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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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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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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침음을 흘리며 뒷목을 쓸어내렸다. 평소였다면 다음에 찾아오겠다고 말한 후 떠났겠지만, 오늘은 ‘깜짝 파티를 위해 노아를 잡아둬라!’라는 임무를 받은 상태였다.
    ​
    ​
    그 탓에 애매한 표정으로 욕실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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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워 중이니까, 파티 준비 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
    ​
    샤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면 굳이 잡고 있지 않아도 알아서 늦게 나올 터였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주방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나은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
    ​
    리안이 희망 회로를 열심히 돌리고 있을 때, 욕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뚝 하고 멈췄다.
    ​
    ​
    [ 슬슬 나오려나 보네. ]
    “아..”
    ​
    ​
    리안은 아쉬움에 탄성을 내뱉었다. 이내 아쉬운 마음을 가볍게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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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차피 카르디샨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전해야 했으니까. 좋게, 좋게 생각하자.’
    ​
    ​
    그리 생각하며 욕실 쪽에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동성끼리라고는 해도 헐벗고 나오는 친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으면 부담스러울 게 뻔했다. 
    ​
    ​
    리안의 시선이 줄리아나 쪽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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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줄리아나? 노아가 다 씻은 것 같은데 자리를 피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 아하! 확실히 그렇겠네. ]
    ​
    ​
    줄리아나가 히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욕실 쪽에서 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줄리아나, 여기 수건이 다 떨어졌는데 하나만 가져다줄래요?”
    “뭣…?!”
    ​
    ​
    노아의 태연한 요청에 리안의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리안의 시선이 욕실과 줄리아나 쪽을 왕복했다. 
    ​
    ​
    ‘둘이 그런 사이…?!’
    ​
    ​
    리안의 얼굴에 그런 생각이 선명하게 드러나자 줄리아나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
    [ 그래, 금방 가져다줄게. ]
    “헤엑..!”
    ​
    ​
    리안이 너무 놀라 파바박! 뒤로 물러나 문에 바짝 달라붙었다. 얼굴이 잔뜩 달아오르고 눈동자가 마구 요동쳤다.
    ​
    ​
    ‘자, 잠깐만 나이 차이가 얼마나 되는 거지?’
    ​
    ​
    리안이 머리 위로 푸시식 증기를 뿜어내며 셈을 해보고 있을 때, 무언가 휙 날아와 가슴팍을 때렸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바닥에 떨어지려는 물건을 잡았다. 바짝 마른 수건이었다.
    ​
    ​
    “어? 이걸 왜…?”
    [ 그럼 여자인 내가 가져다주겠니? ]
    “하지만 방금 노아가 분명…”
    [ 그건 방 안에 나밖에 없으니까 한 말이지. 문 앞에 두고 가면 알아서 들고 들어갔을 거야. 지금은 네가 있으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 ]
    ​
    ​
    줄리아나가 어깨를 으쓱거리곤 원래 자리로 돌아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리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수건을 내려다보았다.
    ​
    ​
    뜨겁게 달아올랐던 얼굴은 어느새 원래의 온도를 되찾았다. 리안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길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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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 다행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이 차가 백 살 이상 나면 좀 그렇지.’
    ​
    ​
    줄리아나와 노아 사이에 나이 차이가 정확히 어느 정도 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못해도 100살 이상 날 것이라는 게 리안의 개인적인 추측이었다.
    ​
    ​
    제 친구가 100살 연상, 그것도 유령과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에 리안은 안도하며 흐트러진 수건을 곱게 접어 욕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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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칵.
    ​
    ​
    기다리다 지친 노아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말했다.
    ​
    ​
    “줄리아나?”
    ​
    ​
    노아의 독촉에 리안은 후다닥 욕실 앞까지 다가갔다. 욕실 문은 반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안쪽에 모자이크 처리된 것처럼 보였다. 리안은 불투명한 문 너머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
    ‘노아가 이렇게 왜소했던가?’
    ​
    ​
    문이 불투명해서 그런지 확신할 순 없지만, 평소보다 어깨가 더 좁고, 허리도 얇아 보였다. 리안은 눈썹을 늘어뜨리며 생각했다.
    ​
    ​
    ‘어쩌면 지금까지 노아를 너무 어른으로 보고 있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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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아이들을 챙기고자 노력하는 리안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구심점이 되는 노아에게 꽤 의지하고 있었다. 
    ​
    ​
    어느 날 바라본 아버지의 등이 생각보다 작다는 걸 알게 된 자식처럼. 리안은 조금 감성에 젖어 노아의 움츠러든 몸을 불투명한 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
    ​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앞으로 힘든 일 있을 때마다 의지가 될 수 있게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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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은 속으로 그리 다짐하며 작게 열린 문을 잡아당겼다. 방금까지 노아를 위해 좋은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생각한 것과 별개로 조금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우악스럽게 문을 잡아당겼다.
    ​
    ​
    리안은 문을 활짝 열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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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여기 수 -..크허억!”
    “어, 어어?”
    ​
    ​
    뒷세계의 큰 손, 조직의 보스, 이계의 신조차 쓰러뜨리지 못했던 리안이 코피를 쏟아내며 뒤로 넘어가 버렸다. 노아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멍한 얼굴로 리안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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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무..? 슨,어? 어어? 리,리아안?”
    ​
    ​
    고장 난 노아가 심하게 말을 떨어대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진 리안을 중심으로 피 웅덩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
    부끄러움과 당황으로 얼룩졌던 얼굴이 어느새 걱정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
    ​
    “리,리안? 리안 괜찮아?!”
    ​
    ​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과다 출혈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피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자, 노아는 제 부끄러움을 뒤로 던진 채 허겁지겁 리안에게 다가갔다. 
    ​
    ​
    “리안! 리안! 주,줄리아나! 리안이!”
    [ 음… ]
    ​
    ​
    리안과 노아의 곁으로 날아온 줄리아나의 시선이 정처 없이 떨렸다. 
    ​
    ​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
    ​
    그녀가 상상한 장면은 “어,어라? 노아 이게 무슨?!”, “꺅! 무슨 짓이야!” 같은 전개였지, 살해 현장 같은 게 아니었다. 줄리아나는 미심쩍은 얼굴로 노아에게 말했다.
    ​
    ​
    [ 설마 변태인 줄 알고 리안을 찌른 거야? ]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
    ​
    노아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몸을 덜덜 떨며 눈물까지 보였다. 당황과 당황이 겹치니 감정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
    ​
    “으으..”
    “…! 리안! 정신이 들어?!”
    “으윽, 내가 왜 -….커흑!”
    ​
    ​
    푸화악!
    ​
    ​
    리안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새하얀 살결에 그대로 피를 쏟아내며 기절해버렸다. 새하얀 수증기가 노아의 몸을 가려주고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워낙 가까운 탓에 리안에게 여러 가지로 많은 게 보였다.
    ​
    ​
    “어, 어떡해!”
    [ 우선 옷부터 입는 게 어떨까? ]
    “흐아앗?!”
    ​
    ​
    줄리아나의 말에 제 꼴을 자각한 노아가 두 팔로 상체를 가리며 얼굴을 핏물처럼 붉게 물들였다. 그녀의 눈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리안을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과 몸을 가리고 싶다는 마음이 부딪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
    ​
    줄리아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
    [ 리안은 내가 침대 쪽으로 데려갈 테니까 넌 몸에 묻은 피부터 씻어내고 옷부터 입어. ]
    ​
    ​
    줄리아나는 혼란에 잠긴 노아를 욕실 안으로 밀어 넣고 리안을 공중에 띄워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리안이 들고 있던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
    ​
    [ 이 녀석 진짜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왜 갑자기 피를 이렇게… ]
    ​
    ​
    처음에는 야한 장면을 보고 극도로 흥분해서 코피라도 뿜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녀가 읽었던 소설책에도 그런 장면이 종종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피의 양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
    ​
    노아의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하게 되어 숨기고 있던 지병이 터져 나왔다고 하는 게 더 말이 되는 꼴이었다.
    ​
    ​
    줄리아나는 리안의 얼굴을 얼추 닦아낸 후, 그의 상의를 벗겨냈다. 피로 흥건하게 젖은 탓에 어쩔 수 없었다. 
    ​
    ​
    [응?]
    ​
    ​
    줄리아나는 당황한 얼굴로 리안의 상체를 내려다보았다. 탄탄한 몸과 새하얀 피부. 잘생긴 얼굴과 잘 어울리는 몸이었다. 
    ​
    ​
    [ 왜 아무런 흔적도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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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아나는 노아를 통해 리안이 끔찍한 실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분명 들었었다. 몸에 흉터가 심하게 남았다는 얘기도 들었었고, 직접 눈으로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몸은 고생이라고는 전혀 안 해본 것처럼 곱기만 했다.
    ​
    [ 이럴 리가 없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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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나는 당황한 얼굴로 리안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딘가 하나쯤은 흔적이 있겠지라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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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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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걱정된 노아가 후다닥 몸에 묻은 핏물을 씻어내고 거칠게 욕실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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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아나, 리안은 괜찮 -….?”
    ​
    ​
    노아의 시선이 침대에 닿은 순간 미친 듯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상의를 반쯤 벗은 리안과 그런 리안을 더듬고 있는 줄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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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아는 머릿속에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
    [ 아, 노아 다 씻었어? 그보다 내가 이상한 걸 발견…어어? 잠깐만? 노아야? 제자님? 거,검은 왜 드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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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지나지 않아 노아의 방에선 ‘빠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노아와 리안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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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의 시간이 흘러, 줄리아나와 노아의 오해가 겨우 풀리고. 노아는 매서운 눈으로 줄리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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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해도 남의 몸을 함부로 더듬으면 안 됩니다.”
    [ 너무해…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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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나가 욱신거리는 머리를 더듬거리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런 소리를 무시하며 노아는 빠르게 옷을 꺼내입고 마도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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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가 다부져지고 어깨가 넓어졌다. 흘러내릴 것 같던 커다란 가슴이 봉긋한 형태로 바뀌었다. 노아는 거기에 붕대까지 감아 완전히 판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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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줘..”라고 외치던 와이셔츠가 “휴, 살았다.” 상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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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옷을 갖춰 입자마자 리안의 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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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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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걱정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리안을 내려다보자, 머리를 문지르며 다가온 줄리아나가 자신이 가졌던 생각을 툭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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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무래도 이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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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ai 툴 만지다가 늦어버린…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9

Q.저렇게 코피가 터지면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새가 물어오나요?
A.성인이 되면 코피가 덜 나고, 결혼을 하면 아내 한정으로 안납니다.(여러의미)(방어전or애국)

선작과 추천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으음..”

리안은 침음을 흘리며 뒷목을 쓸어내렸다. 평소였다면 다음에 찾아오겠다고 말한 후 떠났겠지만, 오늘은 ‘깜짝 파티를 위해 노아를 잡아둬라!’라는 임무를 받은 상태였다.

그 탓에 애매한 표정으로 욕실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샤워 중이니까, 파티 준비 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샤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면 굳이 잡고 있지 않아도 알아서 늦게 나올 터였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주방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나은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리안이 희망 회로를 열심히 돌리고 있을 때, 욕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뚝 하고 멈췄다.

[ 슬슬 나오려나 보네. ]

“아..”

리안은 아쉬움에 탄성을 내뱉었다. 이내 아쉬운 마음을 가볍게 털어냈다.

‘어차피 카르디샨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전해야 했으니까. 좋게, 좋게 생각하자.’

그리 생각하며 욕실 쪽에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동성끼리라고는 해도 헐벗고 나오는 친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으면 부담스러울 게 뻔했다.

리안의 시선이 줄리아나 쪽으로 돌아갔다.

“그, 줄리아나? 노아가 다 씻은 것 같은데 자리를 피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 아하! 확실히 그렇겠네. ]

줄리아나가 히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욕실 쪽에서 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줄리아나, 여기 수건이 다 떨어졌는데 하나만 가져다줄래요?”

“뭣…?!”

노아의 태연한 요청에 리안의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리안의 시선이 욕실과 줄리아나 쪽을 왕복했다.

‘둘이 그런 사이…?!’

리안의 얼굴에 그런 생각이 선명하게 드러나자 줄리아나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그래, 금방 가져다줄게. ]

“헤엑..!”

리안이 너무 놀라 파바박! 뒤로 물러나 문에 바짝 달라붙었다. 얼굴이 잔뜩 달아오르고 눈동자가 마구 요동쳤다.

‘자, 잠깐만 나이 차이가 얼마나 되는 거지?’

리안이 머리 위로 푸시식 증기를 뿜어내며 셈을 해보고 있을 때, 무언가 휙 날아와 가슴팍을 때렸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바닥에 떨어지려는 물건을 잡았다. 바짝 마른 수건이었다.

“어? 이걸 왜…?”

[ 그럼 여자인 내가 가져다주겠니? ]

“하지만 방금 노아가 분명…”

[ 그건 방 안에 나밖에 없으니까 한 말이지. 문 앞에 두고 가면 알아서 들고 들어갔을 거야. 지금은 네가 있으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 ]

줄리아나가 어깨를 으쓱거리곤 원래 자리로 돌아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리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수건을 내려다보았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얼굴은 어느새 원래의 온도를 되찾았다. 리안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길게 내뱉었다.

‘휴, 다행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이 차가 백 살 이상 나면 좀 그렇지.’

줄리아나와 노아 사이에 나이 차이가 정확히 어느 정도 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못해도 100살 이상 날 것이라는 게 리안의 개인적인 추측이었다.

제 친구가 100살 연상, 그것도 유령과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에 리안은 안도하며 흐트러진 수건을 곱게 접어 욕실 쪽으로 향했다.

달칵.

기다리다 지친 노아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말했다.

“줄리아나?”

노아의 독촉에 리안은 후다닥 욕실 앞까지 다가갔다. 욕실 문은 반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안쪽에 모자이크 처리된 것처럼 보였다. 리안은 불투명한 문 너머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노아가 이렇게 왜소했던가?’

문이 불투명해서 그런지 확신할 순 없지만, 평소보다 어깨가 더 좁고, 허리도 얇아 보였다. 리안은 눈썹을 늘어뜨리며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까지 노아를 너무 어른으로 보고 있었을지도 몰라.’

항상 아이들을 챙기고자 노력하는 리안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구심점이 되는 노아에게 꽤 의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바라본 아버지의 등이 생각보다 작다는 걸 알게 된 자식처럼. 리안은 조금 감성에 젖어 노아의 움츠러든 몸을 불투명한 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앞으로 힘든 일 있을 때마다 의지가 될 수 있게 노력하자!’

리안은 속으로 그리 다짐하며 작게 열린 문을 잡아당겼다. 방금까지 노아를 위해 좋은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생각한 것과 별개로 조금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우악스럽게 문을 잡아당겼다.

리안은 문을 활짝 열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자, 여기 수 -..크허억!”

“어, 어어?”

뒷세계의 큰 손, 조직의 보스, 이계의 신조차 쓰러뜨리지 못했던 리안이 코피를 쏟아내며 뒤로 넘어가 버렸다. 노아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멍한 얼굴로 리안을 내려다보았다.

“이게, 무..? 슨,어? 어어? 리,리아안?”

고장 난 노아가 심하게 말을 떨어대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진 리안을 중심으로 피 웅덩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부끄러움과 당황으로 얼룩졌던 얼굴이 어느새 걱정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리,리안? 리안 괜찮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과다 출혈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피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자, 노아는 제 부끄러움을 뒤로 던진 채 허겁지겁 리안에게 다가갔다.

“리안! 리안! 주,줄리아나! 리안이!”

[ 음… ]

리안과 노아의 곁으로 날아온 줄리아나의 시선이 정처 없이 떨렸다.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녀가 상상한 장면은 “어,어라? 노아 이게 무슨?!”, “꺅! 무슨 짓이야!” 같은 전개였지, 살해 현장 같은 게 아니었다. 줄리아나는 미심쩍은 얼굴로 노아에게 말했다.

[ 설마 변태인 줄 알고 리안을 찌른 거야? ]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노아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몸을 덜덜 떨며 눈물까지 보였다. 당황과 당황이 겹치니 감정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으으..”

“…! 리안! 정신이 들어?!”

“으윽, 내가 왜 -….커흑!”

푸화악!

리안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새하얀 살결에 그대로 피를 쏟아내며 기절해버렸다. 새하얀 수증기가 노아의 몸을 가려주고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워낙 가까운 탓에 리안에게 여러 가지로 많은 게 보였다.

“어, 어떡해!”

[ 우선 옷부터 입는 게 어떨까? ]

“흐아앗?!”

줄리아나의 말에 제 꼴을 자각한 노아가 두 팔로 상체를 가리며 얼굴을 핏물처럼 붉게 물들였다. 그녀의 눈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리안을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과 몸을 가리고 싶다는 마음이 부딪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줄리아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리안은 내가 침대 쪽으로 데려갈 테니까 넌 몸에 묻은 피부터 씻어내고 옷부터 입어. ]

줄리아나는 혼란에 잠긴 노아를 욕실 안으로 밀어 넣고 리안을 공중에 띄워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리안이 들고 있던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 이 녀석 진짜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왜 갑자기 피를 이렇게… ]

처음에는 야한 장면을 보고 극도로 흥분해서 코피라도 뿜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녀가 읽었던 소설책에도 그런 장면이 종종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피의 양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노아의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하게 되어 숨기고 있던 지병이 터져 나왔다고 하는 게 더 말이 되는 꼴이었다.

줄리아나는 리안의 얼굴을 얼추 닦아낸 후, 그의 상의를 벗겨냈다. 피로 흥건하게 젖은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응?]

줄리아나는 당황한 얼굴로 리안의 상체를 내려다보았다. 탄탄한 몸과 새하얀 피부. 잘생긴 얼굴과 잘 어울리는 몸이었다.

[ 왜 아무런 흔적도 없지? ]

줄리아나는 노아를 통해 리안이 끔찍한 실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분명 들었었다. 몸에 흉터가 심하게 남았다는 얘기도 들었었고, 직접 눈으로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몸은 고생이라고는 전혀 안 해본 것처럼 곱기만 했다.

[ 이럴 리가 없는데? ]

줄리아나는 당황한 얼굴로 리안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딘가 하나쯤은 흔적이 있겠지라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덜컹!

리안이 걱정된 노아가 후다닥 몸에 묻은 핏물을 씻어내고 거칠게 욕실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줄리아나, 리안은 괜찮 -….?”

노아의 시선이 침대에 닿은 순간 미친 듯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상의를 반쯤 벗은 리안과 그런 리안을 더듬고 있는 줄리아나.

노아는 머릿속에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아, 노아 다 씻었어? 그보다 내가 이상한 걸 발견…어어? 잠깐만? 노아야? 제자님? 거,검은 왜 드는 거야? ]

얼마 지나지 않아 노아의 방에선 ‘빠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노아와 리안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조금의 시간이 흘러, 줄리아나와 노아의 오해가 겨우 풀리고. 노아는 매서운 눈으로 줄리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남의 몸을 함부로 더듬으면 안 됩니다.”

[ 너무해…힝. ]

줄리아나가 욱신거리는 머리를 더듬거리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런 소리를 무시하며 노아는 빠르게 옷을 꺼내입고 마도구를 사용했다.

신체가 다부져지고 어깨가 넓어졌다. 흘러내릴 것 같던 커다란 가슴이 봉긋한 형태로 바뀌었다. 노아는 거기에 붕대까지 감아 완전히 판판하게 만들었다.

“살…려줘..”라고 외치던 와이셔츠가 “휴, 살았다.” 상태로 바뀌었다.

노아는 옷을 갖춰 입자마자 리안의 곁으로 다가갔다.

“리안…”

노아가 걱정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리안을 내려다보자, 머리를 문지르며 다가온 줄리아나가 자신이 가졌던 생각을 툭 꺼내놓았다.

[ 아무래도 이상해. ]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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