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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에스티는 옛 기억을 반추했다.

         

       – 본좌가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징그러울 정도로 근육질 투성이인 무식한 인간. ‘목적’을 잃고 유유자적 강가를 거슬러 올라가던 에스티가 무왕을 만난 것은, 그저 우연에 불과했다.

         

       – 네 힘은 바다를 움직이는 것. 본좌의 힘이 바다를 상대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구나.

         

       확실히,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싫지도 않았다.

       에스티 또한 정상인의 범주에 속해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무(武)에 미쳐 있는 남자.

         

       – 싫어.

       – 파도를 움직이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에스티는 벌렁 드러누웠다.

         

       – 죽여. 마침 죽고 싶었는데 잘 됐네.

       – 허허……미친년이었구나. 본좌가 장난하는걸로 보이더냐?

       – 아닌거 아니까, 죽이라고. 떠다니는 것도 질렸어.

         

       무왕이 숨을 삼켰다. 그는 에스티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스스로를 자비로운 사람이라고 여겼기에, 죽여달라는 에스티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바다를 상대할 기회는 영영 없을 것이다.

         

       무왕은 한 발 양보했다.

         

       – ……바다가 힘들면 강이라도 괜찮다.

       – 귀찮아.

       – 그럼 단번에 죽여줄테니 강을 움직여다오

       – 자꾸 귀찮게 할래?

         

       무왕의 근육이 분노로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는 에스티를 해할 수 없었다.

       에스티가 파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는 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날부터 무왕의 구애가 시작되었다.

         

       – 주술사들을 시켜 세끼 밥을 해주겠다. 바다를 움직여다오.

       – 메뉴가 뭔데?

       – 미카벨의 특산물로 빚은 벽곡단이다. 견과류 맛이 탁월하지.

       – ……더럽게 맛없네. 오늘부터 이슬만 먹다 뒈질려니까, 찾아오지마.

         

       그렇게 1년, 2년…….

         

       에스티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무왕의 무식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

         

         

       에스티와 무왕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에, 참다 못한 올리비아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냥. 좀 달라졌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무식하구나 싶어서.”

         

       무왕과 하루 이틀 지낸 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잘……아는 사이인가 보네.”

        “내가 아는 최고로 무식한 인간이야. 무슨 일인가 했더니, 또 엄한 사람 잡아다 패고 있었네.”

         

       즉답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에스티는 키엘이 누구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에스티는 세간의 소문 따위 신경쓰지 않고 바다에 박혀 살았으니까.

       그래서 무왕과 면식이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던 것이다.

         

       “어떻게, 살아있지?”

         

       무왕이 눈을 부릅뜨고 에스티와 올리비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로서는 지금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번에 보았던 그 번개가 환각이었단 말인가?

         

       “아직 안 죽었으니까 살아있지.”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위풍당당한 자세로 선 에스티를 보며, 무왕은 한참 동안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이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런가.”

       

       무왕을 돌아본 키엘은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나는……이런 미친 놈을 설득하려 했던건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혈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물론 올리비아는 그런 무왕이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회귀했음에도 여전히 단순하기 그지없는 무왕을 보고 안도하기까지 했다.

         

       무왕이 똑똑했다면, 그건 올리비아에게 재앙이나 마찬가지였을테니까.

         

       아리아처럼 뒤에서 판을 짜는 책사보다는,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부류가 상대하기 편했다.

         

       올리비아의 눈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쉐 발타르]

       – 레벨 : 94

       – 호감도 : ???

       – 직업 : 무투가

       – 칭호 : 회귀자, 대자연에 맞서는 자, 무왕, 무의 끝에 도전하는 자.

         

       다짜고짜 덤벼들지 않길래 혹시나 하여 살펴봤는데, 에스티처럼 호감도가 물음표 일색이었다.

         

       ‘……설마 했는데.’

         

       올리비아는 나름대로 그 이유를 유추해보았다.

         

       무왕은 삶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싸울 때,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는 전사였다.

       전사가 사라진 시대에, 마지막으로 남은 진정한 전사.

       그는 전장의 불꽃 속에서 영예롭게 죽기를 바라는 인간이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정신이 딴데 팔려있는 올리비아에게 무왕이 말했다.

         

       “답지 않게 머저리 같은 얼굴을 하고 있구나. 사냥감을 빼앗겨서 아쉬우냐?”

       “……사냥감이라니?”

       “또 빌어먹을 순진한 척을 하는구나. 본좌가 네놈의 수작에 두 번이나 속아줄 것 같으냐? 검성, 금발머리 할망구……허연 꼬맹이, 에스티까지. 전부 네 놈이 죽였지 않느냐. 하지만!”

         

       무왕이 통쾌하다는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그럴 수 없을거다! 적어도 키엘은 본좌의 손에 죽을테니……!”

         

       무왕이 키엘의 멱살을 쥔 주먹을 세차게 움켜쥐었다. 올리비아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키엘은…….

         

       촤아악!

         

       하지만 뼈 부러지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오호라.”

         

       무왕을 막은 것은 올리비아도, 키엘도 아니었다.

       에스티였다.

         

       격렬한 전투로 흘러내리는 땀. 아틸라 산맥의 눈. 얼음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

       바다에 있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무왕의 악력을 막아낼 정도라면 충분했다.

         

       “따갑구나.”

         

       꽈드득, 에스티가 만들어낸 물줄기가 무왕의 손가락을 뱀처럼 옭아매고 있었다.

         

       “쯧.”

       

       무왕은 혀를 차며 키엘을 바닥에 내팽겨쳤다. 진심을 다한다면 이깟 물줄기 따위 얼마든지 떨쳐낼 수 있었지만, 에스티의 얼굴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해보거라. 본좌가 들어주겠다.”

        “올리비아는 아무것도 몰라. 우리처럼 회귀하지 못했어. 넌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 하는거라고.”

         

       에스티가 올리비아의 볼을 붙잡은 다음, 한 번 보라는 듯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 말똥말똥한 눈동자를 좀 봐. 올리비아가 날 죽였을 때는 이렇지 않았어. 그때와는 눈동자부터 다르다고. 그때는 좀 더 퀭하고, 힘도 없고……뭐라고 해야되냐…….”

       “썩은 동태 눈깔 같기는 했지.”

       “맞아! 딱 그런 눈이었단 말이야.”

         

       그 순간 올리비아는 에스티의 성격이 왜 그리 이상하게 바뀌었는지를 깨달았다.

         

       ‘……무왕한테 물들었던 거였어.’

       

        누구라도 무왕과 엮인다면 그와 비슷하게 변할 것이다.

       단순해지고, 생각을 숨기지 않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야만전사처럼 말이다.

         

       실제로 자유도시 미카벨은 무왕의 영향을 받아 법보다 주먹이 가까이 있는 도시였다.

       놀랍게도 치안은 꽤나 좋았는데, 선을 넘은 작자들은 무왕이 직접 처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저번 생에도 처음부터 썩은 동태 눈깔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것까진 모르겠고, 그냥 넘어가면 파도 한 번 상대하게 해줄게. 최대한 큰 걸로.”

       “……파도를?”

         

       무왕이 멈칫했다.

       그는 땅바닥에 엎어진 키엘과,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올리비아를 차례대로 바라보다가, 입을 쫘악 벌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크하하하! 당장 가자꾸나!”

        “맞고 가라앉아도 난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왕은 양 손으로 에스티를 번쩍 들어올리고는, 그대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에스티는 무왕과 함께 사라지며 올리비아에게 윙크를 했다.

         

       “금방 올게.”

         

       순식간에 회귀자 둘이 사라졌다.

         

       무언가 휙휙 지나간 탓에, 올리비아는 도통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하지만 당황한 티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이것만으로 족했다.

       올리비아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몸을 추스르는 소리와 함께, 키엘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줘서 고맙다.”

         

       그렇게 말하는 키엘의 분위기는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파르르 떨리는 주먹. 사납게 일렁이는 오러가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어째서 나는.’

         

       키엘의 망막 깊숙한 곳에서 분노가 흘러넘쳤다.

       그것은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나만 왜……참지 못하는가.’

         

       듣자하니, ‘올리비아’에게 죽었던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무왕과 파도잡이는 자신들의 죽음에 대하여 크게 마음 쓰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그럴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별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지만, 그들의 정신상태를 알지 못하는 키엘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키엘에게, 이것은 수치였다.

         

       그들이 전생의 올리비아와 얼마나 가까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만큼 가깝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용서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망할…….

         

       키엘은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올리비아를 쳐다볼 자신이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시선은 여전히 키엘을 향해 있었다.

         

       “키엘.”

         

       고개를 들었다. 올리비아의 얼굴에 경멸은 없었다. 다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걱정과 안타까움 뿐이었다.

         

       한 때 목에 칼날을 댔던 자신에게…….

         

       올리비아는 회귀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좋은 사람이었다.

         

       “이리 와.”

       “……나는.”

       “닥치고 와. 치료해줄테니까.”

       

       키엘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러지 못했다.

       심한 내상을 입은 탓이다. 

       솔직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의식이…….’

       

       어물쩡거리는 그를 보며 올리비아가 미간을 찌푸린 순간.

       

       풀썩.

       

       키엘이 무너져내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키복치 또기절 ㄷㄷ;;

    -고란이 님 35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개추 감사드립니다.
    더욱,, 더우우우우욱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355코인이라니……무언가 특별한 뜻이 있는걸까요.

    삼오오 삼오오……사모오사모오

    그렇군요. 고란이 독자님은 저를 사모하셨던 거로군요.

    영광입니다.

    다음 번에는 사모사모, 삼천 오백 삼십 오코인 후원 기대하겠습니다.

    핫하하.

    (장난인거 아시죵?)

    355코인 감사합니다!!!!!!!! 3.5코인을 주셔도 헥헥거리면서 받아먹겠습니당

    – 백구와재구 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50코인 후원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아아악!!!!!!!!!!!!!!!!!!!!!!!!
    부족한 작품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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