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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반갑습니다! 요즈음 들어 AP 솔로잉 경기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진 님을 드디어 인터뷰하게 되어 정말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시네요.”

        

       “하하, 다행히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하나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세션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들은 개별적인 1인 공간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배정을 받는다.

        

        적당한 크기의 거실 같은 느낌의 방. 유저들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해당 구역의 구성은 상당히 단촐했는데, 구체적으로는 해당 세션에 대해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예선 랭크에 참여하는 다른 유저들과의 연락을 제외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많았다. 가령 자신이 어떤 맵을 배정받았는지를 확인한다면, 사전에 수립해두었던 해당 맵에서의 동선을 계획할 수도 있었다.

        

        나 역시도 간단하게나마 그러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도착한 곳은 경기 시작 전에 모든 선수들이 배치되는 그런 개인 공간이 아니라 – 누가 봐도 인터뷰를 위한 공간으로 보이는 한 부스 안이었다.

        

        이 일을 설명하기 위해선 지금으로부터 5분 전의 상황을 간략히 요약해야만 할 필요가 있는데…요컨대 예선 랭크에 참여하는 많은 유망주들은 이미 인터뷰를 끝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던 내가 정작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나.

        

        바로 그렇기에, 이카루스 인터내셔널과 협력 중인 중계진들이 아주 잠시나마 짬을 내어 경기가 시작되기 10분 가량 전에 사전 인터뷰를 하고자 내게 요청했던 것이었다.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기에 흔쾌히 허락했기도 하고.

        

        

        그리하여 시점은 다시 돌아온다.

        

        

        

       “정말로 많은 시청자 분들이 그만큼의 질문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질문은…마인드 컨트롤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분들이 많네요. 혹시 이에 대해서 비결이 있다거나 한 건?”

        

       “순간적인 대처는 본능적인 영역이지만, 그것보다 더욱 정교하게 설계된 난관은 그 정도로는 파훼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대처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경험이 필요하겠죠.”

        

        

        

        상당히 원론적인 대답이었으나, 중계진들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단 듯 미사여구를 덧붙인다.

        

        

        

       “아, 결국은 기본을 튼튼하게 닦아놓아야만 한다는 이야기군요. 확실히 올바른 말씀입니다. 하지만 유진 님도 아시다시피, 이 프로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엇비슷한 출발선상에 오르지 않습니까? 혹시 방금 언급하신 경험 이외에도 승패를 가르는 미세한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꼭 그런 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그런 작은 부분의 차이로 산 자와 죽은 자가 갈리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아, 그렇습니까? 굉장히 의외로군요. 이거 상당히 궁금해지는데요, 설명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언뜻 듣기에는 약간의 허무맹랑함이 섞인 말. 돌려 말한 것뿐이지, 해석을 해본다면 결국 수많은 변수가 독립적으로 가동하며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혼돈을 인간의 뇌로 계량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내용의 말을 도박중독자가 하는 것과 갑부가 하는 것의 무게가 다르듯, 한 판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아무렇지 않게 파쇄하며 1등을 몇 번이고 거머쥔 사람의 말은 다르다.

        

        중계진이 아닌 한 명의 게이머로서도 상당히 궁금한 내용. 유진은 천천히 그것을 언어로서 풀어나간다.

        

        

        

       “많은 분들은 교전의 승패가 임기응변, 사격 실력, 교전 능숙도 등에 달려있다고는 하죠.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과연 매 교전마다 동일한 피지컬적 기댓값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평균적으로, 예선 랭크에서 한 명의 유저가 적대적인 이를 만나는 횟수는 스무 번이 넘는다. 실제 교전 수는 그것보다는 적겠지만, 그래도 백 명이다. 드넓은 곳에 흩어져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적어도 열 번은 넘었다.

        

        그 모든 상황에서 항상 동일한, 그리고 최상의 피지컬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을까? 

        

        설령 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곳에서부터 사격을 받는다면 – 결국 임기응변, 사격 실력, 교전 능숙도와 같은 요소는 그것들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이 있어야만 하는 법이다.

        

        

        SSM을 제외하면 별달리 풀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그리 상관은 없었다. 본래 이론이란 항상 두리뭉실했기 때문이었다.

        

        유진 역시도 그것을 알았기에, 길게 나열하는 대신 짤막하게 요약하는 것으로 대답을 종결시켰다.

        

        

        

       “기본적으로 교전에 돌입하면, 저는 항상 제가 불리한 상황에 있다고 가정하죠. 그리고 그 후에는 최소한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도록 선택지를 하나씩 배제해나갑니다. 가령 적의 퇴로를 막고, 그 다음에는 사운드 플레이를 봉쇄하는…대략적으로는 그런 느낌이네요.”

        

       “아, 확실히 그런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유진 님의 교전 클립에선 마치 1 : 1 대결을 상정한 것처럼 구도가 흘러가는 상황을 볼 수가 있거든요. 이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강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적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그녀는 많은 상황에서 1위를 확실하게 거머쥘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 중계진 – 겸 기자 – 들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영상들.

        

        

        

       “그렇다면…마지막에 사격 대신 근접 무기를 사용하는 이유도 적 유저를 확실히 보내버리기 위해서군요.”

        

       “정확합니다. 하지만 싫어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앞으로는 그 빈도를 조금 줄여보면 어떨까 생각도 몇 번 해보긴 했죠.”

        

       “하하하,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도끼날과 해머헤드는 PVE의 적들 위주로 구비해주신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명심해야겠네요.”

        

        

        

        그렇게 느닷없는 반성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사전 인터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시청자들이 뽑은 질문들이 하나둘씩 소진됨에 따라 기존에 준비해왔던 다소 평이한 내용들이 그 뒤를 이었다.

        

        다크 존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에이펙스 프레데터 솔로잉을 고른 이유가 있는지, 처음으로 했던 PVP 모드는 어떤 것이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였을 때 자신의 다크 존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오고갔으나, 언제나 그렇듯 현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들은 손쉽게 잘려나갔다.

        

        다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가감없이 하면서도, 어느 영역부터는 단 하나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질문하는 중계진 – 기자들조차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게 만들 정도의 단호함이었다.

        

        

        어느덧 정말 간신히 낸 시간조차 분 단위의 아래로 떨어지고, 이제는 어느덧 본격적인 경기를 시작할 때.

        

        마지막 1초까지 스크림, 또는 연습 경기를 진행하다 오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계진들은 상당히 중요한 시간을 뺏은 것이었다 – 고 느꼈고, 실제로 그 점을 언급하며 마무리했다.

        

        

        

       “정말로 귀한 말씀들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경기도 멋진 결과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혹여나 꼬리단들에게 해주실 말씀 있으신가요?”

        

       “…꼬리단…어째서 그런 별명이 붙은 걸까요. 그래도 꼬리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분이 묘하네요.”

        

       “하하. 다들 유진 님의 매력에 빠진 모양이네요.”

        

        

        

        그러고서는 마지막 물음.

        

        

        

       “그럼,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 분들은 보통 마지막 1초까지 연습을 하다 오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유진 님은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편이신가요?”

        

       “음.”

        

        

        

        이어지는 한 마디와,

        

        

        

       “방금 전까지는 메인 미션 밀다가 왔네요.”

        

       “아하, 메인 미션…네?”

       

        

        

        당황한 목소리.

        

        하지만 하모니를 떠나보내고 이곳에 온 것처럼, 유진은 그들에게 두 번째 고별을 준비한다.

        

        완연한 빛무리와 함께 아바타가 흩어지며, 그녀는 짤막히 덧붙였다.

        

        

        

       “자세한 건 방송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스르륵.

        

        어안이 벙벙한 두 명의 중계진을 뒤로 하고, 유진은 손을 흔들며 한 줌의 발광하는 파편이 되어 사라졌다.

        

        오늘의 맵은 캘리포니아 인근의 한 가스저장시설이었다.

        

        

        

        

        

        

        

        

        

        

        

        

        

        

        

        

        

       -[알림 :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빠르게 증가 중.]

        

       -[알림 : 전방위 수 킬로미터 밖에서 대규모 열원 감지. 산불로 추정됨.]

        

       -[알림 : 24분 27초 후 전 지역 전소 예상.]

        

        

        

       “하아.”

        

        

        

        바람은 건조하고, 공기에는 매캐한 탄 내음이 배어있다.

        

        주변은 완연한 밤일지언정 산등성이 너머는 발갛다. 그 기세는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다. 언뜻 보기엔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 같기도 했지만, 떠오르는 태양은 언제나 새파란 밤하늘을 동반했다.

        

        요컨대, 산불이었다.

        

        캘리포니아의 곳곳에 중국이 네이팜 폭격을 퍼부은 탓에 거대한 산불이 휘몰아쳤고, 그로 인해 발생한 연기와 화염 등으로 킬존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편, 여느 맵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이 맵 역시도 탈출하지 않고 맵에서 계속해서 버티면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 지정 시간 안에 아무도 탈출하지 못하면, 가스 저장소에 보관된 킬로리터 단위의 가스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맵에 있는 모든 유저들이 완전히 전멸해버리는 괴상망측한 레볼루션을 보유한 곳이기도 했다.

        

        네이팜이 터져서 산불이 났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저장고를 이런 곳에 만들면 안 된다는 걸 간접적으로 잘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요컨대 어떻게 보면,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설정 딱지를 달고 있는 AP치고는 다크 존의 배경을 일부 가져와 구현한 나름 현실적인 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으.”

        

        

        

        상당히 골치아픈 곳이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주변은 나무가 타면서 생긴 연기로 가득했다. 여기에 휩쓸리면 눈이 좀 아프기도 하고, 더 나아가 상태이상을 유발한다. 어지러움이 나타나고 신체의 통제권이 서서히 박탈당하는 것이다.

        

        화염이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위험한 것이고.

        

        

        

       ───달그락!

        

        

        

        언제나 그렇듯이, 예선이다. 이는 대회 규칙이 적용되었다는 소리다. 파밍 속도는 굳이 조절할 필요조차 없었다. 대충 근처에 널린 상자들을 열면 쏟아지는 게 아이템들이니까.

        

        하지만 하드코어의 특성 상 삽탄은 내가 직접 해야만 했는데,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내가 대구경 총을 좋아하는 것도 있었다. 한 탄창에 많아봐야 열다섯 발밖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경고 : 이산화탄소 농도 폭증.]

        

        

        

       “스폰 위치가 별로 안 좋네.”

        

        

        

        현재 내 위치를 간단하게 브리핑해보자면…쉽게 말해서, 맵의 외곽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은 그리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람이 안 오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빠르게 방독면을 착용한다. 규격은 보아하니 미군 제식인 M50의 진보 버젼인 M55인 것 같다. 귀 부분은 뚫려있긴 하지만 호흡이 정화통을 통과하여 이뤄지기에 사운드에 있어 약간의 불편이 있었다. 어쩔 수 없긴 했지만.

        

        그리고 상당히 재미있게도, 화재라는 상황이 닥치면 그에 걸맞게 따라들어오는 물건 역시도 보였다.

        

        사실 이걸 물건이라고 해야만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스윽.

        

        

        

       “이런 걸 넣어놓고는 근접전을 하지 말라고 하네.”

        

        

        

        소방도끼.

        

        다크 존, 에이펙스 프레데터는 사실 맵에 걸맞는 근접무기들도 은근히 등장하는 편이었다. 가령 지난 번처럼 교도소를 모티브로 한 곳은 죄수들이 만들었을법한 수제 날붙이도 있었고, 지하 연구 단지 같은 경우는 발열 기능이 있는 기묘한 단검도 있었다.

        

        그리고 오로라 파워 플랜트 같은 곳은 도끼가 은근슬쩍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여기는 주요 컨셉이 산불 속 시설인만큼 장애물 제거 및 통로 개척용으로 쓰이는 소방도끼를 넣어놓은 듯하다.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박힌 고무 그립을 집어들고, 그것을 등 뒤로 넘기자 자동으로 결속되었다.

        

        

        근접전을 하면 애들이 무서워한다면서 이런 걸 넣어놓다니, 말과 행동이 참으로 따로 노는 사람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가 옛날 첫 화를 올렸을때 0화라고 올려서 그런지 실제 편수와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100화 축하를 어떻게 할까 생각했습니다만, 그냥 두 편을 올리면 되겠네요

    물론 전 이번 주말 동안 비축분을 메우느라 죽어나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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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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