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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 * *

       

       

       루마니아 왕국

       

       

       루마니아의 왕 페르디난드 1세는 방공협정과 차리나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루마니아로 귀국했다.

       

       그가 나라를 비운 사이, 남편의 뒤를 봐주며 나라를 경영한 아내 에든버러의 마리아가 페르디난드 1세를 반갑게 맞이했다.

       

       

       “방공협정은 잘하고 오셨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못 미더운 남편이 그 러시아의 영웅과 다른 정상들 앞에서 우물쭈물하지 않고 제대로 협정을 했는지, 혹시라도 루마니아에는 불리한 협정을 맺은 건 아닌지. 좀 궁금했다.

       

       

       “그렇소. 어린 차리나가 꽤 똑 부러지더군.”

       

       

       똑부러지다라고.

       

       그래. 진짜 장남이면서 뭐 하나 자랑스럽지 못한, 카롤보다 한참은 어린 로마노프의 황녀가 직접 내전에서 군대를 지휘하고 민심을 되돌리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루마니아는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방공협정 나라들의 중심에 껴있는 나라의 처지에서, 절대 우습게 보이지도 말아야 하고 대전쟁의 승전국답게 협정자리에 있어야 했다.

       

       만일에 조금이라도 틈을 보인다면, 러시아가 베사라비아를 가져간 루마니아를 그냥 가만히 내버려둘까?

       

       

       “똑 부러진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영국이 지금 자국 내부를 정비하면서 친영정권인 서우크라이나에서도 군대를 빼고 있습니다. 정신차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회복하고 베사라비아까지 노린다고 하면.”

       

       

       그래. 그러면 좀 위험하긴 하지.

       

       페르디난드는 아내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아내 말을 들어 편을 잘 골라 지금의 루마니아를 이룩해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의 루마니아가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당장 주변국인 헝가리는 이중제국이 해체되면서 트란실바니아를 루마니아에 뜯겼고, 러시아의 베사라비아도 어쩌다 보니 점령하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일어난 혁명과 내전 때문에 아직 별말은 없었지만, 베사라비아의 영유권문제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방공협정 내용에 따르면, 확실히 트란실바니아와 베사라비아를 루마니아의 영토로 인정해주기로 했소.”

       “그렇습니까?”

       

       

       마리아는 남편이 넘긴 방공협정의 협정문을 읽어보았다.

       

       공산주의 국가에 대항하는 동맹. 어디까지나 공산주의 국가에 대항하는 방위동맹이라는 거다.

       

       그래. 이건 다행이긴 하다.

       

       어디까지나 방공에 한해서라면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루마니아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소리니까.

       

       다만, 걸리는 점이 있다면 불가리아와 튀르키예는 방공협정 가입 조건으로 그리스에 대한 명분을 갖춘 적대 행위시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더군다나 트란실바니아와 베사라비아는 있으면서 불가리아에게서 빼앗은 도브루자에 대한 언급도 없고.

       

       

       “왜 이리 수상하지.”

       “왕비. 뭐가 문제요? 사실상 이제 영토를 잃을 일이 없게 되었고, 우리가 다른 편을 들지 않는 이상, 주변국의 공격을 받을 일도 없는데.”

       “아닙니다.”

       

       

       마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녀는 조금 그랬다.

       

       지금 이 돌아가는 국제 관계가, 너무나, 무언가의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으니까.

       

       마치 지금 이 루마니아의 영광이 오래가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쟁은 승리로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 있는 것만 같은.

       

       그 전쟁에서 루마니아는 쥐어짜일 대로 짜일 거라고.

       

       대전쟁을 거치면서 루마니아의 애국자가 된 에든버러의 마리아는 루마니아가 혹시라도 부쿠레슈티 조약 때처럼 반식민지로 떨어지지는 않을까. 그게 걱정되었다.

       

       방공협정이 러시아의 주도 아래에 이루어지고, 루마니아의 안위를 위해, 다시 독일군의 군홧발에 짓밟히지 않으려고 그 방공협정에 참여했지만.

       

       이 불길한 느낌은 무엇일까.

       

       그 와중에 장남이라고 있는 카롤 2세는 너무 처참하기까지 하다.

       

       

       “저 바람기 가득한 카롤이 저 강대한 러시아나 공산주의를 상대로 나라를 잘 운영해갈지. 그게 걱정입니다.”

       

       

       왕비는 한 손을 볼 위에 올린 채 한숨을 쉬었다.

       

       페르디난드 1세도 그게 걱정이었다.

       

       다만, 문득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왕비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우스웠다.

       

       

       “허허허. 그걸 이제 와 걱정하다니 참 놀랍구려. 당장 당신만 하더라도 다른 남자(루마니아 총리 바르브 슈티르베이)에게 다리를 벌리지 않았소? 심지어 아이까지 가졌으면서 카롤이 당신을 쏙 빼닮은 거지.”

       “그 말이 지금 왜 나옵니까?”

       

       

       마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화를 냈다.

       

       그래. 불륜도, 그 불륜 상대의 아이를 낳은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건 남편인 페르디난드도 인정한 사실이었다.

       

       이제 와 그 말을 왜 다시 끄집어내는지 모르겠다.

       

       

       “글쎄. 왜 나올까. 러시아의 선대 차르가 남긴 마지막 황녀가 너무나 눈이 부셔서 이제 와 돌아보니 참 웃기기 짝이 없지. 확실한 것은 당신은 카롤에 대해 뭐라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오.”

       

       

       페르디난드는 카롤보다 한참 어린 아나스타샤가 동서양에 이르는 대제국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점이 참 부러웠다.

       

       심지어 선대차르 때와 달리 러시아인들은 차리나를 칭송하고, 국론이 일치단결하여 차리나를 어머니처럼 여기고 따르고 있으니 참. 무능했던 니콜라이 2세도 라스푸틴이라는 괴승이 있었지만, 적어도 아내가 불륜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일은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누구를 닮은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들인 카론이 문란하고 저 모양인 것은 아내를 닮은 것이 분명했다.

       

       

       “쯧. 이 이야기는 이쯤 하지. 피곤하오.”

       

       

       페르디난드 1세는 피곤한 얼굴로 아내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남편의 그 쓸쓸해 보이는 등을 바라보면서 마리는 한숨을 쉬었다.

       

       오늘따라 유독 독일의 적국인 영국편을 들었다며 나무란 작센코부르고타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렇게 얼마 후.

       

       마리의 불안감이 맞아떨어지듯, 헝가리 왕국은 반공을 위한 군사훈련을 하겠다며, 수시로 국경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 * *

       

       

       오늘은 백군부의 회의에 불려갔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아마 뻔한 거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검은 남작에게 물었다.

       

       

       “그래요. 공수부대 관련 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래. 공수부대 건이다.

       

       튀르키예는 쿠르드인을 빨리 조지고 싶은지 공수부대 운용에 대해 장교들을 보내 러시아와 함께 연구했다.

       

       이제 슬슬 뭔가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다.

       

       

       “백군부 차관 미하일 드로즈돕스키가 주관해서 일단 시험 삼아 저희 땅에서 시험해 본 결과. 운용하는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다만?”

       “튀르키예 아라라트산의 부근에 있는 쿠르드족 마을이나 쿠르드인에게 협조하는 아르메니아인 마을을 점령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산에 숨어든 게릴라들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듯합니다.”

       

       

       아직 잔존 병력들에게 협력하는 마을이 있나.

       

       거길 아직도 점령하지 못한 건가?

       

       많이 분쇄했다고는 해도 희생이 커지니, 일단 공수부대라는 것을 써보겠다 그건가.

       

       

       “그렇습니까.”

       “물론 산악지역의 쿠르드 병사들의 뒤를 봐주고 있는 마을들을 점령하면 결국 무너지게 되어있겠지만. 그냥 산에 병사들을 던지면 그나마 병사들의 안전한 착지를 위해 수송기가 산 위에서 움직일 텐데, 그 사이 게릴라들이 가만히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아마 산에 내리다가 총알받이가 되어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확실히 그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은 피해자가 바로 나온 것은 아니죠?”

       “예. 결국 튀르키예군이 공수부대를 운용하게 되면 아라라트산의 쿠르드인을 처리하긴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튀르키예군이 그대로 산 위로 수송기에서 뛰어내리면 엄청 좀 안 좋은 꼴을 당할 거 같다.

       

       모르긴 몰라도 산 위에서 쿠르드인이 튀르키예군의 시체를 치울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래. 그렇기는 한데 말이야.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흠. 그런데 말입니다.”

       “예. 폐하.”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거다.

       

       

       “이 정도 떠먹여 줬으면 산 위에 병력을 뿌리는 건 튀르키예가 알아서 할 일 아닙니까? 국방부차관은 걱정이 너무 많습니다.”

       

       

       이 정도 해줬으면 튀르키예는 우리에게 고마워하지. 싫어하지는 않을 거다.

       

       우리가 왜 튀르키예군이 산에 떨어져 고생하는 거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아, 그렇군요.”

       “산 위에 떨어져 어떤 꼴을 당하든 그건 튀르키예인들의 몫이지 우리 러시아인의 몫이 아닙니다. 러시아인이 죽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우리가 공수부대로 의용군 보낼 것도 아니다.

       

       죽고 살고 하는 건 튀르키예군이지 러시아군이 아니란 사실이지. 뭘 그걸 가지고 걱정하고 있어.

       

       이렇게 방법 알려준 것만으로도 튀르키예는 우리한테 뭐라 안 할 거다.

       

       

       “과연 그렇습니다. 폐하의 혜안은 놀랍습니다.”

       “이 정도는 당연한 겁니다. 그러면 실제 전쟁에서 쓰인다면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공수강습이라고 정의를 내려서 기존 폐하께서 말씀하신 지상에 투사하여 적군을 공격하고 점령하는 역할이 주역할이 될 겁니다. 그리고. 전차의 발전을 보건대, 이 전차는 내전에서도 그러했듯, 앞으로 전장에서 적군을 빠르게 공격하면서 적들을 분쇄하기에 알맞은 무기가 될 것입니다.”

       “네. 그거 좋네요. 적의 방어력을 분쇄하기에 좋겠어요.”

       “전차를 주력으로 한 기갑부대의 빠른 기동력과 함께 공중 수송을 사용하여 적을 공격하는 방법이 되겠지요.”

       

       

       오, 그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거봐. 내가 괜히 이러는 게 아니라니까.

       

       굳이 소련 인재들이 없어도 백군에서도 이 정도는 나온다는 거지.

       

       

       “흠. 이름을 지었습니까?”

       “종심작전 이론이라고 합니다.”

       

       

       종심작전 이론. 그래. 그것도 좋네.

       

       미하일 투하쳅스키가 과연 활약할 만한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

       

       

       “그리고 백군부 카자크 기병대의 기병대장 블라디미르 카펠이 전차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전차에 관심을 두고 있다.

       

       흠, 백군의 유명한 장군들이 전차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게다가 블라디미르 카펠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다.

       

       백계 러시아인들 데리고 시베리아 횡단을 한 인물 아닌가.

       

       

       “블라디미르 카펠이라고 하면 카자크 기병대를 이끄는 그?”

       “네. 그렇습니다.”

       “하기야. 전차가 걔발되면 앞으로 기병대가 활약할 자리는 적어질 테니.”

       

       

       애초에 지금까지 기병대가 운용되는 게 나는 놀랍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러시아의 카자크 기병대.

       

       20세기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한 기병대의 한 축. 블라디미르 카펠은 백군 카자크 기병대를 끌고 적군 기병대를 수차례 깨트렸다고 보고가 올라왔다.

       

       

       “그럴 것입니다.”

       “결국 독일을 끝장내려면 전차군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최대한 규모를 키워 라인강까지 덮어버리면 참 좋을 테죠.”

       

       

       카를 서기장이 과연 언제까지 독일을 운영할지 모르지만, 혁명을 일으킨 세대에 독일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금 우리 러시아의 산업화가 상당히 진척되지 않았습니까?”

       “예. 이미 상당한 결과물이 나왔고, 기존 독일의 도움을 얻은 것도 있고, 자원을 팔아 들인 덕에 국가 예산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진짜 독일이 신의 한수였다.

       

       빌헬름 2세가 러시아를 군수공장으로 쓰겠다는 미친 발상을 벌인 것. 막판에 영끌해서 그걸 러시아한테 처박았다. 

       

       그 덕에 러시아가 얻은 이점이 많았다.

       

       그것을 꿀꺽한 것을 빌헬름은 그냥 넘어간 것도 보면 러시아가 자기네를 돕는 대가로 봐준 것인 것 같고.

       

       

       “그래서 문득 생각해본 것인데.”

       

       

       약간 어린 애 같은 생각을 좀 해보긴 했다.

       

       

       “예. 말씀하시죠.”

       “거대한 전차 군단으로 순식간에 유럽 전역을 달릴 수 있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기갑 웨이브.

       

       유럽 전역을 달릴 만한 거대한 규모의 전차 군단.러시아 합중국 군부가 러시아 백군인 것을 감안하면 하얀 홍수. 화이트 플러드가 될 것이다.

       

       한번 유럽을 싹 쓸어 버린 다음 그대로 일본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도 좋고.

       

       그런데, 어째 검은 남작은 뭔가 말을 아끼는 듯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폐하. 우리가 좀 강해졌다고는 해도 거기까지는 되지 못합니다. 물론 30년대가 되면 전차부대로 루마니아 같은 나라는 순식간에 짓밟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냥 과장해서 해본 소리입니다.”

       

       

       나도 안다. 사람 무안해지게 팩트를 꽂다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불륜까지 저지른 왕비지만, 당시 루마니아 사교회는 굉장히 문란해서 왕비의 행동도 비난거리는 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하고, 심지어 그 문란함을 물려받은 장남 카롤2세와는 평생 관계가 좋지 못했습니다.

    다음 ts대역이 뭐 아직 멀긴 했지만, 가제는 ‘명성황후를 구했다.’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에도 말했지만, 배경은 대충 임오군란 때, 도망다닌 명성황후를 구한 명성황후 시기의 무녀 진령군으로 아마 흑막의 느낌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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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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