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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새까맣게 타들어 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눈앞에 달뜬 신음을 뱉는 리카르도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눈을 뜬 유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숯처럼 까맣게 타들어 간 리카르도의 손을 본 유리아는 방금까지 내려앉았던 감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친 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고 있는 리카르도. 평소에 강인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이 달뜬 신음을 뱉고 있었다.

       

       

       ‘어…?’

       

       

       유리아는 눈을 비볐다.

       

       

       혹시나 자신이 보고 있는 게 잘못된 게 아닐까 싶어서.

       

       

       술기운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피곤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리카르도의 모습은 자신이 알 던 모습이 아니였다.

       

       

       피곤에 쩔어있고.

       고통에 신음을 뱉으며.

       끔찍한 흉터를 가지고 있는 리카르도의 모습은 취해있던 머리를 깨우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취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유리아는 안간힘을 쓰며 잊었던 기억을 찾으려고 노력해봤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한스의 얼굴.

       검은 사제복을 입은 남자들의 얼굴이 흐릿하게 기억이 날 뿐, 리카르도가 무엇을 했는지, 왜 저렇게 다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유리아는 멍청한 자신을 자책했다.

       

       

       ‘머저리…!’

       

       

       이제야 시야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어둠에 잠겨있던 눈이 점차 맑게 계기 시작하자, 엉망이 된 주변의 공간을 볼 수 있었다.

       

       

       무너진 담벼락.

       

       

       검흔이 남겨있는 바닥과.

       

       

       쓰러진 리카르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책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의 주위만 빼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있었으니까. 

       

       

       그리고.

       

       

       싸늘하게 숨을 거둔 시체까지.

       

       

       유리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또 나 때문이야…?’

       

       

       ‘또…’

       

       

       악연이 왜 이렇게 겹치는 걸까.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담은 유리아는 리카르도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그리고.

       

       

       “어라?”

       

       

       당황에 빠진 리카르도와 눈이 맞아버렸다.

       

       

       “아… 일 났네요.”

       

       

       리카르도는 언제나 그랬듯.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또… 잘못했네요.”

       

       

       짤막한 사과를 뱉는 리카르도의 모습에 유리아의 감정은 무너져내렸다.

       

       

       *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리카르도가 이렇게 당황한 모습은.

       그리고 항상 강인했던 리카르도가 앓는 모습을 유리아는 처음 봤었다.

       

       

       유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리카르도의 손을 잡기 위해 뻗었다. 

       

       

       치유를 해야했다.

       

       

       눈앞에 보이는 끔찍한 상처를 치유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으니까.

       

       “아으으… 왜…”

       

       

       무엇이 그를 다치게 만들었느냐고 묻는다면 멀쩡하게 서 있는 자신이라는 존재 때문이겠지.

       

       

       생각을 조금만 할 수 있으면 눈앞에 벌어진 일들에 책임의 목적지에 대한 정답을 내릴 수 있었다.

       

       

       멀쩡한 사람은 오로지 나 하나뿐이었으니까.

       

       

       유리아는 떨리는 눈으로 리카르도를 봤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뱉는 리카르도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새까맣게 괴사가 진행되는 손.

       

       

       살면서 여러 환자를 만나봤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는 만난 적이 없다고 유리아는 생각했다.

       

       

       치유와 괴사를 반복할 때 느끼는 통증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까.

       

       

       지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였다.

       흑마법이란 것 자체가 그랬으니까.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마법. 그것이 리카르도의 손에 담겨있는 자신의 죄악이었다.

       

       

       리카르도의 상처는 유리아의 마음을 크게 떨리게 했었다.

       

       

       유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리카르도에게 물었다.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됐냐고. 그리고… 또 못난 자신을 지켜주다가 다쳤냐고 유리아는 묻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리카르도의 차분한 대답이 유리아의 질문을 막아버렸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

       “유리아씨랑 관련된 일이 아니에요.”

       

       

       차분하게 말하는 리카르도의 말에 유리아의 손은 떨렸다. 당황한 자신이 어떤 말을 할지 예상한 리카르도의 태연한 답에 고개가 숙여지는 유리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리카르도에게 말했다.

       

       

       “뭐가 아무것도 아닌데요…”

       “정말입니다.”

       “뭐가 아무것도 아니냐고요. 제가 이렇게 멀쩡하게 서 있는데…! 저만 빼고 리카르도가 이렇게 다쳤는데…! 뭐가 괜찮다는 거냐고요!”

       

       

       리카르도는 당황한 눈으로 내게 같은 답을 뱉었다. 자신이 입은 상처는 나와 관계없다며, 어두운 탓에 이상하게 보이는 거라고 리카르도는 초등학생도 믿지 못할 답을 뱉어냈다.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는 건가요?’

       

       아무리 내가 바보 같아도.

       남탓만 하는 머저리라도.

       짐밖에 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런 말을 하는 건… 마음이 너무 아프잖아요.

       

       

       저보고 어떡하라는 거에요…

       

       

       과거의 연모했던 남자가 다쳐있는데.

       싫은데, 미치도록 싫은데… 얼굴만 보면 심장이 찟어질 것 같은 남자가 상냥하게 말하는데.

       

       아무일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는 리카르도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유리아는 속없이 변명을 뱉는 리카르도에게 슬픔을 느꼈다.

       

        

       설령 저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사과를 뱉는 리카르도에게 유리아는 말로 할 수 없는 먹먹한 감정을 느꼈다.

        

        

       리카르도는 어색하게 웃으며 걷은 소매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유리아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소매를 내리던 리카르도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내민 리카르도의 거짓말에서 유리아는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가죠.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치료받고 가요.”

       “아시잖아요.”

        

        

       리카르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다친 팔을 슬며시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치료 못 하는 거.”

       “그래도…”

       “제법 오래된 상처입니다. 그러니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흑마법은 치료를 할 수 없다.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치료하는 과정 또한 일반적인 상처에 비해 난이도가 달랐으니까.

        

        

       유리아의 고집스런 권유에 리카르도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거두고 말했다.

        

        

       “흉한 모습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

        

        

       흉한 모습.

        

        

       저게 어떻게 봐서 흉한 모습이란 걸까.

       

        

       계속되는 리카르도의 사과에 유리아는 고개를 새차게 저었다.

        

        

       리카르도는 그런 유리아를 향해 적적한 목소리로 방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괴한을 만났을 뿐입니다. 잘생긴 저의 외모에 질투해서.”

       

       

       침울해진 분위기를 감추기 위해 장난을 뱉는 리카르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별일 아니였습니다. 이 상처도 그렇고요. 유리아씨도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어디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사람이란 걸요.”

       

       

       맞고 다니지 않을 사람이라는 말에 유리아의 고개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맞고 다니지 않을 사람…’

       

       

       내가 내지른 단검에 찔린 리카르도가 하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지금 리카르도가 뱉는 변명은 그저 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리카르도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며 작게 말했다.

       

       

       “저분들을 죽인 것은…”

       

       

       리카르도는 깊은 한숨을 뱉었다.

       내가 쓴소리를 할 거라고 생각한 리카르도의 깊은 한숨에 어깨가 떨리는 나였다.

       

       

       이제는 저들이 불쌍하지 않았으니까.

       

       

       던전에서 크게 데였던 경험이 이유였을까. 아니면 죽어있는 저들보다 리카르도가 소중해서일까. 싸늘하게 식어버린 악인들의 운명은 더는 불쌍하지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히려 그들이 증오스러웠다.

       

       

       답하기를 머뭇거리는 리카르도는 시선을 바닥에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아씨가 다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

       “싫어하실 거란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저에게 유리아씨가 소중하니까요.”

        

        

       유리아는 그동안 리카르도가 말했던 수 많은 충고들을 생각했다.

        

        

       -오지랖 부리지 마세요.

       -그게 유리아씨를 위한 일이랍니다.

        

       

       작은 충고를 해주며 정작 손을 더럽히는 일은 리카르도가 했던 기억들이 유리아의 감정을 좀먹어갔다.

        

        

       그리고.

        

        

       그 감정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소중하다면서요….”

        

        

       “그럼 본인 몸도 소중하게 지키셔야죠.”

        

       

       “왜…! 혼자만 다치는 건데… 왜에! 혼자 나쁜 사람이 되냐고요. 저도 친구잖아요. 같이 울고 웃는 친구 잖아요…”

       

       

       예전부터 유리아는 생각했었다.

       

       

       혼자서 밥을 먹을 때도.

       기숙사 아카데미에서 리카르도를 미워할 때도.

       자신을 괴롭혔던 리카르도의 모든 행동들이 미우면서 동시에 가슴이 아리도록 아팠었다.

       

       

       그때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리카르도가 미웠고.

       모든 게 그에게서 비롯된 일인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미안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도움을 받았는데… 받기 만하고 미워해서…

       

       

       그래서.

       

       

       리카르도를 많이 미워했던 것 같다.

       

       

       유리아는 울음을 참으며 리카르도에 소리쳤다.

       

        

       “저희 처음부터 다시 친해져요.”

       “…”

       “예전일은 잊고… 다시.”

        

        

       유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우리 친구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퇴고가 어설픕니닷…!
    연참을 위해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탓에…!
    죄송합니다!

    후원 감사 맨트는 다음 회차에 쓰도록 하셌습니닷…!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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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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