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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치료를 받던 남자가 와당탕하고 뒤로 넘어졌다.

         

       “으아아악!”

         

       그는 공포에 찬 얼굴로 원더스타인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는 독한 술 몇 잔을 들이켜고 나온 참이었다.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몸에 칼을 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 청년을 본 순간 취기가 모두 달아나버렸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의 몸에 박힌 저주스러운 병마가 그 청년에게 다가갈수록 흥분해서 날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청년의 손이 닿는 순간 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강력한 힘이 자신의 어깨를 통째로 쥐어뜯으려 한다는 것을.

         

       그래서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고 만 것이다.

         

       그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원더스타인의 손이 닿은 부분을 더듬었다.

       뜯겨나간 상처 부위가 만져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였다.

       피와 살점은 물론이고, 게딱지도, 끈적이는 살덩어리도, 촉수도, 게거품도.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남자는 놀란 눈으로 자신의 어깨를 내려다봤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더듬었다.

         

       분명 그의 어깨였다.

        그것도 저주 역병에 걸리기 전의 멀쩡한 형태의 어깨.

       거기에 있던 괴물은 사라지고 없었다.

       피부에 남은 우둘투둘한 종기와 붉은색 반점만이 그가 뭔가 병에 걸렸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앗!”

         

       남자는 바닥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바라봤다.

       삐죽삐죽한 가시가 솟은 게딱지와 그것을 뒤집어쓴 살덩어리.

       그것은 자신의 몸에 붙어 어깨 행세를 하던 그 괴물이었다.

         

       놈은 모든 기운을 빼앗긴 것처럼 주둥이를 몇 번 뻐금거리더니 몸을 축 늘어뜨렸다.

       괴물이 죽었다.

         

       남자는 어안이 벙벙해서 청년을 바라봤다.

         

       “저, 저기……. 이거 설마……치, 치료된 겁니까?”

         

       방금까지 악마라도 되는 듯 비명을 지르며 밀쳐냈던 대상을 반가운 얼굴로 마주하는 것은 상당히 민망한 일이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활짝 웃어주었다.

         

       “물론입니다. 몸에 붙었던 데볼루트를 성공적으로 제거했습니다.”

         

       그의 미소에는 순수한 선의만이 가득했다.

         

       남자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울컥 솟는 것을 느꼈다.

       그 감정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떤 주민들이 기쁨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격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격려와 위로가 오갔다.

         

       어떻게 보면 끌려왔다고 할 수 있는 이바넨코와 병사들조차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 역시 거듭되는 절망에 지쳐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떠돌이 마법사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주 역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해낸 것이다.

         

       이후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원더스타인의 손이 족족 닿는 순간 저주 역병 환자들의 변성 부위는 기운을 잃은 것처럼 툭툭 떨어져 나갔고, 감염 부위는 약간의 상처만 가진 채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일부 변성 부위는 저항을 하기도 했다.

       이빨을 드러내거나 괴성을 지르거나 녹색의 액체를 뿜어댔다.

       그러나 그런 놈들도 원더스타인의 손이 닿자마자 모든 힘이 빠져나가며 축 늘어지고 말았다.

         

         

       [ㄱ%4츄ᅟᅵᆷ섿볼&투를 추흐수핫#습니다.]

         

         

       역병 데볼루트를 흡수할수록 상태창은 글씨를 알아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갔다.

       그의 몸 역시 몸살에 걸린 것처럼 점점 뻐근해졌다.

         

       그래도 그는 구제 작업을 계속해나갔다.

       퀘스트 실패 시 페널티인 ‘데볼루트 –200’은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종속화 작업을 진행 중인 데볼루트는 이미 그것을 뛰어넘었다.

         

       그는 장미풍차의 시험을 거치면서 알게 되었다.

       데볼루트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상실, 스킬북, 그리고 서커스단 명성이 150을 돌파하면서 얻은 새로운 단원 관리 능력까지.

       데볼루트를 사용해야 할 곳은 점점 늘어났다.

         

       그에 비해 자원을 얻는 방법은 한정되어 있었다.

       단원들의 평균 호감도와 서커스단 명성을 통해 매일 제공받는 것과 가끔씩 발생하는 단원 퀘스트나 서브 퀘스트를 통해 얻는 것이 그가 데볼루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의 전부였다.

         

       지난번 샛별 서커스와의 대결에서 그는 2달 동안 모은 데볼루트를 1주일 만에 다 써버렸다.

       앞으로 5번의 시험을 더 치러야 했는데, 그때마다 필요한 데볼루트 양이 장미 풍차 때보다 더 적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방금 30명의 사람들에게 손 한번 대는 것만으로 지난 3주 동안 획득한 데볼루트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을 얻었다.

       고통을 겪기는 했지만, 웃는 남자의 진통제 효과도 있고, 앞으로 들어올 데볼루트를 생각하면 충분히 버틸 만한 수준이었다.

         

         

       *서브 퀘스트-역병 치료

       : 마을에 역병이 퍼졌습니다.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달성조건

       : 역병에 걸린 사람 200명 구하기. (30/200)

         

       성공 시 보상

       : 없음.

         

       실패 시 페널티

       : [데볼루트 –200]

         

         

       200명이라면 단순히 계산해도 3천 개가 넘는 데볼루트를 거저먹을 기회였다.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이보시오, 마법사……님?”

         

       이바넨코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왔다.

       처음 봤던 딱딱한 태도는 이제 없었다. 그를 대하는 자세는 이제 매우 공손하게 변해 있었다.

         

       순식간에 30명의 역병 환자를 치료한 것은 그만큼 놀라운 솜씨였다. 비록 그들이 다른 주민들에 비해 경미한 상태인 것을 고려해도 말이다.

         

       “혹시 이보다 더 심한 중태의 환자도 치료가 가능하시오?”

       “물론입니다.”

         

       원더스타인이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관 안 주민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들의 가족, 이웃, 친구들이 구원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급한 환자들은 모두 마을 교회에 있소. 그곳에서 이 동네 신부님이 성정을 이용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계셨소.”

       “아까 신부님은 과로로 쓰러지셨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맞소. 나이가 나이이신지라 하루에 20명 정도가 한계셨소.”

       “알겠습니다. 서둘러 출발해야겠습니다. 아, 그 전에 옷을 갈아입을까 하는데 혹시 남는 옷이 있을까요?”

         

       원더스타인의 정장에는 뱀 한 마리가 몸통에 난 수십 개의 이빨을 박아넣은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마지막에 치료받은 환자의 손에 달린 괴물이었는데 그를 향해 공격을 시도하다가 데볼루트를 모두 뺏기며 그대로 숨이 끊어진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이바넨코에게서 옷을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마야의 시선이 그의 뒤를 쫓았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마야는 그가 가진 능력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이는 것으로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의 옷을 갈아입힐 수 있었다.

       옷을 부탁한다든가, 갈아입기 위해 따로 공간이 필요한다든가 할 이유가 없었다.

         

       설마?

         

       마야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것은 그가 병을 ‘치료’한다고 나섰을 때부터 느꼈던 것이었다.

         

       데볼루트는 매우 위험한 저주였다.

       그녀는 단장님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가 어떻게 병을 치료한다는건지 궁금했다.

       마법 이론에 대한 그의 천재적인 발상력과 마도사로 가진 힘을 조합하면 뭔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그가 보여준 것은 그녀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의 손이 환부에 닿자마자 저주가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성교회의 사제들이 성정을 박아넣는 것과 비슷한 효과였다.

       변성 부위를 완벽하게 제거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성교회의 것보다 더 뛰어났다.

       성정이 박힐 때는 변성 부위는 불에 탄 듯 그을리면서 숙주 역시 고통을 받았는데, 원더스타인의 방식은 변성 부위를 깔끔하게 떼어내면서, 사람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그 원리가 무엇일까.

       보통의 마법사라면 아무리 관찰해도 작은 실마리조차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야는 마법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의 천재였다.

       30번이나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몇 가지 이론과 추측이 머릿속을 오갔고, 한 가지 추론을 세울 수 있었다.

         

       마야는 조심히 원더스타인이 들어간 방으로 다가갔다.

       열린 문틈 사이로 웃통을 벗은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깨와 등에 날렵하지만 동시에 단단한 근육이 발달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보면서 아름다움이나 부끄러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등 위에 새겨진 검고 푸른 멍 자국들 때문이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며 이리저리 번져나갔다.

         

       그녀의 불완전한 가설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데볼루트를 치료하거나 제거한 게 아니었다.

       그것을 그의 몸속에 받아들인 것이었다.

         

       마야의 하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국소 부위긴 하지만 무려 30명 분의 데볼루트였다.

       그걸 몸에 받아들였다는 건 본인이 그 병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과 같았다.

         

       피부 속에 비치는 검푸른 얼룩들이 요동칠 때마다 그의 몸이 움질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아파하고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도 괴로워하고 있었다.

         

       마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왜 자신이 좀 더 일찍 눈치채지 못했을까.

         

       원더스타인에 대한 동경심 때문에 그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

       단장님이라면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있겠지 하고 내버려 둬버렸다.

         

       그러나 그는 마력도 없고 하찮은 재주 몇 개 익힌 떠돌이 서커스단 단장일 뿐이었다.

       그에게 정말로 데볼루트를 치료할 힘 같은 게 있을리 없었다.

       그가 방금 행한 일은 평소의 그답게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다른 사람을 구한 것이었다.

         

       제정신이에요?

         

       마야는 그를 향한 분노를 느꼈다.

       그와의 첫만남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그때문인지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게 변했다.

       원더스타인의 초인적인 청력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누구시죠?”

         

       원더스타인이 옷을 여미고 뒤를 돌아봤다.

       그의 몸에 꿈틀대는 데볼루트는 이걸로 완전히 가려졌다.

         

       마야는 문 뒤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내밀었다.

       원더스타인은 문가에 보이는 소녀를 바라보더니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아, 마야 양. 무슨 볼일이죠?”

         

       마야는 자신을 향해 아무일 없다는 듯 웃는 그를 보니 속이 답답해졌다.

       자꾸만 떨리려는 눈동자를 간신히 진정시켰다.

         

       “교회로 가신다고요?”

       “네. 그곳에 도와야 할 사람들이 더 있잖아요.”

         

       돕긴 누굴 도와.

       마야는 그에게 쏘아붙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겠다면, 자신은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이 맞았다.

       그는 그의 길을 가고, 자신은 자신의 길을 가면 그만이다.

         

       그것이 마야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온 방법이었고,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이었으며, 삶을 대하는 자세였다.

       가족을 제외한 모두에게 그랬다.

         

       그래서 오만하다니, 마음이 없다니, 결여된 인간 같다니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심지어 그런 뒷말에도 무관심했다.

       다른 사람의 평가 따위 그녀에게 무가치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선생들까지 그따위로 굴 때는 짜증이 조금 났을 뿐이다.

         

       그런데 철이 들고 나서-2살 이후를 말한다.-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을 지탱해왔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알아요.”

       “네?”

         

       옷을 갈아입고 나서던 원더스타인을 그녀의 말 한 마디가 붙잡았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스승을 향해 말했다.

         

       “단장님이 데볼루트를 흡수했다는 것을 알아요.”

       

        그녀의 머릿속에서 소리 없이 매번 뒤틀리던 고양이가 처음으로 울음 소리를 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파페코코 님, 4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100화! 저도 여기까지 올 줄 몰랐습니다.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십사일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재밌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나지 않네요.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이번주만 어떻게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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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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