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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원래 저희 사이에선 검선의 제자가 될 수 없단 의견이 주류였어요.”

       

       그야 그랬겠지.

       

       검선 정도 되는 무인은 눈이 높다.

       

       어지간한 재능 가지고는 성에 차지도 않고, 천재니 고수니 하는 놈들도 그가 보기엔 죄다 써먹지 못할 쭉정이 뿐.

       

       그가 바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지닌 이다.

       

       그만한 가치를 보이지 못한다면 그의 제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림 전체에서 몇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재능을 지녀야 검선의 마음에 들 수 있을 터인데, 무공을 취미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이 제자로 들여질 리가 없지 않은가.

       

       “다들 포기하고 있었죠.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걸 가지고 경쟁할 일도 없었고요.”

       “그런데 제가 검선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이는 바람에 상황이 바뀌었군요?”

       “네. 불가능 한 게 아니란 걸 증명하셨으니까요.”

       

       하린이 말하길 화룡무인에서 검선이라는 존재는 천외천에 있는 동경의 대상이라 했다.

       

       그런 그를 스승으로 둘 수 있을지 모른다.

       

       검선이 지닌 절대적인 무공의 일부를 전수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사실은 화룡무인이란 게임에 목숨을 건 이들에게 너무도 매혹적인 요소였다.

       

       “난리도 아니었어요. 검선이 머무르는 숲 앞에 화룡무인 랭커들이 모두 다 모였다니까요.

       서로 자기가 먼저 검선을 만나겠다고 말다툼을 하다가, 무협인이라면 실력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싸움이 시작 돼서는.”

       

       화룡무인의 여러 상위 유저들 사이에서 시작된 싸움은 이내 그들이 소속된 문파 간의 자존심 대결로 변질 됐다.

       

       검선을 만나 제자가 되겠다는 본래의 목적은 뒷전이 되어버렸고, 어제 밤을 새워 문파끼리 치고받았다는 모양.

       

       “그 문파 중에는 제가 소속된 문파도 있었어요. 간부 비슷한 거라 빠질 수도 없어서 어제 하루 종일 다른 문파의 사람들이랑 싸워야 했죠.”

       “이겼어요?”

       “승부가 안 났어요. 싸우다 아침이 돼서 일단 멈추고 저녁에 다시 붙기로 했죠.”

       

       게임은 게임이라고 자존심 싸움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가 보구나.

       

       무림에선 서로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싸우다가 양 문파 모두가 멸문되는 일도 있었는데.

       

       “열심히 해요.”

       

       내 보기엔 그 누가 이긴다 하더라도 검선의 제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만 혹시 아는가 검선 그 노친네가 변덕을 부릴지.

       

       “그리고 꼭 이기고 와요. 혹시라도 지면 다음번에 더 험하게 굴릴 테니까.”

       “농담이죠?”

       “농담하는 거 같아요?”

       

       본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녀석이 무의 동작만 쫓는 놈들을 상대로 패해서야 되겠느냐.

       

       혹여나 패배를 맞이한다면 그건 본인이 너무 오냐오냐 해준 탓일 터.

       

       지고 돌아온다면 다신 질 일이 없도록 만들어주어야 하겠지.

       

       “…힘내 볼게요.”

       

       하린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으로 보아 오늘 투쟁이 일어나면 목숨을 걸고 싸우겠구나.

       

       수련이니 뭐니 해도 역시 실력을 기르는 데 실전만한 것이 없지. 오늘 밤의 일은 하린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잖아요.”

       “아. 그랬죠. 뭔가요?”

       “화룡무인 속 화산파의 상태는 어떤가요?”

       

       내가 확인하고자 했던 일은 화산이 멀쩡히 남아있는 지에 대해서다.

       

       신령의 의뢰를 수락하기는 했다만 내 솔직히 그 녀석이 하는 말을 모두 신용하진 않는다.

       

       그 녀석이 날 골릴 것을 걱정하는 건 아니다.

       

       단지 그 여우 꼬맹이가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말이다.

       

       하는 말에 자신감이 넘치긴 한다만 세상물정을 모르는 허술함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게 영 불안했다.

       

       신령에게 일이년은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하니. 기껏 화산에 갔는데 이미 혈교의 음모가 끝나 화산이 망해버린 상태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내 화산에 가기 전에 화산이 멀쩡한 지. 멀쩡하다면 그 곳의 분위기는 어떠한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화산요? 아무 일도 없을 걸요? 저희 문파원 중에 화산에 소속된 분이 계신데 그 분이 아무 말도 안하는 거 보면 분명해요.”

       

       아직 화산이 망하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그거면 충분하다. 최소한 헛걸음을 할 일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화산은 갑자기 왜 물어 보세요?”

       “어제 신령을 만나서 퀘스트를 받았거든요.”

       “…네. 네?!”

       

       하린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더니 점차 그녀의 목소리가 고조되어갔다.

       

       화룡무인을 오래 해 온 그녀에게도 신령과 히든 퀘스트는 흔치 않은 것인 모양이었다.

       

       “화산의 매화인가요. 흥미롭네요.”

       “짐작 가는 거 있으세요?”

       “아뇨. 그런 건 없지만 일단 확인은 해봐야겠네요.”

       

       하린은 화산에 있는 자신의 문파원에게 연락을 해서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바란다면 그 문파원과 나를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난 그녀의 배려를 기꺼이 받아 들였다.

       

       문파라는 곳은 보통 폐쇄적인지라 외부인에게 까탈스럽다.

       

       설령 도움을 주러 온 자라 말해도 그들의 신용을 얻는 덴 긴 시간이 걸리지.

       

       허나 문파 내부에 지인이 있다면 신뢰를 얻는 과정이 무척이나 수월해진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큰 조력을 얻게 되었구나.

       

       “오늘도 방송 키실 거죠?”

       “보러 오실 건가요?”

       “물론이죠!… 라고 하고 싶지만 저녁을 대비해서 잠을 자야겠어요. 마음으로 응원은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산에서 기다리고 있을 신령이 떠올랐다.

       

       어제 게임을 끈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만나러 갈까.

       

       일단 인형들은 상자에 고이 모셔두자꾸나.

       

       나중에 전시대가 도착하면 그대들을 꺼내 주겠다.

       

       상자를 닫고 한 쪽으로 밀어둔 후 VR기기 안에 몸을 눕혔다.

       

       화룡무인의 세상에 들어서자 밝은 돌산의 풍경이 펼쳐졌다.

       

       게임 속 시간은 아침과 낮의 사이인가. 움직일 시간은 충분하겠구나.

       

       그나저나 신령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주변을 살피던 중 내 발치에서 고로롱거리며 수면을 취하는 여우를 발견했다.

       

       자그마한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모습이 신기해 그 배를 쿡 찔렀음에도 여우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신령이라 하지만 너무 경계심이 없는 것 아닌가?

       

       이러다 사냥꾼의 손에 납치되거나 짐승에게 물려갈 것 같다마는.

       

       으음. 급한 것도 아니니 당장에 깨울 필요는 없겠지.

       

       방송이나 켜둘까.

       

       – 왔다!

       – 화하. 오늘 일찍 오셨네.

       – 지금 어디임?

       – 도시 아니네? 혼자 돌산 왔어?

       

       “지난 번 그대들이 추천해 준 돌산이다. 경치 구경을 하러 왔지.”

       

       그리 말을 하고는 절벽 쪽으로 걸어가 시청자들에게 도시의 모습을 보여 줬다.

       

       낮을 맞이한 화음엔 생기가 감돌았다.

       

       이 먼 곳에서도 쉼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띌 정도였으니.

       

       – 방송 끄고 겜 한 거임?

       – 우리한테는 자라고 해놓고.

       

       허나 시청자들은 화음의 풍경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삭막한 사람들이로구나.

       

       사람이 감성을 지녔다면 저 풍경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을 터이거늘.

       

       “걱정 마라. 어제 한 일이라고는 돌산에 밤구경을 나온 것뿐이었으니.

       내 그대들의 짓궃은 이야기를 좋아하기는 한다만 가끔을 홀로 사색을 가지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겠느냐.”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시청자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아. 참. 스토리를 진행하러 가기 전에 알려야 할 것이 있다. 어제 동행이 생겼다.”

       

       – 동행?

       – 냥냥임?

       – 벌써 고인물 끼어들면 노잼인데.

       

       발을 옮겨 무슨 꿈을 꾸는지 느릿하게 꼬리를 움직이는 여우의 앞에 섰다.

       

       – 여우네.

       – 테이밍 한 거임? 귀엽다.

       – 육구좀 봐. 꾹꾹 누르고 싶은데.

       

       “밤구경을 나왔다 얻게 된 동행이다. 소개시켜주마.”

       

       신령을 일으키기 위해 주저앉아서 여우의 뺨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꼬리가 먼저 움직였고, 그 다음에 벌떡하고 얼굴이 들렸다.

       

       신령은 귀를 눕힌 채 커다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내 얼굴을 보고는 자그마하게 목소리를 냈다.

       

       “자네였나?”

       

       – 뭐야?

       – 왜 여우가 말을 해?

       – 저거 평범한 여우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갔을 적부터 자고 있었나?”

       “음. 그대가 오면 바로 출발을 해야 하니 미리미리 잠을 보충할 셈이었지.”

       

       그리 말을 한 후 여우의 상태로 기지개를 편 신령은 몸을 한 바퀴 돌리더니 연기와 함께 다시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이번에는 머리 위에 난 귀가 없어서 신령은 평범한 여자아이처럼 보였다.

       

       “이번엔 왜 귀가 없는가?”

       “당연하잖나.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갈 텐데 귀를 드러내서야 쓰나.”

       

       정론이긴 했으나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도 제멋대로 움직이는 여우 귀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늘.

       

       그리고 그걸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면 분명 즐거워하리라 여겼는데 말이다.

       

       – 둔갑했네?!

       – 요괴인가?

       – 아니 먼데.

       

       – 캬르릉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제 뭐 한 거임?]

       

       “기다려 보거라. 이 녀석을 소개하고 나서 차차 이야기를 해 줄 터이니.

       이 아이는 돌산의 신령인… 그러고 보면 내 아직 그대의 이름을 모르는 군.”

       “바루라고 한다네!”

       “바루일세.”

       

       – 네? 뭐요?

       – 신령? 찐으로?

       – 방송 끄고 신령을 만났다고?

       

       귀여운 바루의 모습을 보면 다른 이들도 기뻐하리라 생각했거늘 어째서 인지 채팅창의 분위기는 온화하지 못했다.

       

       왜인가. 무슨 부분이 그대들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가.

       

       – 나

       – 락.

       – 나.

       – [불타는 이모티콘]

       – 나

       – 나

       – 락

       – [화형당하는 엔리 이모티콘]

       – [불판을 끌고 오는 데케이 이모티콘]

       

       – 니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만나기도 힘든 신령을 우연히 만나서 동료로 끌어들였다고?]

       

       – 악성화룡충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 귀한 광경을 방송을 끄고 자기만 보셨네? 아 ㅋㅋ]

       

       “출발하지 않을 것인가?”

       

       화살을 맞은 말마냥 날뛰기 시작한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이런 내 사정을 모르는 바루가 의문을 표했다.

       

       이럴 땐 나와 시청자가 소통하는 걸 바루가 인지하지 못하는 게 아쉽구나.

       

       이 채팅창을 보여줄 수 있다면 단박에 이해를 받을 수 있을 터인데.

       

       “잠시만 기다려주겠나.”

       “알겠네. 잠깐 정도야.”

       

       바루에게 양해를 구한 후 다시 채팅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일부러 이 녀석을 만난 것도 아니다. 이 녀석이 나를 찾아온 것이란 말이다.”

       

       – 우린 그런 거 몰라.

       – 해 명 해

       – 해

       – 다 자라고 방송 끄더니 혼자 겜 했네.

       – 명

       

       하이고.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내게 돌팔매질을 하느라고 내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구나.

       

       이래서야 그대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 않으냐.

       

       좀 진정을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신교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이리도 시끄러울 땐 의지로 짓눌러 주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한데 화면 너머까지 본인의 압박감이 전해질는지 모르겠구나.

       

       시도해서 나쁠 건 없으니 어디 한 번 해볼까.

       

       “히익!”

       

       신교에서 하던 것처럼 내기를 흩뿌려 공간 전체에 압박감을 선사했다.

       

       육신의 경지가 모자라 부족한 부분이 여럿 있었으나 이 정도면 현대인들의 동작을 멈추기엔 충분한 정도였다.

       

       뒤에 있던 바루가 기겁을 한 걸 보면 확실했다.

       

       – 해

       – 나

       – 명

       

       허나 채팅창은 멈추지 않았다.

       

       될 리가 없지. 이류의 육신으로 어찌 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겠는가.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이들이 투정 부리는 것을 어찌 멈추어야 할까.

       

       <와. 잔뜩 불타고 있네요.>

       

       고민을 하던 중에 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와주러 온 것이더냐?”

       <아뇨. 저도 불태우러 왔는데요.>

         

       엔리 그대마저 나를 버리다니!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엔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이에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100화가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빠르게 가는 것 같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여태까지 연재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독자님들의 봐주신 덕분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maupin님 200코인 감사드립니다.

    초반부를 보시다 후원을 해주셨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이 화를 보고 계실까요?
    부디 독자님의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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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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