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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경고 : 산불 도착까지 22초. 방화 셔터 작동 중.]

        

        

        

       “어후, 얼른 나가야겠네.”

        

        

        

        건물의 유리창 밖으로 시뻘건 불길이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다.

        

        하늘은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것마냥 벌갰고, 화염과 연기가 주변을 가린 탓에 시야 확보조차 원활하지 않은 상황. 세상에 악마가 도래하면 이런 느낌일까. 산등성이는 지옥에서 갓 건져올린 것마냥 붉게 발광하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비장한 기분이 들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산불이 닥칠 것이다. 이미 화염이 빚어낸 불안정한 기류들이 주변을 휩쓸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곳곳에 비치된 차량조차 폭발할 터.

        

        일부러 유저들이 잘 찾지 않는 비교적 외곽 부분에 내린 건 좋은 선택이긴 했다. 전투보단 생존성을 우선시하는 건 고티어로 갈수록 당연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랜드마크의 생존률이 높다는 건 아니었다.

        

        

        22초란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본격적으로 화마가 몰아쳤다. 주변 환경이 잘 정리되었다면 몰라도, 설정 상 오메가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이런 산 속 대규모 시설의 환경 정리는 순식간에 내팽개쳐졌다.

        

        다르게 말하면 불쏘시개들이 단지 안까지 침투했단 소리였다.

        

        마치 살아있는 것마냥 불꽃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단지 깊숙히 파고든다. 타닥거리는 소리가 유리창 너머로 들릴 정도였다. 이미 챙길 것들은 전부 챙겼기에 몸만 나가면 되었다.

        

        맵 중앙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기에 이 근방에서 계속 머무르면 비교적 손쉽게 킬 포인트를 챙겨갈 수 있을지도 몰랐으나, 아무리 가상현실이라고 하더라도 불은 인간의 근본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문을 열고, 통제실 밖으로 나간다.

        

        건물 곳곳에 위치한 천장의 셔터 십수 개가 일제히 내려오며 불길한 음성을 사방으로 퍼뜨린다. 층이 여러 개 있는 나름 큰 건물이었기에 셔터로 단절되지 않은 길을 따라 내려오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히 1층의 주요 통로 역시 막혀있었다.

        

        

       

       “미리 나갈 걸 그랬나.”

        

        

        

        적당히 창문을 깨서 나가면 되려나 모르겠다.

        

        시설의 구조를 완전히는 알고 있지 않았었기에, 그는 1층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다지 인간 친화적이지 않은 시설은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기며 더더욱 자연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했는데, 요컨대 지 혼자 작동을 멈춰 안 열리는 문도 몇몇 개 있단 소리였다.

        

        

        화마가 다가오며 불은 꺼지고, 산불이 빚어낸 은은한 붉은 조명과 천장의 사이렌만이 시끄러운 고성을 내면서 복도에 아주 미약한 광원을 드리웠다.

        

        그리 자주 본 경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익숙하지 않은 광경은 아니었다. 거기에 나뭇가지 타는 백색 소음과 섞인 삐익거리는 사이렌 소리. 어쩌면 스릴러 영화에나 나올 법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게임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넌더리가 날 정도로 오랫동안 AP에 몸담아왔다. 온갖 공포심이 들 상황이 있다고 한들 게임 안에 귀신은 없었고, 사람은 총을 맞으면 죽었다.

        

        그러니까, 무서울 리가 없었다.

        

        

        물론,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굉음이 사이렌 소리에 섞이기 전까지는.

        

        

        

       ───콰아앙!

        

        

        

       “…뭐야, 이게 뭔 소리야.”

        

        

        

        폭탄이 터지는 소리는…아니다. 그랬으면 훨씬 더 웅장한 소리가 났겠지.

        

        게다가 한두 번 들려오는 것도 아니고 연속적으로 난다. 서로 같은 소리도 아니었다. 전부 비슷하게 들렸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조금씩 달랐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는 것도 아니었다.

        

        후우. 힘겹게 숨을 내뱉는다.

        

        자동적으로 방아쇠울에 걸린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수백 도의 고열이 건물 인근으로 난입하기 시작했지만 손가락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확인해야만 하나?

        

        꼭 그런 필요까지는 없었다. 어쨌든 이곳은 곧 킬존 안에 들어간다. 더 좋은 방법으로는 바깥으로 나가 차량 근처에서 숨어있다가 그걸 탑승하려는 적을 잡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방화 셔터 때문에 나가는 길을 쉽사리 찾을 수 없다는 점. 점착 폭탄 같은 스킬이 있었더라면 셔터를 박살내고 쉽게 나갈 수 있었겠지만 이런 사람도 별로 없는 곳에 스킬 활성화 구역이 있겠는가.

        

        돌고 돌아 원점이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창문 같은 곳이 있는 방을 찾아, 그것을 깨고 나가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1층을 좀 더 이리저리 돌아볼 필요가 있었고.

        

        

        

       ‘…이런 순간이 제일 싫은데.’

        

        

        

        인간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을 두려워하기 마련이었다.

        

        자신 역시도 Xi에서 오랜 기간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하며 이런 상황을 마주한 적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땐 차라리 그냥 건물 밖에서 싸우는 걸 선택하는 편이었다.

        

        이런 곳에서 술래잡기를 하다간 시간이고 뭐고 다 까먹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굳이 오랫동안 손도 대기 싫은 긴장감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적과 조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수명이 깎이는 기분이었으니까.

        

       

        

       ───쿠웅! 콰드득!

        

        

        

       “…아니, 누구야. 진짜 지치지도 않나.”

        

        

        

        그 아무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마치 괴물과 술래잡기를 하는 기분이 들어, 어차피 이 판이 끝나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돌격소총을 절로 꽉 끌어안게 된다.

        

        소음의 정체가 뭔지는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그다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하는 게 맞다면, 뭐어. 게임을 하다가 뭔가 영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었나보지.

        

        

        어느덧 1층의 절반 정도를 탐사했지만, 안타깝게도 유리를 깨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창문은 없었다. 아마도 산을 맞대고 있는 방향을 탐색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중앙 복도를 가로질러 가야만 했다.

        

        

        

       ‘불안한데….’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코너를 돌 때마다 몸에 배인 CQB의 경험대로 빠른 조준은 잊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심장 깊숙한 곳에서 어째서인지 솟아오르는 공포감은 흐려지지 않고 존재감을 더해간다.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은 채, 살금살금 걸으면서 눈동자만을 굴려 빠르게 양 옆을 살핀다. 중앙 복도는 십자 형태였다. 따라서 1층은 중앙 복도를 기준으로 크게 네 개의 사분면으로 분단할 수 있었다.

        

        죽을 위험이 가장 높은 십자 복도는 달려서 횡단한다. 그것과 동시에 빠르게 누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아무도 없다면 반대쪽 사분면을 조심스럽게 확인할 계획이었다.

        

        빠르게 달려가며 양 옆을 살핀다. 적으로 추측되는 인영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광경이 망막에 새겨진다.

        

        

        

       “…!”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방화 셔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구멍 뒤로 새빨간 불길이 일렁이며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잠시 멍해진 머리가 급격히 회전하며 뇌리에 경고를 때려박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서로가 서로의 범위 안에 들어와있었다.

        

        

        

       -부우웅!

        

        

        

        마지막 순간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황급히 구른 순간 귓전을 스쳐지나가는 스산한 바람 소리와 – 마치 콘크리트가 완전히 박살나는 것만 같은 기묘한 파쇄음에 황급히 몸을 돌린 순간,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천장의 붉은 사이렌과 바깥에서부터 들이닥치기 시작한 화염, 그것을 등진 한 인영. 절로 위압감이 드는 방독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무기질적인 눈빛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풀무장.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손에 들린 것은 총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소방 도끼였다.

        

        

        

       “우와아아아악─!”

        

        

        

       ───드르르르륵!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든 피를 전부 일거에 탈수시키는 듯한 무지막지한 공포감과 총기를 다루며 생긴 근육 기억. 그 두 가지의 조화는 절체절명의 순간 어떻게든 탄환을 흩뿌릴 수 있게 만들었다.

        

        복도를 가득히 메우는 머즐 플래시와 함께 일어서서 달린다. 숨조차 잘 쉬어지지 않지만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고, 복도를 겨눈다.

        

        그와 동시에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두 명은 양쪽 끝의 복도에 숨은 채 서로에게 총알을 갈겨대었으나, 안타깝게도 처음에 먼저 탄환을 일곱 발 가량 소모한 그가 먼저 재장전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의문의 괴한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기회를 붙잡겠단 듯 복도 건너편에서부터 묵직한 소음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접근 중이었다. 복도의 길이는 대략 40미터 가량이었다. 근래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한 그는 순식간에 탄창을 갈고 복도를 겨눈다.

        

        그러나 그 순간, 그가 먼저 본 것은 복도를 가로지르는 괴한이 아닌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는 정체모를 물체였다.

        

        

        그렇기에, 반사적으로 총을 가로로 들어 막아버리고 말았다. 

        

        

        

       “아윽!”

        

        

        

        쩌엉!

        

        철과 철이 맞부딪히는 소리.

        

        어떻게든 간신히 막아낸 것 같긴 했지만 팔로부터 전해지는 충격량이 심상치 않았다. 조준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설령 조준한다고 하더라도 –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인영을 멈출 수는 없었다.

        

        차에 치이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그는 그러한 생각과 함께 괴한에게 받혀 복도의 벽면에 쿵 하고 들이박혔다. 그 순간 보이는 것은 총에 부딪혀 튕겨져나가 허공에서 회전하다가 이제야 낙하하기 시작한…소방 도끼.

        

        그것을 왼손으로 낚아챔과 동시에, 괴한의 오른팔에서 거무튀튀한 물체가 튀어나와 자신을 겨누었다.

        

        총이었다.

        

        

        

       -[알림 : 다발성 골절 감지. 자가치유 및 상태이상 ‘혼란’ 해제까지 10초.]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을 보며, 잠시간 상황을 살피던 괴한은, 놀랍도록 어울리지 않는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 – 그러나 방독면 때문에 조금은 탁해진 – 로 입을 열어 놀라움을 표했다.

        

        

        

       “공격을 피하다니 놀랍네요.”

        

       “…진짜….”

        

        

        

        못해먹겠다, 증말. 너무하네.

        

        이 즈음까지도 상대가 누군지를 모른다는 건 바보같은 소리였다. 그 말로만 듣던 유진이라니.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더럽게 없을 수가.

        

        그녀는 잠시 왼손에 들린 도끼에 시선을 주더니, 그것을 등에 맨 배낭에 대충 결속하고 총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바라보며, 그저 힘겹게 덧붙인다.

        

        

        

       “다음이 있으면…그땐 제발 좀 개활지에서 싸웁시다.”

        

       “하하. 가능하면 그리 할게요.”

        

        

        

        투웅.

        

        눈 앞에 불꽃이 번쩍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의 모습은 클리너의 그것을 상상하면 되겠습니다

    이하는 100화 관련 사족입니다.

    사실 지금 와서 말하자면 이 소설은…까까 사먹을 돈이라도 제 손으로 벌어볼까 해서 시작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바람에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것들을 할 수가 있게 됐네요. 감개가 무량하다고 해야만 하는지, 솔직히 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있어 돈을 지불하기에 합당한 소설이 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생각보다 제 체력이 영 별로라는 것도,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도 알았지만, 독자분들이 이걸 봐주시니 앞에 나열했던 것들은 그리 신경쓰이지가 않네요.

    예약을 올리고 있는 지금은 수요일 밤입니다. 5시간 자고 일어나서 하루종일 긴장하며 연주대회 같은 걸 하고 와서인지 제가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그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연재하던 소설을 5년 가까이 질질 끈 적이 있지만, 완결냈습니다.

    물론 그때는 돈을 받고 쓴 소설이 아니라서 그리 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이 뒷따르니까요.

    그러니 연중은 없을 겁니다

    이미 스토리 완결까지 다 짜놨는데 연중할 이유가 업긴 하죠…아무튼 그렇습니다

    100화까지 따라와주셔서 정말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고작 2연참밖에 드릴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

    그럼 저는 이제 라흐마니노프 에튀드의 늪에 빠지러 가겠습니다 안뇽…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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