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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

        ‘횡재로구나.’

        ​

        노예중에 가장 가치가 큰 노예.

        ​

        그것은 바로 이종족 노예다.

        ​

        잘 보기도 힘들 뿐 더러, 사로잡기도 어려웠다.

        ​

        그런데 이게 웬일.

        ​

        드워프와 엘프가 한곳에 모여 있다니.

        ​

        평생 잡아보지 못한 이종족 노예가 생길 기회인 것이다.

        ​

        거기에다 아이까지.

        ​

        요즘들어 아이의 값이 치솟은 걸 생각하면 이번 한탕으로도 제법 큰돈을 만질 수 있으리라.

        ​

        ‘저 늙은이들은 대충 팔아버려야겠군.’

        ​

        솔직히 팔릴지는 의문이었다.

        ​

        미묘하게 주름이 없고 젊어 보이지만, 늙은이들을 누가 돈주고 사가겠는가.

        ​

        ‘차라리 저 젊은 놈이 더 값이 나가겠어.’

        ​

        이종족과 함께 다니는 것이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

        이곳에 있는 인원만 사십.

        ​

       그중에는 3써클의 마법사가 무려 둘이나 포함되어 있다.

        ​

        ‘살살 구슬려 방심만 유도하면 되겠구나!’

        ​

       최근에 좋은 방법이 생겼다.

        ​

        얼마전부터 퍼지기 시작한 소문.

        ​

        크리스라는 사람을 따라 하면 너도나도 지갑을 풀어 헤치며 달려왔으니까.

        ​

        생각을 마친 제라드가 작은 종을 흔들었다.

        ​

        땡 – 땡 –

        ​

        “험험, 일리아 신께서 말씀하시길…”

       

       “하부?”​

       

        아기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을 끊었다.

        ​

        “그렇단다. 일리아님께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단다.”

        ​

        “마쟈!”

        ​

        “어쨌든 제가 모시는 일리아님께서 말씀하시길.”

        ​

        피식 –

        ​

        제라드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

        이런 경우가 있기는 했다.

        ​

        운명을 본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

        당장 제라드조차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으니까.

        ​

        “웃을 일이 아니오.”

        ​

        제라드가 인상을 구기며 짐짓 심각하게 말했다.

        ​

        “저는 성녀를 모시는 몸. 감히 일리아의 이름 앞에서 비웃음을 흘리다니!”

        ​

       늙은 노인들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

        간신히 웃음을 참는 듯 푸들거리는 입매들.

        ​

        금발을 가진 노인이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

        “그렇지. 신성을 모독해서야 쓰겠는가! 여기가 어디라고.”

        ​

        “험험, 이제야 내 말을 알아듣는가 봅니다.”

        ​

        제라드가 근엄한 표정을 만들었다.

        ​

        “일리아께서 알려주신 운명에 대해 말씀드리겠소.”

        ​

        “하부가 말해쪄?”

        ​

        “…그렇단다.”

        ​

        “아닌데…!”

        ​

        아기의 말은 무시한 제라드가 종을 흔들었다.

        ​

        땡 – 땡 –

        ​

        종소리와 함께 입을 열려는 찰나, 이번엔 드워프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

        “들을때마다 졸렬한 소리다. 귀가 썩어버릴 것 같군.”

        ​

        “어허! 이 종이 바로 일리아의 신탁을 전해 받는 성물이요!”

        ​

        성물이라는 소리에 노인과 드워프, 아기가 청년에게로 눈을 돌렸다.

        ​

        천으로 감싸진 허리춤에 매달린 물건.

        ​

        검으로 보이는 무언가였다.

        ​

        제라드가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

        ‘값비싼 물건이겠구나.’

        ​

        그래도 성물이라고 내세워서 일까.

        ​

        금발을 한 노인에게서 금방 반응이 나왔다.

        ​

        “그, 그것이 정말 성물이란 말이오?”

        ​

        “영감께서는 알아본 모양입니다!”

        ​

        “시장에서 본 것 같소만?”

        ​

        순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

        “풉…!”

        ​

        “이보게, 저게 성물이라는군.”

        ​

        “염병하고 자빠졌네요.” 

        ​

        “이익…!”

        ​

        제라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

        부아가 치밀어 오른 제라드가 속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

        무력으로 이들을 사로잡기로.

       

       고작 몇명을 상대로 시간을 끌 필요가 있겠는가.

        ​

        ‘저 노인은 팔 하나를 잘라서 팔아치울 것이다!’

        ​

        눈짓을 주자 슬금슬금 자리를 옮기는 부하들.

        ​

        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포위하고 있었다.

        ​

        “가만히 있었으면 편하게 팔려갔을 것을… 네놈들이 자초한 일이다!”

        ​

        이종족들이 강하다고는 하나, 인질을 잡으면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법.

        ​

        제라드가 단검을 뽑아 들고 금발의 노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아니, 그러려고 했다.

        ​

        “…!”

        ​

        뻗어져야 하지만 멈춰있는 팔.

        ​

        움직이지 않는 다리.

        ​

        “마법…!”

        ​

        이죽거리던 노인이 마법사였다는 말인가!

        ​

        하지만 마법사라면 이쪽에도 있었다.

        ​

        눈알을 굴려 부하들을 바라본 제라드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

        “으…으헉…!”

        ​

        “이 정도의 마나라면…!”

        ​

        덜덜덜 –

        ​

        몸을 떨고 있는 마법사들.

        ​

        드래곤이라도 본 것처럼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

       답답한 행동에 제라드의 이마에 주름이 생겨났다.

        ​

        순간, 마법이 풀리며 제라드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지금이다!’

        ​

        금발의 노인이 마법사라면, 다른 인질을 잡으면 될 터.

        ​

        제라드의 몸이 검을 차고 있는 노인에게로 쏘아졌다.

        ​

        빠악!

        ​

       눈에 보이는 파란 하늘.

        ​

        “….?”

        ​

        갑자기 느려진 시간 속에서 제라드의 몸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

        풀썩.

        ​

       제라드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눈을 끔뻑거렸다.

        ​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드워프의 얼굴.

        ​

        “요즘은 이런 식으로 자살을 하나보군.”

        ​

       “….?”

        ​

        “다, 단장!”

        ​

        “모두 공격해!”

        ​

       제라드의 부하들이 병장기를 집어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

       단장이 보낸 신호대로 전부 사로잡을 생각이었다.

        ​

        하지만 마법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

        ‘지금 움직이면 죽는다…!’

        ​

        ‘최소한 세써클의 차이다.’

        ​

        다급하게 사람들을 말려보려 했지만 입을 열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다.

        ​

       주위를 감싼 마나들이 뿜어내는 압박감이 굉장했기 때문이다.

        ​

        “엘프년 부터 잡아!”

        ​

        “저년만 잡아도 우리는 부자다!”

        ​

        달려가는 남자들의 눈에 음욕이 넘쳐흘렀다.

        ​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흐르는 아름다움.

        ​

        남자라면 시선을 빼았기지 않을 수 없으리라.

        ​

        가녀린 몸을 보면 당장에라도 손목을 잡아 챌 수 있을듯했다.

        ​

        하지만 엘프의 강함을 모르는 그들은 처참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

        싸늘한 얼굴의 세레나에게.

        ​

        “…더러워서 정령에게도 실례가 되겠네요.”

        ​

        검을 휘두르던 팔이 세레나의 손에 잡혀 반대로 꺾였다.

        ​

        우드득 –

        ​

        “끄어억…!”

        ​

        비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그의 팔이 검을 잡은체로 동료를 향해 겨눠졌다.

        ​

        푸우욱 –

        ​

        몸을 한차례 꿰뚫은 검.

       

       그 검은 어느새 세레나의 손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

        검이 한차례 움직일 때마다 노예 상인들의 몸에 상처가 하나씩 늘어났다.

        ​

        스거억 –

        ​

        팔목을 가르고.

        ​

        푸욱 –

        ​

       복부를 꿰뚫고 빠져나온 검이 옆에 있던 사람의 다리를 베어냈다.

        ​

        “내..내 다리가!”

        ​

        힘줄이 끊어진 다리가 몸을 버텨 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

       풀썩 –

        ​

        서거억.

        ​

        세레나의 몸이 병장기들 사이를 누비며 곡선을 그렸다.

        ​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비명과 신음들.

        ​

        피가 줄줄 흐르는 손목을 움켜쥔 제라드의 부하가 몸을 떨었다.

        ​

        ‘엘프가 아니라 다른 놈들을 노렸어야 했다!’

        ​

        그랬다면 이런 부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질만 확보하면 이년을…!’

        ​

       지금쯤 동료들이 인질을 확보했을 것이다.

        ​

        고개를 돌린 그는 동료들의 모습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

        콰아앙 –

        ​

        단 한 번의 주먹질.

        ​

        마치 마법이 터져 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람 하나가 허공을 날았다.

        ​

       털썩.

        ​

        다시 한번 휘둘러지는 주먹.

        ​

        꽈앙!

        ​

        “….”

        ​

        터져 나오는 비명은 없었다.

        ​

        맞는 즉시 기절했기 때문이리라.

        ​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

        아니, 죽었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

        “허허허.”

        ​

        너털웃음을 터뜨린 괴물 같은 노인이 손을 까딱였다.

        ​

        “들어와보시게.”

        ​

        방금의 광경을 보고 누가 저 노인에게 접근할 수가 있겠는가.

        ​

        창이고 칼이고 소용이 없었다.

        ​

        애초에 닿을수도 없다는 것을 그들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

       상황은 금발의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

        화르르륵 –

        ​

        허공을 떠다니는 불덩어리들.

        ​

       공격마법중 하나인 파이어볼이었다.

        ​

        하나가 터지면 사람이 세네 명씩은 족히 죽어 나간다.

       

       그정도야 몸을 던지면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 수준.

       

       하지만.

        ​

        “저게 무슨…”

        ​

        어디까지나 파이어볼이 하나일때의 이야기였다.

        ​

        저렇게 열 개가 넘는 불덩어리들이 떠다니는 건 구경도 해본 적이 없었다.

        ​

        “드워프라도 잡아야 한다…!”

        ​

       어디서 나온 것인지 드워프는 상체를 감싸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

       한쪽 팔을 들어올리고는 창을 향해 옆구리를 내미는 드워프.

        ​

        채앵 –

        ​

        콰득 –

        ​

        갑옷과 부딪치자 창이 통째로 부서졌다.

       ​

        드워프가 옆구리를 두드렸다.

        ​

        툭툭 –

        ​

        “다시 쳐 봐라.”

        ​

        “이…이…!”

        ​

        또 다른 검이 그곳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

        카앙 –

        ​

        뚜둑 –

        ​

        창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고는 두 동강이 난 검.

        ​

        바닥에 누워 있던 제라드의 부하는 정신이 없었다.

        ​

        도대체 이들이 뭘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인가?

        ​

        하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없었다.

        ​

        한 명이 남아 있다면….

        ​

        ‘아기를 업고 있던 놈!’

        ​

        이중에 제일 평범해 보이던 놈이었다.

        ​

        고개를 돌려 그를 보려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

        이미 백발을 가진 그놈이 엎드려 있는 눈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

        “어..언제…”

        ​

        검을 들지도, 마법을 쓰지도 않고 있었다.

        ​

        예상대로 평범한 사람인 걸까?

        ​

        제라드의 부하는 깨달았다.

        ​

        자기를 보고 있는 줄 알았던 눈이 미묘하게 자신의 뒤로 향해 있다는 것을.

        ​

        “부모님이 비명횡사 하셨나봐? 어린 나이에 이별했구만.”

        ​

        “….!!!”

        ​

        “집에 불이라도 났었나 보네?”

        ​

        “그,그걸 어떻게…!”

        ​

        알고 있는 동료들이라면 있었지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

        “어디 보자…이름이 페란트?”

        ​

        “허억…!!”

        ​

        “하실말이 있으시다니까 잘 들어.”

        ​

        조용히 귓속말로 전해지는 말들.

        ​

        페란트와 그의 부모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

        남들에게 말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어린 시절의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일들.

        ​

        “으…으아악…!”

        ​

       다른 종류의 공포였다.

        ​

        상식과 다른 상황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본능적인 이질감.

        ​

        페란트가 바닥을 짚으며 뒤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

        “어디가? 아직 남았는데?”

        ​

        “흐어억…!”

       

       “위로는 해드려야 할거 아니야?”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D*** 독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도****독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두분 모두 항상 재밌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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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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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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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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