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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뭐 하세요?”

       

       “아르테? 음···.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수상하다.

       

       다급하게 나의 시선을 피해 무언가를 숨기는 시우를 보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내가 무슨 공부 안 하냐고 재촉하는 부모님도 아니고.

       

       최근, 시우는 내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탓에 시우가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사용하기 위해 내 주변에서 떨어지는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분명 예전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잠깐 떨어졌는데.

       

       요즘은 내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로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늘어났다.

       

       

       “요즘 뭘 하길래 그래요? 평소에는 인터넷도 잘 안 하면서.”

       

       “으음, 그게···.”

       

       “휴대폰도 잘 안 보던 사람이 최근에는 계속 보고 있고.”

       

       

       처음에는 약간 서운하기도 하고, 약간의 불안감이 들어서.

       

       이대로 계속 나태해지다가 혹시라도 작가님의 시련을 넘어서지 못할까 봐.

       

       그래서 시우에게 약간의 불평을 하기 위해 최근 나태해진 시우의 모습을 꼬집었다.

       

       훈련 시간도 조금 줄었고, 짬짬이 휴대폰과 인터넷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시우가 이렇게까지 나태해질 사람이 아닌데.

       

       ···그런데 말하고 보니 뭔가 수상했다.

       

       갑자기 시우가 이렇게 변할 리가 없었으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우다. 세상의 주인공. 위기에 빠질 세계를 구원할 사람.

       

       그런 사람이 갑자기 나태해질 리 없잖아.

       

       나는 시우를 믿고 있었다.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분명 모종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추궁에 식은땀을 흘리는 시우의 모습에 나는 확신했다.

       

       무언가 있다.

       

       

       “···여자?”

       

       

       시우가 갑자기 나태해질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나는 열심히 고민하다가, 문득 든 생각을 입 밖에 꺼내보았다.

       

       시우는 분명 들었겠지. 내가 작가님과 이야기하는 것까지 들었다고 했으니까.

       

       능력이 강해지기 전. 거의 초기 상태의 시우도 들었는데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내 생각이 맞았다는 듯, 시우가 살짝 난감하다는 듯 내 눈을 피했다.

       

       그래, 여자. 여자였구나.

       

       갑자기 인터넷을 자주 뒤져보고, 휴대폰을 자주 바라보던 건 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데이트 코스를 찾아보고, 연인과 달콤한 말을 속삭이기 위해 시간을 쏟아부은 걸까?

       

       

       “···누구예요?”

       

       “어, 그, 그게···.”

       

       “누구예요?”

       

       

       아멜리아? 도로시?

       

       벌써 사귀기 시작한 걸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한 달 넘게 계속 붙어있던 탓일까. 시우의 주변 인간관계는 이미 충분히 파악했다.

       

       내가 판단하기로, 아멜리아나 도로시는 시우와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여, 여자 같은 거 아냐. 정말이야.”

       

       “그러면 왜 말을 더듬어요?”

       

       “···.”

       

       “아멜리아는 아닐 테고. 도로시도 아니고.”

       

       

       그 둘은 그런 기미가 없었어.

       

       그렇다면 다른 여자일 텐데.

       

       내가 알기로 현재 정해진 히로인은 둘밖에 없었다. 그 두 명뿐이라고.

       

       그런데 그 둘이 아니라면, 시우가 그렇게 신경 쓰는 여자는 도대체 누구지?

       

       

       “아하하. 왜 그렇게 당황해요? 추궁하려는 건 아니에요.”

       

       

       적당히 생각을 끝마치고 시우를 안심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시우를 향해 웃어 보이면서도, 내 생각은 계속해서 다른 곳에 머물러있었다.

       

       ···히로인이 아니야.

       

       수많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본 결과.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시우와 그 둘이 최근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건 사생활이니 넘어갔었다.

       

       하지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장면은 하나.

       

       시우와 아멜리아. 그리고 도로시는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만약 둘 중 하나였다면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겠지.

       

       ···히로인이 아닌, 다른 인형일까?

       

       언제부터일까. 언제부터 시우에게 꼬리를 친 걸까.

       

       분명 시우 주변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라크네 활동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시우의 주변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아라크네는 무슨.

       

       지금 활동하는 아라크네는 대부분이 스피라와 라이라의 작품이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으음, 그게. 사실 별 건 아니고···.”

       

       

       그 녀석들, 요즘 어떻게 지내려나 몰라.

       

       한 달 넘게 집에 방문하지를 않았으니 어떻게 지내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에 우리 수사관님에게 한번 물어봐야지.

       

       그 녀석들을 보모 수준으로 통제하던데.

       

       조금만 내버려 두면 금방 우쭐해지는 스피라와, 아닌 척하면서 스피라에게 쉽게 휩쓸리는 라이라.

       

       그 녀석들을 통제하느라 힘든 건 알고 있지만···.

       

       하나 더, 부탁해야만 할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저는 잠깐 빨래 좀 하고 올게요. 금방 올 테니 쫓아오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르테? 잠깐, 그건···.”

       

       

       옷가지가 담긴 세탁 바구니를 들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시우와 내가 같은 집에서 살게 된 이후로 대부분의 집안일은 내가 도맡아서 하고 있지만···.

       

       세탁은 예외였다.

       

       속옷이라든가, 타인이 보기 민망한 게 있으니까. 빨랫감은 각자의 세탁 바구니에 넣어서 스스로 하기. 그렇게 정해져 있다.

       

       내가 동거를 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동성이라도 별로 다르지는 않겠지.

       

       그렇기에 세탁을 하겠다는 말은 내가 자리를 벗어나기 가장 좋은 핑곗거리였다.

       

       마침 대충 훑어봤을 때, 적당히 빨랫감이 쌓여있었으니 더욱 좋았다.

       

       ···좋아. 이 정도로 벗어났으니 괜찮겠지.

       

       아무리 시우라고 해도 이 정도로 떨어져 있는데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거리에서 들으면 능력이 직감이 아니라 고양이 귀 같은 거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고.

       

       그렇게 확신한 나는, 손뼉을 쳐 수사관님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바쁜 와중에 미안하지만, 시킬 게 좀 있어서요.”

       

       “말씀하시죠.”

       

       

       수사관님도 참 많이 변했구나.

       

       처음 봤을 때는 나를 어떻게든 감옥에 집어넣으려던 사람이, 어느새 같은 일을 하는 부하가 되어있다니.

       

       히로인 후보였던 라이라와 함께 작가님 탓에 인생이 가장 많이 뒤바뀐 사람 아닐까.

       

       역시, 이 세상은···.

       

       아니, 아니지. 지금은 그런 우중충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알아내고 싶은 정보가 있었기에, 나는 머릿속의 상념을 지우고 그녀에게 말했다.

       

       

       “시우의 과거를 조사해주실 수 있나요?”

       

       “···과거, 말씀이십니까?”

       

       “네. 최대한 빨리.”

       

       

       도대체 왜 이런 걸 시키는 걸까. 그런 의문이 담긴 표정이 잠깐 하율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곧장 실수했다는 듯 얼굴을 굳히고 수긍했지만.

       

       

       “인간관계 쪽으로 부탁해요.”

       

       

       시우와 만나고 난 직후부터, 나는 이 세계에서 생활한 시간의 대부분을 그를 감시하는 데 사용했다.

       

       그래, 말하자면 아침부터 밤까지. 내가 그를 향한 의존에 빠지기 전에도 그랬을 정도다.

       

       그렇기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시우에게 갑작스럽게 여자가 생길 시간은 없었다. 전혀.

       

       만약 그랬다면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었겠지.

       

       답은 하나뿐이었다.

       

       ···아카데미 입학 이전에, 무언가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확실히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한 시우에게 가족은 없어.

       

       혼자 살기에는 꽤 넓은 집.

       

       그렇지만 반년이 넘도록 지켜봤음에도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가족.

       

       그렇기에 가족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족이 무슨 사고라도 당했던 걸까? 아니면 작가님이 시우의 설정 조작이 불가능해지기 전에 치워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어디 먼 해외 반대편에 장기 출장이라도 나갔을지 모르지.

       

       뭐, 시우네 가정 사정까지는 별로 관심 없었다.

       

       그저 관심 있는 것은 하나뿐.

       

       

       “쓸데없는 게 붙었다면···.”

       

       

       그게 어떤 인형이건 상관없다. 치워버려야지.

       

       

       “그나저나, 그게 뭔가요?”

       

       “네?”

       

       “손에 들고 계신 것 말입니다.”

       

       “···아, 이거.”

       

       

       하율의 말에, 내가 무슨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는지 기억해냈다.

       

       빨래한다는 핑계를 대고 나왔었던가.

       

       

       “별거 아니에요. 그냥···.”

       

       “으음,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진 모르겠지만···. 타인의 빨랫감을 들고 있는 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네?”

       

       

       뭐라고?

       

       하율의 말에 대충 집어 온 세탁 바구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커 보일까.

       

       

       “뭐, 시우 학생이 저번에 예언하셨던 대로라면 일찍 잡아두는 것도 나쁜 건···.”

       

       “으, 으햑?!”

       

       

       화들짝 놀라 세탁바구니를 집어 던지자, 쌓여있던 세탁물들이 순식간에 바닥에 흩날렸다.

       

       까, 깜짝이야.

       

       내 거인 줄 알았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세탁물을 집어던지자마자 후회했다.

       

       바닥의 먼지들이 옷에 달라붙어 훨씬 더러워져 버렸다.

       

       남의 옷을 이렇게 더럽히다니.

       

       민폐를 끼친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 상태로 주우려던 찰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도와드리겠···.”

       

       “먼저 가셔도 괜찮아요.”

       

       “아니, 하지만···.”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

       

       

       

       “···그거, 내 세탁바구니인데.”

       

       

       시우는 아르테가 황급히 나가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잠깐 하긴 했었다.

       

       그리고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이 너무 크기에 말하기로 마음먹었고.

       

       아르테가 갑자기 자리를 벗어나서 결국 말해주지 못했지만.

       

       갑자기 세탁한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는 모습이, 당장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표정이라 말릴 수가 없었다.

       

       들고간게 내 바구니라는 걸 말할 수도 없고 말이야.

       

       하고싶은걸 하다가 잘못 들고왔다는걸 깨달으면 다시 들어오겠지.

       

       시우는 그녀를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내일부터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주말을 쉬는 분들이 부러워지네요. 히히.

    ***

    Pwiikyarin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돈은 아껴 쓰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닐리아 님, 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2코인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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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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