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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자신을 ‘미네’라 밝힌 소녀는 상당히 사교성이 좋은 소녀였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고, 겉보기에 사이버 의수를 장착한 티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이버 의수를 이식하기보다는 유전 공학적 시술을 받은 쪽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이버 의수가 아닌, 비싼 유전 공학적 시술을 받았다는 말은…….

       

        “귀족이겠지?”

       

        “아마도?”

       

        아놀드의 혼잣말에, 제인이 멍하니 대답했다.

        그런 그들에게 필립이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 다른 무엇보다, 리벨롭 백작이 직접 호위를 의뢰한 대상이니까요. 적어도 백작씩이나 되는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겠죠.

       

        “…….”

       

        “…….”

       

        안드로이드의 타당한 의견에, 크루들의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즉, 이번에 그들이 호위하게 된 ‘미네’라는 소녀는, 사실 리벨롭 백작보다 더 고귀한 귀족님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보통 그런 귀족에게 뭔가 하나 실수하는 순간, 그대로 이 우주에서 존재 자체가 지워질 수도 있다.

       

        “어이. 캡틴? 우리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은데?”

       

        아놀드가 화가 난 얼굴로 레이지의 앞에 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조종간을 잡을 뿐이었다.

       

        “앞이 안 보이잖아. 비켜 줄래?”

       

        “……지금 워프 드라이브 중인데?”

       

        워프 드라이브.

        웜홀을 열어 수천 광년 거리의 성계 단위로 초고속 이동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우주선에게 장착된 기술이며, 설사 워프 드라이브할 수 있는 거리가 짧다고 하더라도, 특정 지역마다 설치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한다면 손쉽게 체험이 가능하다.

        사실상 은하 하나를 지배하는 알리네시아 제국이, 제국으로서 유지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셈이다.

       

        당연하지만 아무리 순간 이동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수천 광년의 거리를 1초 만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광년 거리를 가는데 거의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워프 드라이브 중에는 ‘자동 조종’이 지원된다.

       

        “어이! 에코!”

       

        = 네. 미스터 아놀드.

       

        “지금 자동 조종 중이지?!”

       

        = 그렇습니다.

       

        “……그렇다는데 캡틴?”

       

        “이런.”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항복 자세를 취하는 레이지.

        그런 캡틴을 향해, 속아버린 크루들이 이를 갈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캡틴. 남길 말은?”

       

        “……살려주세요?”

       

        참고로 콕핏은 비상시 비상 탈출용 포트의 역할도 겸한다.

        물론 진짜 비상 탈출용 포트만큼의 성능은 나오지 않겠지만, 여차할 경우에는 그런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다.

       

        무슨 소리냐고?

        유사시 비상탈출 용도로 사용해야 하니까, 밀폐가 잘 된다는 소리다.

       

       

        *            *            *

       

       

        나는 콕핏쪽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싸울 거면 다른 데서 싸우지…… 콕핏은 내 본체의 머리가 위치한 곳에 있어서 좀 시끄러운데 말이야.

       

        아삭!

       

        과자를 우물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런 내 뒤를, 미네라는 소녀가 따라왔다.

       

        왜 나와 소녀 둘이서만 우주선을 걷고 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호위 대상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이 소녀와 같이 행동해야 하는데, 당연히 누군가는 이 소녀에게 우주선의 내부를 안내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크루들 중 아무도 이 소녀를 안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하게 되었지.’

       

        왜 인간들은 신분이라는 것에 그렇게 벌벌 떨까?

        수틀리면 그냥 쥐어패거나, 죽이고 아무 곳에나 버리면 되지 않나?

        물론 이 생각이 너무 아먄적인 생각이라는 것 정도는 알지만…… 의외로 이쪽 인간들도 나름 야만적이던데?

        수틀리면 사고부터 치던 인간들이 의외로 많더라.

       

        그런 생각 하면서 우주선 내부를 안내하고 있던 때였다.

        휘둥그레진 얼굴로 내부를 구경하던 소녀가 나에게 물었다.

       

        “저기…….”

       

        “왜 그러느냐?”

       

        “그, 용병들은 전부 이렇게 호화롭게 사나요?”

       

        “??”

       

        소녀의 질문에 나는 다시 우주선 내부를 바라보았다.

        어디 보자…… 저기 보이는 가구들은 ‘아르지노 모델링’이라는 회사의 최신 제품이랬나? 그런 것이었고.

        주방에 존재하는 자동 조리기구는 ‘쿡 & 셰프’의 최신식 모델이었다고 들었다. 내가 지금도 잘 써먹고 있는 것이니 이건 잘 안다.

        그리고 그 외에 냉방 시설이나, 가전제품, 그 외의 기타 등등도 제법 최신식으로 샀었고…….

       

        “…….”

       

        그보다 나는 다른 용병들의 삶이 어떤지 잘 모른다.

        드래곤은 인간의 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우주선의 내부를 통째로 바꿀 때는, 레이지가 용병 일로 모은 돈에 내가 만들어 준 희귀 금속을 판 돈으로 바꿨었다.

        그러니 그걸 생각해 볼 때, 아마 다른 용병들은 이런 생활까지는 힘들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물론 그냥 내 추측이지만 말이다.

       

        “잘 모르겠구나.”

       

        “그렇군요…….”

       

        내 대답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초월자인 내 추측은 굉장히 높은 확률로 잘 맞는 편이지만, 이럴 때는 그냥 모른다고 하는 게 편하다.

        괜히 아는 척했다가 아니라면 상대에게도 실례고, 나 스스로에게도 실례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이후에도 우주선 안내는 계속되었다.

        거실, 휴게실, 무기 보관실…… 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이기에 뺐고.

        아무튼 손님에게 공개할 부분은 전부 공개했다.

        그 후 소녀를 데리고 휴게실로 내려가자…….

       

        “왔어?”

       

        “???”

       

        레이지가 멍든 얼굴에 얼음찜질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적당히 맞았구나?

       

        “하와와! 괘, 괜찮으신가요 선장님?”

       

        우리들에겐 일상과 같은 일이었지만, 이런 일상에 대해 잘 모르는 소녀 미네가 화들짝 놀라 레이지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자신에게 딱 달라붙어 얼굴 위로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는 호위 대상의 행동에, 레이지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쭉 뺐다.

       

        “괘, 괜찮으니까 고개 좀…….”

       

        자칫하다가는 그대로 입술과 입술이 맞닿을 것 같은 가까운 거리.

        그에 레이지가 소녀를 말리려던 그때였다.

       

        파앗!

       

        “엇?!”

       

        “앗?!”

       

        레이지의 상처에 닿은 소녀의 손으로부터 하얀색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에 닿은 레이지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낫기 시작했다.

       

        최고급 의료용 나노머신을 사용한 것과 비슷한 속도의 치유.

        하지만 소녀는 의료용 나노머신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소녀의 몸에선 사이버 의수의 그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크루들은 휘둥그레진 얼굴로 소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나는 아니었다.

        소녀를 천룡안으로 보았을 때, 이미 소녀에게 잠재된 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성력이라…….’

       

        이쪽 차원에서 신성력을 본 것은 처음이다.

       

        본디 신성력이란 필멸자가 초월자에게 품는 ‘믿음’으로부터 비롯되는 힘이다.

        말하자면, 신성력의 원천인 ‘믿음’으로부터 초월자가 ‘신성력’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그대로 신도들에게 내려 준다.

        이것이 기본적인 신성력의 메커니즘이다.

       

        물론 ‘기본’이 있다는 말은, ‘편법’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

        저런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신성력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것은 지금 생각해 볼 문제는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저 소녀가 신성력을 사용했다는 것.

        그리고 이 차원에서 신성력을 사용하는 광경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쪽 차원에 존재하는 다른 초월자인가?’

       

        신성력이 존재한다는 말은, 적어도 이 차원에는 나 이외에 다른 초월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신성력을 품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이상, 아마도 저쪽 역시 내 존재를 눈치챘을 터.

        신성력을 품고 있다는 말은, 저 아이는 그 초월자의 신도라는 뜻이니까.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그, 글쎄요?

       

        “으응?!”

       

        그보다는 지금 화들짝 놀라고 있는 크루들부터 진정시켜야겠다.

        이대로 있다가는 자기 볼이라도 힘껏 꼬집어 볼 기세다.

       

        주위의 인간들을 벙찌개 만들었다는 자각이 없는지, 소녀는 멀쩡해진 레이지의 얼굴을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다 됐어요!”

       

        “어……. 고,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다 나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한 손을 가슴 위로 올리며 자애롭게 웃는 소녀.

        그 모습은 일견 인간들이 말하는 ‘성녀’를 닮은 모습이었으나, 주위의 크루들은 그녀를 마치 ‘외계인’을 바라보듯 바라볼 뿐이었다.

        왜냐하면 이 세계에선 ‘판타지’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고, 마법이나 초능력이라는 것은 상상의 산물이라고만 알고 있는 이들이었으니까.

        그런 이들의 앞에서 이능(신성력이지만 이쪽 차원 인간들에게는 그런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지식이 없다)을 사용했으니…….

       

        “……아.”

       

        뒤늦게 자기 잘못을 깨달았는지, 소녀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아마 이와 비슷한 일을 많이 겪었던 모양인지, 소녀의 얼굴이 점점 죽어 가기 시작할 때였다.

       

        덥석!

       

        “앗?!”

       

        “고마워!”

       

        레이지가 소녀의 양손을 붙잡으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 쑤셨는데, 덕분에 괜찮아졌어.”

       

        “……선장님은, 무섭지 않으신가요?”

       

        “뭐가?”

       

        “제…… 힘이요.”

       

        소녀가 몸을 움츠렸다.

        이미 그녀의 과거를 본 처지에서 말하자면, 그녀는 저 힘을 보여 준 이들로부터 배척을 받아왔다.

        보통 그런 경험을 어릴 때부터 했다면 본능적으로 신성력을 사용하길 꺼려 했을 테지만, 다친 이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소녀의 다정한 마음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을 저지르고, 배척받고, 후회하고, 다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반복해 왔던 것이다.

       

        소녀는 이번에도 배척받을 것을 각오했다.

        말로는 고맙다, 괜찮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은근히 꺼려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아, 괜찮아.”

       

        “네?”

       

        레이지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소녀에게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도 그럴게…….

       

        “이미 익숙해서…….”

       

        “……네?”

       

        레이지는 이미 ‘나’에 의해서 저런 이능에 익숙해진 이였으니까.

       

        아삭!

       

        “음…… 맛있군.”

       

        나는 과자를 씹으며 젊은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차! 함부로 말을 놓은 것을…….”

       

        “괘, 괜찮아요. 오히려 말을 놓아주시면…….”

       

        이제는 서로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리고 어느새 둘의 세계에서 잊혀진 크루들은, 어느새 내 옆으로 와서는 짜게 식은 눈으로 레이지를 바라보았다.

       

        “리얼충은 폭파해라.”

       

        “빌어먹을…….”

       

        “춥다…….”

       

        = 하! 잠시 기체 점검 좀 하고 오겠습니다.

       

        크루들의 눈초리 속에서도, 둘의 주위에선 꽃이 피는 것 같은 훈훈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린애들 연애를 감상하며 과자 드시는 드래곤님.

    봄이었다…….

    독자님에게 돈으로 후드려 맞아서, 연참합니다. ㅠㅠ

    레리스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참고로 투표 결과는 내일이나 내일 모래 나옵니다.

    즉, 그 때 연참은 그 때 또 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쓰러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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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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