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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거대한 주먹이 바위를 부수며 전진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서운 공격, 오래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신들을 연상케 하는 덩치.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존재가 키엘에게 다가왔다.

         

       ‘……이런 망할 노인네 같으니.’

         

       키엘은 알고 있었다. 대륙에서 가장 강한 전사는 눈 앞의, 아쉐 발타르라는 것을.

       전생의 무위를 완전히 되찾는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무리였다.

         

       무왕이 낄낄 웃으며 외쳤다.

         

       “이놈! 이리저리 피하지만 말고 기사답게 맞서 싸워라!”

       “방금……정신을 차렸단 말이다!”

         

       무왕은 키엘의 항변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럼 본좌가 네 잠을 깨워주마!”

         

       무왕이 오러가 휘감긴 손을 키엘을 향해 휘둘렀다.

       키엘은 대검을 옆으로 세워 공격을 받아 넘겨냈다.

       그대로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이었다.

         

       “네 놈이 그러고도 사내더냐!”

         

       무왕의 하체 근육이 폭발적으로 꿈틀거리며 그대로 지면을 내리찍었다.

         

       콰과과과과!

         

       발굴림 한 번에 대지가 갈라졌다.

       키엘은 산맥을 두 주먹으로 평평하게 다졌다는 무왕의 전설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진작 산사태가 나고도 남았을텐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동은 금세 안정되었다.

         

       ‘……주술사들인가.’

         

       키엘의 시선 끝에 주술사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온 몸에서 피를 쏟아내며 무왕의 행패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껏 사나워진 공기 앞에, 키엘은 정신을 집중하여 오러를 끌어올렸다.

         

       츠츠츳.

         

       온통 무왕의 색깔로 물들었던 세계가, 조금이나마 키엘의 색으로 물들었다. 전신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줄어들며 호흡이 점차 안정되어갔다.

         

       ‘……이번엔 자만하지 않는다.’

         

       대륙 제일검이라는 명성에 저도 모르게 심취했던지도 모른다.

       

       키엘이 심상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무왕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은 희열과, 싸움에 미친 전사 특유의 투쟁심 뿐이었다.

         

       ……도대체 올리비아는 어떻게 뇌에 전투밖에 없는 저 미친놈과 친분을 쌓았단 말인가?

         

       대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파악!

         

       키엘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며 기회를 엿봤다.

       방금 한 번의 부딪힘으로 깨달았다. 정면 싸움으로는 도무지 상대할 수 없다.

       어떻게든 버티다가, 틈을 보일 때 한 번에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잠시 굽힐 수 밖에 없었다.

         

         

       무왕은 이를 드러내어 웃었다.

       그는 키엘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키엘은 노련한 전사였다. 자신보다 강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잘 알았다. 하지만 무왕의 무(武)는 애초부터 키엘보다 먼 곳에 있었다.

         

       무왕은 몸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일순간 허공을 가르지르며 키엘을 향해 무수한 주먹을 내질렀다. 키엘은 빠르게 반응했지만, 권풍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핏!

       

       권풍에 닿은 뺨에서 피가 흐른다.

         

       틈을 주지 않으려 해도, 강제로 틈을 만들 능력이 무왕에게는 있었다.

         

       “큭……!”

       “본좌가 빈틈을 보일 것 같은가!”

         

       키엘이 다급히 물러나며 대검을 휘둘렀다. 거센 저항에도 무왕이 뒤로 밀려나지 않자, 목구멍에서 올라온 핏물을 삼키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농도의 오러가 키엘의 대검을 묵빛으로 물들였다.

         

       “……후우욱.”

         

       키엘은 길게 호흡을 뱉고, 다시 삼켰다.

         

       ‘손속에 사정은 없다.’

         

       키엘의 안광에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묵빛의 오러는 반년 전 올리비아에게 선보였던 것보다 배는 사나워져 있었다.

         

       공간검 1식. 하늘 베기.

         

       대검을 횡으로 휘둘렀을 때, 허공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그대로 잘려나가며 무왕을 덮쳤다.

         

       “하하하!”

       

       무왕은 피하지 않았다. 전사는 등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고루한 관념 때문이 아니다. 피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저쪽이 일격을 준비한다면, 이쪽도 일격으로 화답한다.

         

       힘에는 더 큰 힘으로.

       폭력에는 더 큰 폭력으로.

         

       그것이 무왕의 방식이었다.

         

       사아아악.

         

       공간이 일그러진다. 공간이 내는 비명은 대지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지만, 몇 배로 섬뜩했다.

         

       무왕은 감탄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새 강해졌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생의 무위를 회복하고 있는 걸까. 그도 아니라면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걸까.

         

       무엇이든 딱히 상관은 없었다.

         

       즐거운 혈투. 그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다.

         

       무왕은 단단히 쥐어진 제 주먹을 응시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전사가 있지만, 그가 무투가가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의 신체보다 강한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소리라고? 아쉐 발타르는 대자연을 부숴버림으로서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대륙에서 가장 험준한 아틸라 산맥을 부순 것도 그 증명을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이 무투(武鬪)를 말한다면 오만이요, 허세다. 하지만 무왕 그 자신만큼은 아니라 자신할 수 있었다.

         

       “영광으로 알거라.”

       

       무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태껏 이 권격(拳擊)을 견식한 이는 한 명뿐이니.”

         

       그 견식자가 전사가 아닌 마법사기는 했지만, 굳이 덧붙이지는 않았다.

         

       후우우웅!

         

       무왕의 주먹이 무수한 잔상을 남기며 앞으로 전진했다. 한 개가 수십 개로 갈라지고, 그것들이 다시 수십 개로 갈라졌다.

       잔상이 무수하여, 마치 안개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두두두두!

         

       하늘을 가르던 검격이 무왕이 만들어낸 연무를 마주한 순간,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검격은 천천히 뒤로 밀려나다가, 어느 순간 역방향으로 쏘아졌다.

         

       반탄권(反彈拳).

         

       제 주인을 베기 위해 밀려드는 검격. 다음 순간, 키엘은 부서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투콰아아앙!

         

       아득한 질량 앞에 신체가 그대로 쓸려나갔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파도처럼 밀려드는 권격을 버틸 수는 없었다.

         

       이런 파괴력을 어떻게 단 일권(一拳)으로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정신을 차렸을 땐, 그는 저번처럼 땅바닥에 깊숙이 파뭍혀 있었다.

         

       그런 키엘의 멱살을 단번에 들어올린 무왕은 넝마가 된 그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용케 버틴 모양이구나.”

         

       절체절명의 순간, 마지막 일권을 막아내지 않았다면 그대로 내장이 터져버렸을 것이다.

         

       “……빌……어먹……을.”

       

       키엘은 피를 토하며 무왕을 노려보았다.

         

       ‘내가 어리석었다.’

         

       무왕과는 나름 통하는 것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협상도 내팽겨치고 미카벨로 향했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무왕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싸움에 미친 놈이었다.

       

       올리비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하려 했는데, 그 전에 죽어버리게 생겼다.

         

       ‘…….’

         

       문득 올리비아 생각이 났다.

         

       훗날, 올리비아와 다시 만나게 되면 사과를 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주제에 막말을 내뱉었던 것, 진심으로 죽이려 했던 것, 그녀의 몸에 상처를 낸 것…….

         

       그녀를 향한 모든 증오를 털어낸다면, 그 때 재회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젠 방법이 없었다.

         

       곧 목숨을 잃는다는 것보다, 올리비아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못했다는 것이 훨씬 안타깝게 다가왔다.

         

       피로 물든 시야 너머, 마지막 정경을 눈에 담았다.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난 싸움에 안타까워하는 무왕의 얼굴과, 갈라지다 만 하늘과…….

       

       지평선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북부.

         

       키엘은 북부의 설산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올리비아.’

         

       기회가 한 번 더 있을까?

         

       “나름 재미있었다. 키엘. 마음 같아서는 네놈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었다만…….”

         

       이것이 본좌의 자비다. 무왕은 다음 말을 마음속으로 삼켰다.

         

       며칠 전, 이카일에 작렬하는 번개를 본 탓이다.

       키엘은 기절해 있었기에 보지 못했지만, 무왕은 똑똑히 보았다.

         

       혹시나 하여 며칠 동안 이카일을 지켜보았지만, 에스티의 파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술쟁이의 손에 한 번 더 죽을 바에는, 차라리 같은 전사인 자신의 손에 죽는 것이 나을 것이다.

         

       쿠구구구구…….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정권(正拳).

         

       키엘의 흑발이 바람에 마구 흩날리던 그 순간.

         

       쩌저저저적!

         

       한없이 그리웠던 냉기가 세계를 덮었다.

         

         

       *****

         

         

       [고대 마법, ‘절대 영도’를 사용합니다.]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무왕의 주먹은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무왕의 고개가 천천히 뒤로 돌아갔다.

         

       “키엘을 놔줘. 아쉐 발타르.”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는 무왕. 그의 손에는 넝마가 된 키엘이 들려 있었다. 다행히,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혹시나 해서 급하게 와봤더니.’

         

       에스티를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아틸라 산맥에서 강대한 기운이 충돌하는 것을 감지한 순간, 서로 누가 먼저라고 할 새도 없이 달려왔으니까.

       

       언뜻 다급해 보이기까지 하는 에스티의 반응에, 오히려 올리비아가 더 놀랐다.

       

       키엘이 가까스로 입술을 벌려 말했다.

         

       “올……리비아.”

       

       아마도, 감격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키엘은 올리비아와 끔찍한 첫 만남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저히 증오를 다스릴 수 없어 북부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는데…….

         

       ‘기억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름을 기억해주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그런 키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무왕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 날 보고 있는게 아니야.’

         

       올리비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왕의 시선은 올리비아를 향해 있지 않았다. 그 뒤에 있는, 에스티를 향해 있었다.

         

       “……어떻게 살아있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100화 감사합니다!!!!!

    100화라니! 100화라니이이!!!!!!

    \>_</

    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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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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