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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그렇게 경매장을 다녀온 며칠 뒤.

         

       이른 아침부터 마차를 타고 로만 항구로 향한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항구로 향하는 이유라고 한다면 오늘 귀한 손님이 오기 때문이다.

         

       이전 내가 황제 암살 기도 사건의 주범으로 요아네스의 가신인 사비넬리를 지목했던 적이 있다.

         

       나름 동맹 파기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사비넬리를 요구했었지만 요아네스가 한사코 그는 그럴 인물이 아니라 변호하였고 끝없는 대치를 했던 적이 있다.

         

       결국 나와 요아네스는 장기간의 협상 끝에…

         

       사비넬리를 대공국 대사로 로만에 파견하는 걸로 합의를 마쳤다.

         

       황제파 내부에서 요아네스의 지낭(智囊)으로 활약하던 사비넬리.

         

       우선 볼모로서 그의 신변을 확보하기로 했다.

         

       요아네스를 대리하는 신분이니 나도 함부로 그를 해칠 수는 없지만 요아네스와 범상치 않은 능력을 보여주는 사비넬리. 그 둘을 떼어놓는 데 우선 만족하기로 했다.

         

       어차피 나중에 내가 통일하면 사비넬리도 결국 훌륭한 노예… 아니 제국을 이끌 인재니까.

         

       죽이는 방향보다는 이쪽이 더 마음에 든다.

         

       그러고 보니.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고 했었나?

         

       예전 어떤 영화에서 본 듯한 명대사지만 지금 나는 그 말을 실천하는 중이다.

         

       이내 마차가 멈추는 걸 느낀다.

         

       [대공 전하.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병사의 말에 내가 답한다.

         

       “사비넬리 백작은 도착했는가?”

         

       [아직 배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며 마차에서 내린다.

         

       이른 아침부터 항구에서 바삐 일하는 짐꾼과 바삐 달리는 마차들을 바라본다.

         

       조금 춥네.

         

       아직 초봄이라 쌀쌀한 바람이 차게 부는 걸 느끼며 생각한다.

         

       사비넬리라…

         

       소문만큼 대단한 인물이면 좋겠군.

         

       니케아 왕국 소속의 백작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황제파에서 활약한 라치오 백작의 아들이며 요아네스의 도움으로 백작에 오른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듣기에는 30대치고 지혜로우며 꾀와 안목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그렇게 사비넬리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을 때.

         

       “대공 전하, 사비넬리 백작이 탄 배가 항구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내가 바다를 바라보자, 웅장한 수중 성벽을 지나 항구로 들어오는 배가 보인다.

         

       배 위로 보이는 니케아 왕국의 깃발.

         

       드디어 왔나?

         

       생각보다 늦긴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이내 항구에 정박하는 걸 보며 내가 병사들에게 눈길을 보내자. 병사들이 배가 정박한 곳에 자줏빛 카펫을 깔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왕이나 대공 같은 고위직은 붉은 카펫을 쓸 수 있다.

         

       하지만 황제는 자줏빛 카펫을 깔 수 있는 특혜가 있다.

         

       뭐… 예전 고대에 자줏빛 염료가 워낙 비싸서 황제의 색이라 불리기에 지금까지도 황제를 대표하는 색 중 하나다.

         

       의장대가 대열을 짜고 배도 사비넬리가 이선하길 기다린다.

         

       배 위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보이자, 의장대대장이 외친다.

         

       “니케아 왕국의 국왕 요아네스 전하의 대리인이신 사비넬리 백작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연주.

         

       사비넬리가 배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치오의 백작 사비넬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공 전하.”

         

       나를 보며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사비넬리를 보며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렇게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말에 사비넬리가 미소를 짓는다.

         

       “아닙니다. 대공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가 이곳에 오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내가 황실 마차로 안내한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저도 그렇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차에 타는 사비넬리와 함께 황궁으로 향한다.

         

         

         

       ***

         

         

         

       오랜만에 딸들과 다과를 즐긴다.

         

       “언니, 근데 형부는 이주에 한 번씩 암행 나간다는데. 다음에 나갈 때 셋이 함께 나가면 안 돼?”

         

       “글쎄? 이번에 그이한테 물어봐 줄까? 셋이 나가자고?”

         

       테라의 말에 조이가 반색하며 말한다.

         

       “정말? 나나! 언니랑 로만에 나가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둘의 말에 얼마 전 흑역사가 떠오른다.

         

       아아… 내가 미쳤지. 그런 망상이나 하고…

         

       사위를 볼 염치가 없게 느껴진다.

         

       조이와 사위의 불륜을 의심하다니.

         

       솔직하게 말하면 쥐구멍에 숨고 싶다.

         

       “엄마, 엄마도 같이 가는 거 어때요?”

         

       조이의 말에 내가 손사래를 친다.

         

       “나는 괜찮구나.”

         

       아으… 창피해.

         

       사위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그때 내가 뺨을 때렸지만 오히려 괜찮다고 말했다.

         

       그 모습에 오히려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아, 맞다. 언니 그… 유니콘의 뿔 효과는 어때?”

         

       예의 바르고 성실한 사위를 앞뒤 사정을 안 생각하고 때리기나 하고…

         

       “너는 어쩜… 시집도 안 간 애가 왜 그런 걸 생각하는 거야?”

         

       테오도라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되묻지만, 그 둘의 이야기가 내 귀에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효과가 어떻긴… 끔찍할 정도로 효과가 좋겠지.

         

       아아… 사위가 나를 노망난 미친년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그렇긴 한데… 궁금하잖아. 나는 그런 아직 성인도 아니고 결혼도 않 했으니까… 첫날밤에 유니콘의 뿔을 먹은 남자라니… 아우… 그렇게 좋아?”

         

       내가 조이 때문에 이렇게 부끄러움을 느끼는데. 조이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모르겠다.

         

       어휴… 내 딸이지만 발랑 까져서는.

         

       내가 무어라 제지하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랐다.

         

       “나는 처녀여서 잘 모르겠는데?”

         

       “뭐어?!”

         

       “테… 테라야 정말이니?”

       

       그 말에 나와 조이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 간다.

         

       “언니. 말도 안 돼… 그 유니콘의 뿔을 마셨는데?”

         

       정말 말도 안 된다. 유니콘의 뿔이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몸소 체험해 본 나는 테라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잔혹할 정도로 뛰어난 효과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던가?

         

       밤새 동안 남편의 집요한 요구에 실신할 정도로…

       

       남편이 유니콘의 뿔을 먹은 날에는 내가 얼마나 많이 실신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밤들을 기억하는 나는 테라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유니콘의 뿔을 먹고 테라와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다고?

         

       조이가 쓴 해괴한 소설이 머릿속에 스친다.

         

       혹시… 사위는 정녕 남색가인 걸까?

         

       아니면 고자인 걸까?

         

       그… 그렇지 않고서야…

         

       설마 내가 준 유니콘의 뿔을 먹고 테라를 가만히 내버려 뒀다고?

         

       “사… 사위랑 아직 첫날밤을 못 보냈다고?”

         

       내 말에 테라가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그러면 우리… 손주는?”

         

       내 애처로운 말에 테라가 살짝 붉어진 얼굴과 겸연쩍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소… 손주라니요… 어머니 아직 그와 하룻밤도 보내지 못했는데…”

         

       그 말에 조이가 이상하다는 듯 말한다.

         

       “그… 형부가 유니콘의 뿔을 좋아하지 않았어? 그 왜 너무 밤새워서 코피 났던 적도 있었잖아?”

         

       맞다. 실제로 한번 유니콘의 뿔을 먹은 사위는 아침마다 계속해서 달라고 요구해서 주었던 적이 있었다.

         

       그 말에 테오도라가 조금 난감하다는 듯 말한다.

         

       “그게… 그걸 먹으면 밤새워 야근하기 너무 좋다고…”

         

       뭐? 그 귀한걸? 야근하는 데 써?

         

       손주, 손녀를 낳는 데 도움 되라고 준 귀한 약재를 먹고 야근하는데 불태웠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손주, 손녀를 바라는데? 사위라는 놈은 하라는 밤일은 안 하고 야근을 해?

         

       야근하는 데 약재를 써?

         

       정말 미친놈인가?

         

       -부들… 부들…

         

       분노로 몸이 떨린다?

         

       아니 내 딸이 어디가 어때서? 아직도 첫날밤을 갖지 않는 거야?

         

       남들은 내 딸 손 한 번이라도 잡고 싶어 하는데?

         

       이건 내 딸과 나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에 열불이 난다.

         

       -탁!

         

       내가 양손으로 티테이블을 세게 내려치고 외친다.

         

       “내 이놈의 사위를 그냥!”

         

       내 오늘 사위의 모가지를 비틀어서라도 테오도라와 합방을 치르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자리를 일어나려 하자…

         

       “어머니. 고정하세요. 저도 다 생각이 있답니다.”

         

       스산하게 말하는 테오도라를 보며 흠칫한다.

         

       “오늘 밤은 쉬이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밝게 미소를 짓지만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미소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테라? 아니지? 설마 너의 취향을 마음껏… 발산하려는 건 아니지?”

         

       내 말에 테오도라가 씩 웃으며 말한다.

         

       “취향이라… 어쩌면 어머니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제 취향인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겠지요?”

         

       내 딸아이의 말에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서… 설마 강제로 묶고… 때리고… 촛농을 들이붓는 그…그런 걸 하려는 거니?

         

       “우와, 그러면 언니가 덮치려고?”

         

       테라의 말에 조이가 입을 가리며 말하자… 테오도라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 어떻게 힘이 강한 데비앙을 내가 덮칠 수 있겠어?”

         

       그러니까. 사위가 힘이 강하니까 묶고 덮친다는 뜻일까?

         

       무섭다. 내 딸이지만 그 해괴한 취향이 너무나 무섭다.

         

       하지만… 이게 먹힌다면…

         

       그래, 아직 사위가 순수해서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이 두 사람에게는 계기가 필요하다.

         

       비록 그 계기에 채찍질이 난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집안의 어른이며 황실의 어른으로서 둘 사이의 아이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그리고… 나도 귀여운 이안과 르네를 하루빨리 만나고 싶고…

         

       결국 사위가 조금 아프긴 하겠지만…

         

       애초에 그가 테라를 덮치기만 했어도 이 사달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조이의 말에 테오도라가 빙그레 미소를 짓기만 한다.

         

       “후후… 너는 아직 성인이 아니잖니?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서 물어보렴.”

         

       테라의 미소에 나는 심장이 떨리는 것 같다.

         

       내 딸의 변태적 취향으로 그렇게 귀여운 손주, 손녀가 생긴다니.

         

       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일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있다가 영영 이안과 르네를 영엉 못 볼 거 같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안과 르네가… 폭력으로 인해 잉태되었다니… 아아… 여보 세상은 정말 무서운 거 같아요.

         

       “피, 그런 게 어딨어? 나도 내년 생일 지나면 성인인데…”

         

       테라의 말에 조이가 삐친 듯 말한다.

         

       “지금은 성인이 아니잖아?”

         

       여유롭게 말하는 테라를 보며 제발 손주와 손녀가 어미의 취향을 물려받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만약 손주와 손녀가 테라처럼 해괴한 취향을 갖게 된다면…

         

       상상만으로 머리가 어지럽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고로 스포를 하자면…

    두사람의 딸중 르네는 맞는걸 좋아한답니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지만요 헤헤~

    그리고 어김없이 후원 해주신 이상민_743님 너무 감사드려요!

    또한 소금맛나는설탕님 100화 기념으로 후원 감사합니당!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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