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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돼지같은 브로커녀석은 당연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귀족가문을 건드렸으니 한동안 죽은 듯 살아야 할테지만, 자신은 그랬다간 정말로 죽을것이다.

    약을 구할 수 없을 테니까…….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휴대폰을 집어던졌다.

    파삭-!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의 내부를 이루는 마석과 스크롤, 수정판등이 부서져 먼지처럼 흩날렸다.

    그는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거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걸 토사구팽이라고 하던가.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필요없어진다,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다를거라 생각한게 오산이었을까? 

    젠장, 그렇다고해도 배신이 너무 빠르잖아.

    ‘그러고보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거란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어.’

    이대로 가다간, 내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고꾸라지고 말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도저히 그들의 제안을 거부할수가 없었다.

    무너져가는 신체가 요구하는 약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선, 그들이 ‘의뢰’라고 하는걸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으니까.

    정상적인 신분을 얻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을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목표엔 도저히 도달할 수 없었다.

    몸이 필요로 하는 약의 용량은 점점 늘어만 갔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마침내 약을 사는데만 거의 모든 돈을 쳐박게되었다.

    “이딴 몸으로 그들에게 복수하겠다니……. 나는 정말이지……. 꿈이 크구나.”

    결국, 그동안 해왔던 짓들은 그저 의미없는 발악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이런 삶에 처음부터 희망따윈 없었던거다.

    이대로 바닥에 처박혀 있다가 죽어버리는 것이 내 운명…….

    “……잠깐…….”

    머리를 스친 한가지 방법에 그는 몸을 일으켰다.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루크 이루시라고 했던가…….”

    당장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시설’의 작품이든 뭐든 상관 없다.

    오히려, 그편이 좋다. 

    약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필요하면 연락해라…….

    분명 그렇게 말했었지.

    그렇다는건 분명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확신했다는 것이고, 나의 상태를 정확히 꿰뚫어보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 소녀가 잠시간 보여준 서클의 활용은 자신은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솜씨가 좋았으니까.

    나로선 알 수 없는 특별한 방법으로 내 몸을 꿰뚫어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 꼬마가 자신에게 보냈던 동정어린 시선이 떠올랐다.

    “…….”

    여태껏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본 녀석은 단 한명도 없었는데…….

    “큭, 나 따위가 희망을 품어도 되는건가.”

    남자는 발걸음을 옮겼다.

    ——

    어리거나 늙거나 병들어 약해졌더라도, 맹수는 맹수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즉, 내면의 치명적인 부분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면, 그는 맹수라는 소리다.

    루크는 그 말을 긍정한다.

    스스로 맹수라고 생각한다면, 하물며 토끼조차 맹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용사’로 타고나지 않더라도 케일과 루크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 처럼.

    그리고 지금의 모습조차 ‘루크 이루시’라고 정의한 스스로의 사례처럼.

    대니는 스스로를 사냥꾼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태어나길 사냥에 불리하게 태어났더라도, 그의 가슴에 새겨진 본능에는 거스를 수 없는, 거스르려 하지 않는 것이다.

    “가, 대니! 물어와!”

    “앙! 앙!”

    던진 공을 쫓는 대니의 열정은 마치 사냥감을 쫓는 사냥개의 그것과 같았다.

    “아주 훌륭하군, 몸집이 작다고 마냥 무시해서도 안되겠어.”

    -…….

    파이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대니의 뒤를 보다가 문득 위기감을 느꼈다.

    이러다가 에레를 저 조그만 개한테 뺏기고 말 것 같다는 불안감…….

    파이는 괜히 안절부절 하며 루크의 주변을 돌다가 눈을 마주쳤다.

    “왜 그러느냐?”

    -나, 나도 할 수 있어!

    “그래, 그래. 할수는 있겠지.”

    그래도 공을 집는건 무리겠지만 그토록 하고 싶다면야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루크가 그리 파이를 달래고 있으니 대니가 어느새 공을 물고 다가왔다.

    꽤 멀리 던졌는데, 대니는 생각보다 빠른 발을 가진 아이였다.

    기특해보여 허리를 숙이고 쓰다듬고 있으니 대니가 루크의 발치에 공을 툭, 떨구고는 헥헥거리며 눈을 맞추다가 앞발로 공을 친다.

    “이런, 한번 더 말이냐? 어쩔 수 없지.”

    루크는 공을 주워들고는 공에 보이지 않는 마력을 둘렀다. 이렇게 하면 파이도 공놀이에 참여할 수 있겠지.

    녀석은 물질계엔 크게 간섭할 수 없지만 마력에는 영향을 미칠수 있다. 

    그리고 파이는 자연적인 마나라면 숲 전체의 마나를 의지만으로 끌어올 수 있는 수준이지만, 마법사가 인위적으로 조작한 마나는 또 다르다.

    루크는 파이가 겨우 간섭할 수 있을 정도의 마력구를 공의 겉면에 두른 것이다. 정말 ‘물어올’ 수 있나 해서.

    “자, 물어와!”

    루크가 공을 던지자, 이번엔 파이도 의욕을 내며 공의 궤적을 쫓는다.

    그리고 이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는 두 여자가 있었다.

    푸른 머리칼의 수인여성과, 금발의 엘프다.

    더 말할것도 없이, 루아 에라스트와 예르나 리스핀드였다.

    루아는 지치지도 않고 또 공을 던지는 루크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루크는 참 신기한게, 지치질 않네요.”

    루아의 감탄에는 예르나도 동의했다.

    “그건 그래. 저번에 운동회에서도 거의 혼자서 이긴 수준이었으니까.”

    “운동회요? 그런게 있었군요. 그런데, 혼자서 이기다뇨?”

    운동회를 혼자서 이긴다는게 무슨 소린가 해서 루아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응, 루크가 거기 대부분의 종목에 참여해서 전부 이겨버렸거든.”

    “음……. 그래요……?”

    무슨 소리인지 머리론 알겠지만 이해는 잘 안된다.

    그러니까, 혼자서 모든종목에 출전해서 다 이겼단 말이지? 그게 어떻게 가능한걸까.

    예르나는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루아에게 휴대폰으로 루크가 종목에서 승리를 얻어낸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쯤되니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다.

    루아는 한숨을 쉬면서 대니와 공놀이를 하는 루크를 바라보았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나는 10살때 뭘 했더라, 루아는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놀이같은거 한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루아가 루크를 향해 시선을 던지자, 이번엔 루크의 치마 아랫쪽으로 살랑거리는 백금빛의 털이 보인다.

    아마도 꼬리였다.

    그러고보니, 다짜고짜 루크가 자신의 꼬리를 움켜쥐었던게 떠올랐다.

    억눌러진 본능이 그런 식으로 터져나왔던가.

    “루크는 벌써 꼬리가 생겼네요. 아직 멀은 줄 알았는데.”

    “하하, 그러게.”

    보통 수인이 꼬리가 나는게 12살 전후라는걸 생각해보면, 아직 10살인 루크에게 꼬리는 조금 이른 편이기는 했다.

    음, 원래도 루크는 또래아이보다 훨씬 조숙하기는 했지만.

    아니, 오히려 애늙은이 수준이라고 할까…….

    “그런데 루크는 왜 수인용 치마를 안 입은거죠? 뭐, 밖으로 꼬리를 빼지 않는게 무조건 나쁜건 아니지만…….”

    보통은 꼬리를 자유롭게 빼두는게 편하기는 하다.

    바지는 애초에 꼬리를 집어넣을 공간이 없고, 치마라면 자칫 꼬리의 움직임 실수로 치마 아랫쪽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되니까.

    따라서 어린이는 보통 수인용 꼬리구멍이 드러난 하의를 입는다.

    아이들은 꼬리의 조작이 능숙하지 못해 감정에 따라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움직임도 자주 있는데다, 달리기등을 하다가 꼬리가 다리에 엉켜서 넘어지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예르나의 말에는 루아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안 사준건 아닌데……. 꼬리가 뚱뚱해보인다고 숨기고 싶다더라고.”

    “아…….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뚱뚱한게 신경쓰인다니…….

    루크도 역시 여자아이인 모양이다.

    ‘하나도 안 뚱뚱해 보이는데…….’

    루크의 몸은 오히려 또래치고는 약간 마른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 오늘 나와줘서 고마웠어.”

    “뭘요, 대니랑 이렇게 잘 놀아줬는데,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가볍게 작별인사를 하고 예르나와 루크는 루아와 헤어졌다.

    손을 잡고 돌아가는 길, 외식을 하고나니 루크는 미뤄두었던 피로감이 확 몰려오는게 느껴졌다.

    그것은 체력적인 혹사의 탓이라기보다는, 계속해서 마력을 부으며 크고 작은 계산을 지속한 것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였다.

    예르나는 걸으면서도 꾸벅꾸벅 졸고있는 루크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졸리니? 업어줄까?”

    “괜찮다네. 그냥 좀 피곤할 뿐이야.”

    라고 말하는 루크는 이미 하품을 하며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예르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무래도 업히는건 애 취급하는 것같아서 싫은 모양이지.

    “그럼 얼른 돌아가서 씻고 자야겠다.”

    “동의한다. 확실히, 오늘은 꽤 오래 잘 것 같구나.”

    집에 돌아가 취할 기분좋은 수면을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좋아진 루크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때 쯤, 루크의 휴대폰이 울렸다.

    루크가 예르나에게 손을 놔줄것을 제안하고 휴대폰을 꺼내들자, 그 화면안에 찍힌 번호는 이전까진 본적이 없던 번호였다.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아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번호를 외우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번호를 교환한 적 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긴데…….

    ‘아, 설마 그자인가.’

    루크는 뒷골목에서 자신이 번호를 알려준 남자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받지 않을 수 없지, 드디어 도움이 필요해진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좀 늦은 감이 있는 정도다.

    그 상태론 며칠도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받았다, 말하게.”

    -……훗, 목소리는 맞군…….

    약간이지만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 역시 아는 자의 목소리였다.

    “역시 그대였나. 드디어 연락을 했군?”

    -아아, 그래. 이제 더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날 고칠 수 있다고, 너는 단언했지. 맞나?

    고칠 수 있냐, 라고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고작 1서클을 바로잡는건 일도 아니니까. 

    형성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루드와는 달리 좀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루크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물론이지.”

    -그렇다면, 그쪽으로……. 가겠다. 어디로 가야하지?

    “그래, 캘빈로에 놀이터가 하나 있는데, 그쪽으로 나오겠나? 내가 마중가지.”

    -그래, 거기서 보겠다.

    뚝. 통화를 마친 루크가 휴대폰을 집어넣자, 예르나가 물었다.

    “걔는 누구야? 아는 애?”

    “그렇다네, 그렇게 됐으니 먼저 집에가겠나? 나는 잠시 놀이터에 들렀다 갈테니까.”

    “음……. 피곤하지 않을까?”

    “괜찮다네. 뭐, 금방 돌아갈 테니까.”

    “그러니……? 그럼 언니랑 같이 가자.”

    금방이라면야 굳이 따로 들어갈 필요 없잖아.

    루크가 사귀었다는 친구의 얼굴도 보고싶고 말이다.

    ——–

    그리고 잠시 후.

    남자와 만난 예르나는 경악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 너…. 아는 애가 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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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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