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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1

       그럼 도와주러 왔다는 소리겠구나.

       

       고맙다. 엔리. 역시 내게는 그대밖에 없느니라.

       

       “어찌하면 좋겠느냐?”

       <일단은 시청자 분들한테 설명을 해줘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내가 말을 한다 하여 저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진 않다만.

       

       본인은 무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내게 분노를 토로하는 이들을 여럿 보았다.

       

       나에게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도 있었고.

       

       신교가 짊어진 업을 본인에게 물으려 하던 이들도 존재했으며.

       

       왜 자기들을 버렸냐 소리치던 신교의 아해도 있었다.

       

       저 마다의 사연을 지닌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나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것.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분노를 내게 토로할 뿐이었다.

       

       그것이 정당한 분노이건 어린아이의 고집이건 간에.

       

       무작정 본인에게 돌을 던지는 시청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난 입 아프게 아해들을 설득하는 대신 저들이 화를 내다 지치길 기다릴 생각이었다.

       

       허나 엔리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들이 본인을 이해해주리라 이야기했다.

       

       잠시 생각을 하던 나는 엔리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나보다 오랜 기간 방송을 해 온 엔리다. 그녀가 저런 말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

       

       “어젯밤에 방송을 끈 후에 일어난 일이다마는.”

       

       쏟아지는 돌팔매질 속에서 묵묵히 내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내 거의 평생 동안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살아 왔기에 그저 익숙한 일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 둘 채팅창의 반응이 바뀌었다.

       

       여전히 나를 비난하는 이들은 비난을 하려 했으나 이성을 붙잡고 내 말에 반응을 해주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웃음을 짓거나 감탄을 하는 이들. 내 이야기 속에 나온 여러 요소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 그런 광경을 혼자서 봤다며 투덜거리는 이들.

       

       그를 보며 내가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저들은 진정으로 본인을 미워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청자들은 본인의 방송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무림에서처럼 본인을 철천지원수 취급하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를 눈치 채고 나니 시청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눈에 보였다.

       

       저들이 화가 난 이유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내가 게임을 하는 걸 영화를 보는 것처럼 즐겁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제멋대로 영화가 저 혼자 이야기를 뛰어 넘는 바람에 중간의 중요한 장면 하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영화를 보던 입장에서라면 불만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나라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을 테니.

       

       내가 설명을 끝낼 즈음에 채팅창은 언제 분노했냐는 듯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여전히 성을 내는 자도 있었지만 방송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미안하구나. 내 되도록 방송을 끄고는 게임을 진행하지 않으마.”

       

       설령 게임을 하는 일이 있어도 아피스처럼 하나의 이야기가 없는 것을 택해야겠구나.

       

       아니면 아예 방송에서 그 게임을 하지 말던가.

       

       – 칼막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되도록?]

       

       “무엇이건 단언하는 건 그리 좋지 않다.”

       

       사람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무슨 부득이한 일이 생겨 내 말을 번복해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애시당초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어두어야 하지.

       

       신교에서 빌어먹을 장로놈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레 쌓인 지식이다.

       

       – 이 사람 엄청 뻔뻔하네.

       – 괜히 엔리 친구가 아냐.

       – 근데 방송인이면 이 정도 똘끼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님?

       – 그릉가?

       

       이제 시청자들도 진정이 된 것 같구나.

       

       엔리 덕분이다. 내 이전에 했던 것처럼 불에 타다 장작이 꺼지길 기다렸다면 여전히 채팅창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을 터.

       

       “고맙구나. 엔리.”

       

       엔리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왔다가 떠나간 모양이구나. 녀석 가기 전에 말은 하고 갈 것이지.

       

       내일 어학당에서 만나면 다시 감사를 전해야겠구나.

       

       “이제 끝났다. 가자.”

       “무언가 생각할 게 있었던 모양이지?”

       “뭐어. 그런 셈이지.”

       

       이 일의 원흉을 따지자면 어젯밤에 바루가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다만 그녀를 탓할 순 없었다.

       

       본인을 보고서도 도망치지 않는 귀여운 여우에게 내 어찌 성을 낼까.

       

       이미 그 존재만으로 바루는 면죄부를 지닌 셈이었다.

       

       멀뚱히 날 바라보는 바루의 목덜미를 집어 들자 바루가 기겁을 했다.

       

       “뭘 하는 겐가!”

       “이 산에서 내려갈 것인데 그대가 발로 걸으면 느리지 않나. 업어서 데려가 줄 테니 얌전히 있게나.”

       “이 산에서 내려갈 방법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다네! 그러니 얌전히 내려 놓게!”

       

       그냥 뛰어서 가는 게 빠르지 않나 싶었지만 바루가 발악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내려 주었다.

       

       바루는 바닥에 내려와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허공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내 옷깃을 잡아 챈 후 지팡이로 땅을 쾅하고 내리 찍었다.

       

       그러자 일순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일전에 하늘의 끝에서 순간이동을 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래뵈도 이 산의 신령이다. 산에서라면 내 바라는 장소 어디든 단 번에 갈 수 있지.”

       

       신령에게는 그런 능력도 있었나.

       

       그러고 보면 신령이라 불리는 놈들은 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일이 잦았지.

       

       그게 다 이 능력 덕분이었던 것일까.

       

       바루가 칭찬을 해달라는 듯 등을 쭉 펴고 자신의 양 손으로 허리춤을 붙잡고 있기에 난 그녀의 머리를 꾸욱 눌러주었다.

       

       “잘했다. 덕분에 시간을 아꼈구나.”

       “더 칭찬해주게!”

       

       웃음을 짓는 바루의 어깻죽지를 붙잡아 든 후 짐짝을 걸치듯 그녀를 내 어깨 위에 얹었다.

       

       “왜 하라는 칭찬은 안 하고 이러는 것이더냐!”

       “그대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건 이 돌산 뿐이지 않나. 나가면 느릿하게 걸어야 할 텐데 난 그걸 보고 있을 수 없다.”

       “여유를 가지게! 사람이 그리 급해서야 쓰나!”

       

       바루가 발버둥을 쳤지만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엔 힘도 기술도 부족했다.

       

       “바루. 여기에서 화산으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지 아나?”

       “그것도 모르고 날 업었던 겐가!”

       “그러니 묻고 있잖나. 답이나 하게.”

       “나도 모르네! 내가 화산에 갈 일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도 그렇군. 이 돌산에 틀어박혀 있었을 신령이 화산으로 가는 길을 알 리가 없지.

       

       그럼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나.

       

       내 물음을 던지기 무섭게 몇몇 아해가 내게 화산이 있는 방향을 알려줬다.

       

       여기서 북서 방향으로 쭉 가면 된다는 게지?

       

       그를 확인한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어 나무 밑둥을 향해 휘둘렀다.

       

       그 후 나무 윗부분을 걷어 차자 커다랗던 나무가 가볍게 넘어가며 자신의 나이테를 드러냈다.

       

       나이테를 봐서 방위를 알아내는 건 내 전생을 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상식이다.

       

       무림을 돌아다닐 적에도 이를 유용히 사용 했었지.

       

       “…대체 어떻게 검을 휘두르면 이토록 깔끔히 베이는 건가.”

       “잘 베면 된다.”

       “너무 성의 없는 대답 아닌가?!”

       

       신령이나 되어서 겨우 이 정도에 놀라면 쓰나.

       

       무림에 상식을 뛰어넘는 괴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검선이 태양을 떨어트리는 것을 보면 아주 자지러지겠구나.

       

       방향을 확인한 나는 화산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

       

       화산까지 가는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멀었다.

       

       경공을 쓰면 삼십분 내로 도착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쉼 없이 발을 움직였음에도 아직 화산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내 꽤 열심히 경공을 사용했음에도 이리 시간이 걸리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그들은 화음에서 화산까지 가기 위해 해가 뜨고 지는 걸 봐야 하겠구나.

       

       게임이 이래도 되는 것이야?

       

       이동을 하기 위해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게임을 어느 변태가 한단 말이더냐.

       

       – 지역이동기능 있어.

       – 프롤로그에서 주는 건데 니가 스킵 했잖아.

       – 이것도 다 업보이니라.

       

       “그런 게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어차피 프롤로그라고 해봐야 길게 걸리지도 않을 터. 지역 이동이라는 기능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내 그 기능을 얻고 왔을 것 아니더냐.

       

       내 불만을 내비쳤지만 채팅창의 아해들은 조금의 위로도 건네주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알아서 버티라 말을 할 뿐.

       

       하여간에 지독한 놈들이다. 그냥 좀 곱게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느냐.

       

       “이제 화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아는 이가 있느냐?”

       

       – 그걸 어케 암.

       – 위치 보면 반쯤 온 거 같은데.

       – 방금 동백나무 지나쳤으니까 이제 절반 지난 거임.

       – 아는데?

       – 역시 화악귀들이야.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건넨 질문이었음에도 대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무림의 지리를 다 외우고 있기라도 한 게냐? 어찌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대답이 돌아오는 것인가.

       

       저 자의 말이 맞다면 내가 왔던 만큼 더 걸어야 한다는 소리일 터인데.

       

       귀찮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 순간 내 목 근처에서 고르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루였다.

       

       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짐짝취급을 당하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신령인 자신을 이리 대우하는 게 맞냐면서.

       

       나에게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그녀였지만 얼마 안 가 내게서 탈출할 수 없음을 깨달은 건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기왕 들고 다닐 거면 인간 상태가 아니라 여우 상태로 들고 다녀 달라고 부탁을 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난 사람 모습일 때의 그녀보다 여우의 모습을 한 그녀가 더 귀엽다 생각했으니.

       

       다시 여우로 변한 바루는 내 목 근처로 폴짝 뛰어 올라선 목도리마냥 내 목에 둘러졌다.

       

       자기 취급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바루는 여우가 되어서도 계속해서 조잘거렸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말 수가 줄어들었다.

       

       난리를 치다 지쳐 쉬는 것일까 싶었더만 설마 잠에 든 것일 줄이야.

       

       아무리 안전한 곳에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위기감이 없는 것 아니더냐. 그래도 여행을 하는 도중이거늘.

       

       동물의 모습이 되면 사고방식도 동물에 가까워지는 것일까.

       

       귀여우니 상관은 없다만 그래도 지금은 잠에서 깰 시간이 된 것 같구나.

       

       길 저 멀리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강함을 자랑하고 싶은 것인지 주변에 자신의 내기를 흩뿌려대고 있었다.

       

       제정신이 박힌 녀석은 아니구나. 보통 사기를 지닌 이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하거늘.

       

       저 자는 올바르게 무공을 쌓은 이가 아니었다.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 그릇된 수단을 택한 멍청이였다.

       

       덕분에 경지에 비해 많은 내공을 얻은 모양이다만 그것도 지닌 내공을 다룰 실력이 있을 때에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대처럼 내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쓸데없이 많은 기운은 몸을 좀먹는 기생충이 될 뿐이지.

       

       흐음. 자세히 살피니 신기하긴 하구나. 육체와 경지에 저토록 커다란 괴리가 생겼는데 어찌 멀쩡히 걸어 다니는 겐가?

       

       평범한 무림의 사람이었더라면 이미 주화입마에 빠져 목숨을 잃어야 했을 터인데.

       

       화룡무인을 하러 온 유저 중 하나일까.

       

       저 자가 단순한 행객이었다면 나는 사기를 모르는 체 해줄 의향이 있었다. 상대해봐야 전혀 즐겁지 않을 것 같은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허나 남자는 여행을 하는 이가 아니었다. 나를 만나러 온 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번들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볼 리 없잖은가.

       

       발을 멈추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뭣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순수한 의도는 아닌 것 같구나.

       

       무림이었더라면 저런 놈팽이는 내 눈만 봐도 벌벌 떨며 도망을 쳤을 터인데.

       

       귀찮지만 어쩌겠느냐. 손수 주제를 알려주는 수밖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대를 잘못 골랐네요.

    —–

    케메트님! 10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100화를 축하해 후원을 해 주신걸까요?
    제 글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독자님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링실실링님! 1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선물은 크기나 값어치보다도 담긴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님의 축하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응원해주신만큼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에레님! 52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100화를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52라는 딱 떨어지지 않는 코인 갯수에 의미가 담겨있는 걸까요?
    어릴 적에 자주 쓰던 S2 같은 글자의 느낌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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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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