡아온 냄새들은 별것 아니라는 듯, 조금만 맡아도 오장육부를 헤집고 역겨움이 밀려오게 만드는 냄새에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어두컴컴한 공동 속에 자리한 무수한 시체들과 제 손발을 꽁꽁 묶고 있는 쇠사슬이었다.

         

       “홀홀, 깨어나셨군요.”

         

       수석 장인의 듣기 싫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일깨웠다.

         

       고작 며칠 전까지만 해도 증오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이가 지금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로 보였다.

         

       “당신…, 이곳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인간으로선 해선 안 될 짓이 이곳에 모두 모여 있다. 그녀는 그것들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자랑하듯 말했다.

         

       “더 나아지기 위해, 보다 완벽해지기 위한 실험이랍니다.”

         

       가면으로 가려진 눈빛에서 광기가 쏟아졌다.

         

       당선영은 입술을 짓씹었다. 당장에라도 눈앞의 악마를 천참만륙을 내버리고 싶건만, 팔다리를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당신은 미친 게 아니었어.”

       “홀홀, 그렇습니다. 저는 언제나 제정신이었어요.”

       “맞아. 그저…, 악마였을 뿐이지.”

         

       미친 인간도 이렇게까지 참혹한 짓을 벌일 수는 없으리라. 이는 오직 내면에 악마를 키우고 있는, 자신이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얼마든 인간의 탈을 벗어던질 수 있는 악마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예전에는 제 앞에서 벌벌 떨기만 하셨던 아가씨가 이토록 독해지신 걸 보면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나 봅니다.”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맞아. 난 더 예뻐졌고, 당신은 늙고 더러운 추물이 되었지.”

       “호오…?”

         

       그녀의 추임새에서 옅은 노기가 느껴졌다.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여인은 언제나 예쁘고, 아름답고 싶은 법이다.

         

       “제 화를 돋우고 싶으신가 봅니다.”

         

       진미연이 작게 웃었다.

         

       “성공하셨습니다. 살짝…, 화가 났어요.”

         

       그러니.

         

       “저도 아가씨께서 크게 화가 날 만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당선영은 코웃음을 쳤다.

         

       “흥! 더 이상 당신 같은 추물에게 놀아날 생각 없어.”

         

       평생을 저 쭈글거리는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 그녀는 차라리 죽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상은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미연은 입을 열었다.

         

       “제가 아가씨를 실험체로 쓰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 아십니까?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혼처가 정해진 이후로 아가씨의 가치는 이미 결정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제가 신경 쓰고, 구태여 더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지요.”

         

       헌데.

         

       “왜 제가 그런 아가씨를 이곳, 비밀 실험실까지 데리고 왔을까요?”

         

       그녀의 말이 점점 더 불길함을 더해갔다.

         

       “그건 바로…, 아가씨를 인질로 삼기 위해서랍니다.”

       “뭐…?”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당선영도 이번 만큼은 차마 그럴 수 없었는지 되묻고 말았다.

         

       인질이라니. 당가 내의 인물 중 자신이 인질로서 가치를 가질 만한 인물이 있었던가.

         

       없다.

         

       혼처가 정해진 뒤로 그녀는 반쯤 떠날 사람 취급 받고 있었다.

         

       목숨 걸고 자신을 찾을 이는 당가 내에서 그 누구도….

         

       ‘아!’

         

       그러다 문득, 한 사내의 얼굴과 이름이 생각에 닿았다.

         

       그녀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자, 진미연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홀홀! 맞습니다. 아가씨가 지금 떠올린 그 사람이 맞아요.”

         

       당가 내에서 유일하게 제 목숨을 걸고 당선영을 찾아와 줄 이는 한 사람 뿐이었다.

         

       옥면신룡 백우진.

         

       “저는 처음 그 사내를 본 순간 마음을 빼앗겼답니다.”

         

       무수히 많은 인간의 신체를 주물러 온 진미연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의 의복 속에 가려진 강건하고 단단하다 못해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육신을.

         

       “이 나이에 주책 맞게도 흥분하고 말았지요. 과연 저 사내는 생살을 가르고, 근육을 찢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고요.”

         

       달뜬 음성이 그 말이 사실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당선영의 머릿속에 실험대에 올라 오장육부를 전부 끄집어낸 채 죽어버린 백우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 웃기지 마….”

         

       그녀는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가장하며 입을 열었다.

         

       “나와 그가 좋은 감정을 지닌 사이인 건 맞아. 하지만 고작 젊은 시절에 만난 짧은 인연으로 그가 목숨을 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순진하네.”

         

       백우진은 냉철하고 넓은 시야를 가졌다. 그로 인한 판단력 또한 제 목숨을 맡겨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자신을 구하려는 행동이 얼마나 무모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인지 금세 깨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자신을 찾기 위해 나설 것이다. 역경을 뚫고 이곳까지 찾아와 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 모습에 자신이 넋을 잃고 반하지 않았던가.

         

       “홀홀! 안타깝게도 그는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당신을 애타게 찾는 보모가 그를 찾아가 아가씨를 구해달라고 애원을 했다지 뭡니까.”

         

       당선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보모는 함께 평생을 심처에서 살아온 여인이다. 자신의 비밀을 알고 그 곁을 지키기 위해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설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만약 그녀가 밖을 나서려 했다면 곧장 흑사대의 칼이 목숨을 끊어내게 되어 있다. 허나 그러지 않고 그녀가 제법 멀리 떨어진 객당에까지 무사히 닿았음은 모든 게 진미연에 의해 그려진 그림이라는 뜻이었다.

         

       “당신…!”

         

       그가 온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속절 없이 부푸는 제 자신의 마음이 이토록 밉긴 처음이다.

         

       ‘제발, 제발….’

         

       그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그는 올 것이다.

         

       ‘내가 죽으면….’

         

       그가 이곳에 당도한다고 한들,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신이 잡혀 있는 한은 말이다.

         

       만약 자신이 죽어 진미연의 손에 인질이 없게 된다면, 분노한 그가 저 악마의 목을 베어 제 넋을 달래주리라.

         

       죽는 건 무섭다. 새장 속에서 살다가 이제 조금만 더 나아가면 그와 함께할 자유롭고 찬란한 미래를 꿈꾸었기에 더더욱.

         

       그럼에도 죽음을 굳게 결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으로 인해 그가 죽는다면 결국 자신 또한 살 이유가 없어지기에.

         

       그렇다면 적어도 한 사람은 세상에 남아 있는 게 좋지 않겠는가.

         

       처연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진미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년이!”

         

       헐레벌떡 달려든 진미연은 굳게 닫힌 당선영의 입을 억지로 벌렸다.

         

       입안은 핏물로 가득했다. 그 짧은 시간에 제 목숨을 버리기로 결심한 채 혀를 깨문 것이다.

         

       허나 실패했다. 피가 가득 고이기는 했지만 죽음에 이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놔, 놔아…!”

         

       입에 가득한 피를 토해내며 그녀가 절규했다.

         

       쭈글쭈글한 손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짜악!

         

       “잠깐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들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말한 진미연은 제 품에서 환약 하나를 꺼내어 그녀의 입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약을 삼키기가 무섭게 온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절망스러운 와중에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몸을 잠식하여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홀홀홀! 이제 곧 있으면 아가씨는 색을 탐하는 광녀가 되거나, 폐인이 되실 겁니다.”

         

       당선영을 제 몸에 일어나고 있는 이변을 눈치챘다.

         

       온몸에 깊숙하게 절여져 있던 미약이 밖이 아닌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아, 이것을.”

         

       그녀가 한 개의 환약을 더 밀어 넣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을 잠식하는 흥분감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 약은 미약이 퍼지는 걸 잠시 막아주는 약이랍니다.”

         

       당선영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진미연을 노려보았다.

         

       “차라리 날 죽여….”

         

       애원하다시피 말했으나, 소용없었다.

         

       “전 아가씨와 해약을 걸고, 그 사내와 거래할 생각입니다.”

         

       아가씨를 내놓을 테니, 직접 실험체라 되라고 말이에요.

         

       “과연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몹시도 궁금하군요.”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져 간다.

         

       홀홀홀홀!

         

       “안 돼, 안….”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한 채, 눈을 감고 고개를 늘어뜨렸다.

         

         

       * * *

         

         

       “좋습니다.”

         

       환희에 찬 목소리를 끝으로, 거래는 성립되었다.

         

       진미연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림자 속에서 호리호리한 몸매의 두 여인이 나타났다.

         

       백우진이 섣불이 움직일 수 없었던 원인 중 하나였다.

         

       한 사람은 당선영에게, 다른 한 사람은 백우진의 앞에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바닥 위에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환약이 놓여 있었다.

         

       “그걸 드시면 아가씨께 해약을 먹이겠습니다.”

         

       순순히 환약을 건네받은 백우진.

         

       “혹시나 해서 얘기해두는 건데 말이야.”

         

       얼음장보다 싸늘한 눈빛이 진미연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몸이 달아오른 걸 보니 어지간히도 나를 실험체로 쓰고 싶은 모양인데, 난 얼마든지 스스로 숨을 끊을 수 있어.”

         

       실험체를 허망하게 잃고 싶지 않다면 약속을 지키는 게 좋을 거야.

         

       허장성세(虛張聲勢)다.

         

       다른 이가 저렇게 말했다면 분명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쉽게 넘겨 들을 수 없었다.

         

       손을 대면 베일 것처럼 날카로운 눈빛 속에서 귀화(鬼火)가, 그의 입밖으로 내뱉어진 말들이 단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타오르는 듯했다.

         

       “실험체가 비협조적인 것만큼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없지요. 염려 놓으십시오. 거래라는 말을 입에 올린 만큼, 제 목숨을 걸고 지킬 테니 말입니다.”

         

       뒤틀리고 어긋나긴 했지만, 강한 신념이 엿보이는 말투였다.

         

       확답을 받아낸 백우진은 망설임 없이 환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목구멍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간 환약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약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체내를 활발히 오가던 내공이 단전에 모두 모여들었다. 그리곤 다시는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꽁꽁 묶여버렸다.

         

       “군자산입니다. 제가 직접 만든 것인데, 효과가 아주 뛰어나지 않습니까?”

         

       무인에게 내공이란 피이자 생명이요, 어깨를 펴고 다니게 만드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의니, 협이니 외치던 자들이 군자산을 먹고 나서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목숨만 살려달라며 빌고, 애원하던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기에 진미연은 궁금했다. 과연 백우진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어, 효과 좋네. 내공이 제대로 묶였어.”

       “하…!”

         

       참으로 침착했다. 내공이 묶인 것이 제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듯, 여유 있는 말투로 군자산의 효과를 칭찬하기까지 했다.

         

       그가 말한 대로 그녀는 애가 달았다. 그것은 백우진이 제 진면모를 드러낼수록 더욱 그러했다.

         

       그녀가 당선영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여인에게 손짓했다. 그녀에게 해약을 먹이라는 신호였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 당선영이란 존재는 없는 거나 다름없게 되었다. 지금은 오로지 그의 몸 구석구석 주무르며 크게 달아오른 몸을 식힐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아가씨를 처소로 모시도록 해라. 아주 정중하게.”

         

       명령받은 여인이 당선영을 등에 업고 백우진을 지나쳐갔다.

         

       여인의 등에 업힌 그녀의 눈이 살포시 뜨여 있었다. 스치듯 지나치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백우진은 해맑게 웃어 보였다.

         

       아주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는 듯이.

         

       

       그렇게 그녀는 안전하게 비밀 실험실을 빠져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눈작입니다.

    이번편은 약간 그런 느낌입니다. 앞으로 조져야 할 대상이 얼마나 나쁜뇨속인가에 대한 그런? 탐구? 보여주기? 뭐 그런?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쁜뇨속인지 알아야 조져버릴 때 더 시원하지 않겠습니까?!

    어,,, 그리고 드디어 이 글이 100화, 무려 세 자릿수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2월 중순부터 5월까지, 아직 세 달도 되지 않았는데 100화를 달성한 걸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연재 속도였을지도…?

    지난번에 이미 말씀드린 바 있지만, 여러분의 성원이 없었다면 무료 연재 중에 사라졌을 글입니다.

    절대 나태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여러분의 성원 마음에 무겁게 새기면서 완결까지 쭉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갈수록 더 스릴 있고! 호쾌하고! 야릇하고! 아무튼 막 그런 글을 쓸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독자님들 사,,사,,,사모예드 아바타 사주십시오! 꿱…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악!

    편안한 밤 되세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