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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내가.

       

       나는 마음이 부서진 흑마법사가 모든 의욕을 잃고 엎어질 줄 알았다. ‘아 살기 싫다 죽어야지’ 하고 냅다 자폭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뒤처리는 열심히 했다. 날아간 저택 잔해를 헤집으면서 증거 자료도 챙겼고, 생포한 자작과 대검쟁이도 목숨 붙여서 이송했다. 한 방에 몰아 둔 최면 피해자들도 구출해 냈다.

       

       그러고 나니까 수도기사단이 저택 앞으로 도착했는데.

       

       “여기로군, 소동이 일어난 곳이.”

       

       위이이잉, 철컥.

       

       “⋯⋯⋯⋯!!”

       

       아니 이게 무슨 소리람.

       

       남자의 영혼을 울리는 중후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파워드 슈트를 입은 씹간지 기사단이 서 있었다. 

       

       두툼한 타입은 아니고, 날렵한 느낌.

       

       깔끔한 은색 아머를 맞춰 입은 기사 열 명이 각을 맞춰서 서 있었다. 갑옷의 표면에는 수십 겹으로 응축된 마법이 내장되었고, 패용한 장검 또한 내가 만든 마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이었다.

       

       저게 다 얼마짜리야 대체.

       

       동력은⋯⋯ 개인의 마력인가. 마석을 이용해서 동력을 공급하는 구조가 아닌, 자신의 체내마력을 이용하는 구조였다. 어중간한 사람은 저 갑옷을 입는다 한들 제대로 다룰 수 없으리라.

       

       그 중앙에는 금색 갑옷을 차려입은 중년 기사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넓은 곳을 지키는 기사단이 고작 열한 명밖에 안 될 리는 없을 테니까, 수도기사단의 1개조가 파견된 것 같다.

       

       이렇게 택티컬한 모습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이대로 튈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여기서 튀어버리면, 뭔가, 흑마법사의 테러에 휘말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뭐시기 자작이라고 사건이 덮일 것 같지 뭔가.

       

       증거가 어쩌고 증인이 어쩌고로 줄다리기를 하다보면 어찌저찌 일이 풀리겠지만, 분명히 늘어질 터다. 그러니 이미 사고를 친 김에, 좀 더 치자.

       

       이건 여론전으로 가야 한다. 더 불씨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얼굴흉터 선배와 다친 핑발레즈는 마탑주랑 함께 빼돌리고, 나만 현장에 남았다. 그리고 이게 무슨 일인가 보고 있던 수도기사단에게 소리 높여 외쳤다.

       

       “이 뭐시기 자작은 흑마법사와 결탁했다! 내게는 내 결백을 증명할 자료가 있고, 자작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낼 증거도 물론 존재한다! 수도에서 소란을 일으켰으니 벌은 달게 받겠으나, 나는 내 양심에 따라서 행동했을 뿐이다!”

       

       확성 마법으로 쩌렁쩌렁하게 소리쳤으니 근처에 살던 귀족 나으리들도 내 규탄을 들었으리라. 이걸로 여론전 밑밥은 깔았다.

       

       삐까뻔쩍한 금색 파워드 슈트를 잘 차려입은 기사는 대열을 정렬하고, 엔진음 윙윙 돌아가는 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까불면 로켓 펀치라도 날아올 법한 비주얼이었다.

       

       “할 말 다 끝났소?”

       

       “한마디만 더 하고 가도 됩니까?”

       

       “하시오.”

       

       “이 뭐시기 자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악한 마음을 품고 멀쩡한 마법을 악용해서 최면을 걸었다! 입수한 비밀 문건에 따르면, 그가 다음 표적으로 삼으려고 노리고 있었던 건⋯⋯⋯⋯ 셨다!”

       

       자작이 ‘누구누구를 참교육을 해주겠다’ 어쩌구 떠든 것을 바탕으로 질러봤는데, 그 왜. 나는 병이 있지 않은가. 이름도 키위 비슷하다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고,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대충 뭉개서 외쳤다. 마지막에 존칭을 붙였으니 알아서 해석해 주지 않을까. 자작이 높으신 분에게 최면 어플을 쓰려고 했구나, 하고.

       

       “이젠 끝났소?”

       

       “아, 예. 이제 끝났습니다 기사님.”

       

       “연행해.”

       

       나는 마력-동결-수갑이 채워졌다. 잠깐 탐색해 본 결과 마력을 쭉쭉 흡수해서 외부로 방출하는 원리인 듯했다. 바가지로 차오르는 우물에서 물을 계속 퍼내는 것처럼.

       

       이거, 하려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벗어나면 저 엔진-펀치가 날아올 테니 얌전히 있었다.

       

       그리고 감방으로 잡혀갔다.

       

       ===============================================================

       

       중세 감방에 들어와 본 적은 처음이었다. 

       

       감옥 하면 딱 떠오르는 건 석제 벽돌로 된 우중충한 곳에 쇠창살이 달린 이미지였는데, 수도의 감옥은 좀 다른 모양이다. 안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깨끗하다 뿐인가, 어떻게 보면 호화로운 구석도 있었다. 새하얀 바닥 타일에 침대, 그리고 시간 때우기용 도서들까지. 침대 시트를 점검해 보니 제대로 세탁된 상태였다.

       

       금빛 갑옷은 은빛 갑옷들 중 하나를 시켜서 나를 감옥으로 데려갔다. 나는 연행해 온 기사에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시설이 좋나요?”

       

       “그렇습니다. 주로 높으신 분이나, 높으신 분의 명령을 받은 분들이 수감되게 되니까요.”

       

       기사는 존댓말을 쓰는 데다가 태도도 젠틀했다. 자작의 저택을 날려버린 용의자에게 해주는 대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째서일까.

       

       가설 1. 나한테 반해서.

       

       기사는 목소리를 낮게 깔아 성별을 숨기려고 들었지만, 내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자였다. 아마도 돌핀 팬츠가 잘 어울릴.

       

       내 치명적인 매력이 강직한 여인의 마음마저 훔쳐낸 것이라면, 여기서는 미인계를 써서 이득을 봐야 하겠다. 로판에 등장하는 수많은 남주들 중 어떤 페르소나를 꺼내올지 잠깐 고민했다.

       

       여기서는 무난한 픽인 ‘수상할 정도로 나긋나긋한 도련님’을⋯⋯.

       

       “당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2황자님의 명령으로 아카데미에 부임한 자색 마탑의 마법사 아닙니까.”

       

       “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런 표정으로 기사를 바라봤다. 

       

       내가 공적인 자리에 얼굴을 여러 번 비춘 것도 아니고, 그 명성이 대륙 전역을 진동시키는 것도 아닐 텐데. 대체 언제 어떻게 봤다고 나를 알고 있다는 말인가.

       

       “⋯⋯수도기사단에 대해 잘 모르시는군요.”

       

       “아, 예. 제가 2황자님의 눈에 든 게 최근의 일이라서요. 마탑에서 연구만 하다가 발령받은 거라 돌아가는 판을 잘 모릅니다. 당신의 친절에 대해서는 기억해 둘 테니,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잊어주신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호의도 원한도.”

       

       그게 무슨 소리람.

       

       “수도기사단은 크라운홀 중심부의 치안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심부에는⋯⋯ 고위 귀족들, 혹은 그에 준하는 권력자분들이 절대다수. 그러니 저희의 행사에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충돌이 발생하게 됩니다.”

       

       “과연⋯⋯.”

       

       “그 사이에서, 저희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퍼즐이 착착 맞춰졌다.

       

       권력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사건이 터진다면, 그건 권력자랑 권력자가 싸우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경찰이 출동하면 그 순간부터 서로의 영역전개 밀어내기 싸움이 시작됐겠지.

       

       ‘내 손주사위가 검사인데, 자신 있나?’

       

       ‘내 친척이 대형 로펌 변호사고, 우리 아버지가 금뱃지 단 분이랑 인연이 있는데 함 떠?’

       

       온갖 권력을 끌어모아 펼쳐지는 ‘네가 잘못한 거잖아’ 대결⋯⋯!!

       

       그 틈바구니 사이에 끼어서 일처리를 마쳐야 하는 수도기사단은 최대한 정치-중립적으로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감옥 시설이 수상할 정도로 좋은 부분이라든가, 이제 막 아카데미에 발령받은 나에 대해서 미리 알아둔다든가는 모두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겠지.

       

       “저는 아직도, 어느 귀족이 길거리에 애완견의 배설물을 유기한, 아주 사소한 일이⋯⋯ 각 파벌의 공식 성명까지 내게 될 정도로 커졌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이제야 알겠다.

       

       내가 이 호화-감옥으로 온 이유 : 뭐시기 자작을 흑마법사라고 고발해 버린 걸 보니까, 2황자 측에서 이니시를 걸었구나. 이 마법사는 2황자가 보낸 사람일 테니까 함부로 대하면 무슨 꼬투리를 잡힐지 모른다.

       

       말 고분고분하게 하는 이유 : 지금은 뭐 작위 하나 없는 것 같지만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자기 부하한테 무례하게 굴었다는 이유로 꼬투리를 잡을 수 있으니 존댓말을 쓰자.

       

       모조리 회피 무빙이었던 거다.

       

       호의도 원한도 잊어달라는 기사의 말⋯⋯ 이제야 그 진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할 일 하는 거니까 제발 니들끼리만 지지고 볶고 싸우라는, 삶의 애환이 담긴 대사였다. 

       

       나는 숙연하게 감옥으로 들어갔다. 폐 끼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겠다.

       

       ===============================================================

       

       나는 침대에 발라당 누워서 중얼거렸다.

       

       “심심해 죽겠네⋯⋯.”

       

       배치된 책은 벌써 다 읽었다. 모델링을 깎는 등의 소일거리를 하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아무리 편하더라도 여기는 감옥 아닌가.

       

       여기서 모델링을 뚝딱이면 ‘감옥에 갇힌 마법사가 탈옥을 하려고 한다!’ 하고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노릇이다. 수갑 어떻게 풀었냐고 욕도 먹을 테고.

       

       그래서 가만히 누워 있으려니까, 생각보다 할 일이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다음 세션은 어떤 걸 열어볼지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이상하리만치 의욕이 나질 않았다.

       

       어쩌면 새로 만들어서 날린 『파심현전(破心玄箭)』의 반동이 아닐까.

       

       그건, 감정 데이터를 압축해서 날리는 화살이다. 세션 안에서 플레이어들은 울고 웃고 하면서 격렬한 감정의 요동을 겪었으니, 그걸 단번에 겪게 한다면 치명적인 마법이 되리라는 발상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색 마탑주 유나의 『정보 폭탄』과 맥락이 같았다. 그 뭐야, 내 시뮬레이션 세계를 박살 낼 뻔했던 그것 말이다. 다행히도 에렐렐레로 막아 낸.

       

       화살을 쏘아낼 때, 급하게 쏘아내느라 내 감정도 좀 섞여 들어갔다면⋯⋯ 이 무기력한 느낌도 이해가 된다.

       

       “에이씨⋯⋯.”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정 할 게 없으면 잠이라도 자려는 생각이었는데, 눈을 감고 아무리 뒤척여도 정신은 말똥말똥하기만 했다.

       

       이불을 차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으려니.

       

       “⋯⋯자?”

       

       “마탑주님?”

       

       귓가에 마탑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만 살짝 돌려 확인하니, 어느샌가 나타난 마탑주가 이불 속에서 딱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빼꼼 고개를 내밀어서 철창 밖을 확인했다. 감시 중인 기사는 보이지 않았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를 일이니 숨기는 편이 좋겠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언제부터 계셨어요.”

       

       “⋯⋯쭉 보고 있었지. 호, 혹시 해꼬지라도 당하면 어떻게 해.”

       

       “그러면 마탑주님 이름이라도 팔아서 넘기려고 했죠. 마침 와 주셔서 고마워요, 심심했는데. 이리 와요.”

       

       “흐얏⋯⋯!”

       

       꼭 끌어안았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느낌. 퍼즐이 딱 맞물리는 느낌이라서 언제 안아도 좋았다. 심적으로 편안하기도 하고.

       

       “고, 곧 꺼내줄 거래. 유리⋯⋯ 유리가 알리러 갔댔어. 2황자에게.”

       

       “아, 그래요? 다행이다. 꺼내줄 때만을 손꼽아서 기다리면 되겠어요. 여기서 나가면⋯⋯ 음.”

       

       “뭔가,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두근두근. 빤히 올려다보는 표정을 보면,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마탑주 쪽인 것 같았다. 뒷목을 간질여주었다. 썩 나쁘지 않았는지, 마탑주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

       

       “뭐 하고 싶은데요.”

       

       “그, 으응, 음⋯⋯ 우리, 일에 휘말리긴 했지만. 원래는, 구경하려고 한 거니까. 시간이 남으면, 역시. 계속하고 싶을지도.”

       

       “단둘이서?”

       

       “⋯⋯그럼 좋겠다. 에헤헤.”

       

       마탑주는 배시시 웃으면서 내 품에 좀 더 파고들었다. 

       

       흑마법사와 자색 마탑의 배신자 건은 이왕 시작한 일이니, 단서가 끊길 때까지는 파고들 예정이었지만⋯⋯ 일이 끝난 뒤에 시간을 내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 볼까를 소근소근 의논했다. 그렇게 체감상 다섯 시간 정도 지나자, 2황자가 나를 꺼내주러 와 줬다.

       

       ===============================================================

       

       감옥으로부터 두 층 아래에 숨겨진, 수도기사단 3팀 지휘 본부. 

       

       “대 마법사용 수감실 101호, 현재 감청 상태 양호합니다.”

       

       “표적은 감청 감시에 대해서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부장님!”

       

       -심심해 죽겠네⋯⋯.

       

       마법사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흘러들어왔다. 시스템 올 그린. 3팀 부장 로널드는 콧수염을 만족스럽게 쓰다듬으면서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 마법사 놈들은 마력 감지만 돌리면 다 괜찮은 줄 알지! 놈들은 과학이라는 걸 모른단 말이야. 과학!”

       

       비밀은 마법사가 누운 침대의 금속 프레임에 있었다. 

       

       소리가 잘 타고 흐르는 금속관을 이용하여, 마법사가 중얼거리는 말들을 물리적으로 옮겨 훔쳐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교묘하게 배치된 숨겨둔 렌즈를 통해서 방 내부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력 한점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과학의 산물이다. 돈 수십 배를 들여가며 이런 장치를 설치했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겠지. 마법사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눈치챌 수 없으리라.

       

       “안일해⋯⋯ 너무나도 안일해⋯⋯ 우리 수도기사단이,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어중간한 놈이라고 생각했겠지?! 그 안일한 마음의 빈틈을 파고들어 주마! 우리는 강철같은 법의 집행자다-!!”

       

       로널드는 희열에 취해서 방방 뛰었다. 그는 법을 어긴 놈들이 적절한 벌을 받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귀족의 하수인이 꼬리가 잘려, ‘구해주겠다고 하셨잖아요 주인님⋯⋯!!’ 하고 절규하게 만들 수 있다면 최고다. 힘이 있으면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놈들에게는, 응당한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2황자의 빽을 믿고 태연하게 감옥에 걸어들어오는 저런 놈 말이다!

       

       “크라운홀에서 일어난,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귀족 공격은 불법! 저택 폭발과 소음공해, 그리고 귀족을 사살하는 것도 물론 불법이지!”

       

       “자작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귀족의 납치도 불법이다!!”

       

       물론, 2황자가 권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마법사는 풀려날 터. 하지만 그것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다. 수도기사단은 잊지 않는다.

       

       저 마법사의 과거 기록과 (수상할 정도로 남아있는 게 없었다), 특이한 행보 (삽시간에 2황자 파벌에 진입했다), 아카데미에서의 목격 증언을 종합해 보았을 때, 그는 2황자가 비밀리에 벼려 낸 정예 요원으로 추정되었다.

       

       가히 초법적인 입지다. 2황자의 아끼는 칼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감옥에서 빼내려고 들겠지. 그렇기에 더욱 불타올랐다. 

       

       감청을 통해 정보를 뽑아내서, 어떻게든 형벌을 가해주마!

       

       로널드가 주먹을 불끈 쥐고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감청기기에서 들려와서는 안 되는 말이 들려와 버렸다.

       

       -마탑주님?

       

       정적.

       

       “뭐⋯⋯.”

       

       “뭐, 라고⋯⋯?!”

       

       그리고, 지휘 본부에 불안한 술렁거림이 시작되었다. 마탑주라니? 그 걸어다니는 전략 병기들은, 마탑에서 안전하게 보관 중이었던 게?

       

       로널드는 관에 귀를 붙이고 있었던 기사의 멱살을 틀어쥐고 소리쳤다.

       

       “감청 담당! 다시, 다시 한번 말해봐라. 내가 잘못 들은 것 같군. 가장 가까이 있던 너라면, 분명히 들었겠지! 방금 녀석은⋯⋯ 뭐라고 말했나!”

       

       “마, 마탑⋯⋯ 마탑주라고 말했습니다! 분명히 들었습니다!”

       

       -그러면 마탑주님 이름이라도 팔아서 넘기려고 했죠. 마침 와 주셔서 고마워요, 심심했는데. 이리 와요.

       

       “끼야아아악!!”

       

       다시 들려온 마법사의 목소리가 쐐기를 박았다. 저 마법사가 정신병자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가⋯⋯ 혹시나를 상정하게 했다.

       

       저택이 날아갈 정도의 폭발. 그것은 어떤 막대한 마력으로 궤도가 꺾인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원뿔형을 그리고 있었다. 그만한 기예가 가능한 사람은 몇 없었다.

       

       마법사는 자탑의 인원. 그렇다면, 가리키는 것은 자색 마탑의 마탑주⋯⋯!

       

       “위치이동보고서는⋯⋯?! ”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부장님!”

       

       “위치이동보고서 누락, 이라고⋯⋯. 전략병기가 수도에 몰래 숨어들었다는 말이냐!!”

       

       2황자 세력과 레드번 공작가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아니었다. 2황자는 황실에 허가도 받지 않고 자색 마탑주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버렸다!

       

       로널드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2황자⋯⋯ 전면전을, 일으키려는 거냐⋯⋯?!”

       

       고작 알력 다툼이 아니다. 2황자는 칼을 뽑아 들었다.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고 세력을 불려가던 2황자는, 결단을 내린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부, 부장님! 그렇다면, 그렇다면 저희 수도기사단은, 무엇을⋯⋯ 무엇을 대비해야 합니까?!”

       

       “⋯⋯1팀에, 연락을 넣도록. 수도기사단 단장 파견 요청을⋯⋯ 진행한다.”

       

       “부장님, 그건⋯⋯! 이번에도 막대한 재산 피해가 날 겁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승화에 이른 괴물은, 똑같은 괴물을 꺼내 들어야 해!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니, 적어도. 크라운홀에서는 싸움이 벌어지지 않도록 중재해야 한다!!”

       

       그리고 중재에는 힘이 필요했다.

       

       “오 신이시여⋯⋯.”

       

       로널드는 부디 크라운홀이 평안하기를 기도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비가 안 왔으면 좋겠어요, 마이 프렌즈. 그러면 내일 또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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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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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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