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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쿨럭!

        

       가까스로, 세이프.

       

       들이켜던 물을 뿜는 것만큼은 아슬아슬하게 참아낸 레반은, 다급하게 눈을 돌려 마이크를 확인했다.

        

       소리는 꺼져 있었다.

        

       당황한 티가 너무 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레들린 순간 기침을 하기에 앞서 마이크부터 끄기 위해 몸을 움직인 덕분. 방송인으로서의 본능이 육체적 본능을 앞선,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으리라.

        

       《뭐야, 두 분은 비방 듀오로 연습 더 하시게요? 저 관전해도 되나요?》

        

       《아쉽지만, 나오나 랭크 관전 안 됩니다. 궁탁님 아직 대기업 갓겜들의 편의성에 너무 익숙해져 계시네요! 이제부턴 좃소기업 패러데이 감수성을 가져주세요.》

        

       《앗……반성하겠습니다. 앜쌤한테 배우는 게 많네요.》

        

       -콜록! 콜록!

        

       몇 차례 기침을 반복한 레반이, 힘겹게 마이크를 켰다. 대답이 너무 지체되는 것도 안 좋겠지. 그 사이에 다른 멤버들이 오디오를 채워주며 대화의 방향을 틀어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간, 은, 괜찮아요. 연습 더 하시게요?”

        

       ‘설마, 사심……아니, 아니겠지.’

        

       레반은 나오나 출시 초기에도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었다. (비공식 대회였다지만) 나름 실력있는 스트리머들을 모아서 하는 대회라는 설명에 호기심이 동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크 외에는 특별히 기억할 만한 실력자도 없었고- 당시 처음 알게 된 여자 스트리머가 은근슬쩍 우결각을 잡아대는 탓에 학을 뗐던……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그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름이……도루루였던가.’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당시엔 지튜브 어그로를 위해 레반과 은근슬쩍 달달한 분위기를 만들려 드는 스트리머가 제법 많았으니. 아직 캠을 공개하기 전이었던 데다가, 여자 스트리머들과는 일관되게 거리를 유지하는 이미지가 있었던 탓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예나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레반이 캠을 공개한 후로는 그런 어그로를 이용하려는 여스들이 거짓말같이 사라지기도 했고- 애초에 이예나는 아직도 지튜브 채널조차 안 만들고 있는 인간 아닌가. 팬튜브만 무려 4개가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공식 채널이 개설될 기미조차 없었다.

        

       가끔 방송에 들어가는 그조차도 ‘지튜브 만들어주세요 o일차’ 따위의 채팅을 치는 시청자들의 아이디를 외울 지경이었음에도.

        

       그러면, 대체 왜-

        

       《네. 레반님이랑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서…….》

        

       무의미한 고민에 빠지려던 그를 끄집어내듯이 들려온 나른한 목소리에서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극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만 골라서 하면서, 이면에 숨겨진 말뜻 따위는 없다는 듯이 차분한 목소리.

        

       그 갭이 항상 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저, 저도 연습 더 하다 갈게요! 쌤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활기찬 별포크의 목소리와 함께, 레반은 슬며시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치웠다. 생각해보면 하이라이트가 필요하니 한 판 붙자는 소리도 했던 사람이다.

       

       그 때도 도대체 무슨 뜻인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정말로 그냥 일대일로 좀 붙자는 뜻이었지.

        

       어찌되었든, 대회를 위한 연습이라면 방송이나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시청자들의 폭발도 방지할 겸.

        

       “좋은데, 방송은 키면 어떨까요? 멘티님들도 원하시면 보실 수 있게. 별포크님도 관전하시면 도움 많이 될 것 같지 않나요?”

        

       《아! 저야 너무 좋죠! 헤헤.》

        

       빠르게 대답하는 별포크와 달리, 이예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제법 길어지는 침묵이었다. 언제나 거리낌없이 헛소리를 하던 주제에.

        

       정말로 방송을 끄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둘이 게임을 하고 싶었던 걸까.

        

       ‘만약 그런 거면, 거절을 어떻게 해야 매끄럽게-’

        

       다행스럽게도 – 누구에게 다행인지는 알 수 없으나 – 그러한 레반의 걱정은 금새 불식되었다.

        

       《두 분 생각해서 그런 거였는데……두 분이 괜찮으시면 방송은 켜도 상관없어요. 그러면……별포크님은 연습 당사자시니까, 커스텀 방으로 들어오세요. 관전하지 마시고. 제가 방 파서 알려드릴게요.》

        

       《에? 저요?》

        

       언제나 그러했듯이, 이예나는 그의 예상에서 세 걸음 정도는 엇나간 위치에 서 있었기에.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 취한 거 같지 않음?]

       [목소리가 좀 이상한데;

        

       진짜 아크랑 같이 술 마신 건가?]

       –     정황상 100퍼임

       –     ㄴ 둘이 마셨나? 왜 공지 안 했지?

       –     ㄴ 사석에서 술마시는 것도 공지해야 되냐 ㅋㅋㅋㅋ 스윗남친 납셨네

       –     둘이 그렇게 친했나?

       –     ㄴ ㅇㅇ합방도 여러 번 했음

       –     ㄴㄴ 둘이 술 마실 정도로?

       –     ㄴㄴ 그건 모르지 스토커 새끼야

       –     걍 불지르려고 한 헛소리 같음

       –     ㄴ 이게 마따 ㄹㅇ

        

       [작성자: ㅇㅇ]

       [제목: 레반아크따먹팀 얘네 심상치 않다]

       [첫날엔 걍 웃음후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하는 거 보니 심상치 않다

        

       일단 레반(이)아크따먹은 확실함 호흡이 장난 아님]

       –     팀명 조심해라 마지막으로 말한다

       –     ㄴ ?? 아직 얘네가 팀명 안 정한 걸 어떡함ㅋ 아크따먹(은)레반이라 하면 됨?

       –     ㄴ 진짜 죽여버리고 싶네

       –     ㄴㄴ 넌 진짜 고소 당해라

       –     아크랑 아따먹이 호흡 좋은 거고 레반은 걍 꺼져야 됨

       –     ㄴ ㄹㅇ 눈치 있으면 난입 자제해야

       –     ㄴ ??? 아크는 내내 ㅈ박고 레반 아따먹 둘이 번갈아가며 자리 메워서 캐리한건데; 같은 게임 본 거 맞음?

       –     별포크도 잘해써

       –     ㄴ 아따먹한테 칭찬받을 때마다 화들짝 놀라면서 헤헤거리는 거 귀엽긴 했음

       –     ㄴ 근데 얘도 오늘 텐션 평소랑 좀 다르던데 진짜 찐팬인가

        

       [작성자: ㅇㅇ]

       [제목: 방송에서 남캠이랑 뒷나오나를 선언하네 씨1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남자 생기면 솔직하게 얘기만 해달라고 했지만 진심이 아니었어요

        

       센세 진짜 육수들 다 고혈압으로 뒤지게 만드는 게 목표임?]

       –     응~ 이미 느그 아따먹 머릿속에선 레반이랑 애 넷 낳고 나오나 팀랭 돌리면서 행복하게 사는 중이야~

       –     ㄴ 적당히 해라 진짜 안 참는다

       –     누가 듀라한 육수 하라고 협박함?(진짜 모름)

       –     ㄴ 선이라는게 있는 거잖아 시1발아

       –     연습 좀 도와달라는게 뭐가 문제길래 이렇게까지 발작함

       –     ㄴ 누가봐도 표현이 존나 이상했는데; 니 여친이 방송 끄고 남자랑 논다고 해도 이해함?

       –     ㄴㄴ 니 여친 아니야…… 정신차려……

       –     애초에 방송 끄고 놀자는 말 자체가 제정신이 아님

       –     ㄴ 대회 전략 유출하기 싫을 수도 있잖아

       –     ㄴㄴ 그럼 그렇게 말을 하든가

       –     ㄴㄴ 원래 말을 하는 애가 아님

       –     팩트) 따먹센세는 이미 지금도 방송을 끈 상태고, 너는 비참하게 옆방송에 숨어서 엿듣는 중이다.

        

       [작성자: ㅇㅇ]

       [제목: ?? 아따먹 쟤 머함?]

       [진짜 뭐함……?]

       –     레반이랑 듀오하는 거 아니었음?

       –     ㄴ ㄴㄴ 별포크랑 셋이서 커스텀 팠는데?

        

       * * * *

        

       “별포크님.”

        

       《……네……?》

        

       “응급용 술, 구비하셨나요.”

        

       《네! 들어오는 길에 맥주 한 캔 샀어요!》

        

       “……맥주……한 캔. 술을 사두시라고 했던 것 같은데.”

        

       《네?》

        

       “아니에요. 그러면, 시작하시죠. 먼저 바쁜 시간 내주신 초대강사를 위해 박수를 한 번 칠까요. 빌-, 빌드를 보는 눈이 뛰어난 레반님입니다.”

        

       《네? 네! 와! 감사해요 레반님!》

        

       뒤늦게 정신을 차린 별포크의 캐릭터가 어설프게 손뼉을 마주하자, 비로소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도핑이 좀 풀렸나. 반응이 늦네.

        

       《……의도가 좀……불순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이죠?》

        

       “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박수가 늦었던 탓일까. 어째서인지 가시를 한껏 세운 채 서있는 초대강사의 의문을 풀어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제가 보기에, 별포크님은 포텐셜이 있어요. 문제는 교전에 들어갔을 때 너무 얼어붙는다는 건데…….”

        

       《아……맞아요. 아직 좀 무서워서……죄송해요…….》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나오나를 못하는게 죄는 아니잖아요. 아직은.”

        

       《네?》

        

       “아무튼……이기지 않아도 좋아요. 나오나는 팀게임이니까. 겁먹지만 말고…… 팔 하나만 내어주면서 도망칠 수 있으면 충분해요.”

        

       -푹.

        

       《꺅?!》

        

       피가 튀기도 전에 비명이 튀어나왔다. 이런 건 또 반응이 빠르네.

       

       역시, 겁이 많아. 시험삼아 살짝 찔러봤을 뿐인데.

        

       “자. 규칙은 간단해요. 레반님은 별포크님의 팔만 잘라내세요. 별포크님은 그걸 피해서, 제가 있는 곳까지 오면 됩니다. 저한테 단검을 던져서 맞히시면 성공. 그 전에 단검을 던질 팔이 모두 잘리면 실패한 걸로 보고, 리셋할 거예요. 질문 있으신가요.”

        

       피를 흘리는 별포크의 캐릭터를 향해 몇 차례 단검을 슥슥 움직이다가 닿기 직전에 멈추며, 설명을 마쳤다. 매번 움찔거리는 게……조금 재밌기도 하고.

        

       레반한테 너무 좋은 역할을 줬나 싶기도 하지만- 아니다.

        

       《선, 선생님은 어디 계실 건데요?》

        

       “랜덤한 상자 중 하나에 있을 거예요. 잘 찍으시면 빨리 끝나겠네요. 이렇게 되기 전에 하시면 돼요.”

       

       《으꺅! 아, 잠시, 잠시만요!》

        

       휙, 하고 휘두른 단검에 도적의 팔이 잘려 나갔다.

       

       저런.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는데.

        

       허물어지며 사망한 별포크의 캐릭터는 몇 초 후에 제자리에서 다시 멀쩡한 상태로 나타났다. 사망시 제자리 리스폰 설정은 잘 작동하고 있네.

        

       《……저도 하나 있는데. 저를 부르신 이유가 좀 궁금하네요.》

        

       “아, 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도적을 따라잡아서 팔만 자를 정도로 실력있는 광전사가 레반님 뿐이기도 하고……이렇게 하면, 제가 별포크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요.”

        

       그리고, 어디까지나 부차적이지만……도끼를 든 광전사에 대한 증오도 자연스레 쌓이지 않을까.

       

       소중한 제자를 다시 봤을 때 나무꾼이 되어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자,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AREN34kr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벌써 100화가 되었네요. 우연이었지만, 때맞춰 일러스트 러프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기쁘네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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