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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뒹굴거릴 때마다 방송을 틀어 놓을 정도로 좋아했던 아따먹.

       거기에 영상 도네이션이 올 때마다 잘생겼다고 생각하곤 했던 레반까지.

       

       그 둘과 한 팀이 되는 걸로도 모자라, 셋이 함께 자신만을 위한 특훈을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신났던가.

        

       너무 텐션이 오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일 정도였다. 컨디션을 이유로 캠을 꺼둔 덕분에 표정관리는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그러나,

        

       “아! 아! 잠깐만요! 잠깐! 아, 잠깐이라- 흐꺅!”

        

       리스폰되고, 상자를 향해 루트를 짜고 뛰다가, 어디선가 나타난 광전사에게 팔을 잘리고, 얼마 후 남은 한 팔마저 잘리며 사망하기를 40여 회.

        

       시간으로는, 약 두 시간이 흘렀고-

        

       이는 부풀어올랐던 설렘이 모두 박살나고, 승리를 향한 열망만 남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눈물이 난다』

       『별포크 지켜ㅠㅠ』

       『그래도 멀리 갔네 이번엔』

       『포크스, 팔이……! 43번째 잘렸어……!』

       『레반 ㅈㄴ 무자비하네』

       『씹 보는 내가 도끼 트라우마 생길거같다 진짜』

       『근데 잘 튀긴 한다 챌린저 상댄데』

       『비명 맛있네』

       『다음 영상은 비명소리 모음집 60분입니다』

       『이 여자…공포게임에선 어떨까?』

       『도적은 원래 팔이 없음?』

       『훈련입니다~ 고문 아니에요~』

        

       평소보다 5배는 빠른 채팅을 살펴보는 건 진작에 포기한지 오래였다. 튀어오르는 피와 (별포크가 생각하기에) 징그러운 묘사조차 언제부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지경이었으니.

        

       흐트러져가는 정신을 가까스로 끌어 모으며, 회피기를 사용한 후 흔들리는 도끼날 함정 뒤로 숨어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은신.

        

       가쁜 숨을 내쉬며, 몸을 웅크린 채 기다렸다.

        

       다가오지 않는다.

        

       예상했던 대로, 광전사는 어설프게 추격하는 대신 퇴로를 봉쇄하러 가는 것을 택했다.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위치 확인을 마친 별포크는 자연스레 상자의 반대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예상할 수 없는 경로를 사용해야 한다’는 이예나의 가르침이, 여러 차례의 죽음을 통해 본능적으로 체득된 덕분이었다.

        

       따라오는 발걸음은 없었다.

        

       한 팔은 내줬지만, 도주에는 성공했다는 의미.

        

       살금살금 두 발을 움직이며, 어두컴컴한 지하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였다. 마이크를 켜지 않은 이상 아무 의미 없음에도. 

        

       이번에는 벌써 상자 두 개를 확인한 상황. 설마하니 리치 방에 숨어있지는 않을 테니, 위치는 사실상 확정이었다. 이제 불과 30초면 시야에 닿을 상자에서, 그녀의 목표- 아따먹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드디어 눈 앞에 광명이 보이는 듯한 심경으로, 마지막 코너를 향해 뛰어가던 순간.

        

       -퍼억.

        

       시야가 다시 한번 붉게 물들었다.

        

       ‘아! 저 더러운 혐무꾼이 진짜!’

        

       만약 이예나가 옆에 있었더라면, 육성으로 욕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도한 자제력이니, 어서 맥주를 마저 마시라고 했으리라.

        

       ‘아, 아니. 아니지. 레반님 따로 시간 내서 도와주시는 건데…….’

        

       그러나 몹시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인터넷으로만 함께 하는 중이었기에, 별포크는 본래의 착한 품성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반성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예나로서는 아쉽기 그지없을 일이었다.

        

       《이번에 좋았네요. 루트도 괜찮았고……은신 타이밍이 특히 좋았어요. 음……어떠신가요. 저기 저 광전사가 갑자기 미워보인다거나, 그러진 않나요?》

        

       이제는 익숙해진 루틴이었다. 이예나는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피드백을 준 후,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것임이 틀림없는 농담섞인 질문을 해왔으니.

        

       별포크로서는, 이렇게 따스하게 케어해주는 멘토와 함께 하면서도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자신의 재능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죄송해요.”

        

       누구에게 향하는 건지 모를 사과를 입에 담는 별포크의 귀로, 중저음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면 어떨까요? 저도 조금 피곤하네요.》

        

       레반이었다. 평소 방송 시간을 생각하면, 피곤할 리가 없는.

       

       그녀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눈치채고 던진 제안이었다. 

        

       《음……그럴까요. 별포크님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아……아, 저는, 저는 안 힘들었어요! 두 분이 고생 많으셨죠. 감사, 감사합니다.”

        

       다급하게 힘을 내서 대답하는 별포크의 목소리에서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가 묻어나왔다.

        

       간만의 음주에 더하여, 유래 없을 정도로 집중하고, 그 와중에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추가로 맥주를 들이켠 탓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이라도 방송을 종료하고 침대에 눕기만 하면 3초 이내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청자들로부터 (그리고 이예나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다는 의지로, 억지로 버텨왔을 뿐.

        

       그런 그녀의 컨디션을 시청자들도 느낀 걸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애가 반쯤 정신이 나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애 목소리 왜케 짠하냐』

       『얘 원래 게임 이렇게 열심히 함?』

       『씹호감이네;』

       『근데 진짜 실력 늘지 않았음?』

       『멘탈 하나는 탈 브론즈 인정한다』

       『저희 인정협회에서는 별포크님을 겜진스로 인정합니다』

       『맵은 일단 확실히 외운듯』

       『움직임 좋아졌어』

        

       방송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데도, 채팅창은 아쉬움 없이 별포크를 응원하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1만명이 넘는 시청자들 중 대부분은 본래 별포크의 팬이 아니었음에도.

       

       무자비하게 쫓기고 찢기며 힘겨워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다시 일어나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덕분이리라.

        

       첫 날, 제대로 노력할 생각도 없으면서 대회는 왜 신청했냐는 비난으로 도배된 위게더를 보고 한참을 우울해했던 별포크로서는,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혹시 내 이미지까지 생각하셔서……이렇게까지 가혹하게 몰아붙이신…….’

        

       팬심에서 비롯된 허무맹랑한 생각이었지만, 아주 말도 안 되는 오해는 아니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훈련을 구상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제 훈련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게 더욱 힘들어지고 있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안 괜찮으시잖아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너무 괴롭힌 것 같아서 제가 죄송하네요. 이런 훈련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해야 떠올리는 건지 모르겠네……별포크님 팬분들께서 보기에도 좀 그랬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

        

       《……그러게, 비방송으로 하자고 했잖아요. 레반님이 방송 키자고 하셨으면서.》

        

       《아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그리고 비방송으로 했으면 더 문제에요.》

        

       “저, 저는 감사했어요! 레반님, 진짜 감사해요. 어떻게 보답해드려야 할지…….”

        

       정신줄을 반쯤 놓은 채 두 멘토의 대화를 멍하니 듣고 있던 별포크가 황급히 감사를 표했다.

       

       반사적으로 말하다시피 했지만, 그만큼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대회에서 같은 팀이 되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도와줄 의무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으니. 

       

       《아닙니다. 별포크님이 열심히 하셔서 저도 연습 도와드리는 보람이 있었어요. 보답은 저 사람한테만 받아내면 될 것 같네요.》

         

       ‘팀, 진짜 잘 고른 것 같아…….’

        

       도움을 받은 사람은 감사를 표하고, 도움을 준 사람은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그런 부드럽고 훈훈한 분위기. 스포츠 영화의 특훈 씬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광경에, 시청자들도 박수를 보내며 만족을 표하고 있었다.

       

       《그럼요. 저 그렇게 배은망덕한 사람 아니에요. 저번에도 치킨 사드렸잖아요.》

        

       이예나의 한 마디에, 따스한 응원으로 가득찼던 채팅창이 돌변하기 전까지는.

        

       『밥을 사줬다고?? 만났다고??』

       『??』

       『치킨??』

       『저번? 저번이 언제임?』

       『???치킨??? 둘이 치킨 시켜먹었다는 거?』

       『막간상식) 치킨은 모텔에서 가장 자주 시키는 배달음식 중 하나다』

       『시1발 부럽다 레반아!!!!』

       『진짜임?』

       『절대 안 된다 우리 센세 데려가려면 챌린저 1등은 찍고 와라』

        

       《아니, ㅆ- 기프티콘 보냈다고 정확하게 말하세요. 그걸 그냥 치킨 사줬다고 하면 어떡해. 만나서 사준 줄 알잖아요.》

        

       《아. 만나서 직접 사드리는 걸 원하셨나요……앞으로 참고하겠습니다. 자꾸 거절만 하시니까 뭘 좋아하시는지를 잘 모르겠어서 그랬어요.》

        

       《야이-》

        

       – 레따먹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얘네 왜 남의 방송에서 사랑싸움하냐】

        

       『사랑싸움? 너 어디 살아?』

       『??』

       『ㅈ결충 쳐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반 얼타는 거 왜케 커여워』

       『씹퐉스련……』

       『저거저거 만날 빌드업 쌓는 거 보소』

       『도망가라 레반아 저거 보통 미친년 아니다』

       『아 저 미친1년 진짜』

       

       삽시간에 대형 화재가 번지기 시작한 채팅창을 남의 방송마냥 바라보며, 별포크는 문득 몇 시간 전 만났던 이예나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그런 얼굴로 저런 소……아니, 말씀을 하시는 거구나.’

        

       트위트에서 우결각은, 소위 말하는 ‘방방봐’가 가능한 수준의 외모여야 잡아볼 수 있다.

       

       최소한 별포크의 상식 상으로는 그러했다. 진짜로 연애감정이 생길 것 같은 이성과 우결을 찍는 걸 좋아할 팬은 없을 테니.

       

       그런 짓을 했다간, 양쪽 팬덤이 모두 초토화되기 딱 좋다. 겉으로는 쿨하게 재밌다는 반응만 하면서 내적으로는 손절을 하는 팬들이 생겨나는, 스트리머로서는 가장 경계해야하는 상황을 자초하는 꼴이다.

       

       레반이 얼굴을 공개하고 나서, 그와 방송에서 달달한 분위기를 잡으려 드는 여자 스트리머가 순식간에 사라진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이예나가 그런 각 따위를 생각하고 있을 리는 없었지만- 그녀의 외모를 상기한 별포크는, 새삼 이예나가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

        

       [레반: 아 뭐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음에는 만나서 사드릴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화내지 마세요]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레반: 그냥 다음에 컨텐츠 도움 필요하면 저도 부탁할테니]

       [레반: 그 때 도와줘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걸로 되겠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번에도 치킨으로 좀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레반: 네 충분합니다]

       [레반: 충분하니까 따로 보답 같은 거 하시지 마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컨텐츠 말씀하시면 꼭 할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방봐: 방송은 방송으로 봐라의 준말로, 인터넷방송으로 송출되는 각종 내용은 반쯤은 연기이니 과몰입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된 말.

    SnowOne 님, 2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노상에서 맥주를 마시기 좋은 날씨네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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